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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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4화
마족 사냥 (4)
또 하나의 재생의 마석을 흡수한 로드가 아주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흡수를 한 재생의 마석까지 로드는 자그마치 스무 개가 넘는 재생의 마석을 흡수했다.
많은 수의 재생의 마석을 흡수했기 때문인지, 일정 수준 이상의 재생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 로드였다.
그렇다고 다크 슬리비처럼 몸의 절반이 날아가고도 그 자리에서 즉시 재생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팔이나 다리가 절단 나더라도 몇 시간이면 다시 멀쩡해질 정도는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주변에 다크 슬리비도 없는 것 같은데 다른 곳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르케임은 슬슬- 다크 슬리비 사냥이 지겹다는 듯, 그렇게 은근슬쩍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냈다.
아쉽게도 재생의 마석이 가진 힘을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로드가 유일했다.
로드 외에 송정민, 레오, 무혁까지 재생의 마석을 흡수해보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즉, 흡수를 한다 하더라도 재생 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던 것이다.
로드의 생각이 맞았다.
재생의 마석은 마기에만 반응을 하였기에 인간에게는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로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로드만이라도 재생의 마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위안 삼아 지난 며칠 동안 로드를 위해서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다크 슬리비를 사냥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토빗이 다크 슬리비를 찾아내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었으며, 로드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재생 능력을 갖추었으니 다른 마수를 사냥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르케임의 말에 로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해요.”
다크 슬리비가 눈앞에 있다면 모를까, 지난 며칠만으로도 이미 충분했기에 로드 역시 더 이상은 자신 때문에 킬 라시온 멤버들이 괜한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싶었다.
정말 괜찮겠냐는 무혁의 물음에 로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마수를 사냥하도록 하죠.”
무혁 역시 로드가 만족한다고 하니 깔끔하게 다크 슬리비 사냥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왕이면 다크 슬리비보다 더 강한 마수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레오의 말에 나머지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진다.
특히, 강한 상대와 싸울수록 값진 경험이 쌓였기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지난 두 달 전보다도 훨씬 더 강해진 상태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멤버들이 더욱더 자신의 힘을 능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전투 능력이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무시무시한 재생 능력으로 무장한 다크 슬리비도 이제는 큰 어려움 없이 대처가 가능할 정도였으니, 이왕이면 더 강한 마수와 싸우면서 자신의 실력을 더욱더 높이고 싶은 것이었다.
끼륵! 끼륵! 끼륵! 끼륵! 끼륵!
아르케니아의 곁에 얌전히 앉아 있던 토빗이 정신없이 소리를 내지르며 겁에 떨었다.
다크 슬리비의 존재를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모습에 아르케니아가 재빨리 토빗을 품에 안았다.
“괜찮아, 언니가 있잖아.”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정을 시키려고 했지만, 아르케니아의 품에 안겨서도 토빗은 미친 듯이 몸을 팔딱- 거리며 당장이라도 도망가려고 했다.
“뭐야? 도대체 뭐가 있기에 토빗이 저렇게까지 난리를 치는 거야?”
처음 보는 토빗의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토빗이 저렇게까지 발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존재가 주변에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무혁 또한 토빗의 행동에 의아해하다가 몸부림치는 반대 방향을 바라보다 얼굴을 굳혔다.
“저쪽인가? 뭐가 있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강력한 마기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족이 오고 있어요.”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그대로 온 몸이 굳어버렸다.
이미 두 차례나 무혁이 마족을 죽였다는 걸 알면서도 마족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을 했던 것이다.
“무혁아, 정말 마족이 온다는… 마, 마족이다.”
확실하냐는 듯 되묻던 르케임은 멀지 않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마족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훅 들이마셨다.
그것도 둘이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마기를 뿌려대며 달려오는 두 마족의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반면, 무혁과 로드, 송정민은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서서 멤버들의 앞을 보호하듯 자리하고 서 있었다.
“무혁아, 나와 로드가 오른쪽을 맡으마.”
마족 두 명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무혁에게 마족 하나를 맡기고, 남은 한 명은 자신과 로드가 맡겠다는 듯 송정민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주었다.
“조심하세요.”
로드와 송정민이라면 마족 한 명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무혁은 큰 걱정하지 않고 왼쪽에서 달려오는 근육질의 남성형 마족을 주시했다.
“이거… 평범한 인간들이 아니었군!”
보르칸은 감히 인간 주제에 어떻게 마수의 대지에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는데, 막상 눈앞에서 확인을 하니 상상 외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기가 막혔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페레이라가 로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자, 보르칸 역시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들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지?”
페레이라가 묻자 보르칸 또한 대답이 꽤나 궁금했던지 팔짱까지 끼는 여유를 보였다.
“죽을 놈들이 궁금한 것도 많군.”
송정민은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마족과 시답잖은 대화나 주고받을 생각 따윈 없었기에 송정민은 선수필승이라는 평소의 지론대로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온 몸에 투왕기를 두른 송정민이 검을 세우고 달려들자 페레이라가 눈꼬리를 부르르- 떨었다.
“인간 따위가 어디서 감히!”
언제나처럼 인간을 무시하는 발언과 함께 페레이라가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파지지지직!
페레이라의 손에서 검은 전류가 사방으로 뻗쳐나갈 정도로 강력한 전류의 구체가 만들어지더니 곧장 송정민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공간 점프!”
송정민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전류의 구체를 바라보며 특기 중 하나인 공간 점프 스킬로 쉽게 피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래쪽에 위치해 있는 페레이라의 머리를 노리고 인정사정없이 검을 내리 찍었다.
카- 앙!
예측하지 못했던 공간 이동과 완벽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송정민의 공격이었지만, 페레이라 역시 마족답게 그 정도에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듯 방어를 해냈다.
‘인간이 어떻게!’
하지만, 송정민의 움직임과 공격력은 페레이라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방어하기 위해 뻗었던 팔이 저릿저릿- 거릴 정도로 그 충격이 상당했던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공격이 당연히 막힐 것이라는 걸 예상한 듯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고 연계 공격을 해오는 송정민의 움직임이었다.
무턱대고 힘만 믿고 싸우는 멍청한 마족들보다도 훨씬 더 노련했으며, 치밀했고, 집중력 또한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페레이라 역시 전투라면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믿기 힘든 속도로 검을 휘두르며 자신을 몰아치려는 송정민의 공격에 페레이라는 양손을 교차하며 강려한 전류의 폭풍을 일으켰다.
콰자자자자자자자작-!
순식간에 벌어진 전류 폭풍!
페레이라가 일으킨 전류 폭풍은 반경 10미터를 초토화시켜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어지간한 마족이라 하더라도 휩쓸리는 순간 심각한 타격을 받아서 전투 불능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보다 나약한 신체를 가진 인간 따위가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송정민은 무식하게 버텨내겠다는 미련한 생각 따윈 애초부터 없었다.
공간을 뚫고 이동하는 공간 점프 스킬로 페레이라의 전류 폭풍을 피해버린 것이다.
“…잇!”
송정민의 얄미운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르자 페레이라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고, 그녀의 몸에서 검붉은 마기가 자욱하게 뿜어져 나왔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지직!
거기에 더해서 페레이라의 몸에서 강력한 전류가 제 멋대로 사방팔방으로 뻗쳐나가니 아무리 검을 들고 있다 하더라도 송정민으로서는 가까이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갈기갈기 터트려주마!”
페레이라가 자신이 자랑하는 강력한 전류로 송정민에게 공격을 퍼부으려고 할 때였다.
“……!”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발을 내려다보니 놀랍게도 검은 그림자들이 그녀의 발목을 완벽하게 칭칭- 감은 상태로 속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의 짓인지는 물을 것도 없었다.
발목을 구속하고 있는 검은 그림자들과 똑같은 검은 그림자들이 사방에서 밀려들고 있었는데, 그 끝엔 로드가 양손을 좌우로 펼친 상태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림자 폭발.”
쾅- 쾅- 쾅- 쾅- 쾅!
페레이라를 향해 달려들었던 그림자들이 말 그대로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위력 자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더욱더 무서운 점은 발이 묶인 상태에서 수십 개의 그림자가 순차적으로 달려들어 폭발하는 걸 피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페레이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페레이라의 고전에 보르칸이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자신의 몸을 칭칭- 감아오는 굵직한 물줄기에 그는 미간을 무섭도록 일그러트렸다.
자신을 공격하는 무혁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려던 보르칸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세에 재빨리 머리를 뒤로 젖혔다.
거대한 검은 색의 구체, 다크 문이 어느새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사방으로 폭발의 여파가 퍼져나갔다.
“크아아아아!”
수룡과 다크 문의 연계 공격에 뜻하지 않은 공격을 당한 보르칸이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다.
한쪽 어깨가 부서졌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르칸은 자신을 공격한 무혁만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무혁 역시 보르칸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부서졌던 어깨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보르칸의 몸 전체도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득! 우드드득!
듣기 거북할 정도의 뼛소리가 사방으로 울리면서 보르칸의 몸이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본래보다 네 배 이상은 커진 보르칸은 외형적으로도 크게 변해 있었다.
“황소?”
달라진 보르칸의 모습은 딱 황소가 인간이 되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다만, 이마 중앙에 우람하게 솟아난 굵직한 뿔과 녹빛으로 번들거리는 두 눈동자, 그리고 온 몸에서 흘러나오는 새카만 기류의 마기는 이전보다 더욱더 강력해져 보였고, 실제로도 그런 힘이 느껴졌다.
“재생 능력까지… 그때 그 놈보다 까다롭네.”
무혁은 마수의 대지에서 처음으로 만났었던 마족, 베르크를 떠올렸다.
당시 베르크는 로드, 송정민과 함께 협공을 해서 죽였었다.
더군다나 무혁이 모든 전력을 다 투입했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던 수룡과 다크 문으로 금방 끝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보르칸은 다르다.
아무리 수룡과 다크 문의 위력이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공격을 성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큰 이득을 취하지 못한 것은, 역시 재생 능력이 가진 우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베르크 역시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그렇게 단시간에 끝날 싸움이 아니었겠지.’
물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무혁은 보르칸이 제법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재생 능력은 단순하게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으니까.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 아니지, 아예 팔이나 신체 일부를 내주면서까지 날 죽이기 위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려고 하겠지?’
이래서 까다롭다.
자신의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가 존재하지 않으니, 상대와의 손익을 따질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기기만 한다면 다시 멀쩡하게 돌아올 테니까 겁을 낼 필요도, 주저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로드가 부럽네.’
무혁은 왜 하필 재생의 마석이 인간은 사용할 수 없는 것인지 아쉽기만 했다.
하지만, 무혁은 모르고 있었다.
그에게는 재생의 마석이 구태여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그 뼈까지 씹어 먹어주마!”
분노한 보르칸이 무혁을 향해 미친 소처럼 질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