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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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9화
반격의 서막 (2)
생명의 보호.
그것은 거주 구역 즉, 부락부터 대도시까지 관리 마족의 통제를 받는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공평하게 적용이 되는 일종의 ‘절대 생명 방어막’이라고 보면 된다.
때문에 제 아무리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거주 구역 내에서는 결코 같은 인간의 목숨을 거둬들일 수가 없었다.
단, 마족의 통제를 벗어나버린 인간, 표식이 제거된 이들(불법체류자)에 한해서 적용되지 않는 효과였다.
그러니 이서준은 표식이 멀쩡한 인간이었기에 거주 구역 내에서만큼은 절대 죽지 않아야만 했다.
그런데 죽었다.
‘초월적 존재가 가진 힘인가? 아니면, 초월적 존재부터는 같은 마족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인가?’
무혁은 이서준의 시체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동시에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초월적 존재로 격이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표식의 효과도 사라지려나?’
장담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생겼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무혁은 표식을 어떻게 제거해야 하나 항상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이야 표식을 제거하고도 자신이 리커버리 스킬로 송정민처럼 회복을 시킬 수 있지만, 무혁 스스로는 표식을 제거할 방법이 없었기에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었다.
‘선생님이 이서준을 죽인 것만 본다면, 마족의 힘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높아지면 더 약한 힘의 통제는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만 된다면 좋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생각처럼만 된다면야 무혁도 더 이상 표식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으니까.
물론, 궁극적으로는 표식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마족, 혹은 마신의 힘이 몸에 남아 있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을 테니까.
‘어쨌든 당장으로서는 마족의 통제만 벗어난다면야 표식 제거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기겠네.’
표식이 가지고 있는 기능, 자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점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내 힘이 어느 정도인지,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수치화해서 명확하게 확인하고 타인과 비교를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편리한 시스템이다.
나머지 기능인 포인트를 담아 둘 수 있는 지갑 따위의 기능은 사실 초월적 존재가 되고 나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니 아쉬울 것 없었다.
‘포인트도 더 이상 남겨두지 말고 이것저것 다 구입해놔야겠다.’
송정민이 초월적 존재가 되고 나서 무혁이 느낀 불편함 중에는 더 이상 공간 주머니를 확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컸다.
중앙 탑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식료품과 생필품이야 상회나, 타인을 이용해서 대리 구매가 가능했지만 공간 주머니만큼은 그 어디에서도 구입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공간 주머니의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고 있었으나, 훗날을 대비하고자 한다면 최대한 넓은 공간을 확보해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왕이면 아예 마트를 만들어 버릴까? 크게 공간 주머니를 만들어서 거길 식료품과 생필품으로 다 채워버리는 것도 괜찮겠네.’
공간 주머니라면 음식이나 물건이 상하지도 않고 영구적으로 보존이 되니 조금은 엉뚱한 생각 같기도 했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없어질 포인트로 만든다 생각하니 그리 나쁜 생각 같지는 않았다.
무혁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송정민은 이서준의 시체에서 표식을 뜯어냈다.
한 때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도움을 주며 헬-라시온에서 살아갈 수 있게끔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송정민의 행동은 확실히 냉정하게 보였다.
송정민은 뜯어낸 표식을 무혁에게 건넸다.
“내 예상이 맞다면 상당한 포인트가 들어 있을 거다.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해라.”
포인트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지만, 이 또한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기에 무혁은 고맙다며 거부하지 않고 표식을 받아들었다.
‘선생님께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사두는 것도 괜찮겠군.’
무혁이 포인트의 사용처를 생각하는 동안, 송정민은 이서준의 시체를 태워버렸다.
빠른 속도로 타들어가는 이서준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 송정민에게 무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서준이 했던 말들에 혹시라도 송정민이 신경을 쓸까 무혁은 걱정스럽게 그리 말했다.
송정민의 성격상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했으나, 그래도 혹시라도 이번 일로 그에게 부정적인 변화가 생길까 싶어 무혁은 우려스러웠다.
“내가 이서준의 말에 흔들릴 것처럼 보였더냐?”
“아뇨. 그런 것보다는…….”
사람인 이상,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쓸데없는 우려일 뿐이었다.
“내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지난 3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내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었으니까. 이서준의 말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서준의 말을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했던 것이고,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했던 것뿐이다. 이런 일을 겪었다고 내가 달라질 일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나 스스로 타인에게 맞춰서 살아갈 생각은 여전히 없으니까.”
맞는 말이다.
악의로 똘똘- 뭉친 악인이라면 모를까, 송정민은 결코 그런 인간은 아니었으니 이서준의 말에 동의해서 생각과 행동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무혁이 네 일이라면 다르게 생각해보마.”
무혁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송정민은 됐다며 로드를 불렀고 공간의 틈이 벌어지자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혼자가 되어버린 무혁은 이제는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린 이서준의 흔적들을 뒤로 하고 중앙 탑으로 향했다.
이서준이 남기고 간 것들을 정리하면서 마트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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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작 인간 따위를 잡으라고?”
“고작 인간이 아니다. 베울을 죽인 인간이다.”
“금제를 걸었다고 했잖아? 그럼 그건 더 이상 마족이 아니지.”
“그렇다 하더라도 80퍼센트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80퍼센트든 90퍼센트든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건 사실이잖아? 그 정도의 힘 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면 아무리 베울이라 하더라도 마족들 중 최약체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 왜 나에게 부탁을 하는 거지?”
“말했잖아. 그 베울을 죽였으니까 당연히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지.”
“언제부터 우리가 복수 따윌 했다고? 그리고 쿠네르카 너와 베울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코웃음을 치는 상대의 모습에 쿠네르카를 대신해서 커웨인이 대꾸했다.
“단순한 복수가 아니다. 마땅한 응징이자, 엄벌이지. 그리고 감히 마족에게 대항을 한 인간에게 본보기를 보일 필요도 있다. 마족들 중 최약체니, 어쩌니 해도 마족이 죽은 건 사실이니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인간들의 반응을 초기에 잠재워야 할 필요도 있다.”
“흠… 그 말은 좀 설득력이 있군.”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는 마족, 로케이카의 긍정적인 반응에 쿠네르카가 이어서 말을 했다.
“인간들이라면 로케이카 네가 가장 잘 알잖아? 그 벌레 같은 놈들의 특성을!”
“알지. 지금이야 마족들을 항거불능의 존재로 여기고 있지만, 베울이 인간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멍청하고도 미련한 희망을 품기 시작하겠지.”
“바로 그 말이다!”
한 번 죽인 마족을 두 번 죽이지 못할까?
마족도 결국은 인간의 손에 죽는다.
그 사실 하나에만 집착하는 이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하게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 들 것이며, 더러는 대놓고 칼을 겨누는 이들도 생겨날 것이다.
마족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치욕스럽고도 불쾌한 일이다.
“이미 인간들 중에서는 베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지만, 놈들의 희망을 당장 꺾어놓아야만 한다. 감히 마족에게 대항하면 그 결과는 참혹한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로케이카 네가 직접 알려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쿠네르카의 말에 이어 커웨인이 싫으면 말라는 듯 말했다.
“로케이카 네가 정 싫다면 세메로에게 말하겠다.”
“뭐? 세메로?”
세메로의 이름이 나오자 로케이카의 눈동자가 새파랗게 변했다.
“네가 싫다니 어쩔 수 없잖은가?”
“싫다는 게 아니다. 고작 인간 따위 때문에 귀찮은 일을 맡기가 싫었을 뿐이지. 뭐, 너희가 그토록 부탁을 하니 이번만큼은 특별히 내가 직접 베울을 죽였다는 인간을 죽여주도록 하지. 감히 어떤 놈이기에 마족을 죽일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로케이카의 대답에 커웨인과 쿠네르카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당장 끝내버리지. 그 인간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말이 나온 김에 곧바로 해결을 해버리겠다는 듯 로케이카가 성급하게 물었다.
“아쉽지만, 조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라고? 어째서?”
“지금이면 타이락스를 만나고 있을 테니까.”
“타이락스? 아… 지금이 그때로군. 어쩔 수 없지. 조금 더 살려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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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뭐라고 했지?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타이락스는 자신의 귀가 일시적으로 장애를 일으킨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곧바로 확인이 되었다.
“1구역으로 이동을 하겠다고.”
- 진심인 거냐? 네가 본래 가야 할 곳은 9구역이다. 네가 작년에 7구역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랭킹 1위를 한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1구역으로 가겠다는 건…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타이락스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조언이었다.
1구역은 헬-라시온에서도 9년 이상 버텨온 진짜 실력자들만 머물기 때문이다.
당장 킬 라시온 멤버만 하더라도 헬-라시온에서 9년 이상 버틴 사람은 필립이 유일했다.
그 말인 즉, 대도시 식민에 이르는 실력자들만이 1구역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헬-라시온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겠는가?
특히나, 포지션 트레이닝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더 심했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했기에 타이락스는 무혁이 무모한 도전을 벌였다가 허망하게 죽는 것을 결코 보고 싶지가 않았다.
“무모하건 아니건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다.”
무혁은 타이락스가 아무리 자신에게 호의적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결국은 서로의 피를 봐야만 하는 적대적인 관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지금이야 아무리 나를 좋게 보더라도 같은 동족을 죽였다는 걸 알면 돌변하겠지.’
씁쓸했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기에 무혁은 타이락스의 호의를 냉담하게 뿌리쳤다.
- 욕심인 거냐? 아니면, 정말 자신이 있는 거냐?
“둘 다.”
무혁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대답했다.
짧은 대답 속에 더 이상 자신과의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타이락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원한다니 들어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혁의 발아래 시커먼 그림자가 생겨나며 그를 집아 삼켰다.
- 희한한 일이군.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한참이나 하위 구역의 인간들이 1구역으로 겁 없이 이동하니 말이야.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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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아!”
“오빠!”
무혁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같은 사냥꾼 포지션인 실비아, 미첼, 르케임 역시 무혁과 마찬가지로 1구역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랭킹 상위를 모두 차지해서 스킬 숙련도 알약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무혁이 랭킹 1위를 하면 등급 상승 알약만 100개가 넘는다고 했었지?”
생각만으로도 입이 찢어진다는 듯 르케임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무혁의 본래 구역은 9구역이다.
9구역에서 랭킹 1위를 할 경우 40퍼센트의 스킬 숙련도 알약을 얻게 된다.
하지만, 1구역으로 이동을 함으로 인해 무혁은 무려 10,240퍼센트의 스킬 숙련도 알약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랭킹 1위를 달성해야만 가능한 보상이었지만, 무혁이나 킬 라시온 멤버들이나 그가 랭킹 1위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게 좋아해야 할 일인가? 미안해야 할 일이지.”
미첼의 핀잔에 르케임이 그건 그렇다며 슬그머니 웃음을 지워버렸다.
“하긴, 우리 셋이 1구역에서 2위부터 4위까지 랭킹을 다 차지한다 하더라도 고작 3,448퍼센트 밖에 안 되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항상 무혁이한테 신세만 지는 것 같네.”
“그런 말 마요. 신세랄 게 뭐 있어요. 함께 하는 건데.”
무혁의 괜찮다는 말에도 르케임과 미첼 등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번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해서 킬 라이온의 모든 멤버들은 최대한 많은 스킬 숙련도 알약을 확보하자고 뜻을 모았다.
포지션 별로 모두 1구역으로 이동해서 랭킹 1, 2위 등을 장악할 예정이었는데, 계획한 대로만 모두 결과를 만들어 냈을 때 킬 라시온 멤버들은 총 22,330퍼센트의 스킬 수련도 알약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어마어마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무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기에 사실상 이번 포지션 트레이닝에서 무혁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랭킹 1위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자, 그럼 사냥을 시작해볼까?”
르케임이 가장 앞장서서 포지션 트레이닝 사냥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