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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21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21화

심판의 검 (3)

 

심판의 검에서 시작된 새하얀 불길.

아니, 그것을 ‘불’이라고 표현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열기 자체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감각은 무혁에게만 적용되는 것인지 심장에서 시작된 새하얀 불길에 온 몸을 휘감아버린 페르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비명만 질러대는 페르소의 모습을 무혁은 가만히 바라보다 그의 심장에 박혀 있는 블랙 본 장검을 천천히 뽑아냈다.

블랙 본 장검은 본래의 검은 광택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본연의 임무가 페르소의 몸에 새하얀 불길을 전달하는 것이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블랙 본 장검을 페르소의 몸에서 뽑아냈지만, 그를 뒤덮고 있는 불길은 여전히 꺼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수초가 흐르고 나서야 페르소의 몸뚱어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생명의 불꽃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을 휘감고 있던 새하얀 불길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흔적도 없다니…….”

페르소의 몸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심판의 검을 심장에 박아 넣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새하얀 불길이 온 몸을 휘감았지만, 그로 인한 상처나 흔적은 조금도 남아 있질 않았다.

심장을 찌른 검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건… 도대체가…….”

심판의 검이 보여준 위력은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당장 파악한 것은 3초 동안 상대의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한다는 사실과 새하얀 불길이 온 몸을 집어 삼키며 생명력을 끊어버린다는 점이었다.

3초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특히나, 무혁처럼 1초에도 수차례나 검을 휘두르고, 상당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힘을 갖춘 존재들에게는 더욱더 긴 시간이다.

말 그대로 심판의 검을 사용하면 상대는 반드시 죽는다.

그게 어떠한 상대든지.

“이래서 마신을 죽일 수 있는 검술이었던 건가?”

똥이라도 밟은 줄 알았더니 완전히 착각을 한 것이다.

심판의 검이 가진 능력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혈청 9만 5천개, 아니 90만개라 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능력이었다.

“이제 마신 라시온 앞으로만 가면 되는 건가?”

무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요즘 분위기가 좀… 이상하지 않아?”

마족 중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또 다른 마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몇몇 마왕의 지배지가 꼭 죽은 지역처럼 변했다고 하더라고.”

“죽은 지역이라니?”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족이 조금 더 자세히 말을 해보라며 관심을 드러내자, 말을 꺼낸 마족이 주변을 슥- 훑어보더니 자신이 들은 소문에다가 개인적인 생각까지 곁들여서 말을 쏟아냈다.

제법 긴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묵묵하게 듣고 있던 마족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왕들이 지배지를 열성적으로 관리하는 거 봤어? 어차피 밑에 있는 놈들이 다 하는 일이고, 알다시피 그나마도 별 거 없잖아? 보나마나 마왕이 외부에 나가 있어서 그런 걸 거야.”

별 것도 아니라는 듯,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냐는 듯 마족은 그렇게 말했다.

“그거야 그렇지만…….”

모든 마계를 통틀어 보더라도 자신의 지배지 발전에 힘을 쏟는 마왕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건 사실이다.

마왕들에게 있어서 지배지는 그저 자신의 영역일 뿐이지, 발전을 꾀하고 번성시켜야 할 의무감 따위는 손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막말로 서열이 바뀌어 버리면 지배지 역시도 바뀌어 버리는데 괜한 힘을 낭비해가면서 지배지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없었던 것이다.

“내 말이 맞다니까.”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듯 마족이 딱! 잘라서 대화를 끊어버렸다.

덕분에 분위기가 이상하다 여기고 있던 마족도 자신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마계의 분위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던 마족들의 생각처럼 마계의 변고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심판의 검.”

 

[심판의 검을 사용합니다.]

[심판의 검을 사용하기에 유일한 종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합니다.]

[심판의 검을 사용하기에 마력의 등급이 부족합니다.]

[심판의 검, 위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심판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3초입니다.]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감싸며 생겨난 새하얀 불길을 바라봤다.

“아직도?”

마왕 페르소를 시작으로 벌써 4명의 마왕을 잡고, 그들의 영혼을 흡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여전히 심판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3초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마왕들의 영혼을 흡수해야 심판의 검 사용 시간이 1초라도 늘어나는 것인지, 그리고 유일한 종으로서의 자격은 언제쯤 충족이 되는 것인지 이제는 슬슬- 걱정이 될 정도였다.

“자격 조건 한 번 진짜 까다롭네.”

무혁은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눈앞에서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대는 서열 37위의 마왕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무서워 할 것 없어. 금방 끝나니까.”

무혁은 마왕의 눈동자에 떠오른 황당함, 그리고 작은 두려움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새하얀 불길을 머금고 있는 블랙 본 장검을 그의 심장으로 밀어 넣었다.

말랑말랑한 두부에 칼을 꽂아 넣는 것처럼 너무나도 손쉽게 심장을 파고 들어가는 블랙 본 장검이었다.

언제나처럼 새하얀 불길이 마족의 심장을 시작으로 온 몸으로 번져 나가자 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떠한 마왕도 다르지 않았다.

새하얀 불길이 가진 통증이 얼마나 강렬한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마왕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반응만을 보여주었다.

빠르게 죽어가는 마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혁은 문득, 이런 짓을 얼마나 해야 끝이 나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최종 목표는 마신 라시온이지만, 과연 그에게 가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까?

‘심판의 검이라면…….’

지금이라도 마신 라시온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루라도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가는 무혁이었다.

새하얀 불길에 제 생명이 모두 타버린 마왕의 육신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자,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천천히 뽑아냈다.

죽은 마왕의 시체를 공간 주머니에 넣은 후에 무혁은 텅- 비어버린 마왕성을 빠져나왔다.

“오빠!”

미첼이 무혁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애써 정리한 듯한 흔적과 팔과 다리에 입은 상처가 무혁의 눈에 들어왔다.

비단, 미첼뿐만이 아니었다.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자잘 자잘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모두 마왕성의 마족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흔적들이다.

크게 다친 멤버는 없었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무사할 수 있을까?

무혁은 아무리 자신에게 기사회생의 스킬인 권능 ‘리커버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목숨이 붙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 사용할 틈도 없이 목숨이 끊어져버리면 영영- 다시는 마주 보고 웃고, 떠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은 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끊어버리고 싶어졌다.

“오빠,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미첼은 무혁의 표정이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무거워 보였기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싶어 걱정이 들었다.

“아냐.”

무혁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다른 멤버들 또한 무혁의 얼굴 표정이 다른 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긴장하고 말았다.

“일이 잘 못 되기라도 한 거냐?”

송정민이 멤버들을 대표하듯 그렇게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마왕은 잘 잡았습니다.”

“그런데 왜 표정이 그런 거냐?”

송정민은 이리저리 둘러대지 않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무혁은 이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지루한 싸움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친 것일까?

송정민은 가장 먼저 그 생각이 들었다.

현재 무혁이 느끼고 있을 책임감과 중압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아니, 이미 진즉에 나왔어야 할 말이 이제야 나왔기에 늦은 감이 있다 여겼다.

“처음부터 이 싸움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싸움이라는 걸 무혁이 네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잖아?”

필립이 다독이듯이 그렇게 말했고, 뒤를 이어서 미첼과 르케임 등도 한 마디씩 거들며 무혁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에게 힘을 북돋아주려 노력을 했다.

“알고 있죠. 그런데 이제 그 시간을 좀 단축시켜볼까 싶어요.”

무혁의 말에 송정민이 우려를 표했다.

“무혁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더욱이 상대는 우리보다 월등하게 강력한 존재들이다. 지치고 힘들더라도 지금처럼 차근차근 가는 것이 맞다.”

“무혁 동생, 나 역시 같은 생각이야.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고 급하게 서두르다가 오히려 일을 망친다는 말이 있어. 왜 갑자기 시간을 단축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지금이 딱 적당하다고 봐. 지금 템포대로, 지금 이 리듬대로만 순조롭게 가자고.”

방적삼도 송정민의 말에 힘을 보탰다.

무시무시한 마계에서 벌써 여러 명의 마왕을 잡았지만, 단 한 명의 멤버도 잃지 않았다는 건 현재 자신들의 방식이 옳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무혁의 무리한 의도는 아무리 그를 믿고 따른다 하더라도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혁은 강하게 믿고 있는 바가 있었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누구죠?”

무혁의 뜬금없는 물음에도 멤버들은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 대답을 했다.

“당연히 마왕이지. 일반 마족들은 크게 위협적일 수가 없으니까.”

르케임의 말에 무혁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족들의 수가 수백, 수천 단위로 몰려든다면 그 역시 굉장히 위험하겠지만, 그 이전에 도망을 갈 수가 있었으니 사실상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마왕일 수밖에 없었다.

“마왕을 쉽게 잡을 수 있다면요?”

“뭐?”

“모두 알겠지만, 심판의 검이면 어떤 마왕이라 하더라도 잡을 수 있어요.”

페르소를 시작으로 오늘 죽인 마왕까지 충분할 정도로 검증을 마쳤다.

심판의 검 사용 시간이 3초 밖에 되진 않았고, 그나마도 하루 1회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분명한 것은 마왕과의 일대일 대결에서만큼은 무혁이 무조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갖춰졌다.

물론, 두 명의 마왕을 상대 한다 하더라도 3초라는 시간은 충분했다.

“어차피 마왕을 잡으면 마족들의 기세가 꺾이는 건 모두 알잖아요. 그래서 전 이제부터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마왕만을 목표물로 삼고 빠르게 잡았으면 해요.”

말 그대로 직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리저리 계획을 세우면서 완벽한 기회를 잡기 위해 우회하기보다는, 마왕성에 틀어박혀 있는 마왕을 상대로 정면으로 달려들겠다는 의미였다.

“지금도 충분히 그러고 있잖아?”

약간은 시간이 걸리지만, 분명 지금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레오의 물음에 무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보다 더 적극적으로 가려고요.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마왕성에 틀어박혀 있는 마왕들까지도 밖으로 나오도록 하려고요. 우리가 찾아가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게 제 계획이에요.”

“…뭐?”

지금까지 그토록 존재를 감춰가며 비밀스럽게 마왕들을 잡아왔는데, 이제 와서 모든 것을 오픈하겠다는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제정신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너무나도 황당하고도 위험한 방법이라서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미친 거 아니지? 지금 자살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지?”

한참 만에 르케임이 그렇게 말을 꺼냈다.

다른 때였다면, 헛소리 작작하라며 타박을 했을 멤버들조차 이번에는 진심으로 르케임의 말에 동조하며 무혁이 비정상이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무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멀쩡했고, 냉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듯 태도 또한 확고했다.

“지나온 지역은 내버려두고 다음 지역부터 그렇게 가죠.”

다음 지역은 서열 36위의 마왕, 니첼라의 지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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