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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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3화
마르케디악 (1)
헬-라시온에 존재하는 유일한 마족들의 도시, 마르케디악.
하지만, 인간들은 마르케디악이라는 도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결계로 접근을 금지시켜놓고, 설령 결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다 하더라도 지독한 마기로 인해 오랜 기간 머물 수 없는 광활한 마수의 대지를 지나쳐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마르케디악이었으니, 인간들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설령, 마르케디악의 존재를 안다 하더라도 그리고 어지간한 나라보다도 큰 면적을 가진 마수의 대지를 관통한다 하더라도 도시에 상주하고 있는 마족들만 수만 명에 이르는 이 악마의 도시를 과연 겁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리도 없다.
물론, 예외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지만.
“마르케디악으로 가겠다고?”
킬 라시온 멤버들은 수만 명의 마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족의 도시로 가보겠다는 무혁의 의견에 기겁을 했다.
“저… 우리가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벌써 마족 놈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마르케디악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항상 신중함을 보이지만, 때로는 그런 모습이 소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르케임의 반문에 다른 멤버들 또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덧 마수의 대지에서 마족들을 유인한지도 두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죽인 마족들의 수는 족히 3백 명이 훌쩍 넘어갈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마족들의 수도 확연하게 줄어들어 있었지만, 그 행동도 슬슬- 이상한 낌새를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마족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으니 아무리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족들이라 하더라도 이쯤 되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혹시, 요즘 마족들의 행동이 이상해서 그걸 무혁이 네가 확인이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인 거야?”
마크의 물음에 무혁은 솔직히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었기에 부정하지는 못했다.
“오빠! 너무 위험해요! 아무리 오빠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수십, 수백 명도 아닌 수만 명의 마족들이 머물고 있는 도시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보낼 수 있겠느냐며 미첼이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만류했다.
“무혁이 네 말대로 지금은 성장의 시기야. 마족들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야. 최소한 지금의 상황이 뒤바뀌기 전까지는 굳이 위험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필립 또한 반대했다.
지난 두 달간 마족들을 사냥하면서 무혁뿐만 아니라,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가 엄청난 성장을 했다.
단순하게 능력만이 상승한 것만이 아니다.
마족이라는 존재와의 수없는 전투가 경험으로 축적되면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대처 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고, 본능적인 두려움 또한 이제는 대부분 극복했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어느 마족을 앞에 두더라도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
이제 킬 라시온 멤버들이 극복해야 할 부분은 머릿수다.
하지만, 더 이상 멤버를 늘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 결국 이 싸움에서 최종 승리하기 위해선 킬 라시온 멤버 모두가 마왕 급의 힘을 갖추는 것뿐이었다.
언뜻 듣기에는 말도 되지 않을 소리 같았지만, 필립과 다른 멤버들은 시간만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마족들을 끊임없이 사냥해서 그들의 영혼을 흡수하며 힘을 축적한다면 분명 그럴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다급하고, 조급해야 할 상대는 마족이지, 킬 라시온이 아니었으니까.
필립은 이 부분을 두고 무혁을 설득했다.
“그래! 무혁 동생, 까짓것 마족들이 눈치를 챘다고 하더라도 헬-라시온이 얼마나 방대해?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 있으면 지들이 뭘 어떻게 알겠어?”
방적삼의 말에 무혁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시간은 저희의 편이 아니에요.”
무혁은 단호했다.
모든 생명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다.
하지만, 인간과 마족에게 주어진 시간은 확연하게 다르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백 년이다.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제 아무리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신체를 지녔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수명과도 직결될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물론, 일반적인 수명보다는 확실하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 해봐야 최소 수백 년을 살아가는 마족들과 비교할 수가 있을까?
방적삼의 말대로 숨어 지낸다면 과연 얼마나 숨어 있어야 잠잠해질까?
1년? 2년? 10년?
인간들에게 10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마족들에게 10년은 다르다.
더욱이 인간이라는 절대적 하위 생명체에게 동족들이 수백 명이 살해를 당한 마족들에게 10년은 결코 복수의 감정이 퇴색될 정도로 긴 시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무혁의 판단이었다.
“그건…….”
무혁의 이러한 설명을 들은 방적삼이 할 말이 없어 우물쭈물- 입술만 달싹거렸다.
주변을 바라보며 무슨 말이라도 도움을 달라는 눈짓을 했지만, 아쉽게도 다른 멤버들 또한 무혁의 말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만한 생각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특히,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는 말이 너무 뼈아팠다.
“좋아! 그럼 다 같이 가자! 걸리더라도 화끈하게 뒤집어 버리고 튀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실비아가 그렇게 말하자 레오 역시 엄지를 들어 올리며 동의했다.
“역시 실비아는 화끈하다니까! 어차피 수만 명이 살고 있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그놈들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적당하게 치고 빠지면 되겠지.”
“나도 찬성.”
잠자코 있던 아르케니아마저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녀 역시 무혁 혼자 그 위험한 곳으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래! 차라리 모두 같이 가자! 실비아의 말처럼 마족 놈들 깜짝 놀랄 정도로 제대로 판을 벌여놓자고!”
“다른 건 몰라도 형님 혼자서만 마르케디악으로 가도록 하고 싶지는 않아요.”
방적삼의 말에 방구름 또한 그렇게 의견을 내세웠다.
마크, 엘리엇, 르케임마저 마족들의 도시라 불리는 마르케디악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식으로 나오자 무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멤버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무혁은 애초부터 혼자서 염탐을 해볼 작정이었기에 이 많은 인원이 우르르- 마르케디악으로 향한다는 건 정말로 한 판 붙자는 식밖에 되지 않았기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벌써부터 흥분한 모습으로 당장이라도 마르케디악을 향해 달려갈 것만 같은 멤버들의 모습에 무혁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설마 다 같이 죽자는 건 아니죠?”
무혁의 말에 멤버들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소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듯 무혁이 말했다.
“그런데 왜 충분히 조용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소란스럽게 만들겠다는 거예요?”
“그거야 당연히 무혁이 네가 혼자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그런 거잖아.”
“그렇다고 이렇게 죄다 몰려가서 뭘 어쩌자고요? 화끈하게 한 판 붙자고요?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마왕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려고요? 그때 가서 모두 몰살을 당하거나, 여기 있는 멤버들 중 누군가 죽어야 뒤늦게 후회를 할 거에요?”
마왕의 존재를 언급하자 킬 라시온 멤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잠시 망각을 해버리고 있었던 존재, 마왕.
무혁의 말대로 마르케디악에서 마왕이라도 만난다면?
“그러면 재빨리 도망가면 되지 않을까?”
르케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지만, 그 스스로도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최소한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다고 봐요.”
텔레포트 스킬을 이용해서 혹은,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서 빠르게 도망갈 수 있는 건 무혁뿐이었다.
“로드의 공간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을 까요?”
미첼의 말에 멤버들 또한 그거 좋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혁보다도 로드가 고개를 저었다.
“일반 마족들 중에서도 종종 내 공간을 탐색해내고 그걸 부술 수 있는데, 마왕이라면 말할 것도 없어요. 어쩌면 최악의 경우에는 공간 내에서 모두 몰살을 당해버릴 수도 있어요.”
마왕의 힘이라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로드였다.
로드의 공간에 갇혀서 그대로 죽는다고 생각하니 의견을 제시했던 미첼은 물론, 멤버들 모두 안색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나도 최대한 염탐을 목적으로 움직일 생각이라서 어지간해서는 마족들과의 싸움을 피할 생각이에요.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그 즉시 몸을 뺄 생각이니까 내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는 듯 그렇게 결정을 내려버리는 무혁이었다.
최종적으로 필립과 송정민조차 무혁의 결정을 번복시킬 만한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고, 그렇게 무혁은 홀로 마르케디악으로 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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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도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엄청난 속도로 마수의 대지를 질주하는 히포의 등에 앉은 무혁은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마수의 대지에서 히포 또한 상당한 성장을 했다.
과거 정체를 도저히 알 수 없었던 히포의 외형은 이제 거의 말에 가까워져 있었다.
물론, 여전히 얼굴이나 꾸득- 꾸득- 거리는 울음소리는 변함이 없었지만, 늘씬하게 잘 빠진 몸통과 쭉- 뻗은 다리는 과거의 히포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달리는 속도 또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기에 이런 히포의 이동 속도를 두고 킬 라시온 멤버들은 한 줄기의 빛이 질주를 하는 것만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무혁이 생각하기에도 히포의 이동 속도는 확실히 어마어마했기에 다른 건 다 떠나서라도 히포의 이동 능력하나 만큼은 헬-라시온 최강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그리고 히포를 타고 마르케디악으로 향하며 알게 된 또 하나의 능력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히포가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은신 이동이 가능했다.
더불어 등에 타고 있는 무혁까지도 은신을 시켜주었기에 그는 수많은 마수와 마족들의 곁을 스치고 지나가면서도 아주 평화롭게 마르케디악을 향해서만 나아갈 수 있었다.
“마족들이 간격을 잡고 있을 줄이야.”
무혁은 마르케디악에 도착하기도 전에 히포를 타고 이동하면서 마족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러한 이동 방식의 목적은 뻔했다.
마족들이 더 이상 무턱대로 마수의 대지를 뒤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일정하게 앞뒤 간격을 둠으로써,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빠르게 주변 지역을 포위하며 상대를 옭아맬 수 있다는 의미였다.
즉, 더 이상 마족들이 개인적인 행동이 아닌 단체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히포, 기다리고 있어. 이건 알려줘야 할 일이니까.”
무혁은 히포가 쉬는 사이 멤버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이후로도 무혁은 히포와 함께 마수의 대지를 질주했다.
마르케디악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에 조금은 막연한 이동이었지만, 마족들의 움직임과 마수들의 위치, 분포되어 있는 범위 등을 나름 꼼꼼하게 파악해가면서 마르케디악이 있을 만한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무혁이 마르케디악을 찾아다니는 동안, 킬 라시온 멤버들은 여전히 마족을 사냥했다.
특히, 무혁에게서 마족들이 간격을 유지하며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킬 라시온 멤버들은 그 점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킬 라시온 멤버들 개개인의 실력이 이제는 혼자서도 마족 서너 명을 충분히 상대할 정도로 강력해진 것도 있었지만, 토빗이라는 최강의 탐색 능력을 가진 마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렇게 열흘 하고도 삼일이 더 지났을 때, 무혁은 마수의 대지 끝자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가까워진 것 같아. 그렇지?”
꾸득! 꾸득!
히포 또한 마르케디악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지 연신 나지막하게 울어댔다.
수만 명이 마족들이 머물고 있는 도시가 풍기는 기운은 제 아무리 겁 없이 마수와 마족들 사이를 질주했던 히포라 하더라도 긴장을 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자! 가자!”
무혁의 외침에 히포가 땅을 박차고 마치 빛이 이동하는 듯한 속도로 마지막 질주를 시작했다.
예상대로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무혁은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까마득한 높이의 성벽이 아주 단단하게 보호하고 있는 거대한 도시, 마르케디악을 인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