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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5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52화

해가 뜨지 않는 숲 (7)

 

퍽!

머리가 돌아간다.

빡!

허리가 굽혀진다.

빠작!

어깨가 부서진다.

콰득!

다리가 꺾어진다.

현실감이 떨어졌다.

상대는 인정사정없이 온 몸을 말 그대로 부숴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대가 한낱 인간이다.

밟으면 꽥-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벌레 터지듯이 터져죽어야만 하는 그런 인간.

눈을 마주치는 것은 물론, 근처에서 자신의 숨소리만 들어도 온 몸을 벌벌- 떨어대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해야만 하는 그런 인간.

그런 하찮은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네, 네놈이 인간이라고?”

베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냉정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무혁을 올려다봤다.

자신의 허리에나 간신히 올 정도로 작고 나약한 인간을, 바닥에 엎드려 올려다보게 될 줄이야.

“그럼? 내가 너랑 같은 마족으로 보여?”

콰작-!

“크아아아아아아!”

베울은 자신의 쇄골을 짓밟아대는 무혁의 거친 발바닥을 차마 피하거나, 뿌리칠 생각조차 못하고 고통스럽다는 듯 비명만 내질러댔다.

콰득… 콰득… 콰득!

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듯 무혁은 아주 잔인할 정도로 철저하게 베울의 쇄골부터 가슴뼈까지 차근차근 부숴버렸다.

자신이 어떠한 공격을 펼쳐도 맨 몸으로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고 오로지 공격만을 일삼아 자신의 손과 발을 부러트렸고, 온 몸의 뼈를 조각내는 무혁의 모습은 도저히 자신이 알고 있는 그런 인간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결코 인간 따위가 아니다!’

그래, 놈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인 척 하고 있는 또 다른 존재임이 분명했다.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까지 인간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의심 하지 마. 지금 널 박살내고 있는 나는 분명한 인간이니까. 니들 마족들이 벌레 취급하는 하찮은 인간이야. 부정하고 싶지? 그런데 부정해봤자 진실은 변하지 않아. 나는 뼛속까지… 는 아니고, 어쨌든 인간으로 태어나서 앞으로도 쭉- 인간으로 살다가 죽을 놈이니까!”

빠각!

베울의 머리가 왼쪽으로 크게 돌아가며 오른쪽 눈이 터져버렸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거대한 고통에 베울은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무혁은 한껏 벌린 입안으로 무쇠보다도 단단한 발을 쑤셔 박았다.

“…끄윽!”

이가 모조리 부숴 졌고, 입안이 터지는 고통에 베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무혁은 그 역시 꼴 보기도 싫다는 듯 머리를 강하게 짓누르며 움직임을 억제해버렸다.

마족인 베울을 상대로 무혁은 말 그대로 일방적인 폭행을 일삼았다.

페널티를 받을 걸 알면서도 블랙 본의 광기를 사용했고, 얼음의 방어까지 썼다.

유일하게 태양의 증폭 스킬이 남아 있었지만, 무혁으로서는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힘을 모두 사용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혼자만의 힘으로 마족을 때려눕혔음에도 무혁은 딱히 기쁘지가 않았다.

‘이 새끼는 반푼이가 분명해!’

마족은 분명한데, 그 힘의 크기가 비교가 될 정도로 작았다.

지금까지 무혁이 만났었던 모든 마족들 중 최약체였으니까.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어도 이놈처럼 확실하게 승리를 장담할 놈은 없었어. 뭐, 맛보기라고 생각… 하기엔 너무 일찍 끝나 버렸지.’

얼음의 방어 스킬은 24시간 내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라도 베울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방심을 했다가 숨겨 놓은 또 다른 비장의 수에 치명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이었기에 무혁으로서는 아쉽더라도 최대한 단시간에 놈을 쓰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얼음 갑옷이 사라지기 전, 40초 동안 베울을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더 이상 움직이기도 힘든 베울의 모습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무혁이 로드를 불렀다.

“로드!”

“예, 아버지.”

기분 탓인가?

다른 때보다도 로드가 조금은 더 순해진 얼굴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반면, 한쪽 눈만 남은 베울은 자신과 비슷한 기운을 풍기는 로드를 바라보며 겨우 붙잡고 있는 사고 회로를 최대한 가동했다.

‘아버지라고? 반마의 기운을 풍기고 있는 놈의 아버지?’

역시 인간이 아니었다.

베울은 그나마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주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최소한 인간 따위에게 자신이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베울에겐 유일한 위안거리가 되어주었다.

“마정 추출 가능해?”

무혁의 물음에 로드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지, 마족에게는 마정이 없어요.”

“마정이 없다고? 그럼 마족의 힘은 추출을 할 수가 없는 거야? 마족의 인장은 어떻게 만드는 건데?”

“마족의 인장은 마족의 영혼을 봉인하는 거죠.”

“여, 영혼이라고?”

로드의 말에 무혁의 얼굴이 살짝- 굳어버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영혼이라니!

아무래도 찝찝했다.

아니, 굉장히 찝찝했다.

‘그런 거였어? 그래서 로드가 저렇게 변한 거였어?’

단순한 힘이 아닌 마족 본연의 영혼을 받아들였기에 로드가 변한 것인가 싶어 무혁은 허탈함마저 느껴졌다.

만약, 자신도 마족의 영혼을 흡수해야 한다면 그건 상당히 꺼려지는 문제였다.

로드처럼 성격이 변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영혼이라니… 진짜 마족이라도 되라는 거야?’

절대 안 될 소리다.

다른 건 몰라도 인간으로 남고 싶은 무혁이었기에 마족의 영혼을 받아들인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괜히 마족의 영혼을 흡수했다가 흑화라도 된다면…….’

흑화, 말 그대로 검게 물든다, 변한다는 뜻으로 다르게 표현하면 본래의 성격을 버리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악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은 중2병과 같은 소리지만, 어쨌든 무혁으로서는 마족의 영혼이라는 불순하고도 꺼림칙한 것을 받아들이면서까지 힘을 갖고 싶지가 않았다.

‘빌어먹을! 이러면 마족의 힘을 흡수해서 초월적 존재가 되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하는 거잖아?’

더불어 킬 라시온의 다른 멤버들의 충고대로 로드 역시도 앞으로는 마족의 힘을 얻어 성장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아야 할 판이었다.

무혁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보이자 로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별로 믿음이 안 가는데?”

로드를 보고 있으니 무혁은 절대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만 여겨졌다.

“혹시라도 저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전 원래 이런 성격이에요.”

“어디서 약을 팔아?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마족의 인장을 계속해서 흡수하도록 허락 할 것 같아? 로드야, 넌 나를 너무 띄엄띄엄 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치밀한…….”

말을 하던 무혁은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마족의 영혼 따위를 흡수하면서까지 강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이놈은 깔끔하게 죽이고 강제 사냥을 그만 끝내자.”

“아버지.”

“나를 설득할 생각 하지 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난 절대 마족의 영혼 따위를 흡수할 생각이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는 듯 무혁은 그렇게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제가 어떤 존재인지 잊으셨어요?”

“뭐?”

“제가 본래 어떤 존재냐고요.”

“그야…….”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천사. 그것이 순백의 영혼이다.’

 

라미엘이 분명히 그랬다.

로드가 통통이였던 시절 그를 두고 순백의 영혼, 즉 천사라고.

무혁은 그제야 두 눈을 깜빡거리며 로드를 바라봤다.

“마족들이 저를 굉장히 탐낸다는 건 아시죠?”

 

‘마정은 우리 같은 마족들에게 있어 최고의 보물이다.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마정이 품고 있는 순수한 힘을 고스란히 흡수하면 그 즉시 ‘격’이 상승하니까.‘

 

케로우가 분명히 그랬다.

마정, 즉 순백의 영혼은 마족들에게 ‘격’을 상승시켜 줄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이라고.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시겠죠?”

로드의 물음에 무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반박했다.

“그거야 자아를 갖기 전이니까 괜찮았던 거겠지.”

“과연 그럴까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묻는 로드의 얼굴을 바라보는 무혁의 표정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자아의 유무를 떠나서 어쨌든 로드는 그 자체적으로 ‘순백의 영혼’이었다.

무혁의 생각대로라면 베울의 힘을 흡수하길 꺼려하는 자신만큼이나 마족들 또한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순백의 영혼은 반드시 멀리해야만 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말해서 마족의 영혼을 흡수한다고 해서,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부정한 변화는 없다는 거예요.”

“정말?”

“제가 설마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로드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설득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물어버렸다.

살짝- 토라진 것처럼 보이는 로드의 모습에 무혁은 너무 자신이 과대망상에 빠졌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 말처럼, 무혁은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여겼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르케임과 미첼, 방구름은 물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송정민까지 모두 한 자리에 불러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무혁에게서 설명을 들은 이들 역시 각자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조금은 불안하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하는 르케임과 미첼.

불안하지만, 로드를 믿어보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냐는 방구름과 송정민.

결국은 다수에서도 결론이 나지가 않았다.

한참 만에 무혁은 다시 한 번 로드에게 확인을 받아냈다.

“그렇게까지 의심스럽다면 그냥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뭘 또 화까지 내고 그래. 어쨌든 로드 네가 그렇다니 믿는다.”

불신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결국 무혁은 로드를 믿어보기로 했다.

“끄으으으.”

그렇게 한참 동안 무혁이 깊은 고민을 하는 사이 그의 발아래 짓눌려 있던 베울이 마지막 저항마냥 꿈틀거렸다.

온 몸의 뼈를 다 부숴놓았음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베울의 지독한 생존 욕구에 무혁은 혀를 차며 허리를 자근자근 밟아버렸다.

“좋아, 우선 영혼이든 뭐든, 놈의 힘을 추출해봐.”

무혁의 말에 로드가 알겠다는 듯 베울의 몸에 손을 갖다 댔다.

부들부들부들-!

베울의 몸이 경련이라도 일으키듯 세차게 떨었다.

지금까지 몬스터와 마수의 마정을 추출 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로드 역시 꽤나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1분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로드가 자신의 손바닥을 무혁을 향해 펼쳤다.

로드의 손바닥 위에는 새카만 물방울이 담겨 있었다.

크기는 로드의 주먹만 했으며, 새카만 물방울은 연신 출렁- 거렸다.

“이게 마족의 영혼?”

무혁이 묻는 사이, 발아래 짓밟혀 있던 베일의 시체가 가루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족의 영혼은 오랜 시간 붙잡아 둘 수가 없어요. 지금 당장 봉인을 하든, 흡수를 하든 해야만 해요.”

로드의 말에 무혁이 왜 그런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말하느냐는 듯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어차피 봉인을 할 수 있는 인장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놈은 조금씩 회복을 할 텐데 영혼을 추출할 수 있을 때 해야죠.”

“무혁아, 설마 네가 흡수할 생각은 아니겠지?”

르케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무혁을 바라봤다.

“오빠,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우리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요. 다른 멤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어떻게든 정보도 모아서…….”

“그렇다고 어렵게 잡은 기회를 이대로 그냥 날려버리라고?”

마족을 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무혁은 이번 기회를 쉽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형님, 로드가 그냥 흡수하면 되지 않을까요?”

방구름의 말에 르케임과 미첼도 그거 좋은 생각이라는 듯 로드를 바라봤다.

“제가 흡수할까요?”

무혁의 허락만 떨어지면 냉큼- 베울의 영혼을 흡수할 것처럼 로드는 입맛까지 다시고 있었다.

‘이번에는 로드에게 양보를 할까?’

어차피 로드가 강해져서 나쁠 건 없었다.

어렵게 구한 마족의 영혼을 그냥 허공에 날려버릴 순 없었기에 무혁이 생각하기에도 이번에는 로드가 흡수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내가 흡수하마.”

송정민이었다.

“서, 선생님께서요?”

무혁은 물론, 다른 멤버들 또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로드라는 가장 확실하고도 안전한 존재가 있는데, 구태여 송정민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무혁 역시 괜한 모험을 벌일 필요가 없었기에 송정민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송정민의 결심은 확고했다.

“헬-라시온 어디를 찾아보더라도 마족의 영혼을 흡수한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니 이 문제는 직접 부딪혀 보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확답을 내려줄 수가 없다. 어차피 누군가가 시도를 해봐야 할 일이니 내가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무혁이 네가 마족의 영혼을 흡수해서 초월적 존재가 된다면 그 역시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아직까지 마족의 통제를 받고 있는 무혁이었기에 그 점을 꼬집는 송정민이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송정민이야 말로 초월적 존재가 된다 하더라도 가장 완벽하게 마족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커웨인 역시 로드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 그에 대한 대비책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송정민의 존재는 모른다. 때문에 송정민이라는 또 다른 강력한 지원군이 생긴다면 무혁으로서는 커웨인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는 비장의 한 수가 될 수 있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무혁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송정민이 보기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혁이 네가 준 목숨이다. 너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너무나도 환한 송정민의 미소에 무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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