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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30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303화

종을 초월하다 (4)

 

권능이라니?

무혁은 잠시 멍한 얼굴로 자신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말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봤다.

권능이라 함은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절대적인 능력, 혹은 힘’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적어도 무혁이 이해하고 있는 ‘권능이란?’의 정의는 그러했다.

그러니 무혁에게 있어서 권능이란…….

‘내가 신이라도 됐다는 거야?’

무혁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보통 권능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그 앞에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끼워 넣지 않던가?

물론, 다른 여러 사전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으며, 무혁이 알고 있는 권능의 개념이 이와 다를 수도 있지만, 무혁에게 있어선 그 어떤 의미보다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우선이었으며 전부였다.

‘혹시 유일한 종, 가장 독립된 종으로 진화를 한다는 의미가 이거였던 건가?’

진화.

하등한 것이 고등한 것으로 변하여 바뀌는 것.

인간이 하등한 존재라면, 신은 당연히 고등한 존재다.

그것도 아주 어마어마하게 고등한 존재!

“…설마…….”

무혁은 기가 막히다는 듯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인간인 자신이 신이 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이며, 황당한 소리다.

갑작스럽게 무혁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왜 그러나 싶었지만,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워낙 괴이쩍으니 쉽사리 말조차 붙일 수가 없었다.

‘신까지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좀 황당하고, 뭔가 내가 인간의 수준을 벗어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소리인데…….’

그래, 신은 너무 나갔다.

아무리 헬-라시온이 비상식적인 곳이라 하더라도 평범한 인간을 신으로 만든다는 것은 상식, 비상식을 떠나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막말로 처음 헬-라시온에 끌려왔을 때만 하더라도 무혁에게 있어서 마족의 힘은 신에 버금갈 정도로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 자신은 딱 그 경계를 넘어서는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뭐가 됐든 리커버리 스킬을 권능으로 추가하면 나쁜 일은 없겠지?’

어쩌면 100일이라는 재사용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희망사항일 뿐이겠지만.

어떤 결과가 된다 하더라도 무혁으로서는 크게 손해 볼 것 같지는 않았기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리커버리 스킬을 권능에 추가했다.

 

[스킬, 리커버리를 권능에 추가합니다.]

[첫 번째 권능, 리커버리가 생성됩니다.]

 

무혁은 스킬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혹시나 싶은 마음에 권능 정보를 열람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봤다.

개인 정보나 스킬 정보는 확인이 불가능했지만, 권능 정보는 확인이 가능했다.

이제 막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불완전한 상태임에도 정보 열람이 가능한 듯 싶었다.

그렇게 확인한 리커버리 스킬, 아니 권능의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리커버리 – 권능 : 1단계|

·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회복한다.

· 열흘마다 권능 사용 횟수가 축적된다.

· 권능의 단계가 상승할수록 최대 축적 횟수가 증가한다.

· 현재 최대 축적 횟수 - [10/10]

 

놀라울 정도였다.

기존 100일이라는 재사용 시간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더불어 사용 횟수를 축적할 수 있었으니 이 말인즉, 필요에 따라서는 리커버리를 연달아서 10번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권능의 단계가 상승할수록 축적 횟수도 증가한다고 했다.

권능의 단계를 어떻게 올려야 하며, 그 최종 단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무혁에게 스킬 리커버리보다는 권능 리커버리가 몇 십 배, 아니 몇 백 배는 더 좋은 일이 되었다.

“무혁아.”

한참이나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서 혼란스러운 얼굴을 보이는 무혁의 모습에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필립이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걱정스러워하는 필립의 목소리와 표정에 무혁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미안해요. 잠시 생각할 일이 있어서요.”

무혁은 아직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었기에 당분간은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그럼, 치료할게요.”

무혁은 다시 한 번 필립을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리커버리.”

조금 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과는 달랐다.

무혁의 손에서부터 빛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것은 광휘로울 정도였으며,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아주 따뜻한 기운이 온 사방을 가득 채워나갔다.

잘려나갔었던 필립의 양쪽 팔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이미 리커버리 스킬을 받아본 적이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지만, 이전과는 분명하게 달라진 리커버리의 효과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식간에 필립은 잘려나갔던 양쪽 팔이 멀쩡하게 새로 생겨났으며, 몸 곳곳의 상처와 지난 시간 동안 마족들에게 쫓기면서 누적되었던 피로까지도 말끔하게 회복이 되었다.

한 마디로 리커버리 한 방에 필립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정도의 최상의 컨디션 상태가 되었다.

“고맙다, 무혁아.”

필립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자 무혁은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가지고 고마워하냐며 고개를 저었다.

“자, 그럼 다음.”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멀뚱히 눈만 깜빡였다.

그 모습에 무혁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리커버리 더 사용할 수 있어요.”

무혁은 혹시나 몰라서 권능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했고, 그 결과는 무척이나 흡족스러웠다.

 

· 현재 최대 축적 횟수 - [10/9]

 

예상했던 것처럼 9번을 더 사용할 수 있었다.

숫자 ‘10’은 최대 축적 횟수였고, 뒤에 숫자 ‘9’는 사용 횟수였던 것이다.

“두 번째로 치료 받고 싶은 사람, 손?”

무혁의 물음에도 킬 라시온 멤버들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

 

무혁은 홀로 마르케디악을 향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마르케디악을 통해서 마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욜리스는 깔끔하게 처리했다.

더불어 다른 마족들 또한 마찬가지로 모조리 죽여서 그 시체들을 킬 라시온 멤버들과 함께 나누어서 공간 주머니에 담았다.

그리고 킬 라시온 멤버들은 마수의 대지에서 마수를 사냥하면서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자바하가 나섬으로써 그 동안 마족들을 죽였던 범인들은 모두 처리가 되었으니, 킬 라시온 멤버들이 조용히 지낸다면 마수의 대지에서 더 이상의 위험은 없을 가능성이 컸다.

꾸득! 꾸득!

“남아 있으라니까 왜 따라와서는 걸리적거리는 거야?”

무혁은 자신의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히포를 못 마땅한 얼굴로 바라봤다.

히포는 자바하가 킬 라시온 멤버들을 향해 다가오는 그 순간부터 거대한 공포심에 빠져서 본능적으로 도망을 갔었다고 했다.

토빗의 경우 아르케니아가 재빨리 펫 공간으로 들여보냈지만, 히포는 무혁이 없었기에 괜한 횡액을 피하려면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야 히포에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무혁은 괜히 히포를 볼 때마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분의 정체를 이제야 깨달았다.

“혼자 살겠다고 나도 버릴 얍삽한 놈.”

꾸득! 꾸득!

그럼 그 상황에서 죽었어야 하느냐며 반박하듯 울어대는 히포의 모습과, 이미 과거에 한 차례 자신을 보호하겠다며 유니콘을 닮은 마수와 싸움을 벌였었던 전적이 있었기에 더 이상 무혁도 타박을 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무혁은 히포와 함께 마르케디악을 통해서 마계로 갈 계획이었다.

멀리 보이는 마르케디악의 모습에 무혁은 언제나처럼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넌 들어가 있어. 마계에 도착하면 다시 꺼내줄 테니까.”

무혁은 펫 공간을 오픈해서 그 속에 히포를 밀어 넣었다.

마계에 도착하면 반드시 꺼내줘야 한다는 듯 히포가 몇 번이나 꾸득- 거렸다.

다시 혼자가 된 무혁은 방구름이 만든 마족마족 포션을 씹어 삼켰다.

 

[특수 포션 ‘마족마족’을 섭취했습니다.]

[24시간 동안 마족에게 동족의 향기를 발산합니다.]

 

로드에게는 통하지 않았기에 내심 자신에게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던 무혁으로서는 다행이라 여기며 마르케디악으로 들어섰다.

 

‘마르케디악의 중앙, 라시온 광장에 마계로 향하는 차원의 문이 있다.’

 

라시온 광장이라면 무혁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곳이다.

마르케디악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광장으로 수많은 마족들이 머무는 공간이었기에 무혁 역시 몇 차례나 콜로시와 함께 가본 적이 있었다.

“저긴가?”

무혁은 라시온 광장 한쪽에 세워져 있는 평범한 건물을 바라봤다.

욜리스가 설명한 것처럼 진홍빛 기둥이 유일한 특징인 단층 건물이었다.

 

‘관리자? 그런 것 따위는 없다. 이곳 헬-라시온과 연결되어 있는 차원의 문은 라시온 님의 절대적인 영역이기에 다른 마족들이 몰래 들어올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낮다. 그러니 차원의 문을 지키고 관리한 필요가 없이 라시온 님을 섬기는 마족들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무혁으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관리자가 있으면 그것 나름대로 신경이 쓰였을 수도 있는 문제였으니까.

무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차원의 문을 가리고 있는 건물로 향했다.

광장 주변으로 많은 마족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무혁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건물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때였다.

턱!

무혁은 누군가 자신의 뒤로 접근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크! 자네 맞지?”

무혁의 어깨를 잡은 손의 주인은 마르케디악에서 함께 어울렸던 마족, 콜로시였다.

“콜로시, 오랜만이군.”

무혁의 대답에 콜로시가 정말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크게 웃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여행은 잘 다녀온 건가?”

“여행… 뭐, 그럭저럭.”

무혁의 성의 없는 대꾸에도 콜로시는 여전히 웃기만 했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야? 마계로 돌아가려고?”

“그럴 생각…….”

대충 대답을 하려던 무혁의 눈동자가 후드 속에서 반짝였다.

무혁은 마계를 모른다.

마계가 어떤 곳인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혼자서 왕의 구역을 찾는 것과 그곳에서 또 다시 자바하가 머물고 있을 마왕의 탑을 찾기란 사실상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우선은 무작정 마계로 향해서 어떻게든 뒤져볼 생각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콜로시가 나타난 것이다.

마르케디악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혁은 다시 한 번 그에게 빨대를 꼽기로 했다.

“콜로시, 마계에 돌아갈 일 없어?”

무혁의 물음에 콜로시가 단번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마계? 아직까지는 없어. 마계보다는 여기 마르케디악에 남는 것이 더 즐겁거든.”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콜로시였지만, 무혁은 그를 쉽게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거 아쉽군. 오랜만에 콜로시, 자네를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말이야. 내가 마계에서 할 일만 없었다면 자네와 여기서 최소 이틀 정도는 질퍽하게 술을 마셨을 텐데…….”

“술? 쩝! 나도 지크, 자네와 마시는 술은 참 특별한데!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여기서 술을 마시는 건 어때?”

술이라면 사족을 못 썼기에 무혁의 말에 벌써부터 입맛을 다셔대는 콜로시였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마계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게 뭔데? 중요한 일이야?”

“내게 있어선 중요한 일이지.”

무혁의 대답에 콜로시가 아쉽다는 듯 연신 입만 쩝쩝- 거렸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콜로시의 모습에 무혁은 그가 혹할 만한 미끼를 던졌다.

“나도 이렇게 헤어지는 건 좀 아쉬운데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마계로 돌아가는 건 어때? 내가 거하게 한 잔 사지. 혹시 왕의 구역에 괜찮은 곳이 있는지 모르겠군.”

이미 욜리스를 통해서 왕의 구역이라도 딱히 일반 마족들에게 제한된 곳이 아니라는 걸 들었기에 그렇게 말을 흘렸다.

아니나 다를까, 왕의 구역이라는 말에 콜로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의 구역? 거기서 술을 사겠다고? 그 비싼 곳에서?”

“자네가 원한다면야.”

무혁의 말에 콜로시의 입이 좌우로 쭉- 찢어졌다.

“왕의 구역에서 술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당장 가자고!”

잔뜩 들뜬 얼굴로 콜로시가 앞장서서 걸었다.

무혁으로서는 아주 훌륭한 길잡이를 얻었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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