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5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3화
조각 난 신의 힘 (1)
“…이거 너무 강한 것 아냐?”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강하긴 강하네요.”
로드 역시 무혁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 그루의 식물형 몬스터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무력을 뽐내고 있는 송정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로드는 지난 이틀 동안 들었던 아쉬움이 더욱더 커져만 갔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내가 흡수를 해버리는 거였는데…….’
솔직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마족들에 비해 너무 약했기에 흡수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금제가 되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베울은 본신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제가 되어 있던 마족이었다.
반푼이 마족이 아니라, 너무 강해서 그 힘을 억제해놓았던 것이다.
모든 힘이 집약되어 있는 영혼을 추출하면서 저절로 금제가 풀렸고, 덕분에 그 영혼을 흡수한 송정민은 베울이 본래 가지고 있던 막대한 힘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마어마한 힘을 자랑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서 마족의 영혼을 흡수하는 모험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렇게 송정민은 이전보다 2배, 아니 곱절보다도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다.
분명했다.
송정민은 인간 최초로 초월적 존재가 된 것이다.
그것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초월적 존재임이 확실했다.
손짓 한 번, 발짓 한 번에 각종 식물형 몬스터들이 퍽퍽- 터져나갔다.
조각 난 신의 힘의 하나인 ‘뿌리 대지’를 지키고 있는 2등급의 몬스터들이었는데, 송정민에게는 귀찮게 앞길을 가로 막고 있는 나무나 풀 때기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버스를 타게 될 줄은 몰랐네.”
헬-라시온 최강자라는 타이틀이 결코 아깝지 않은 무혁이었지만, 지금은 감히 최강자라는 말을 입에도 올릴 수가 없었다.
거침없이 길을 뚫고 나아가는 송정민의 뒤를 따라 걸으며 무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융합을 하면 붙어 볼 수 있을까?”
로드가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글쎄요.”
“힘들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로드의 냉정한 판단이었고, 무혁 역시 반론이나 이견 따위 없다는 듯 입맛만 다셨다.
“어쨌든 선생님 덕분에 나머지 조각 난 신의 조각들은 쉽게 얻을 수 있게 됐으니까.”
“그런데 왜 아버지 얼굴이 전혀 기뻐 보이지 않을 까요?”
애써 위안을 삼아보지만, 무혁의 표정은 결코 밝지가 않았다.
“…웃고 있잖아.”
“입만 웃고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네요. 혹시 아버지도 아쉬운 건가요? 베울의 막대한 힘을 눈앞에서 날려버려서?”
절대 아니라는 듯 무혁이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럴 리가! 어차피 내가 그 힘을 얻었다면 커웨인은 물론이고, 다른 마족들도 눈이 뒤집혀서 날 죽이겠다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마신 놈도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문제고. 여러모로 지금의 내가 얻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큰 힘이야. 선생님이 흡수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그렇다고 칠게요.”
콧방귀를 끼듯 건성으로 대꾸하는 로드의 모습에 무혁이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이죽거렸다.
“그러는 로드 너야 말로 아쉬워서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데?”
“맞아요. 미리 알았다면 아버지한테 욕을 듣더라도 제가 흡수를 했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너 지나치게 솔직하다.”
“전 거짓말 안한다고 했잖아요.”
무혁은 솔직하게 아쉬움을 표현하는 로드의 모습에 진한 쿨내를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졸지에 무혁은 속 좁은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앞으로 어쩌실 거예요?”
무슨 말이냐는 듯 로드를 바라보다 이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힘을 쌓으려고 쉬지도 않고 여길 왔잖아.”
“당분간은 그들도 사태를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어쨌든 베울을 죽인 건 아버지니까. 어떤 식으로든 이제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올 것이 분명해요.”
“그렇겠지.”
커웨인도 부족해서 쿠네르카까지 자신을 죽일 듯 바라보던 눈빛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날 정도였다.
고작 하루.
강제 사냥이 시작되고 꼴랑 하루 만에 무혁이 베울을 쓰러트림으로써 강제 사냥이 끝이 나고 말았다.
덕분에 절반이 죽어야 할 강제 사냥 참가자들이 80퍼센트나 살아남았고, 다음 강제 사냥을 준비해야 하는 쿠네르카는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다음 강제 사냥은 불참하는 게 어떨까요?”
“불참을 하라고?”
“커웨인이야 직접적으로 손을 쓸 수가 없지만, 쿠네르카는 다르니까요. 아닌 말로 다음 강제 사냥에서 쿠네르카가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계획할 수도 있잖아요.”
로드의 말대로다.
강제 사냥에서의 죽음은 온전히 본인의 책임에 따른다.
쿠네르카가 직접적으로 강제 사냥에 개입을 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얼마든지 개입이 가능했다.
이를테면, 무혁을 죽이기 위한 이런저런 준비를 철저하게 해둔다면 설령 마신 라시온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이겨내지 못한 무혁의 능력 부족이지, 함정을 파놓은 쿠네르카가 화를 당할 일은 거의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번 강제 사냥에 마족을 투입한 것부터가 그 시작인 셈이니까.’
그리고 마신 라시온이 쿠네르카의 행동을 억제한다 하더라도 무혁으로서는 고마워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애초부터 헬-라시온이라는 세계 자체가 마신 라시온으로 인해서 생겨난 곳이니 그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무혁에게는 조금도 기쁘지가 않았다.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 뭐. 까놓고 이제 내가 피할 이유가 없잖아?”
무혁의 시선이 송정민에게로 향했다.
초월적 존재가 되어버린 송정민과 함께라면 쿠네르카가 직접 강제 사냥에 참가해서 자신을 죽이려 한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었으니, 무혁으로서는 두려워할 이유가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리고 보상 때문에라도 무조건 참석을 해야지.”
무엇보다도 강제 사냥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그 보상 또한 크다.
덕분에 이번에도 무혁은 상당한 보상을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지금도 생각할수록 온 몸이 짜릿해질 정도의 보상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힘을 금제 당했다 하더라도 혼자서 마족인 베울을 쓰러트린 무혁은 랜덤 박스를 보상으로 받았다.
그것도 무려 1등급짜리 랜덤 박스였다.
지금 곁에 서 있는 로드를 얻을 수 있었던 바로 그 1등급 랜덤 박스를 다시 보상으로 받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였다.
꽝이라는 불운이 닥칠 수도 있었지만, 헬-라시온에서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함께 따라 다니는 무혁에게 꽝 따위의 불행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개봉한 1등급 랜덤 박스에서 무혁이 얻은 것은 다름 아닌 스킬 링이었다.
“텔레포트 스킬 링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큭큭큭!”
무혁은 헬-라시온 최초로 텔레포트 스킬을 보상으로 얻었다.
당연히 일회성 스킬이 아닌, 직접 습득하고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텔레포트–고유 : 6등급(24.80%)|
· 원하는 장소로 즉시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
· 마력 등급에 따라 이동 인원이 증가한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이동 거리가 늘어난다.
· 드래곤 카오네이트의 일부인 블랙 본은 모든 마력 스킬을 변형, 증폭시킨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텔레포트, 한 마디로 순간 이동 스킬을 손에 넣을 줄이야.
무혁으로서는 리커버리 스킬을 얻었을 때만큼이나 기쁜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일회성 스킬과 다르게 장소 지정도 필요 없고, 이동 준비 시간도 없으니까 완전히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봐야지.”
어쩌면 일회성 텔레포트 스킬이 오히려 다운 그레이 버전일지도 몰랐다.
물론, 단점도 존재했다.
우선 등급이 존재했기에 이동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스킬 등급을 반드시 올려야만 했다.
시험을 해본 결과 7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간의 이동이 가능했으나, 커스틸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로만 이동이 가능했다. 그 거리만 하더라도 수백 킬로미터였지만, 확실히 거리상의 제약은 분명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단점으로는 반드시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점은 일회성 텔레포트 스킬 역시도 마찬가지였기에 크게 아쉬워할 이유는 없었다.
세 번째 단점은 이동 거리가 멀수록 후유증이 크다는 점이었다.
그래봐야 가벼운 두통을 동반한 빈혈 증세였지만, 아무리 많은 마력 스킬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어지간해서는 끄떡도 없는 무혁이었으니 사실상 그가 아니라면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는 스킬이 텔레포트 스킬이었다.
이러한 단점들이 있기는 했지만, 무혁에게 텔레포트 스킬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엄청난 힘을 손에 쥐어준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커웨인 그 재수 없는 새끼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텔레포트 스킬을 익힌 덕분에 무혁은 더 이상 커웨인을 통해 포탈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가장 가까운 다른 도시로 텔레포트를 하고 그곳에서 다시 원하는 장소로 포탈을 타고 이동하면 되었기에, 괜히 기분 나쁜 놈 얼굴을 대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텔레포트 스킬을 익히고 나서부터 무혁은 쉬지 않고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해가며 숙련도를 올렸고, 그 결과 이틀 만에 스킬 등급을 6등급으로까지 올릴 수 있었다.
“6등급에 들어서니까 숙련도가 영 오르질 않네. 그냥 숙련도 알약을 써버릴까?”
원하는 스킬의 숙련도를 영구적으로 10퍼센트 올려 줄 수 있는 스킬 숙련도 알약을 무혁은 30개나 보유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텔레포트 스킬의 등급을 당장이라도 3등급으로까지 올릴 수가 있었다.
최고의 스킬인 만큼 텔레포트 스킬 등급에 숙련도 알약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아깝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래, 어차피 아껴봐야 똥 밖에 더 되겠어?”
무혁이 로드가 했던 말을 되새기듯, 그렇게 말하자 로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만류했다.
“아버지, 설마 정말로 텔레포트 스킬에다가 구하기도 힘든 숙련도 알약을 낭비할 생각은 아니죠?”
그렇다고 말하면 정말 한심하다는 표정을 대놓고 드러낼 것만 같아서 무혁은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냥 해본 소리야.”
“그 대답이 정말 아버지의 진심이었으면 좋겠네요.”
“진짜라니까!”
로드는 피식- 웃으며 진심을 피력하려는 무혁의 노력을 무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정말 스킬 숙련도 알약을 사용하겠다면, 비전투 계열인 텔레포트 스킬이 아닌, 아버지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투 계열 스킬에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 되겠죠.”
“전투 계열 스킬?”
“이번에 느끼셨잖아요? 금제를 당하고 있던 베울의 공격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던 실드 스킬을. 앞으로 아버지가 상대해야 하는 존재들은 어설픈 몬스터 따위가 아닌데 언제까지 얼음의 방어 스킬만 믿고 있을 거예요? 그나마도 고작 1분이고, 한 번 사용하고 나면 24시간이라는 사용 제한이 걸려 있는데.”
로드의 말에 무혁은 그제야 텔레포트 스킬을 얻고 들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로드의 말이 맞아. 내가 너무 텔레포트 스킬에 눈이 멀었었어.’
무혁은 로드의 말이 백번 맞다는 걸 인정했다.
현재 실드 스킬의 등급은 5등급이다.
얼음 바위산에서 작정하고 등급을 올렸던 이후 꾸준하게 사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5등급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실드 스킬의 숙련도는 더디게 올라가고 있었다.
베울을 통해서 실드 스킬이 지금의 등급으로는 마족들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물론, 블랙 본의 광기 스킬로 인해 마력 등급이 초월적 등급이 된 이후에는 베울의 공격을 막아낼 정도로 실드 역시도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했지만, 마족을 상대로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을 항상 사용할 수는 없었으니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긴 했다.
‘마력 등급을 초월적 등급으로 올리는 건 아직까지 무리니까 우선적으로 스킬 등급이라도 올려서 실드의 개수라도 늘려보는 게 최선이려나?’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었다.
공격이야 어느 정도 통하니까 시급한 것은 역시 방어 스킬.
무혁은 더 이상 고민할 것 없다는 듯 스킬 숙련도 알약을 모조리 꺼내들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30개의 스킬 숙련도 알약을 바라보니 또 마음이 흔들린다.
‘다 사용하는 건 좀 과하려나?’
현재 실드 스킬은 5등급에 61.91퍼센트.
30개 모두 사용한다면 2등급 60퍼센트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1등급까지 올릴 수 있다면 모를까, 2등급에서 멈춘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쉬움이 들었다.
지금까지 스킬 숙련도 알약을 아끼고 아껴왔던 건 정말 스킬 숙련도가 극악할 정도로 오르지 않을 3, 2등급에서 써먹기 위함이었다.
‘막상 사용하려니 또 아까운 생각이…….’
스킬 숙련도 알약을 꺼내놓고 또 다시 우물쭈물- 거리는 무혁의 모습을 보며 로드가 한 마디를 했다.
“아끼다 똥 돼요. 나중에 마족이랑 싸우다가 실드 허무하게 깨지는 거 보면서 후회해봐야 늦다고요.”
“…말본새하고는!”
무혁은 로드의 말에 더 이상 고민할 것 없다는 듯 손에 들린 스킬 숙련도 알약 30개를 입안으로 모조리 털어 넣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