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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2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9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3화

심판의 검 (5)

 

마왕이 한 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나타났다.

그래서 무혁은 물론이고,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명만 있어야 할 마왕이 왜 둘이란 말인가?

굉장히 당황스러워서 마족들과의 전투 자체가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

마족들 또한 니첼라와 비두시아가 함께 나타났기에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아주 강력한 아군이 하나도 아닌 둘이나 등장했으니까.

하지만 입가에 걸렸던 승자의 미소가 거짓말처럼 일그러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블링크.”

무혁은 니첼라와 비두시아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워했지만, 그뿐이었다.

오히려 한꺼번에 두 명의 마왕을 제거할 수 있게 되어 시간이 절약됐다고 생각했다.

곧장 니첼라와 비두시아의 머리 위쪽으로 무혁은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서 이동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찾으려는 마왕과 뛰어난 기감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감지해내고 고개를 쳐들어 올리며 위라고 소리를 치는 마왕.

제법 예리한 기감을 가지고 있는 건 인정하지만,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가 한계다.

“심판의 검.”

무혁의 입에서 이 싸움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될 승부수가 바로 던져졌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손에 쥐고 있던 블랙 본 장검에서 새하얀 불길이 치솟았다.

그것은 찬란했으며, 아름다웠고, 그만큼이나 치명적이었다.

또르륵. 또르륵.

상대적으로 기감이 떨어졌던 여성형의 마왕은 겨우 눈동자만 좌우로 굴릴 수 있었다.

까딱! 까딱!

무혁의 위치를 곧바로 파악했던 남성형 마왕은 눈동자에다가 손가락까지만 아주 힘겹게 꿈틀거렸다.

딱 거기까지였다.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시간 속에서 무혁은 유유히 아래로 내려서며 새하얀 불길에 휩싸인 블랙 본 장검을 좌우로 가볍게 내질렀다가 회수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확하게 심장을 관통당한 두 마왕의 온 몸이 새하얀 불길에 휩싸였고, 3초 후에 그들의 입에서 처절한,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그걸 견딜 수 없는 끔찍한 비명성이 목구멍이 터져라 토해졌다.

“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

충격과 공포였다.

마왕, 그것도 서열 40위와 36위의 마왕이 동시에 당했다.

더욱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 두 마왕이 등장하기가 무섭게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털썩! 털썩!

두 마왕의 생명을 모두 태워버린 새하얀 불길이 사그라지고, 그들의 몸이 뻣뻣한 나무토막마냥 바닥으로 쓰러졌다.

무혁은 보란 듯이 두 마왕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서걱! 서걱!

니첼라와 비두시아의 머리통이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다 한 마족의 발아래에서 툭- 하고 멈췄다.

“히이이익!”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두 눈을 부릅뜨고 죽은 마왕의 얼굴을 확인한 마족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무혁과 눈이 마주치자 온 몸에 힘이 빠진 것 마냥 손에 쥐고 있던 무기마저 떨구며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아무리 투쟁의 삶을 살아가는 마족들이라 하더라도 이 믿겨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극한의 공포를 느끼자 전의가 꺾였고, 투지마저 잃었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나약해지는 종족 특유의 비굴한 특성이 본능처럼 고개를 든 것이다.

30배 가까이 수적인 우세 상황 속에서도 마족들은 단 한 명도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덤벼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니첼라와 비두시아를 눈 깜짝 할 사이에 죽여 버린 무혁에게 감히 대항할 수가 없었다.

전투 의지를 상실한 마족들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들 모두 훌륭한 양분이 되어 자신과 킬 라시온 멤버들을 더욱더 높은 곳으로 빠르게 데려다 줄 것이기에 무혁은 기꺼이 블랙 본 장검을 들어 올렸다.

 

#

 

무혁은 쉬질 않았다.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내달렸고, 그 앞을 막아서는 존재는 그 무엇이라도 살려두지 않았다.

36지역을 지나 35지역, 34지역, 33지역… 그렇게 한 단계씩 모든 지역의 마왕들을 쓰러트렸다.

그 과정에서 무혁은 물론이고,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무혁의 경우 서열 29위 마왕의 영혼을 흡수했을 때, 아주 기분 좋은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영혼의 크기가 성장했습니다.]

 

고작 그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무혁은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빼먹은 서열의 마왕들이 있기는 했지만, 총 15명이나 되는 마왕의 영혼을 흡수하고 나서야 들은 알림이었기에 무혁으로서는 정말 감개가 무량할 지경이었다.

한 편으로는 마왕의 영혼으로도 영혼의 크기를 성장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기도 했기에 어찌되었든 영혼의 크기가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영혼의 크기가 아직까지도 작았는지 유일한 종, 가장 독립된 종으로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기본적인 정보나 스킬 정도 역시도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되겠지.’

무혁은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심판의 검이 없었다면 마왕의 영혼을 흡수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조바심이 들었겠지만, 당장 자신이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왕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완벽에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기에 큰 걱정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그러게 무혁이 더디지만 분명하게 성장하고 있는 동안, 킬 라시온 멤버들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하게 달라져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케트라 정도도 쉽게 잡을 텐데. 그렇지?”

르케임의 말에 레오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이 판단하기에도 마수의 대지에서 만났었던 케트라의 수준을 충분히 상회할 정도로 킬 라시온 멤버들 전원이 크게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인 즉, 현재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마왕 도전권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킬 라시온 멤버들보다 한 단계 위의 실력을 가진 로드는 이제 어엿한 무혁의 오른팔로 어떤 일이든 믿고 맡겨볼 수 있을 정도로까지 성장을 한 상태였다.

‘지금의 로드라면… 최하위 서열 마왕과 싸운다 하더라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겠지?’

무혁의 판단대로라면 로드가 하위 서열 마왕을 이길 확률이 60퍼센트가 넘었다.

이토록 빠른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영혼 증폭석’ 덕분이었다.

딱히 어떠한 효과가 있다는 알림은 없었지만, 무혁도 그렇고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마족의 영혼을 흡수할 때마다 확연하게 힘이 추가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혼 증폭석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빠르게 모두가 빠른 성장을 하진 못했을 것이었기에 무혁으로서는 값어치를 떠나서 영혼 증폭석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서비스라며 던져주고 간 하르마돈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벌써 28지역이네.”

참 빠르게도 달려왔다.

앞으로도 남아 있는 마왕들이 28명에다가 빠트리고 지나친 마왕들까지 추가로 몇이 더 남아 있었으나, 지금과 같은 속도로만 일이 진행된다면 머지않아서 최종 목표인 마신 라시온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만 같았다.

과연 마신 라시온을 죽일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무혁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킬 라시온 멤버 그 누구도 마신 라시온을 죽일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이유야 간단하다.

상대는 ‘신’이니까.

다만, 그의 입장에서 하찮은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던 자신들이 당당하게 앞에 서서 그를 향해 욕을 하고, 침을 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멤버들은 충분히 속이 시원해질 것만 같았기에 더 이상의 바람은 없었다.

물론, 무혁의 바람이야 전혀 다르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눈에 보이는 족족 마족들을 사냥하면서 이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마계에도 보이지 않는 눈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 아직까지도 큰 변화가 없는 걸 보면… 여기가 원래 이런 곳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완벽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마계의 마왕들은 제 동료가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레오의 말대로 29지역까지 돌파하면서 마왕들이 대응다운 대응을 한 적이 없었다.

덕분에 자신들이야 수월하게 마왕과 그의 마족들을 수월하게 격파할 수 있었지만, 상식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이유가 뭐든 우리에게 나쁠 건 없잖아.”

실비아의 말에 레오가 그건 그렇다며 웃었다.

“그리고 마왕들이 서너 명이 달려든다 하더라도 뭐가 걱정이야? 어차피 무혁이 손에 죄다 죽어 나갈 텐데.”

실비아의 말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 보기에도 무혁의 스킬인 ‘심판의 검’은 막장 수준으로 막강했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을 정도였고, 그만큼 너무나도 무지막지하게 강해서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기가 막힐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프랄지카가 무혁만 보면 마치 마신을 보는 것 마냥 경배할 정도였다.

“야, 마족.”

28지역까지 향하면서 프랄지카는 이미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에게 ‘마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무혁의 시선에는 고개를 깊숙하게 숙이며 항상 저자세를 유지하는 것과 다르게 프랄지카는 다른 멤버들에게는 여전히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마족으로서의 자존심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애를 썼다.

“왜 부르지?”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었기에 르케임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물었다.

“지금 우리가 마계 역사에 영원히 남을 위대한 업적을 쌓고 있는 건 맞는 거지?”

“위대한 업적?”

도대체 그게 뭐냐는 듯 프랄지카가 얼굴을 찌푸리자 르케임이 제 어깨를 보란 듯이 펴며 대꾸했다.

“지금까지 마계에서 이렇게까지 마왕들의 지배지를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면서 초토화 시킨 존재가 또 있는지를 묻는 거야. 있었어? 이런 경우가?”

르케임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 또한 꽤나 궁금하다는 듯 프랄지카를 바라봤다.

“이런 경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그건 천사들의 침공이 있었을 때의 일이지, 지금처럼 인간들 따위에게 이런 치욕을 당한 적은 없었으니… 이 역시 마계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아주 치욕적인 사건으로.”

“그렇단 말이지?”

프랄지카의 말에 르케임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지극히 보통의 평범한 인간이었던 르케임으로서는 어쨌든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비록, 그 역사의 페이지가 인간 세상이 아닌 마계라는 점이 달랐지만 말이다.

“마계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라… 어쨌든 무의미한 삶은 아니라서 좋네.”

르케임의 말에 미첼과 실비아는 그게 그렇게 좋냐며 혀를 찼다.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 없이 죽는 것보다는 낫지!”

“그건 그렇지! 자고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으니까! 이 만한 업적이라면 죽어도 후회스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할 만 하지! 하하핫!”

방적삼도 쿵짝이 맞아서 르케임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마족들이 치를 떨 정도로 치욕스러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힘없이 헬-라시온에 끌려왔던 걸 생각하면 뭐 나름 이것도 제대로 한 방 먹였다고는 할 수 있겠네.”

필립마저 동조하자 르케임이 그것 보라며 미첼과 실비아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단순하다니까!”

“이건 단순하고 복잡한 게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인류의 명예를 지킨 거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레오마저 한팔 걷어붙이자 더 이상 말을 하지 말자며 미첼과 실비아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덧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28지역으로 들어섰다.

훈훈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공기가 무겁고, 눅눅했으며, 무언가가 짓누르는 것 마냥 압박감마저 느껴졌다.

28지역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긴장 좀 해야겠네요.”

무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초감각을 통해서 느껴지는 마기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마기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마왕 급의 마기들이 여럿이나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무혁은 멤버들에게 빠짐없이 알려주었다.

모르고 있다가 상황에 처하기보다는 미리 알고 대비를 하는 것이 더 나았으니까.

모두 긴장한 상태로 마기가 뭉쳐 있는 곳을 향했다.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마치 기다리고 있는 듯 했기에 피해갈 수도 없었다.

“…흐음.”

프랄지카가 가장 먼저 멀리 보이는 엄청난 수의 마족들의 무리를 보고 침음성을 흘렸다.

한 눈에 보더라도 천 단위에 가까운 마족들이 모여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 모두 마왕들이었던 것이다.

마왕만 여섯 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중심에는 엄청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여성형 마왕이 섹시하다 못해 아찔할 정도로 야한 옷을 입은 상태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니니스…….”

프랄지카가 여성형 마왕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휘유- 저건 뭐… 거의 벗은 거지?”

레오의 말처럼 마왕 니니스는 거의 벗다시피 한 의상이었다.

거기에다 가장 이상적인 굴곡진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어디 가서 미모로는 절대지지 않았던 실비아마저도 시선에서 지워버릴 정도였다.

“정말 내가 본 최고 여자다.”

비록, 그 정체성이 마족에다가 마왕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혼을 쏙- 빼놓을 것만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니니스가 무혁과 킬 라시온 일행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구나. 감히 겁도 없이 마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놈들이.”

귀엽다는 듯, 하지만, 그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살의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니니스가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몇몇 멤버들이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니니스를 멍하니 바라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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