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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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8화
마족 사냥 (8)
“…무슨 일이지?”
커웨인은 갑작스럽게 커스틸 중소도시의 강제 사냥이 종료되어 버리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제 사냥의 경우 어지간해서는 시작하기 전에 끝나는 일이 없었다.
즉, 지금과 같은 경우는 강제 사냥을 시작할 수 없는 급박한 일이 벌어졌다는 뜻인데, 보통 그런 일들은 사냥터에 특별한 문제가 생겼을 때뿐이다.
“쯧! 무슨 문제가 생겼기에.”
커웨인은 웬만해서는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는 쿠네르카가 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실소를 짓고 말았다.
“다음에 만나면 놀릴 거리가 생겼군.”
벌써부터 자신의 말에 인상을 찌푸릴 쿠네르카를 떠올려보며 웃는 커웨인이었다.
갑작스럽게 강제 사냥이 시작도 해보기 전에 끝나버리면서 참가를 했던 커스틸 거주자들이 대거 중앙탑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커웨인은 뭔가 좀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특히.
하나 같이 혼비백산한 표정들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강제 사냥이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렸으니 짜증을 부리거나, 다행이라는 식으로 안도의 표정을 지어야 할 인간들이 하나 같이 반쯤 얼이 빠진 얼굴로 다급하게 중앙탑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커웨인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던 것이다.
“흠…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더 이상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 커웨인이 쿠네르카를 직접 찾아가려고 할 때였다.
콰아앙!
중앙탑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충격이 탑 외부에서 발생했다.
“이게 무슨……!”
콰아아앙!
다시 한 번 거센 폭음과 함께 중앙탑 한쪽 벽면이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어떤 놈이……!”
누가 자신이 관리하는 중앙탑을 공격하는 것인지, 커웨인은 분명 그 대상이 마족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파괴가 벌어진 지점으로 직접 몸을 움직였다.
“마, 맙소사!”
“미, 미쳤어!”
“세상에… 주, 중앙탑을 공격하다니…….”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저런 미친 짓을 벌이는 거야?”
중앙탑 밖으로 나온 커웨인은 하나 같이 경악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인간들의 모습부터 눈에 들어왔다.
하긴, 외부에서 중앙탑을 공격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인간들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터였다.
“이제야 나왔네.”
후드를 깊게 눌러쓴 정체불명의 존재가 중앙탑을 빠져나온 커웨인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자신을 중앙탑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걸 알게 된 커웨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마족이 아닌 인간이질 않은가?
“감히 죽고 싶어서…….”
“오랜만이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끊어버리며 그렇게 말하자 커웨인은 눈꼬리가 살짝- 떨렸지만, 이내 그가 누구인지를 기억해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며, 몸에서 풍기는 기운도 딱히 특별하게 기억을 할 정도가 아니었기에 커웨인으로서는 상대가 누구인지 도저히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오늘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뭐, 덕분에 마수의 대지에서 꽤 유익한 시간을 보냈지만.”
유일한 힌트나 다름없는 상대의 음성을 통해서 정체를 기억하려던 커웨인의 눈동자가 천천히 일그러졌다.
“네놈 설마…….”
“알면 됐어. 내가 오늘 좀 많이 바빠서 말이야. 너랑 진하게 회포라도 풀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여유가 없네.”
또 다시 상대가 말을 끊어버리자 커웨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인간 주제에 자신의 말을 끊다니!
당장이라도 놈을 발로 짓밟아 버리겠다는 듯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상대가 커웨인에게 접근을 해왔다.
아니, 순식간에 상대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뒤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촤- 악!
“…끄윽!”
가까스로 몸을 틀었지만, 커웨인은 자신의 목에 길게 상처가 나는 것까지는 피할 수가 없었다.
“제법인데? 쿠네르카는 그냥 단번에 찔러버렸었는데.”
검은 색의 단검을 쥐고 선 남자,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그 얼굴이 확연하게 드러난, 그는 예상했던 것처럼 무혁이 맞았다.
“어, 어떻게…….”
커웨인은 자신의 목에 난 상처보다도 로케이카에게 분명히 죽었을 것이라고 여겼던 무혁이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점이 더욱더 놀라웠다.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그렇게 된 거지. 수룡!”
무혁은 말장난으로 커웨인을 놀리면서도 그가 혹시라도 이 자리를 빠져나갈 것을 염려해서 곧바로 수룡부터 사용했다.
보르칸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더 강해진 무혁이었고, 현재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커웨인은 몸이 굼떠져 있었다.
그 잠깐의 순간 사이에 거대한 물줄기가 한 마리의 용처럼 커웨인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다크 문.”
어디로도 빠져나갈 틈이 없어진 커웨인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검은 달이 떠올랐다.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낀 커웨인이 다급하게 양손을 들어 올리며 방어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어진 폭발!
콰가가가가가강!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중앙탑 주변에 몰려들어 그 장면을 지켜보던 이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허겁지겁 뒤로 도망가기에 바빴다.
“버텼어?”
무혁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숨만큼은 끝까지 지켜낸 커웨인의 모습에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보르칸을 상대했을 때보다 월등하게 강해져 있었기에 무혁은 솔직히 커웨인이 버텨냈다는 사실이 결코 달갑지가 않았다.
“…어, 어떻게 네, 네놈이 이런 힘을…….”
“왜 내가 가지면 안 되는 힘이냐? 니들만 가질 수 있는 힘은 아니잖아?”
무혁은 대꾸를 하면서도 블링크로 커웨인의 곁으로 붙으며 어느새 오른 손에 만들어 낸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서걱!
“끄어어억!”
왼팔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커웨인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신음했다.
“듣기 좋네.”
촤악!
오른팔마저 잘라버린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창으로 변환시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커웨인의 가슴 정중앙을 관통해서 땅바닥에 고정시켜버렸다.
푸- 욱!
양팔이 잘린 상태로 창에 관통당해서 꼼짝도 못하게 된 커웨인의 모습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끅… 끅!”
숨이 넘어갈 듯이 고통스러워하는 커웨인을 내려다보는 무혁의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도 차가워보였다.
“인간에게 죽는 기분이 어때? X같지? 너희 마족 놈들에게 죽었던 인간들도 똑같아. 그러니까 억울해 할 것도 없고, 분할 것도 없어. 너희가 자초한 일이잖아. 안 그래?”
“크으으… 네, 네놈이 이러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커웨인은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죽으려고 이러는 것 같아?”
“…나, 나의 동족들이 곧 널 잡아서 가장 처참하고도 끔찍하게 널 죽일 거다. 이건 나와 쿠네르카의 복수가 아니라 마족이기에 당연히 해야 할 복수니까.”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지릴 줄 알았어?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무혁은 그렇게 말하며 커웨인만이 들을 수 있도록 아주 작게 속삭였다.
“나는 말이야…….”
무혁의 말을 들으며 커웨인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이 팽창했다.
인간이 마족을 죽이고, 그 영혼을 흡수한다는 것도 믿기 힘든데 그런 일을 반복할 때마다 강해진다고 하니 커웨인으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무혁은 분명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있었다.
커웨인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싸운다 하더라도 이길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 놈씩 차근차근 죽여서 강해질 거다. 그리고 너희 마족 놈들의 씨를 말려버리고, 마신인지 뭔지 하는 새끼도 죽일 거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못 할까?”
무혁의 물음에 커웨인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정말로 무혁이 마족들을 모조리 잡아서 그 힘을 흡수한다면 과연 마신이라 하더라도 라시온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불현듯 들었던 것이다.
“이제 알겠어? 니들이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무혁은 그것이 마지막 말이라는 듯 블랙 본 장검을 새로 만들어서 커웨인의 목에 천천히 박아 넣었다.
“…끄… 르륵!”
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커웨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렇게 죽어버린 커웨인의 시체를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 넣어버리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바, 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마, 마족이 죽었잖아!”
“누가 죽인 거지?”
“당연히 같은 마족이겠지!”
너무 멀었기에 무혁과 커웨인의 대화를 조금도 듣지 못한 이들로서는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제 사냥에 참가했었던 커스틸 거주자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쿠네르카와 커웨인을 죽인 이는 마족이 아니라 자신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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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혁이 혼자 괜찮겠죠?”
르케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필립과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을 대신하듯이 로드가 대답했다.
“아버지의 힘은 지금 일반적인 마족들로서는 막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기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별 문제 없을 거예요.”
“로드, 그럼 일방적이지 않은 마족은 누굴 말하는 거야?”
방구름의 물음에 로드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그 윗줄의 마족들, 마왕이죠.”
“마왕?”
마왕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한 어감 때문인지, 인간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이미지 때문인지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마왕들도 있어?”
“모든 마신들은 그를 추종하는 마왕들을 거느리고 있죠.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마왕이라면 현재로서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두 달려들어도 상대 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죠.”
“그, 그렇게나? 도대체 마왕은 얼마나 강한 건데?”
“마족 수천 명을 홀로 거느리고 있을 정도로 강하죠.”
“…혼자서 수천 명을 상대할 정도라는 거야?”
방적삼이 긴장한 듯 딱딱해진 어조로 그렇게 묻자, 로드가 지금 웃으라고 한 말이냐는 듯 피식- 거렸다.
“인간의 왕은 그런가 보죠?”
“그럴 리가 있겠어? 하지만, 마족은 다르잖아?”
힘의 논리대로 살아가는 마족들이니 당연히 그런 것 아니냐는 듯 반문하는 방적삼이었다.
“마왕이 강한 건 사실이죠. 어지간한 마족 수십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렇다고 수천 명의 마족을 혼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건 아니니까 걱정할 것 없어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킬 라시온 멤버들 중 어느 누구도 안심하는 이는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재수가 없어서 무혁이 마왕이라도 만난다면 어쩌란 말인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무혁이 제발 무사하게 일을 마치고 돌아왔으면 싶었다.
“그런데 로드 넌 그런 걸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야?”
미첼의 물음에 로드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냥 여기에 다 있어요.”
“존재의 특별함이라는 건가? 멋지군! 훗훗!”
레오가 괜히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고자 그렇게 말을 하며 웃었고, 그제야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한결 풀린 표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무혁이 홀로 커스틸로 향해서 쿠네르카와 커웨인을 죽이는 동안, 킬 라시온 멤버들은 마수의 대지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며 대기 중이었다.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초월적 존재가 되었기에 함께 움직이면 그만큼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는 있었지만, 그러자면 무혁이 텔레포트를 사용할 때마다 과도할 정도의 정신력을 소모해야 했기에 결국, 편한 이동을 위해서 무혁 홀로 움직이기로 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로드와 송정민이라도 함께 다닐 것을 멤버들 모두 권유했지만, 그 역시 무혁이 거부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의 전력이 노출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마족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무혁은 최대한 오랜 시간 자신의 전력을 감춰서 많은 마족들을 사냥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대로 무혁은 또 한 명의 마족을 잡기 위해 이동을 마친 상태였다.
“오랜만이네.”
무혁은 자신의 시작점이었던 마우티 부락의 중앙탑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시작해볼까.”
무혁이 막 중앙탑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지부장 저번에 데리고 온 여자한테 완전히 빠져 있다면서?”
“말도 마라. 밤낮으로 완전 빠져 있다잖아. 연예인이라는데 뭐 말 다했지.”
“그렇지 않아도 분위기도 뒤숭숭한데 괜찮을까?”
“알게 뭐야. 지 말로는 이런 작은 부락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어떻게 알겠냐고 하잖아. 그럼 괜찮겠지 뭐. 그리고 막말로 여긴 이제 완전히 우리 육가문의 지배지나 다름없잖아? 설마하니 내부에서 고발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겠어? 안 그래?”
“그건 그래. 흑룡 길드부터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까지 킬 라시온 덕분에 완전히 해체가 되면서 우리 육가문이 어부지리로 마우티 부락을 먹어버렸으니까.”
“그 덕에 지부장만 완전 살판났지. 이참에 양심선언이나 해버려?”
“할 수 있으면 해봐. 지부장 윗선에 갖다 바친 게 얼마나 되는지 몰라?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무너질 일은 없을 거다.”
“나도 알아. 그냥 장난으로 해본 말이야.”
낄낄- 웃으며 길을 걷는 두 남자, 그리고 그들의 옷에 새겨져 있는 ‘육(六)’ 마크.
그 모습에 무혁은 한 여자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안소영…….”
무혁은 시간의 탑에서 허무하게 죽었던 안소영을 떠올리고는 중앙탑을 바라보다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운 좋은 자식. 조금만 기다려라.”
중앙탑에 머물고 있을 마족, 크레우스타를 떠올리며 무혁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았던 건 다름 아닌 무혁 그 자신이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