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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90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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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9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15화

 

 

이유야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코노 왕국의 추가 지원군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다시 페르만 왕국에 매달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페르만 왕국에서 지원군을 보내준다 하더라도 문제다. 여유가 되는 모든 정규 병력 대부분 지원군으로 보낸 페르만 왕국이기에 앞으로 있을 지원군들은 땅이나 일구던 일반 농민이거나, 돈에 눈이 멀어 한 목숨 건 사람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숫자 채우기에 불과한 병력이란 소리다.

질적으로 수준 이하의 병력은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수준 이하의 질적 능력을 압도할 만큼의 엄청난 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말이다.

“지금은 3만의 지원군이라도 무사히 합류하길 바라는 것이 우선입니다.”

분위기를 바꾸고자 프라비오 백작이 그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비록, 3만의 병력뿐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정규 훈련을 마친 코노 왕국의 정예가 아닙니까? 당장 어디서 그런 병력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참모장님 말처럼 우선은 그들이라도 무사히 우리와 합류할 수 있도록 바래야 합니다.”

콜러 백작이 동조하자 그제야 막사 안에 모인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사령관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의에서 먼저 나서 말을 하는 경우가 없는 위드의 말이었다.

니드먼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입니까?”

“레켄 영지를 수복하면 어느 곳으로 향할 예정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니드먼 후작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다른 지휘관들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로써도 궁금해 하던 문제였다.

레켄 영지를 수복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 프레타 영지로 향할 것인가? 북진해서 브리자스 영지로 향할 것인가?

니드먼 후작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북진을 할 것입니다.”

프레타 영지가 아닌 브리자스 영지로 향하겠다는 단호한 니드먼 후작의 말에 몇몇 지휘관들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만을 되짚어봤다. 그 반면, 또 다른 지휘관들은 니드먼 후작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과 사를 다투는 것이 전쟁이다. 사사로운 개인감정을 담아 어리석은 판단을 한다는 것은 총사령관으로써의 자질 부족이다.

지금까지의 니드먼 후작으로 판단했을 때, 그의 결정은 단순한 개인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유를 설명해드리지 않아도 무수히 많은 전쟁을 경험하신 카일러 공작님이시라면 충분히 알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니드먼 후작의 말에 위드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행동은 그의 결정에 충분히 납득한다는 것이다.

이후, 회의는 끝이 났다.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온 위드는 무거워진 얼굴을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피에나는 왜 그러는지 궁금하다는 듯 가볍게 장난도 걸고, 애교도 부렸지만 위드의 표정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결국, 피에나는 제풀에 지쳤다기보다는 위드가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래도 될까? 그게 정말 옳은 결정일까? 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이기적인 욕심일 뿐이야. 하지만…….’

위드의 고민은 별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하늘처럼 어둡기만 했다.

 

***

 

제국력 1391년 12월 13일.

프라디아 대륙에 거대한 전투가 동시에 벌어졌다.

그 하나가 카르타 제국과 키에브 제국의 전투였고, 다른 하나는 레켄 영지 수복을 눈앞에 둔 연합군의 전투였다.

카르타 제국과 키에브 제국이 맞붙은 곳은 키에브 제국의 프레블 초원. 12월의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고, 탐스런 함박눈마저 쏟아져 내렸다.

카르타 제국의 30만 병력과 키에브 제국의 35만의 병력은 쏟아지는 함박눈 아래서 겨울바람마저 물러나게 만들 정도의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며 격돌했다.

처음에는 양쪽 모두 마나가 고갈될 만큼의 마법을 펼쳤다. 하늘에서는 벼락이 창이 되어 대지를 강타했고, 땅에서는 물기둥, 불기둥, 돌기둥까지 각종 기둥이 솟아올랐다.

화려함으로 감싼 잔인한 마법이 끝나고 이번에는 양측에서 기사단이 달려 나왔다. 기사단들의 충돌은 마법만큼이나 화려했다. 특히,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들간의 대결은 너무나 치열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기사단의 피해를 줄이고자 양측 진영에서 동시에 병력을 몰아붙였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타고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화살에 병사들이 풀썩, 풀썩 쓰러졌다. 내지른 창에 머리, 가슴, 배 할 것 없이 피분수를 뿜어대며 싸늘한 시체로 변해갔다.

인간과 몬스터의 싸움보다 인간끼리의 싸움이 더욱 치열하고, 잔인했다. 특히, 말을 몰아 같은 인간의 몸을 무참히 짓밟고, 뭉개버리는 기병은 그 어떤 병사들보다도 잔인했다.

겨울바람이 피바람이 되고, 함박눈이 내려앉은 곳이 피웅덩이로 변해갔지만 전투를 끝날 줄을 몰랐다. 곳곳에 시체가 쌓여가고, 죽음의 냄새가 온 대지를 뒤덮었음에도 병사들은 적을 향해 검을 내지르고, 도끼를 휘둘렀으며, 말을 몰아갔다.

아침에 시작된 전투는 달이 머리 꼭대기에 올랐을 쯤, 끝이 났다. 이 날은 카르타 제국도, 키에브 제국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저…… 하루 간의 미친 살육전이 펼쳐졌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에겐 승자도, 패자도 없이 양측 도합 13만이라는 엄청난 희생자만 남긴 하루였다.

승자도 패자도 가리지 못한 프레블 초원의 전투와 다르게 페르만 왕국 레켄 지방의 푸트 평원에선 승리한 인간들의 함성으로 밤하늘이 흔들리고 있었다.

14만의 연합군이 12만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힘들고, 가장 치열했던 레켄 영지를 수복했다는 기쁨은 2만의 희생조차 뒷전으로 밀어 놓을 만큼 컸던 것이다.

“드디어 우리가 이 레켄 영지를 완벽하게 수복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대들의 노력과 우리를 대신해 희생당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힘든 전투를 해나가야 할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껏 먹고, 마시며, 오늘의 승리를! 레켄 영지의 수복을 자축하도록!!”

“와아아아아-!!”

“연합군 만세!!”

“니드먼 총사령관님 만세!!”

“카일러 공작님 만세!!”

병사들은 일제히 손에 쥔 병기를 들고 환호했다. 연합군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전투에서 대단한 마법 어스 퀘이크를 사용한 위드까지 병사들의 만세는 끝날 줄을 몰랐다.

 

위드의 막사 안에서도 축제와도 같은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의 전투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한 위드를 추켜세우고 있었다.

웃고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 위드는 다른 이들처럼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그러한 그의 기분을 알고 있는 이는 오직 피에나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피에나의 기분을 파악한 샤프가 그 원인이 위드에게 있음을 깨닫고는 조용히 다가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

샤프의 물음에 위드가 그를 바라봤다.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위드의 모습에 샤프는 그저 말없이 그를 직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위드가 피식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사람 표정이 아니군.”

싸늘하게까지 느껴지는 샤프의 대꾸였다. 그리고 곧바로 그가 또 다시 말했다.

“정말 말하기 싫다면 나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신경 쓰지 않지.”

마치, 처음 샤프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은 위드였다. 그는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사실은…….”

위드는 자신이 고민해왔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샤프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샤프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법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위드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간다.”

샤프의 말에 웃고 떠들던 일행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위드와 샤프를 바라봤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니나 다를까? 그 누구보다 후바가 가장 먼저 다가와 특유의 커다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간다니? 어딜?”

후바는 위드를 바라보다 이내 샤프를 노려봤다.

“어딜 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말라깽이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 그렇고말고! 어딜 가려면 이 말라깽이보다는 나와 함께 가는 게 아마 위드 네게 도움이 될 거야!”

후바의 말에 샤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괜히 입씨름만 해봐야 시간낭비만 된다는 듯 시선을 돌려 버렸다.

“결국 결정은 위드 네가 하는 거다. 내가 봤을 때, 여기 모인 이들은 네가 어떤 결정을 하던 그대로 따라줄 이들 뿐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는 듯 샤프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위드는 고맙다는 듯 빙긋 웃었다. 반면, 후바는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냐는 듯 소리쳤다.

“저 말라깽이가 뭐라고 하는 거야?”

“공작님, 무슨 일입니까?”

일행들을 대신하듯 가스파가 물었다.

즐겁게 먹고, 마시며 승리를 자축해야 할 분위기가 자신으로 인해서 깨졌다는 것에 위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힘겨운 전투를 끝내고 이러한 술자리는 다음 전투를 대비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괜히 저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졌군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커닝의 말에 일행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는 그런 일행들을 바라보다 알겠다는 듯 샤프에게 했던 것처럼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연합군은 레켄 영지를 수복했기에 이제 브리자스 영지로 향할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라네시 영지가 될 겁니다.”

일행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의 중요도를 따졌을 때, 그 순서가 맞았다. 또,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브리자스, 라네시로 향하는 것이 가장 수월한 전쟁 경로라 할 수 있었다.

“프레타 영지는 가장 마지막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았을 때, 결국 프레타 영지는 변변한 전투도 제대로 해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줄곧 고민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고민이시라면?”

루카가 조심스럽게 묻자 위드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이대로 프레타 영지 수복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나 스스로라도 프레타 영지를 수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가? 두 갈등 속에서 무수히 고민했고, 지금까지도 그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졸졸졸.

침묵 속에서 샤프가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는 위드에게 말했다.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 머리에서 내리는 결정과 마음에서 내리는 결정. 내가 위드 너라면 이미 답을 내렸을 거다.”

그 말을 끝으로 샤프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듯 술을 마셨다. 그런 그의 모습에 후바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이냐는 듯 시비를 걸었지만 샤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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