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3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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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6화
심판의 검 (8)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자폭 공격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모두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폭발지점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무, 무혁아…….”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만 여겼다.
폭발의 강도가 끔찍할 정도로 강력했기에 제 아무리 무혁이라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만 같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왕이 제 몸을 희생하며 감행한 자폭 공격이었으니까.
“빌어먹을…….”
“쿨럭! 쿨럭!”
히드로크가 폭발하기 직전에 최대한 멀리 몸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디아칼과 프라크론마저도 상당한 타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팔뚝에 큰 상처를 입고 욕설을 내뱉는 이디아칼.
가슴을 부여잡고 연신 기침을 하는데 입에서 핏물이 툭툭- 튀어나오는 프라크론.
같은 마왕들조차 저 정도의 타격을 받았는데, 정면에서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을 무혁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는 구태여 확인을 할 필요도 없었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산산이 부서졌으리라.
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그대로 공중 분해되어 소멸되었으리라.
“마… 말도 안 돼…….”
르케임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혀, 형님!”
방구름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얼굴로 무혁을 불렀다.
털썩!
미첼은 멍해진 얼굴로 주저앉았으며, 송정민과 필립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고 나자 놀랍게도 자폭 공격을 감행했던 히드로크가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퉤!”
말과 함께 히드로크가 핏물이 가득한 침을 뱉어냈다.
모든 힘을 폭발시키느라 자신이 받은 피해 또한 상당했기에 앞으로 최소 보름은 꼼짝없이 회복에만 전념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섣부르게 사용할 수 없는 최후의 수법이었고, 그만큼 히드로크가 확실하게 상대를 잡을 수 있는 공격이기도 했다.
“끝났군.”
니니스 역시 어디에도 무혁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남아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은 자신이 굳이 상대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나약했기에 남은 마왕들과 마족들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다.
“모두 죽이지는 말고 몇 명은 남겨둬. 알아볼 것이 많으니까.”
니니스의 말에 이디아칼과 프라크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마왕 또한 어떻게 인간이 마계에 왔는지, 또 어떻게 갖지 말아야 할 힘을 갖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던 차였기에 본보기 식으로 한두 명만을 잔인하게 죽여서 남은 인간들의 기를 완전히 꺾어버릴 생각이었다.
‘헬-라시온 인간들이 마계로 왔다는 걸 상위 서열 마왕들이 알면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니니스는 생각만으로도 재밌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니니스의 몸을 감싸고 있던 투명한 막이 옅어지더니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만한 상대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상당한 힘을 소모해야만 하는 보호막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니니스의 보호막이 사라지고 났을 때였다.
속삭이는 듯한 음성이 니니스의 귓가를 간질거렸다.
“심판의 검.”
새하얀 불길이 치솟고, 니니스가 어떠한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 새하얀 불을 머금고 있는 한 자루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어버렸다.
“…너, 너… 꺄아아아아아!”
니니스가 차마 말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내부에서부터 몸을 파괴시켜나가고 있었기에 니니스로서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니니스의 비명이 들리기 직전, 이디아칼과 프라크론 역시 심판의 검에 각각 가슴과 복부를 찔렸다.
“크아아아아아아!”
비슷한 비명을 내지르며 새하얀 불길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두 마왕의 모습에 천여 명이 넘는 마족들이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무혁아!”
멀쩡하게 살아 있는 무혁의 모습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던 킬 라시온 멤버들의 표정이 빠르게 살아났다.
몇 명은 얼떨떨한 표정이었고, 몇 명은 눈을 부릅뜨고 무혁을 노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무혁은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히드로크를 향해 다가갔다.
이미 3초의 시간이 지나버렸기에 블랙 본 장검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히드로크 정도는 멀쩡하다 하더라도 손쉽게 상대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처럼 모든 힘을 소진하고 큰 부상까지 입은 상태라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기에 그를 향해 걸어가는 무혁의 발걸음엔 여유가 넘쳤다.
“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히드로크는 분명 무혁이 자신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고 확신했다.
“피했으니까 살아있지.”
“피했다고?”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히드로크가 이를 갈아붙였다.
폭발하기 직전까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었으니까!
“물론, 좀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무혁은 이디아칼과 프라크론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모습에서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 챘으며, 초감각을 통해서 폭발 직전에 거대한 위기감을 확실하게 느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드로크의 폭발이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바람에 무혁으로서도 아주 찰나의 순간에 폭발에 휘말릴 뻔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블링크 스킬로 폭발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무혁은 모습을 감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폭발의 여파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던 니니스의 보호막을 보고는 생각을 바꾼 것이다.
철저하게 모습을 감추었다가 니니스의 방심을 이끌어내서 그녀가 보호막을 스스로 해제했을 때에 일격에 쓰러트리기로 한 것이다.
정면으로 싸운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고, 언제든 그녀를 도와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는 마왕과 마족들까지 생각한다면 무혁으로서는 단칼에 그녀를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었다.
킬 라시온 멤버들까지 속여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니니스만 죽이고 나면 원망 섞인 투정쯤이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그렇게 무혁은 은신 스킬로 몸을 숨겼으며, 혹시라도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챌 것을 우려해서 모든 기척을 숨기며 아주 조심스럽게 니니스의 곁으로 다가가 기회를 노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뭐?”
히드로크가 무슨 소리냐는 듯 무혁을 바라봤다.
“네 폭발 공격 때문에 니니스를 편하게 죽였다고.”
무슨 개소리냐는 듯 히드로크가 언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컥!”
심장을 꿰뚫어버린 블랙 본 장검으로 인해서 히드로크는 짧은 신음만을 흘릴 수 있었다.
히드로크까지 깔끔하게 죽이고 난 무혁은 로드에게 큰 상처를 입었던 포레이드와 다크 문에 격중 당하고 쓰러져 있던 베크만에게 다가가 그의 숨통마저도 냉정하게 끊어버렸다.
순식간에 니니스부터 마왕 5명이 줄줄이 목숨을 잃었다.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마족들은 모두 얼어붙어 있었다.
수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마왕 6명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무혁은 공포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꿀꺽…….”
한 마족이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상대의 강함에 압도되어 주저앉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가며 생존 욕구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퍼억!
뒷걸음질을 쳤던 마족의 머리통이 그대로 날아갔고, 그렇게 날아간 머리통이 있던 자리에는 무혁이 꼿꼿하게 서서 마족들을 향해 말했다.
“도망갈 생각이라면 안하는 게 좋을 거야. 가장 먼저 죽을 테니까.”
죽음의 신은 도망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마족들은 그저 이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생각대로 무혁은 단 한 명의 마족도 살려서 돌려보낼 뜻이 없었다.
로드가 가장 먼저 마족들의 퇴로를 막아서기 위해 움직였고, 그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하나, 둘 자신이 움직여야 할 방향으로 이동했다.
고작 12명이 천 명이 넘는 마족들을 포위하며 그들의 숨통을 하나, 둘 끊어놓기 시작했다.
“…신이다… 저 인… 아니 저분은 신이야…….”
그 존재만으로 천 명이 넘는 마족을 꼼짝도 못하게 만들고 있는 무혁을 바라보는 프랄지카의 눈동자엔 경외감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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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 28였던 니니스와 하위 서열 마왕 5명을 처리하고, 덤으로 천 명이 넘는 마족들까지도 깨끗하게 먹어치운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여전히 마신 라시온을 향해서 직진했다.
27지역을 격파하고, 26, 25, 24, 23… 그리고 20지역까지.
말 그대로 거침이 없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마냥 앞만 보고 내달렸다.
마왕 서열 20위, 노플만을 죽인 무혁의 곁으로 르케임이 다가왔다.
“어떻게 된 게 서열 21위였던 볼칸이 더 강한 것 같은 느낌이다?”
“강한 것 같은 게 아니라 확실하게 볼칸이 더 강했어요.”
“그렇지?”
무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열 21위 볼칸은 진심으로 강한 상대였다.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무혁이 만났었던 마왕들 중 가장 강했으며, 특히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던 회복 능력은 심판의 검이 아니었다면 진심으로 무혁으로서도 꽤나 고전을 했어야만 했다.
‘네가 보여준 힘이 전부라면 볼칸과 비슷하다.’
메카르만이 했던 말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지금의 무혁은 메카르만을 상대했을 때보다 월등하게 강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볼칸은 큰 격차가 없을 정도로 강했었다.
즉, 메카르만이 파악하고 있었던 볼칸의 능력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때 메카르만의 말만 듣고 볼칸을 상대했었다면?
무혁은 단숨에 사지가 찢겨나갔을 것이다.
그만큼 볼칸은 강한 마왕이었다. 때문에 그보다 서열이 높은 노플만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았었는데, 예상외로 노플만은 생각보다 상대하기가 편했다.
물론, 볼칸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무혁의 힘이 강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볼칸이 서열을 무시하는 실력을 갖춘 마왕이었을 가능성이 훨씬 더 컸다. 메카르만이 그랬던 것처럼.
노플만까지 쓰러트렸기에 무혁의 앞길을 막고 있는 마왕의 수는 총 19명만 남았다.
“이 정도면 마신 라시온도 눈이 뒤집혀야 정상 아닌가? 자길 따르는 마왕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너무 조용한 게 좀…….”
불안하지 않느냐는 듯 르케임의 걱정스러운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메카르만의 말에 따르면 마신 라시온이 신경 써야 하는 마왕들은 상위 서열들이었으니까.
즉, 지금까지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열심히 마왕들을 상대하며 힘겹게 왔다고 여길지 모르나, 실제로 마신 라시온에게는 별 의미 없는 부하들을 죽인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게 네놈의 가장 큰 실수가 될 거다.’
라시온에게는 하잘 것 없는 마왕들일지 모르나, 무혁에게는 다르다.
자신의 힘을 더욱더 강대하게 키워주는 아주 고마운 보양식과도 같은 존재들이었기에 만약, 무혁이 마신 라시온의 앞에 당당하게 서게 된다면 그건 전부 라시온의 지독한 오만과 방심으로 비롯된 결과일 뿐이었다.
“내 예감이지만, 이제부터가 진짜일 가능성이 커.”
“이제부터라고요?”
필립의 말에 방구름이 무슨 뜻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서열 1위부터 10위는 말할 것도 없고, 11위부터 19위까지는 이제껏 상대했던 마왕들보다 훨씬 강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런 불안한 말 하지 말아요.”
르케임이 왜 그러냐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볼칸을 만났을 때,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너무나도 강한 그의 힘에 압도되어야만 했었다.
그런데 그런 볼칸마저 맛보기에 불과했다고 생각하니 이대로 등을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무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 보였다.
“강하면 강할수록 좋죠, 뭐. 그만큼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오히려 기대가 된다는 듯 웃음마저 짓고 있는 무혁의 모습에 르케임은 진심으로 제정신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필립의 예감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마왕 서열 19위, 파아크로와 마주하는 순간 모두가 생각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모든 마왕들을 하나로 합쳐놓은 것보다도 강할 것 같다고!
“큭큭!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들이여.”
파아크로는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기까지 했기에 그 공포는 더욱더 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