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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8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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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82화

마족 사냥 (12)

 

“가까워지고 있다.”

호테루의 나지막한 경고에 크로멘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인간이라는 생각을 지워야만 한다.

놈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방심을 하게 되고, 그건 곧 그의 손에 죽은 다른 마족들처럼 자신들 또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었으니까.

‘조력자부터 찾는 게 우선이다!’

겉으로 드러난 인간 외에 분명히 숨어 있을 존재.

실제로 마족의 죽음에 가장 큰 연관이 있을 미지의 존재를 최대한 빠르게 찾아내야만 자신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호테루와 크로멘이었다.

반면, 호테루와 크로멘을 기다리고 있는 이는 방구름과 방적삼이었다.

“구름 동생, 우리 방 씨 일가의 힘을 보여주자고!”

의욕적으로 손에 들린 창을 휘휘- 돌리는 방적삼의 모습에 방구름이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저는 아저씨와 같은 집안사람이 아니라니까요.”

방씨라는 이유만으로 ‘일가’라는 말을 입에 달기 시작한 방적삼의 모습에 방구름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방적삼은 호쾌하게 웃으며 인사치레도 없이 마족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내가 바로 창신 방적삼이다! 백섬창(白閃槍)!”

민망하지도 않은 지 스스로를 ‘창신’이라 부르며, 방적삼은 손에 쥐고 있던 창을 힘껏 내질렀다.

투- 팡!

“컥!”

“큭!”

백섬창이라는 이름처럼 새하얀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순식간에 호테루와 크로멘이 짧은 비명을 토해내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마족인 호테루와 크로멘으로서도 쉽사리 막을 수 없었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이, 인간 따위가!”

“바, 방심했다 하더라도 이게 무슨…….”

급히 몸을 일으킨 크로멘이 들으라는 듯, 방심이라는 단어까지 입에 담았으나 더듬거리는 말투는 방적삼의 공격을 눈으로 보고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크로멘, 우선 눈앞의 인간 놈부터 죽이자!”

호테루가 한 말의 뜻은 간단했다.

서로 자존심을 세우지 말고 함께 공격을 하자는 뜻.

크로멘 역시 인간의 공격을 보고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군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테루는 곧장 기형적으로 거대한 도끼를 허공에서 끄집어냈고, 크로멘은 두 자루의 날카로운 검을 양손에 쥐었다.

인간을 상대로 무기까지 꺼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방적삼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기도 했다.

“드디어 마족들로부터 인정을 받아냈다! 그렇지! 그렇지! 그런 모습이야 말로 나 창신, 방적삼을 대적하는 아주 올바른 자세지! 핫핫핫!”

마족 둘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 방적삼은 다시 한 번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하지만! 창신 앞에서 네놈들은 그저 온 몸이 벌집으로 변할 뿐이다! 일발백격(一發百格)!”

쿠웅-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바닥을 찍으며 방적삼이 한껏 비틀었던 창을 힘차게 내뻗자, 마치 한 자루의 창이 수십 조각으로 쪼개지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며 두 마족의 전신을 뒤덮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당!

요란할 정도로 타격음이 고막을 때려댔다.

위력적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앞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방적삼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방심을 버리고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인식마저 아예 내던진 두 마족의 전력을 다한 방어는 군더더기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건방진 놈!”

방적삼의 모든 공격을 막아낸 호테루가 먼저 반격을 펼쳤다.

호테루는 기형적일 정도로 거대한 도끼, 흡사 마상용 랜스 끝에 도끼날을 붙여 놓은 것만 같은 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휘둘렀다.

새카만 마기를 가득 머금은 도끼날이 순식간에 방적삼과의 거리를 좁히며 훅- 들어왔다.

카아아앙!

“읏!”

손이 떨릴 정도의 충격에 방적삼은 역시 마족의 힘은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방적삼 또한 이제는 호테루의 힘 정도에 나뒹굴 정도로 허약하지 않았기에 힘으로 견뎌내며 창대를 가볍게 튕겨냈다.

투웅-!

호테루의 도끼가 튕겨져 나가자 이번에는 어느 순간 자신의 코앞으로 접근을 해온 크로멘이 두 자루의 검을 빠르게 휘둘러왔다.

원거리와 근거리에서 이루어진 두 마족의 훌륭한 협공이었다.

당장이라도 크로멘의 검이 방적삼의 가슴과 허리를 베어버릴 것만 같은 순간.

“으아차! 돌풍회전막(突風回轉幕)!”

방적삼의 창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을 하더니 스킬 이름 그대로 돌풍이 그의 몸을 단단하게 감싸버렸다.

카강!

당연히 인간에게 치명상을 줄 것이라고 믿었던 크로멘은 자신의 공격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막아버리는 방적삼의 방어에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끝이다!”

방적삼이 크로멘의 공격을 막는 사이 호테루가 높이 뛰어오르며 그대로 도끼를 내리 찍었다.

거대한 반월이 그대로 떨어져 내리는 것만 같은 그 강력한 모습은 호테루의 말처럼 정말 방적삼을 끝내버릴 것만 같았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일격이 자신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적삼의 표정에는 한 점의 변화조차 없었다. 아니, 아예 호테루의 공격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자신의 앞에 선 크로멘을 향해 공격을 준비했다.

“신의 방패!”

방구름의 외침과 동시에 방적삼의 머리 위로 투명한 사각 방패가 생겨났다.

쿠- 아아앙!

엄청나게 큰 폭음이 터졌지만, 방적삼의 머리 위의 투명한 사각 방패는 멀쩡했다.

“…이, 이게…….”

크로멘이 만들어 준 기회를 완벽하게 노린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도 손쉽게 막혀버렸다는 사실에 호테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더듬거렸다.

“창왕창신(槍王槍神)!”

호테루의 공격을 무시한 방적삼의 공격은 크로멘에게 치명상을 안겨주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사방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방적삼의 창에 크로멘은 두 자루의 검을 허겁지겁 휘둘렀으나, 제대로 된 방어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그에게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공격이었다.

퍽! 콱! 퍼퍽! 꽈작!

팔이 찢어지고, 어깨가 찍히고, 허리와 허벅지 등이 찔리거나 베이면서 크로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온 몸에 검붉은 피를 흘리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어, 어떻게……!”

크로멘이 방적삼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호테루는 충격을 받은 듯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의 기회를 방구름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격을 펼쳤다.

“소울 어택!”

신의 방패만큼이나 낯간지러운 이름의 마력 스킬, 소울 어택은 방구름이 무려 12개의 공격용 마력 스킬을 조합해서 얻은 한 마디로 ‘필살기’라고 부를 수 있었다.

호테루의 머리 위에서 말 그대로 쏟아져 내리는 빛줄기는 피할 수도 없었다.

콰가가가가가가!

“크아아아-!”

수십 가닥의 빛줄기를 고스란히 얻어맞은 호테루가 입이 찢어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오늘부로 우리 방 씨 일가의 무적 행보가 시작되는 거다! 핫핫핫!”

호테루를 손쉽게 무너트리는 방구름의 모습에 방적삼은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다는 듯 손에 든 창을 번쩍- 치켜들며 그렇게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제발 그 방 씨 일가에서 전 빼주세요.”

방구름은 여전히 방적삼과 함께 엮이는 것이 불편하다는 얼굴이었다.

방적삼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은 크로멘은 호테루마저 죽을 위기에 처하자 더 이상은 이 자리에 남아 있어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짧은 격돌만으로도 힘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인간들이 이런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걸 모두에게 알려야만 해!’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라는 점은 현재 마수의 대지에서 이들을 찾는 많은 마족들이 서둘러 알아야만 할 특급 정보였다.

이러한 정보를 모르는 수많은 마족들이 인간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지 생각하니 크로멘은 오랜 시간 함께 다녔던 호테루를 방패막이로 삼아서라도 도망가야 한다고 결심을 내렸다.

‘동족을 위한 선택이다!’

생각을 마친 크로멘은 호테루에게 다가가 피투성이가 된 그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미안하다! 호테루!”

부축해서 일으킨 호테루를 크로멘은 그대로 방적삼과 방구름을 향해서 내던져버렸다.

“…허!”

방적삼은 동료 마족을 자신들에게 내던지고 그대로 등을 돌려 달아나는 크로멘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아무리 마족이라지만, 동료를 방패로 던지고 도망갈 줄이야.”

방구름 또한 크로멘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크로멘은 얼마나 열심히 도망을 가던지 모습이 순식간에 작아지고 있었다.

이대로 크로멘이 달아나면 방적삼과 방구름뿐만 아니라 킬 라시온 모든 멤버들의 상황이 악화된다는 걸 알면서도 두 사람은 여유롭기만 했다.

그 이유는 크로멘이 절대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호테루마저 방패로 내던지고 전력으로 도망을 가던 크로멘은 자신의 귓가에서 속삭이는 음성에 기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콰작!

“크아악!”

끔찍한 고통과 함께 어깨에 무언가 박혀 들어가자 크로멘이 비명을 내질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어깨를 확인하니 시커먼 그림자로 이루어진 검이 깊숙하게 박혀 있었다.

“…너, 너는…….”

크로멘은 자신의 어깨에 그림자 검을 박아 넣은 존재, 12세 정도로 보이는 미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조력자를 찾았다!

풍기는 기운 자체가 달랐다.

인간이 아닌 존재, 자신과 무척이나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정 반대의 기운을 품고 있는 그의 모습에 크로멘은 다른 마족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확인했지만, 오랜 시간 그 기쁨을 누릴 수가 없었다.

퍼- 억!

미소년이 내지른 주먹에 크로멘의 머리통이 터져버림으로써 유일하게 마수의 대지에서 비밀에 접근했던 마족이 생을 마감했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지?”

미소년, 로드는 크로멘의 시체를 앞에 두고 그의 영혼을 흡수할 생각에 입맛까지 다시고 있었다.

 

#

 

끼륵! 끼륵!

토빗이 정신없이 사방으로 돌아보며 펄쩍펄쩍- 뛰었다.

마수가 아닌 마족의 존재를 느꼈을 때에만 경고를 하라고 했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마족들이 마수의 대지를 뒤지고 다니는 거야?”

쉬지 않고 경고를 보내는 토빗의 모습에 르케임은 생각만으로도 징글징글하다는 듯 혀를 찼다.

“왜? 좋잖아? 어차피 많아봐야 둘에서 셋인데 무슨 걱정이야? 저게 다 우리의 고마운 영양제잖아.”

낄낄- 거리며 레오가 웃었다.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라는 듯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잡담은 그만하고 동쪽에는 몇 명이야?”

실비아의 물음에 아르케니아가 토빗을 향해 물었고, 마족의 수를 확인했다.

동쪽에 한 명, 서쪽에 세 명, 북쪽과 남쪽에 두 명씩.

도합 여덟 명의 마족이 토빗의 탐색 범위 내에 들어와 있었다.

“내가 동쪽!”

가장 먼저 레오가 동쪽으로 가겠다고 선언하자, 뒤를 이어서 실비아와 미첼이 북쪽, 마크와 엘리엇, 르케임이 서쪽, 마지막으로 남쪽은 필립과 아르케니아가 맡겠다고 나섰다.

끼륵! 끼륵!

“뭐? 또 나타났어?”

토빗은 새로운 마족이 또 자신의 탐색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고 경고했다.

“다섯 명?”

다른 때보다도 토빗이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고, 그만큼 많은 수의 마족이 나타난 것이었다.

“잘 됐네. 그렇지 않아도 다 가고 나면 뭐하나 싶었는데… 선생님, 저랑 같이 가시죠?”

무혁의 제안에 송정민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 빨리빨리 처리해서 시체만 가지고 다시 여기로 모이도록 하죠.”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활기차게 대답을 하고는 각자 선택한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마수의 대지에서 마족들을 유인한 작전은 그렇게 대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성공만큼이나 킬 라시온 멤버들의 힘은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얼마든지 와라! 모조리 잡아먹고 네놈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테니까!”

무혁은 어느새 먼 거리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마주 달려오는 다섯 명의 마족들을 바라보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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