신을 죽이러 갑니다. 3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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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3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8)
|심판의 검 - 권능 : 1단계|
· 모든 존재를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검.
· 24시간마다 권능 사용 횟수가 축적된다.
· 3초 동안 시간을 지배한다.
· 권역 범위 내의 모든 존재를 심판할 수 있다.
· 권능의 단계가 상승할수록 권역 범위가 확대된다.
· 현재 최대 축적 횟수 - [3/3]
그렇지 않아도 심판의 검은 무혁에게 있어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그런 심판의 검이 스킬에서 권능으로 진화하자 그 능력이 더욱더 강화되었다.
특히, 리커버리와 마찬가지로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축적 횟수가 하루 최대 3회까지 증가되었다는 점과 권역 범위 내의 모든 존재를 심판할 수 있다는 집단 심판 능력은 막말로 얼마든지 원하는 적들을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권역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혹시 이게 봉인되어 있던 능력인 건가?’
능력이 부족해서 봉인되어 있었던 힘들이 저절로 깨진 효과인지, 권능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무혁에게는 어느 쪽도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스킬이었을 때의 심판의 검은 블랙 본 장검만이 하얗게 불타올랐었지만, 권능으로 변한 심판의 검은 무혁의 몸 전체에서 새하얀 불길이 치솟았다.
그 말인 즉, 구태여 블랙 본 장검이나 다른 검을 손에 쥐고 있지 않더라도 심판의 검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무혁은 시범적으로 루카모프를 지목하듯 가볍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3초 동안 시간을 지배하는 권능의 특성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루카모프의 머리 위 공간에서 새하얀 빛의 칼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대로 루카모프의 정수리를 정확하게 꿰뚫어버렸다.
막거나 피할 수도 없는 성공률 100퍼센트의 공격이었다.
그렇게 정수리부터 빛의 칼에 꿰뚫린 루카모프의 몸은 그대로 새하얀 불길에 타올랐고, 그대로 생명이 끊어져버렸다.
‘고통 역시도 사라져버렸군.’
심판의 검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나마 고마워할 일이었다.
이전까지 심판의 검에 생명을 잃어야만 했던 많은 마왕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었으니까.
한 순간에 루카모프가 죽어버리자 곁에 서 있던 벨라이온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천계와의 전쟁 시기에도 벨라이온을 놀라게 만들었던 상대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상대가 눈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손가락 하나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도 믿겨지지 않았으며, 갑작스럽게 루카모프의 정수리를 꿰뚫어버린 정체 모를 새하얀 빛의 검은 지금까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공격이었다.
도대체 이 공격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천사 에르마우엘만이 가진 기적의 회복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벨라이온은 무혁에게 답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커녕 물음을 건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명확하게 느껴졌다.
머리 위에서부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신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는 거역할 수 없는 아득한 공포의 힘을.
‘…이런 죽음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허무했다.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으니까.
쑤우우우욱.
새하얀 빛의 검이 벨라이온의 정수리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그의 이성적 사고는 정지했고, 심장의 박동도 그대로 멈춰버렸다.
툭-!
마신 라시온을 따르는 마왕들 중 서열 3위나 되는 벨라이온의 최후치고는 너무나도 보잘 것 없었다.
완벽하게 무혁이 지배했던 3초의 시간이 지나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경직되어 있었던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깨달았다.
무혁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
“……!”
케케마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희미하게 느껴지던 루카모프와 벨라이온의 존재감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두 가지의 경우일 뿐이었다.
하나는 마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때.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이 소멸을 당했을 때다.
“…설마…….”
케케마탄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무겁게 저었다.
루카모프와 벨라이온은 강하다.
마계 내의 많고 많은 마왕들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강하다.
일곱 명의 마신들 중에서도 라시온이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그가 가진 힘 자체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를 섬기는 휘하의 마왕들 역시도 다른 마신들의 마왕들보다 강해서였다.
특히, 서열 1위인 케케마탄을 시작으로 4위의 루카모프까지 그 능력은 다른 마신들도 탐을 낼 정도였다.
그런 루카모프와 벨라이온이 함께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멸을 당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불안감이 어느새 케케마탄의 온 몸을 조여오고 있었다.
정말 그 둘이 소멸을 당한 것이라면?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런 중요한 시기에 둘이 나란히 마계를 떠났을 이유 또한 없었으니.
“…베나스텐부터 빨리 만나야겠군.”
케케마탄은 자신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유일한 마왕인 베나스텐을 만나기 위해 하던 모든 일을 중단하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 시각 베나스텐은 한 발 앞서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을 향해 근접해가고 있었다.
#
[영혼의 크기가 성장했습니다.]
[유일한 종, 가장 독립된 종으로의 진화가 끝이 납니다.]
[더 이상 당신은…….]
루카모프와 벨라이온의 영혼을 흡수하고 무혁은 또 다시 자신의 상태가 급격하게 변화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진화가 끝났다고? 그리고 왜 알림이 울리다가 마는 거야?’
진화가 끝났다는 너무나도 담백한 알림도 황당했지만, 중간에 알림이 끊어져버리는 경우는 단 한 번도 겪지 못했기에 무혁으로서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더 이상 어떠한 알림도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더 이상 알림이 없는 건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허전하고, 괜히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무혁은 우선은 확실하지 않은 일에 더 이상 고민을 하기보다는 달라진 자신의 상태부터 확인을 해봤다.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공기의 흐름 정도가 보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것까지도 보였고, 짐작이 가능해졌다.
초감각을 통해서 전달 받았던 모든 정보들을 몇 단계는 훌쩍- 뛰어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모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기분이었다.
‘이 기분은 마치…….’
신이 된 것만 같은… 전지전능하다 불리는 신이라면 꼭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모든 것을 알고, 짐작하고, 그 속을 파헤칠 수 있는 존재.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혁은 자신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신들이 이러한 과정을 겪어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을까?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해답이겠지만, 무혁은 그들 또한 자신과 같은 경로로 그 위치까지 올라갔다면 더 이상 그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동등한 존재.
무혁에게 마신이든, 천신이든 그들은 더 이상 경외의 존재가 되지 않았으니까.
“무혁아…….”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무혁의 모습에 필립조차 그를 조심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무혁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면 발가벗고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그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이전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그건 필립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또한 모두 마찬가지였다.
무혁을 좋아한다며, 사랑한다고 서슴없이 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해왔던 미첼조차도 무혁에게 예전과 같은 말투나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지난 며칠 동안 무혁 또한 멤버들의 그러한 점을 느끼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했다.
스스로 나서서 평소와 똑같이 해달라고 말을 한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막말로 어느 날 갑자기 내 친구가 대통령이 됐는데 그 친구를 예전처럼 편안하게 대할 수 있을까? 하물며 무혁은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킬 라시온 멤버들이 예전처럼 그를 대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무혁의 음성이었지만, 그걸 듣는 필립과 멤버들은 또 한 번 몸이 굳었다.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고, 저절로 몸이 경직되는 기분이었으니까. 그 모습에 무혁은 아무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우리는… 여기까지만 함께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필립의 말은 그 혼자만의 일방적인 의견이 아니었다.
이미 킬 라시온 멤버들과 어느 정도 조율을 마친 상태였다.
무혁은 이미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고, 그가 상대를 해야 하는 적 역시도 킬 라시온 멤버들로서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존재다.
이전까지야 다 같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거침이 없었지만, 달라진 무혁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이라는 가능성이 생겼고, 그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도움이 될 수 없는 자신들이 빠져주는 것이 맞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무혁은 필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겨 킬 라시온 멤버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바라봤다.
예전이었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며 펄쩍- 뛰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필립이,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었으니까.
“…후회하지 않겠어요, 다들?”
“라시온의 얼굴도 못 본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얼굴 한 번 보겠다고 네 발목을 잡을 순 없잖아.”
필립의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아쉬웠으나, 여기까지 온 것만 하더라도 충분했다.
사실, 멤버들 중 태반이 이런 상황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으니까.
“마지막은 무혁이 네게 맡기마. 그러니 반드시 놈의 심장에 네 검을 박아 넣어라.”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송정민은 무혁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아주 작은 선의가 이렇게까지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리라고는 송정민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했기에 그 누구보다 무혁의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선생님.”
무혁 또한 송정민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 또한 없었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주었다.
“형님.”
방구름을 시작으로 킬 라시온 멤버들이 하나, 둘 무혁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두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왜 다들 눈물이라도 흘릴 것만 같은 표정들이야? 어차피 무혁이가 라시온의 목을 따버리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건데. 안 그래?”
르케임은 그렇게 말을 하며 벌겋게 변한 눈을 손바닥으로 쓱- 닦아냈다.
누구보다 눈물이 두 눈 가득 담겨 있던 그의 모습이었기에 멤버들 몇몇이 웃음을 지었고, 덕분에 하마터면 눈물바다가 될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영원한 이별이 될 수도 있지만,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결코 그런 비극적인 결말이 자신들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무혁이 시선을 한 곳으로 옮겼다.
강대한 마기를 풍기며 한 존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지금까지 만난 상대들 중 가장 강한 마기를 가진 존재였지만, 무혁은 더 이상 그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고, 긴장 역시도 되지 않았다.
“아버지?”
로드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거리가 멀었기에 모두가 무혁의 갑작스런 행동을 의아해했다.
로드의 부름에 무혁은 문득,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저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존재, 분명 마왕으로 여겨지는 그의 영혼을 로드가 흡수한다면 과연 로드는 얼마나 강해질까?
궁금해졌다.
지금 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마왕은 보통의 평범한 마족 수천 명의 영혼보다도 그 가치고 높았으니까.
단순하게 양으로 비교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질적으로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그렇다보니 로드가 그의 영혼을 흡수했을 때의 변화가 어떨지 예측조차 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와 같은 과정을 겪을 수도 있겠지.’
로드 또한 신이 된다?
물론, 자신이야 여러 가지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잘 맞물렸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로드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였기에 어쩌면 자신과는 다른 형태로 진화에 첫 발을 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무혁은 그러한 상황이 된다면 정말 재밌을 것만 같았다.
더욱이 로드와 같은 완벽한 아군이 더욱더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건 무혁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니까.
“로드.”
“예?”
“식사 준비해라.”
무혁의 뜬금없는 말에 로드는 물론이고 킬 라시온 멤버들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한 사람만이 무혁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말을 했다.
“우리 무혁 동생이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밥 한 끼 하자는 소리잖아. 다른 그렇게까지 눈치가 없어서야! 어쨌든 모두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가진 것들 다 꺼내 봐.”
제대로 헛다리를 짚은 방적삼의 모습에 무혁은 저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