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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5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8화

반격의 서막 (1)

 

“이서준?”

붉은 갑옷, 등에 비스듬하게 매어 둔 대검, 이마 한 가운데 불꽃 모양 문신까지.

이와 같은 특징들은 공식 랭킹 184위의 패검 이서준을 증명하는 가장 명확한 특징들이다.

“지금 날 부른 건가?”

3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40살이 넘은 탄탄한 체격의 이서준은 겁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자를 돌아봤다.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3년 전이랑 다른 게 없네.”

남자가 그렇게 말을 하며 피식- 웃었다.

3년 전 자신을 본 듯한 남자의 말에, 이서준으로서는 알아보고 싶어도 상대가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렇게 가리고 있지 말고 얼굴부터 까.”

“내가 누구인지는 알 것 없고. 나보다는 그쪽을 굉장히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뭐라는 거야?”

이서준은 다짜고짜 자신을 찾아와서는 예의 없이 구는 남자의 모습이 슬슬- 신경을 긁자 미간을 찌푸렸다.

“어때? 만나볼 자신이 있어?”

남자의 도발적인 말에 이서준이 참지 못하고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이 X발 새끼가 죽고 싶냐? 어디서 개수작이야? 너 누구야? 얼굴부터 까라고 이 새끼야!”

“내 얼굴을 보면 후회 할 텐데?”

이죽거리는 남자의 말투에 이서준은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뻗어왔다. 우선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 후드부터 벗겨놓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 참, 내 얼굴 까면 안 된다니까 그러네.”

뒤로 빠르게 물러나며 이서준에게 이어서 말했다.

“궁금하면 따라와. 설마 쫄아서 못 쫓아오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

상당히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남자가 등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는 듯 뜀박질 속도마저도 이서준의 화를 돋웠다.

“개새끼가! 잡아서 면상을 갈아버린다!”

이서준이 남자를 잡아채기 위해 달렸고, 그는 상대가 팔을 뻗으면 당장이라도 잡힐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도시의 외곽,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술래잡기라도 하듯이 남자는 이서준을 뒤꽁무니에 달고, 지저분하고 어두컴컴한 한 골목길 안으로 들어섰다.

“고작 여기야?”

앞이 가로 막힌 골목길 끝에 남자가 멈춰 서자 이서준이 느긋하게 걸음을 늦추며 살기를 뿌려댔다.

“그래도 죽기는 싫은 모양이지? 그런데 어쩌냐? 앞으로 내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 X같으면 네놈 멱살을 끌고 도시 밖으로 나갈 건데?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대답 잘해. 뒤지고 싶지 않으면.”

이서준은 위협적으로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남자를 노려봤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선 남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랑 한가하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나 있겠어? 아까 분명히 말했잖아. 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내가 너 같은 새끼들 좀 알아. 우선 몇 대 쳐 맞으면 말이 통하는……!”

자꾸만 모를 소리를 해대는 남자의 행동에 이서준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려다 우뚝! 멈춰 섰다.

“오랜만이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 그것도 잊을 수 없는 음성에 이서준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음성의 주인을 바라봤다.

“…마, 말도 안 돼…….”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 송정민이었다.

“얼굴이 꼭 귀신이라도 본 것 같네.”

송정민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하얗게 질려버린 이서준의 모습에, 벽에 등을 기대고 선 남자, 무혁이 낄낄- 웃었다.

“부, 분명 너는 죽었어!”

“왜 멀쩡하게 살아있던 사람을 죽었다고 말하고 지랄이야.”

무혁의 말에도 이서준은 오로지 송정민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긴, 놀랍기도 하겠지.”

송정민의 말에 이서준이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강하게 부정했다.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었어! 그날 분명 쿠에토에게…….”

팔과 다리가 잘리고, 한쪽 눈을 잃었으며, 표식까지 뜯겨져서 비참하게 목숨만 겨우 붙어서 버려졌었다.

다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했기에 이서준은 송정민에 대한 생각을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살았다.

“이 개새끼! 무슨 수작이야! 너 누구야?”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송정민이 아니다.

이서준은 그렇게 확신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혁을 노려봤다.

자신을 여기로 유인하고, 송정민과 똑같이 생긴 남자를 데려왔다는 건 그만큼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왜 자신에게 이런 엿 같은 짓을 하는 것인지 이서준은 그 이유를 반드시 들어야만 했다.

이서준은 등 뒤에 매고 있던 대검의 손잡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송정민의 경고에 얼어붙고 말았다.

“뽑아. 팔부터 잘라줄 테니까.”

“……!”

잊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과거 송정민이 자신에게 덤벼들었던 이들에게 항상 했던 경고였으니까.

실제로 송정민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기를 들었던 이들은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팔이 잘렸었다.

누구보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었던 이서준이었기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송정민의 경고에 본능적으로 몸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저… 정말 송정민이라고? 하, 하지만 어떻게…….”

회복 불가능의 폐인이 되고,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진즉에 죽었을 것이라고 여겼던 송정민이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기에 이서준은 마치 꿈이라고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나만 묻지. 왜 내가 아닌 쿠에토를 선택한 거냐?”

이서준을 만나면 반드시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

어째서 자신이 아닌 쿠에토에게 붙어서 배신을 한 것인지 송정민으로서는 그 이유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회복을 한 거지? 절대 회복을 할 수가 없는… 큭!”

“병신 같은 소리 어지간히 하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현실을 부정하기만 하는 이서준의 모습을 더는 봐줄 수 없다는 듯 무혁이 그의 곁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서 옆구리에 감정 섞인 주먹을 꽂아 넣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송정민의 원수였기에 무혁의 주먹은 굉장히 매서웠다.

갑작스런 순간 이동과 동시에, 피하거나 막을 틈도 없이 옆구리를 강타한 무혁의 주먹질에 이서준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서준의 모습을 보면서도 무혁은 마음만 같아서는 초죽음이 되도록 흠씬-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그건 당사자인 송정민의 몫이라는 걸 알기에 참고 등을 돌려야만 했다.

송정민은 이서준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한참 만에 고통에서 해방된 이서준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무혁을 노려봤다.

“뭘 봐? 확! 눈깔을 뽑아버릴라.”

무혁이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리며 그렇게 위협했으나, 이서준은 아까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꼿꼿하게 등을 펴고 서서 대꾸했다.

“네놈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수모 반드시 기억해두마.”

“지랄 염병하네.”

무혁의 비웃음에 이서준은 이를 까득- 갈아붙이고는 송정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정말 송정민이라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 몸을 회복했다니… 솔직하게 말해서 너무 놀라울 뿐이다. 그래, 그것보다도 겨우 몸을 회복해서 날 찾아와서 하는 소리가 왜 쿠에토를 선택했냐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듯 이서준이 얼굴 가득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물어보지. 내가 왜 널 선택했어야 했지?”

같은 질문을 받게 된 송정민이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서준이 입을 열었다.

“날 도왔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내가 널 선택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빌어먹을! 그래서 싫었다! 내게 있어서 네놈이나 쿠에토나 똑같은 놈들이었지. 그런데 왜 네가 아닌 쿠에토를 선택했는 줄 알아? 네놈이 더 싫었으니까. 언제나 나를 네놈의 아래로 보는 그 시선과 말투, 행동까지 모두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내가 쿠에토를 돕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나는 네놈의 곁을 맴돌며 병신처럼 네 하수인 노릇이나 하고 있었겠지! 네놈이 언제 날 친구라 여긴 적 있었나?”

송정민은 이서준의 말에 또 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서준을 친구라 여긴 적이 없었으니까.

처음 만남부터 그랬다.

같은 대한민국 출신에다가 나이가 동갑이라서 이서준을 도왔던 것이 아니다.

간절하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기에 그걸 뿌리치지 못해서 도왔을 뿐이었다.

이서준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고, 항상 그 자세를 유지했었다.

한 번도 강요를 한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모습을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었다. 그렇게 이서준은 암묵적으로 해야만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따금씩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상대로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봤지만, 한 번도 그걸 질책하거나, 지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 적은 종종 있었다.

그래서였던 걸까?

이서준은 자신의 곁에 있을 때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했다.

그러한 불편한 동거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서준의 실력이 점점 더 높아져 갈수록 더욱더 나빠져만 갔다.

송정민은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언제나 외면했다.

정 불편하면 알아서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쩌면 외면하지 말고 분명하게 말을 했어야 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한 번도 구속한 적이 없었지만, 이서준은 자신에게 도움을 받은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사람처럼 자유를 속박당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송정민은 쓴웃음이 나왔다.

“쿠에토가 그러더군.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네놈은 너무 강했어. 그리고 쉬질 않았지. 일주일 뒤에 더 강해졌고, 한 달 뒤엔 더욱더 강해졌었지. 아무리 네놈의 곁에서 발버둥을 치더라도 따라잡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랬다! 평생을 네놈의 종 노릇이나 하면서 살 순 없으니까!”

여전히 말이 없는 송정민을 대신해서 무혁이 대꾸를 했다.

“그래서 한참이나 약한 사람들 앞에서 대가리 노릇 하면서, 자랑질하고 싶어서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고? 어이쿠! X발, X나게 멋있네! 박수가 절로 나온다! 브라보다! 브라보야!”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진심을 다해서 박수까지 치는 무혁의 이죽거림에 이서준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네놈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네놈이 내가 당했던 그 수모를…….”

“아까부터 수모는 X나게 찾네. 애인이냐? 병신처럼 혼자 굽신거렸잖아? 결국 너 혼자 스스로의 자격지심을 이기지 못한 것뿐이잖아? 누가 멱살이라도 붙들고 종 노릇 하라고 시켰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싶어서 붙어 있었던 거 아냐? 아니지, 실제로 콩고물 많이 받아 먹었잖아? 그래놓고 이제 와서 무슨 피해자 코스프레야? 진짜 너 같은 병신을 몰라본 선생…….”

말을 하다 보니 이서준 같은 놈을 거뒀던 송정민을 탓하는 것만 같아서 무혁은 더 이상 말을 말자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이서준은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치욕스러워했다.

여전히 자신의 사정 따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제 멋대로 지껄여대는 꼴이 죽이고 싶기만 했다.

‘보통 내기가 아니야!’

아무리 송정민의 모습에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주먹을 날렸던 무혁은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다.

더욱이 상대는 자신을 알고 있지만, 자신은 그를 몰랐기에 이서준으로서는 섣부르게 칼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대신, 다른 놈을 노리면 된다.

이서준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이며 송정민에게로 향했다.

‘표식이 없으면 병신이나 다름없어! 겉으로 멀쩡하다 하더라도 과거의 힘은 회복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해!’

표식은 분명 쿠에토가 뜯어냈고, 그걸 중앙 탑에서 팔아치웠다.

정확하게 반은 아니더라도 꽤 큰  돈을 분배 받기까지 했었으니 이서준으로서는 송정민의 표식이 없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표식이 없으면 거주 구역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까지 돌려버리는 무혁의 모습에 이서준은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다.

‘쿠에토는 네놈을 살려줬지만, 나는 달라!’

두 눈에 살의를 담은 이서준이 벼락처럼 몸을 움직였다.

마침 거리도 무척이나 가까웠다.

순식간에 송정민의 품으로 파고 들어간 이서준은 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단검 한 자루를 힘껏 내질렀다.

단박에 심장을 꿰뚫어버리겠다는 의도였다.

“저… 병신이 끝까지 병신 짓이네.”

무혁은 겁도 없이 송정민에게 달려들어 단검을 내지르는 이서준의 모습에 혀를 차고 말았다.

가만히 있었다면, 어쩌면 송정민은 이서준을 살려 보냈을지도 모른다.

무혁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겠지만, 송정민의 결정을 존중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이서준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명백하게 살의를 품고 죽이겠다고 정확하게 심장을 향해 단검을 내지르는 이서준을 송정민이 가만히 둘 리가 없다.

꽈- 악!

“……!”

단검이 송정민의 손에 잡혀버렸다.

투왕기를 두른 손에 단검의 칼날이 아주 단단하게 붙잡혀버렸다.

꼼짝도 하지 않는 단검으로 인해 이서준은 놀란 눈으로 송정민을 쳐다봤다.

“표식도 없는 놈이 어떻게……!”

“어차피 내가 아니었다면 넌 진즉에 죽었을 거다. 그러니 내 손에 죽는 걸 너무 억울해 하지 마.”

무슨 개소리냐는 듯 이서준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려고 했으나.

퍼억!

송정민이 휘두른 주먹에 이서준의 머리통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어?”

머리가 박살이 나는 이서준의 최후를 보며 무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명의 보호를 받아서 절대 죽지 않아야 할 이서준이 죽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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