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7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72화
마족 사냥 (2)
“페레이라,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가자니까.”
멋진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 마족이, 붉은 입술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여자 마족인 페레이라에게 연신 치근거리고 있었다.
“꺼지라고 했지!”
“너는 아무것도 할 것 없어! 정말이야! 내가 전부 사냥하고, 마석까지 페레이라, 네게 절반을 주겠다니까? 이번에는 나와 함께 가자, 응?”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나는 이미 베르크와 함께 가기로 했다고!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
자신을 신경질적으로 밀쳐내는 페레이라였지만, 남자 마족은 여전히 끈질겼다.
“베르크? 그 자식은 이미 약속 따윈 잊었어! 벌써 4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걸 봐서는 헬로이나를 찾아간 것이 분명해!”
헬로이나의 이름이 나오자 페레이라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뭐라고?”
페레이라가 반응을 보이자 남자 마족, 보르칸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베르크가 헬로이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걸 몰랐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페레이라의 무시무시한 눈빛에도 보르칸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아는 놈들은 다 아는 일이야. 베르크가 헬로이나를 좋아한다는 건.”
“그게 사실이야?”
“내가 뻔히 들통 날 거짓말을 왜 하겠어?”
보르칸의 당당한 표정에 페레이라의 눈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윽고 페레이라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으며, 그녀의 몸에서 검붉은 마기가 자욱하게 뿜어져 나왔다.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베르크는 원래 그런 놈이야. 그러니까 그딴 자식은 잊어버리고 이번에는 나와 함께 마수 사냥을 가자. 페레이라, 네가 정 싫다면 나도 더 이상은 귀찮게 하지 않을게. 하지만 마지막으로 신중하게 생각을 해봐. 넌 손도 까딱하지 않고도 마석을 얻을 수 있다고.”
이런 절호의 기회를 정말 날려버릴 거냐는 보르칸의 말에 페레이라도 끝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베르크 그 개자식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으니까 나와 함께 그 개자식을 죽이자.”
“얼마든지!”
오히려 자신이 더욱더 바란 일이라는 듯, 보르칸이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언제 출발할 거지?”
“페레이라, 네가 준비되면 언제든! 하지만, 준비가 늦어지면 곤란해. 알다시피 지금이 다크 슬리비가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니까.”
“나도 알아. 3일 후에 출발 해.”
걱정하지 말라는 듯 페레이라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버렸다.
멀어지는 페레이라를 바라보며 보르칸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베르크, 이 멍청한 놈.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내가 페레이라를 확실하게 차지해주마!”
마수의 대지에서 페레이라와 단 둘이 마수를 사냥할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보르칸이었다.
#
“이건 뭐야?”
무혁은 마수의 대지에서 처음으로 얻은 손바닥 크기의 검은 보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보석 안쪽에는 기괴한 문양과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듯한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다크 문과 수룡으로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던 촉수 마수였지만, 얼음의 갑옷을 믿고 밀고 들어가 촉수와 게 눈을 모조리 잘라버린 무혁의 무식한 공격 앞에서는 버텨내지 못했다.
그렇게 촉수 마수를 죽이고 나자 놀랍게도 사체가 물처럼 변하더니 그대로 대지로 스며들어 버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마정이나 혈청이 아닌 검은 보석이었다.
“형님, 그게 뭐에요?”
방구름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고, 다른 멤버들 또한 어느새 둥그렇게 무혁을 감싸듯 모여서는 검은 보석을 유심히 바라봤다.
“감정을 해보면 알겠지.”
르케임의 말에 무혁은 곧바로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재생의 마석’이 감정되었습니다.]
“재생의 마석이라고?”
무혁은 그게 뭔가 싶어서 상세한 정보를 확인해봤다.
|재생의 마석|
· 신체를 재생 시킬 수 있는 마석이다.
· 다크 슬리비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설명이지만, 그 효과는 상상외로 뛰어났다.
무혁에게 재생의 마석에 대한 설명을 들은 킬 라시온의 멤버들 또한 재생의 마석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이것 때문에 다크 슬리비인지 뭔지 하는 마수가 재생을 할 수 있었던 거구나.”
엘리엇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생의 마석을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무혁을 바라봤다.
“이걸 우리도 사용할 수 있다면…….”
전투 중에도 손상된 신체가 그 즉시 바로 재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치유 능력이었다.
무혁이 제 아무리 1등급 자연 회복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잘려 나간 신체가 저절로 재생하는 능력까지는 없다.
물론, 잘려나간 신체를 가지고 중앙탑으로 돌아가면 다시 회복시킬 수는 있지만, 마족들과 본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면 더 이상 중앙탑에서의 회복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신체가 절단 된다면 무혁으로서는 꼼짝없이 리커버리 스킬을 사용해야만 하는데, 재사용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재생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리커버리 스킬의 재생 회복 능력을 패시브 스킬로 보유하는 것과 같아!’
무혁으로서도 탐이 났다.
슬쩍- 멤버들을 바라보니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체 재생이라는 능력은 말 그대로 신의 영역이나 다름없었으니 그걸 탐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르케임이 참지 못하고 무혁에게 물었다.
갖고 싶다는 욕심은 컸지만, 무혁이 잡은 마수였으니 그걸 달라고 할 자격은 없었다.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몰염치한 사람은 없었기에 무혁이 스스로 재생의 마석을 갖겠다면 아쉽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우선 이걸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알아봐야죠.”
“아, 그것도 그러네.”
생각해보면 마수의 몸에서 나온 마석이니 이걸 인간들이 사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떻게 알아볼 생각인데?”
실비아의 물음에 무혁은 대답 대신 로드를 불렀다.
“재생의 마석이요?”
로드는 무혁이 건네주는 재생의 마석을 가만히 살펴봤다.
한참동안 재생의 마석을 살펴보던 로드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이건 저도 처음 보는 거라서 뭐라고 답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제 예상으로는 아마도 아버지와 같은 인간이 흡수하기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어째서?”
“가장 큰 이유로는 재생의 마석 자체가 풍기는 기운이 마기에 특화되어 있어요. 다시 말하면, 마기를 근본적인 힘으로 해서 재생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죠. 그러니 재생의 마석을 흡수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과연 제대로 된 재생 능력이 발휘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할 것 같아요.”
“마기라면 우리도 있잖아?”
마크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로드가 피식- 웃었다.
“그건 억지로 마수의 마정을 흡수하면서 마기를 받아들이는 수준일 뿐이죠. 간단하게 마기 중독 현상 정도를 벗어나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마기 자체가 인간의 근본적인 힘이라고 할 순 없어요.”
“그럼 우리는 마기를 다룰 수 없다는 거야?”
미첼의 물음에 로드가 역으로 반문했다.
“지금까지 마기의 힘을 쓴 적이 있어요?”
마기를 쓸 수 있냐며 로드가 묻자, 미첼과 다른 킬 라시온 멤버 모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로드의 말처럼 고유 능력에 마기가 생성되었고, 등급을 꾸준하게 올리고 있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마기를 사용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마기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좋다 말았네.”
르케임이 그렇게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재생 능력이라는 경이적인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싶었던 희망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래도 확실한 건 아니잖아?”
방적삼은 희망의 끈을 벌써 놓을 순 없다는 듯 로드를 바라봤다.
“맞아요. 확실한 건 아니죠. 하지만, 전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요.”
로드의 말에 방적삼은 끙- 하며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그래도 시도는 해볼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혹시 모르잖아, 지금까지 마기를 사용한 적이 없었던 것은 그걸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지도. 아니면, 마기를 필요로 하는… 일종의 스킬과 같은 것을 익히지 못해서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고.”
이를 테면 재생의 마석과 같은 힘을 흡수하면 마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겠냐는 필립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방적삼이 가장 먼저 손뼉을 쳤다.
“그렇군! 리더의 말처럼 우리가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던 거야! 아니, 마기가 필요한 스킬을 익히지 못했던 것뿐이야! 분명, 우리도 재생의 마석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제발 로드의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는 듯, 방적삼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또한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로드도 그 부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흠…….”
무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재생의 마석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로드나 필립, 둘의 의견 중 어느 쪽이 맞을지는 모른다.
결과적으로 시도를 해보기 전까지는 어느 쪽으로도 단정 지을 수가 없었기에 무혁은 더 이상 길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해보면 알겠지.’
무혁은 재생의 마석을 사용하기로 결정지었다.
“무혁이 네가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저는 표본이 될 수가 없어요.”
무혁은 고유 능력 중 마기가 따로 없었다.
기존의 정마력이 마기, 마나와 함께 통합이 되어버리면서 마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생의 마석을 사용하기엔 어울리지가 않았다.
결국, 재생의 마석은 킬 라시온 멤버들 중 한 사람이 사용해야만 했다.
“이왕이면 표식이 없는 사람으로 가자.”
필립의 말에 방적삼 등이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표식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을 할 수도 있었기에 우선은 표식이 없는 송정민과 레오 중 한 사람에게 재생의 마석을 사용하기로 했다.
고민 끝에 재생의 마석을 사용하기로 한 건 송정민이었다.
초월적 존재였기에 레오보다는 안전하지 않겠냐는 의견과 궁극적으로는 모든 멤버들이 송정민과 같은 상황이 되어야만 했기에 그가 먼서 재생의 마석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 것이다.
“어떻게 사용하지?”
송정민이 손에 쥔 재생의 마석을 바라보며 난감하다는 듯 로드를 바라봤다.
혹시나 스킬처럼 익힐 수 있는 것인가 싶어서 ‘재생의 마석’이라는 이름을 몇 차례나 큰 소리로 외쳐 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렇다고 손바닥만한 크기의 딱딱한 재생의 마석을 삼킬 수도 없었고, 힘을 줘서 부숴보자니 위험성이 컸기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방법부터가 문제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드가 한 마디 거들었다.
“마기로 느껴야 할 것 같아요.”
“마기?”
문제는 송정민이 마기 자체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거였다.
한참 동안이나 송정민은 재생의 마석을 손에 쥐고 끙끙- 거렸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보다 못한 로드가 재생의 마석을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손에 쥐고 마기로 재생의 마석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푸스스스스스스.
놀랍게도 재생의 마석이 검은 연기로 변하더니 그대로 로드의 손바닥을 통해서 몸으로 흡수되어버렸다.
“뭐야!”
“없어진다!”
“로드!”
“…어?”
가장 놀란 건 로드였다.
설마하니 설명을 하는 와중에 재생의 마석이 자신에게 흡수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이 갑작스런 상황에 무혁은 물론, 킬 라시온 멤버 전원이 두 눈만 껌뻑거렸다.
“…로드, 일부러 노렸지?”
르케임의 말에 로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황급히 손을 저었다.
“노렸네, 노렸어.”
실비아가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영악한 놈! 명색이 천사라는 녀석이 마족의 힘을 얻더니 음흉하게 잔꾀만 늘었어!”
방적삼을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 또한 한 마디씩 내뱉었다.
로드로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에 엉뚱하게 휘말리며 억울하기만 했다.
“로드.”
무혁이 로드의 이름을 불렀다.
“아버지, 전 정말로 억울… 그건 뭐에요?”
로드는 조용히 블랙 본 단검을 만들어내는 무혁의 모습에 눈을 찌푸렸다.
“손가락 내밀어. 흡수한 건 어쩔 수 없더라도 효과는 시험해봐야지.”
무혁은 블랙 본 단검을 들고 서늘하게 웃었다.
“그래, 어차피 손가락일 뿐이잖아.”
“재생이 안 된다 하더라도 나중에 무혁이가 리커버리 스킬로 다시 멀쩡하게 정상으로 돌려놓을 거야. 물론, 우리 모두의 표식을 먼저 제거하고 나면.”
무혁의 곁에 길게 늘어서서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의 모습에 로드는 진심으로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