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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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6화
해가 뜨지 않는 숲 (1)
헬-라시온 3년 차가 된 무혁의 첫 번째 강제 사냥.
연차는 고작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실력은 이미 최강에 도달해버린 무혁이었기에 고작 중소도시에 불과한 커스틸의 강제 사냥에 대해서는 어떠한 부담감도 존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킬 라시온의 다른 멤버들 또한 함께 하는 강제 사냥이었기에 더욱더 위험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상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있어서 이번 강제 사냥에서의 위험도는 단 1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무혁이 너야 100퍼센트 안전하겠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이번 강제 사냥에 참가하는데, 무혁이 너만 너무 놀러 온 사람 같으면 인간미가 없으니까 1퍼센트 정도의 위험은 존재한다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르케임의 말에 무혁이 피식- 웃어버렸다.
주변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그것에 흔들리거나, 휘둘릴 무혁이 아니었기에 그는 르케임의 장난스러운 말도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재 무혁의 머릿속에는 정화 현상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정화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온갖 해괴한 상상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만 같았기에 무혁은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든 최단기간 내에 이번 강제 사냥을 끝내버릴 생각이었다.
이미 함께 강제 사냥에 참가하는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무혁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달 받았기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겠다고 약속을 받아 둔 상태였다.
“르케임 형, 그건 아니죠.”
“아니라니 뭐가?”
르케임은 자신의 말을 걸고 넘어가는 방구름을 쳐다봤다.
“형도 알다시피 무혁 형님이 최대한 빨리 강제 사냥을 끝내버린다고 했으니까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전투력이 높은 상태죠. 놀러왔다는 표현은 좀 아닌 것 같아서요.”
“하긴, 그건 그렇지.”
르케임은 방구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표현이 어울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구름아.”
“예?”
“넌 왜 나한테는 형이고 무혁이한테는 형님이냐? 나이도 내가 무혁이보다 더 많으니까 부르려거든 나한테도 형님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냐? 그거 은근히 신경 쓰인다?”
“아, 그건…….”
방구름이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못하자 보다 못한 미첼이 끼어들었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우리 오빠는 나이를 떠나서 헬-라시온 최강의 남자인데 당연히 존경심을 표현해서 ‘형님’이라고 부르는 거지.”
“그럼 난? 나는 존경할 구석이 없다는 거야?”
“그럼 있어? 그리고 우리 오빠랑 비교하면 당연한 것 아냐?”
“…젠장!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여기 남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대도시로 이주를 하는 거였는데!”
르케임은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미첼과, 은근히 자신을 깎아내리는 방구름의 행동에 신경질을 냈다.
“르케임 형, 저는 그런 의미는 아니고 그냥 형이 더 자연스럽고 편해서…….”
“됐어! 구름이 너도 그러는 거 아니야! 무혁이가 아무리 대단해도 비교를 하는 건 나쁜 거야!”
“죄송해요, 형.”
“끝까지 형이라 이거지?”
형님이라 부르길 강요하는 듯한 르케임의 노골적인 시선에도 방구름은 끝끝내 원하는 말을 들려주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마. 저러다 그만이니까.”
미첼의 말이 아니더라도 방구름 또한 르케임의 성격이 그리 집요하거나, 뒤끝이 깊지 않다는 걸 알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호칭에 대한 문제를 슬그머니 회피해버렸다.
“젠장, 내가 이번 강제 사냥이 끝나면 바로 대도시로 이주를 해버리고 만다!”
커스틸 강제 사냥에 참가한 인원은 미첼, 방구름, 르케임 세 사람 뿐이었다.
레오, 실비아, 아르케니아, 방적삼은 마크와 엘리엇을 따라서 필립이 있는 대도시로 이주를 해버렸다.
불과 3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시 길드와의 혹시 모를 불화를 걱정해서 이주를 생각하지 않았던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필립이 완만하게 해결함으로써 길드원들의 이주 문제가 급물살을 탔고, 고작 하루 만에 미첼과 르케임, 방구름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이주를 결정해버린 것이다.
사실 킬 라시온 멤버들의 실력이 워낙 높아졌기에 중소도시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을 바랄 수도 없었고, 대도시의 경우 강제 사냥과 같은 마족들의 강제적인 소집일이 확연하게 적었기에 여러모로 대도시로의 이주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물론 마지막까지, 커웨인과 무혁의 관계를 아는 멤버들은 이주를 주저하긴 했다.
그러나 오히려 멤버들이 커스틸에 남아 있을 경우, 커웨인이 어떤 식으로든 멤버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무혁의 지적에 멤버들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를 위해서라도 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무혁은 자신의 곁에 남아 있는 세 사람들에게도 함께 이주할 것을 권했었다.
하지만, 방구름과 미첼은 죽어도 무혁과 함께 하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르케임은 커스틸의 킬 라시온 본부를 확실하게 책임지고 관리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며 남은 것이었다.
“이제 시작한다.”
무혁의 말에 툴툴- 거리던 르케임도 입을 다물고 진지해진 표정으로 허공에 시선을 던졌다.
작년과 하나도 다르지 않게 깔끔한 수트 차림의 쿠네르카가 공간을 찢으며 나타났다.
쿠네르카는 여전히 오만한 시선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수백 명의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에 대한 소개를 마쳤다.
“왠지 우릴 보는 것 같지 않아?”
르케임은 쿠네르카의 시선이 어쩐지 자신들에게 머물러 있다고 느껴졌다.
“그런 것 같네요.”
방구름과 미첼 또한 같은 생각이 들었고, 무혁은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쿠네르카와 시선이 마주쳤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오만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무혁을 바라보던 쿠네르카가 이윽고 오른쪽의 엄지와 중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곧바로 하늘에 거대한 숲의 모습이 영상처럼 생겨났다.
“이번에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강제 사냥터는 ‘해가 뜨지 않는 숲’이다.”
쿠네르카의 설명처럼 숲은 짙은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아 빛 한 점도 보이질 않았다.
헬-라시온에서의 생활이 수년에 이르는 식민들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어둠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공포는 어쩔 수 없었기에 많은 이들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해가 뜨지 않는 숲의 강제 사냥 기간은 정해진 것이 없다. 현재 인원의 딱 절반이 남았을 때, 자동으로 강제 사냥이 끝이 난다. 그러니…….”
“데스 매치라고?”
누군가가 성급하게 쿠네르카의 말을 끊어버리며 그렇게 소리쳤다.
이어서 그는 반사적으로 한 사람을 바라봤다.
다름 아닌 헬-라시온 최강자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은 무혁이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모두의 인정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분명한 건 최강자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무혁의 실력을 생각했을 때, 지금처럼 중소도시의 강제 사냥에 참석한다는 건 사실상 밸런스 파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형평성에 어긋났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무혁은 그들의 시선에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강제 사냥에 참석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이건 공평하지 못한 게임이야!”
누군가 용기를 내서 그렇게 외쳤다.
이름까지 들먹이지는 못했지만, 그가 지목하는 이가 무혁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나는 실력도 없는 쓰레기입니다- 라고 광고를 하고 있네.”
르케임이 대놓고 못 마땅하게 무혁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그렇게 비아냥거렸다.
헬-라시온 자체가 어차피 먹고 먹힐 수밖에 없는 살벌한 생존의 세계다.
그런데 무혁이 저희들보다 강하다고, 공평하지 않다며 대놓고 투정을 부려대고 있으니 르케임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불공평한 건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죠.”
당사자인 무혁이 그렇게 말을 하니 르케임과 미첼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너희 인간들끼리 싸우라고 말을 한 적이 없다. 물론, 너희 인간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비열한 짓을 일삼는 종족이라는 걸 알지.”
쿠네르카가 말을 하며 그렇게 비웃음을 지었다.
그제야 사람들도 자신들이 너무 앞서 나갔다는 점을 깨닫고는 슬그머니 무혁에게 향했던 시선들을 돌렸다.
“누구와 싸우든 너희 인간들의 인원의 절반이 남는다면 그 즉시 강제 사냥은 종료가 되니, 너희들이 가장 잘하는 동료들을 배신하든 서로 편을 먹고 다른 놈들을 죽이든, 관여치 않겠다. 그리고 너희 인간들을 위해 내가 한 가지의 특별한 룰을 적용시켜 놓았다.”
특별할 룰이라는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중소도시까지 이주를 해왔다는 건 그만큼 많은 시간을 헬-라시온에서 살아남았다는 의미였고, 그 시간만큼 강제 사냥 또한 최소 십여 차례 이상 겪어왔을 터.
그러니 강제 사냥을 담당하는 마족의 입에서 특별한 룰이니, 팁이니 하는 단어가 진짜로 의미하는 것은 ‘독’이 된다는 걸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해가 뜨지 않는 숲의 강제 사냥터에 내가 특별한 존재를 따로 준비시켜두었다. 그는 무척이나 포악하고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에 너희 인간들이 진정한 협동이라는 걸 맺어야만 맞설 수 있다.”
“결국은 우릴 더 쉽게 죽이기 위한 몬스터를 준비했다는 소리잖아? 그게 무슨 특별한 룰이라는 거야?”
또 다시 누군가 성급하게 쿠네르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 존재를 너희 인간들이 먼저 죽인다면 그 즉시 강제 사냥이 종료된다. 이것이 내가 너희 인간들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한 룰이자, 선물이다.”
마음에 들지 않느냐는 듯, 쿠네르카가 인간들을 향해 오만하게 웃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쿠네르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또 다시 모두의 시선이 무혁에게 꽂혔고, 이번에는 불편함이 아닌 부담스러운 시선에 그는 쓴웃음을 지어보이고 말았다.
“와… 진짜 양심도 없는 놈들이네. 아까는 불공평하니 어쩌니 하면서 온갖 지랄을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무임승차하겠다는 꼴이라니…….”
르케임은 한심해서 더 이상은 봐줄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버렸다.
미첼 또한 왜 무혁에게 기대려고 하는 것이냐는 듯 사람들의 시선을 무척이나 불쾌해하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들을 노려봤다.
“됐어. 어차피 잘 됐지. 많은 이들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먼저 움직이면 그만큼 더 빨리 끝날 테니까. 오히려 빨리 끝내려고 했던 강제 사냥이니까 잘 됐어.”
무혁은 다른 이들을 돕겠다는 마음보다는 스스로 원했던 것처럼 강제 사냥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도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 많은 인원이 협동을 해야 할 정도의 몬스터라면 분명히 보통은 아닐 텐데요.”
방구름은 쿠네르카가 그리 쉽게 강제 사냥을 끝내도록 만들었을까를 걱정했다.
“그래봐야 중소도시 사냥감이잖아.”
무혁은 자신의 실력을 믿었고, 곁에 남아 있는 미첼과 르케임 그리고 방구름을 믿었다.
이 정도의 멤버라면 설마하니 아무리 대단한 몬스터를 준비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럼 강제 사냥을 시작하겠다.”
탁-!
쿠네르카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겼고, 그 즉시 수백 명의 머리 위로 새카만 빛이 떨어져 내리며 그들을 모두 한 곳으로 이동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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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강제 사냥이 시작됐겠지?”
레오의 말에 방적삼이 곧바로 대꾸했다.
“그렇겠지. 그냥 이번에 강제 사냥을 함께 하고 이주를 할 걸 그랬나? 조금 후회가 되네. 무혁 동생에게 항상 도움만 받아서 이번에는 도움이 좀 될까 싶었더니…….”
“아저씨, 어차피 무혁이가 혼자 다 해결할 텐데 옆에서 들러리를 할 바에야 대도시 강제 사냥을 준비하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은 일이야. 그리고 도움은 무슨 걸리적거리지만 않으면 다행이겠지.”
실비아의 말에 마크와 엘리엇 등도 그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중소도시 강제 사냥일 뿐이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무혁이 작정하고 강제 사냥을 일찍 끝내버릴 마음까지 먹고 있었다.
어설프게 참가해서 이렇다 할 보상도 못 받을 바에야 차라리 며칠 후에 시작될 대도시 강제 사냥에서 활약해 보상을 노리는 것이 현명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이번 대도시 강제 사냥에 참가를 준비하고 있는 킬 라시온 멤버들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 모습을 보고 필립이 이번 대도시 강제 사냥 이후 또 한 번 헬-라시온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화젯거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어쨌든 내가 지금까지 느낀 건 무혁이 걱정은 정말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거죠. 그리고 로드와 송 고문님이라는 히든카드도 있으니까 더 이상 우리는 그쪽 일에는 신경 쓰지 말자고요.”
레오의 말처럼 무혁과 동등하다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로드와, 날이 갈수록 과거의 힘을 빠르게 뛰어넘고 있는 괴물과도 같은 송정민을 떠올린 방적삼은 그제야 자신이 대도시로 이주한 것에 대한 후회와 무혁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털어내 버릴 수 있었다.
“하긴, 지금 내가 누굴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군. 이번에야말로 그 누구보다 내 이름을 가장 떠들썩하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일 테니까! 두고 봐, 이번 강제 사냥을 통해 나 방적삼이 킬 라시온의 진정한 핵심 일원이라는 걸 알리고 말테니까! 핫핫핫!”
부푼 꿈을 꾸는 41살의 중년, 방적삼. 그의 희망찬 꿈이 과연 이루어 질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