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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6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67화

반격의 서막 (10)

 

또 다시 자신의 눈앞에 마족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무혁은 기가 막혔다.

‘정말 무슨 마가 씌웠나? 무슨 마족들이 자꾸만 이렇게 나타나는 거야?’

헬-라시온에 마족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마족이 직접적으로 인간을 찾아오는 일은 무척이나 드물었다.

그래서일까, 무혁은 불과 열흘 사이에 두 번이나 마족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진짜 본격적으로 마족들과 전쟁을 앞두고 있으니 제대로 붙어보라는 신의 계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무혁은 이내 이맛살을 찌푸렸다.

신의 계시는 개뿔.

“그냥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더러운 운빨이지. 아닌가? 오히려 그 반대인가?”

무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마족, 로케이카를 올려다봤다.

초감각의 스킬을 통해서 느껴지는 로케이카의 힘은 대략적으로 바로 직전에 만났었던 베르크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베르크도 다크 문 한 방에 작살이 났는데 너도 앞일이 눈에 뻔히 보인다.’

무혁은 슬쩍- 웃음마저 나왔다.

마치, 나 잡아 잡숴- 라고 달려드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웃는 무혁의 모습이 로케이카의 신경을 건드렸다.

“웃어?”

로케이카의 눈동자가 당장이라도 살을 얼려버릴 것처럼 새파랗게 빛났고,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디찬 한기가 주변 공기를 일순간에 얼려 버렸다.

“크윽!”

“흡!”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 하나, 둘 로케이카의 살인적인 한기에 몸을 떨어댔다.

문제는 무혁이었다.

“버텨?”

압박감에 힘겨워하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꼿꼿하게 서서 자신의 한기를 보란 듯이 버텨내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로케이카로 하여금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고작 인간 따위…….”

“지겹네.”

무혁은 귀까지 후벼가며 로케이카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 시건방진 모습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무혁을 바라봤고, 필립은 괜한 짓으로 마족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만류하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

“무혁아.”

“괜찮아요. 조금 전에 말했잖아요.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무혁은 분명 마족을 죽이고, 그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초월적 존재가 되었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은 물론, 다른 멤버들 모두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지금은 장소가 좋지 않았다.

여기서 마족과 싸움이 벌어지면 무조건 커웨인이 나타날 것이기에 필립은 로드와 송정민이 있다 하더라도 마족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여겼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무혁 역시 필립이 우려하는 점을 머릿속에 염두 해두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싸움으로 인해 다른 멤버들이 피해를 입을 것까지도 걱정했다.

“보니까 날 잡으려고 온 것 같은데… 나갈까?”

“뭐?”

로케이카는 무혁의 말에 진심으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의 손짓 한 번이면 피떡이 되어 죽어버릴 인간 주제에 싸울 장소를 택하겠다니 로케이카로서는 마족으로 살아오면서 지금보다 황당한 일은 단연코 없었다.

“나를 앞에 두고 있으니 네놈이 실성이라도…….”

“그래, 고분고분 따라올 리가 없겠지. 그럼 따라오도록 내가 만들어야겠네. 잘 따라 붙으라고. 블링크!”

더 이상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무혁은 재빨리 자리를 이동했다.

블링크 스킬로 최대한 멀리 이동을 해버리는 무혁의 모습에 로케이카는 일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까드드득! 살아 있는 상태로 네놈의 심장을 끄집어 내주마!”

이를 갈아붙이며 로케이카는 무혁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로케이카가 사라지자 그제야 온 몸을 압박하던 차디찬 한기에서 해방된 킬 라시온 멤버들이 무혁을 걱정했다.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르케임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 또한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 발끝에 힘을 줬다.

“…따라갈 수나 있겠어?”

필립이 그렇게 되묻자,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눈 한 번 깜빡이기도 전에 블링크로 1000미터를 이동하는 무혁이다. 그런 그가 작정하고 마족을 유인하고 있었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거리를 이동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따라가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젠장!”

자신의 무능력함을 절감한 필립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모든 고유 능력이 1등급이면 뭐하나?

앞으로 상대하고자 하는 마족들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보다도 못한 나약한 존재인 것을.

필립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또한 열등감을 느껴야만 했다.

자타공인 헬-라시온 최강의 길드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무기력한 순간이었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무혁은 계속해서 블링크로 최대 거리를 이동했다.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는 로케이카의 기척을 느끼면서 그를 최대한 커스틸 도시에서 떨어트렸다.

‘이번에도 내가 먹는다!’

무혁은 로케이카를 처리하고 그의 영혼을 흡수할 생각에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송정민과 로드가 군침을 흘리겠지만, 우선은 자신이 우선이라 여기는 무혁이었다.

‘로드가 삐칠지도 모르니까 다음 차례는 로드에게 줘야겠지?’

로드 역시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기에 무혁은 무조건 다음에 마족을 잡으면 그 영혼은 그에게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무혁은 커스틸과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다고 느끼고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곧바로 로케이카가 달라붙었다.

“도망은 다 온 거냐?”

“도망이라고 할 건 없고… 그런데 날 어떻게 찾아온 거지? 설마 벌써 내 소문이 마족들 사이에 퍼진 건 아닐 테고… 커웨인 짓인가?”

무혁의 말에 로케이카가 비릿하게 웃었다.

“궁금했다. 어째서 한낱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그토록 신경을 쓰는 것인지. 그런데 이제 보니 알 것 같군. 넌 다른 인간들과는 달라. 마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어. 설마, 제 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베울을 죽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네놈과 함께 하고 있는 마정의 의지를 믿는 건가?”

로케이카의 말에 무혁은 강제 사냥에서 베울을 생각보다 쉽게 죽였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운이 좋았었네.’

설령, 베울이 본래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중요한 건 로케이카를 끌어들인 것 또한 커웨인이라는 사실이다.

‘강제 사냥 때까지 기다렸다가 쿠네르카를 먼저 죽여야 하는데…….’

계획은 강제 사냥 때 쿠네르카를 먼저 죽이고, 커웨인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커웨인이 하는 짓을 봤을 때,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싶어 고민스러워지는 무혁이었다.

고민하는 무혁의 모습이 로케이카는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한심스럽군. 어차피 여기서 죽을 놈이 무슨 다른 걱정을 하는 건지. 네놈 덕분에 쓸 때 없는 시간만 낭비했다. 이제 그만 죽어라!”

로케이카는 더 이상 인간 따위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듯, 수십 자루의 얼음 창을 만들어 내고는 그것을 그대로 무혁에게 날려 보냈다.

모양만 놓고 본다면 아이스 스피어처럼 보였지만, 그 위력은 전혀 달랐다.

주변 공기를 얼려버리며 날아가는 아이스 스피어는 1등급 몬스터라 하더라도 꽥-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온 몸이 얼어붙어서 산산조각이 날 정도였다.

다만, 문제는 무혁이 고작 1등급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실드!”

무혁의 전면으로 7개의 실드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실드는 로케이카의 수십 자루의 얼음 창을 모조리 막아내는 것도 모자라서 더욱더 강력해진 위력으로 되돌려 보내기까지 했다.

“…이, 인간 따위가!”

로케이카는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얼음 창들을 바라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공격을 막는 것도 모자라서 되돌려 보내기까지 한다는 사실이 로케이카에게는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로케이카는 재빨리 얼음벽을 만들어내며 되돌아오는 얼음 창들을 막아냈다.

콰자자자자작!

이 기막힌 상황에 로케이카가 분노를 터트리기도 전에 어느새 그의 주변으로 거대한 물줄기가 똬리를 틀며 압박해왔다.

반격까지 당하자 로케이카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로케이카가 수룡의 압박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진짜 무혁의 공격은 그의 머리 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운석, 다크 문이었다.

“역시 최강의 조합이란 말이야.”

무혁은 수룡으로 상대를 포위 압박하고 다크 문으로 공격하는 이 패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조합이라 하더라도 위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2퍼센트가 부족한 법.

“크아아아-!”

분노의 고함을 내지르며 로케이카가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다크 문을 향해 거대한 얼음의 구체를 마주 날렸다.

콰가가가가강!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주변이 폐허가 될 정도로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니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무혁은 어느새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냈다.

속전속결!

“블링크!”

무혁은 충격파를 직격으로 받아서 온 몸이 떨리고 있는 로케이카를 향해서 블랙 본 장검을 내질렀다.

푸- 확!

“커헉!”

로케이카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복부를 꿰뚫고 있는 블랙 본 장검을 내려다봤다.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치명상을 입었으니까!

이토록 허무한 결과라니!

그것도 한낱 인간 따위에게!

이런 일은 상상도 못해본 로케이카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복부를 검으로 찌르고 있는 무혁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앞으로 몇이나 더 죽여야 날 그렇게 보지 않으려나?”

무혁은 베르크와 비슷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로케이카의 모습에 벌써부터 신물이 난다는 듯 혀를 찼다.

하지만, 한동안은 계속해서 이런 시선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마족들에게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인지시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 영혼 잘 흡수해주마.”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한 자루의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내고는 그대로 로케이카의 목을 빠르게 그어버렸다.

서- 걱!

무혁을 여타의 다른 인간들처럼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로케이카의 허무하고도 비참한 최후였다.

“어디 한 번 영혼을 흡수해보실까?”

무혁은 벌써부터 더욱더 강해질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

 

“지금쯤이면 로케이카가 그 건방진 놈을 죽였겠지?”

쿠네르카가 그렇게 말하며 큭큭- 웃었다.

제법 자신을 놀라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진짜 마족의 힘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쿠네르카였다.

“…그렇겠지.”

커웨인 역시 로케이카가 실패할 것이라고는 단 1퍼센트도 가정하지 않았다.

“앓던 이가 빠졌으니 시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쿠네르카는 어째서 커웨인이 조금도 기뻐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아.”

“실수라니?”

“놈을 내 손으로 직접 죽였어야 했어.”

“상관도 없던 로케이카에게 복수를 맡긴 것이 아쉽다는 거로군.”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쿠네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로 복수는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직접 했을 때 가장 큰 쾌감과 성취욕을 느낄 수 있는 법이었으니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잊어버려.”

아쉽지만 어쩌겠냐는 듯 쿠네르카는 그렇게 말했고, 커웨인 역시 벌써 제 일을 마치고 돌아갔을 로케이카를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인간 놈과 함께 어울렸던 인간들은 가만히 둘 생각이야?”

“그럴 순 없지. 특히, 베울의 죽음에 관여했던 인간들은 더욱 더!”

“그럼 나에게 맡겨둬. 다음 강제 사냥에서 그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니까. 그나저나 한 동안은 로케이카가 꽤나 바빠지겠군. 라시온 님께서 관심을 주었던 인간을 죽였으니까.”

“로케이카가 알아서 하겠지.”

커웨인은 더 이상 로케이카에 대해서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듯 냉정하게 굴었다.

나중에라도 자신을 찾아와서, 왜 마신 라시온이 관심을 주었던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냐고 성질을 부리더라도 커웨인은 얼마든지 할 말이 있었다.

“난 이만 돌아가지.”

인간 한 명 때문에 한 동안 머리를 맞대었다는 사실이 내내 못 마땅했던 쿠네르카였기에 이제 한동안은 커웨인과 만날 일이 없다는 듯 그렇게 몸을 일으켜 떠나버렸다.

쿠네르카가 떠나고도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던 커웨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때에는 표정이 한결 가벼웠다.

무혁의 죽음을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그가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의 치부가 영원토록 감춰질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건방진 인간, 영혼마저 완벽한 소멸을 맞이했으니 더 이상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구나.”

그렇게 커웨인은 무혁에 대한 기억마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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