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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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44화
변화의 시작 (9)
“뭘 물어봐요?”
대련장을 나오기 직전, 멤버들의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지 무혁이 그렇게 물었다.
레오가 곧장 대답했다.
“송 고문님하고 대련 어떻게 됐어?”
“대련이요?”
무혁은 레오를 바라보다 이내 다른 멤버들의 과도한 관심 어린 시선에 대충 무슨 상황인지를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송정민에게 줄줄이 패배를 하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던 멤버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의 승패는 상당한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의 마음을 알면서도 무혁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비겼어요.”
무혁의 대답에 멤버들 모두가 실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 말도 안 돼!”
“정말 무혁 동생도 송 고문님에게 졌단 말이야?”
“미친!”
“그것 봐! 내 말이 맞지? 훗훗!”
“놀랍네, 놀라워!”
멤버들이 저마다 송정민을 바라보며 그렇게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에 속으로 짓궂게 웃던 무혁이었지만, 곧바로 송정민이 흥을 깨버리고 말았다.
“거짓말이다. 무혁이가 이겼고, 내가 졌다.”
송정민이 진실을 알리자 멤버들이 저마다 얼굴을 찌푸렸다.
“선생님도 참.”
기껏 멤버들을 골려주려고 했더니 판을 깨버리는 송정민의 행동에 무혁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역시! 무혁이가 쉽게 질 리가 없지!”
르케임이 그렇게 소리를 치자 실비아가 정말 눈치 없는 놈이라며 혀를 찼다.
그러한 타박을 듣고 나서야 르케임은 자신이 송정민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죄송하다고 했다.
“죄송할 건 없지. 사실은 사실이니까.”
송정민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한쪽에 앉아서 맥주 한 캔을 따서 시원스럽게 넘겼다.
“너무 좋아할 것 없어요. 조만간 나도 같은 신세가 될 것 같으니까.”
이번만큼은 무혁도 진심으로 말을 했다.
그만큼 송정민의 실력은 뛰어났다.
3년의 공백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팔다리를 다 묶어두고 싸워서 겨우 얻어낼 승리일 뿐이다.”
오로지 신체 능력을 활용한 근접 박투술의 대결일 뿐이었기에 송정민은 자신이 승리를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그렇게 폄하했다.
뭘 또 그렇게까지 말을 하냐는 듯 무혁은 겸연쩍은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필립 형은 얼굴보기 정말 힘드네요?”
무혁의 물음에 마크가 당연하지 않겠냐며 필립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킬 라시온은 명실상부 헬-라시온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길드가 되었다.
연금술회를 강제 해체시켰고,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까지도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헬-라시온의 기득 세력들이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그 틈으로 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킬 라시온은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반 강제적으로 기득 세력이 되었다 하더라도 킬 라시온으로서는 기존의 기득 세력들과 여러 가지로 조율을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앞으로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줘야만 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를 필립은 혼자서 모두 해결하느라 멤버들과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요? 그냥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면 그만이지.”
무혁의 말에 마크가 그게 어디 쉽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더군다나 필립의 성격상 무혁의 말처럼 제 멋대로 살아갈 수도 없었기에 길드의 리더로서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더라도 어쨌든 작금의 사태를 만든 근본적인 책임자는 자신이라 생각하는 무혁이었다.
원인 제공자는 뒤처리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데, 애꿎은 필립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할 것까지는 없지. 우리의 상황이 열악해서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한다면 모를까, 지금 필립은 어딜 가더라도 기세등등하게 제 의견을 내세우고 있을 거니까 그렇게까지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을 거야. 어쩌면 필립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고.”
마크의 말에 멤버들 모두 피식- 웃었다.
필립의 성격을 잘 알기에 마크의 말은 농담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보다도 송 고문님이 걱정이네.”
한쪽에 앉아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던 송정민이 자신을 언급한 마크를 바라봤다.
“선생님이 왜요?”
무혁이 대신해서 묻자, 르케임이 곧장 대답했다.
“송 고문님이 언제까지나 본부에서만 머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어쨌든 간에 외부 활동을 해야 할 텐데 알다시피 송 고문님이 워낙 유명했어야지. 소문도 그렇고 저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니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
르케임은 말을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송정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걸로 무슨 걱정을 해요? 대충 얼굴을 가리고 다니면 누가 안다고.”
무혁의 태평스러운 말에 르케임이 여기 또 실비아랑 수준이 똑같은 인간이 있다며 한탄스러워했다.
“얼굴만 가린다고 그게 끝이 아니잖아? 송 고문님 정도의 실력자라면 얼굴을 가렸다 하더라도 금방 의심을 받을 거야. 그렇게 의심을 받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무혁의 모습에 르케임이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쳤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무혁이 너는 우리 중 누구라도 얼굴을 가리고 누군가와 싸우거나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다면 그걸 보고도 몰라 볼 것 같아?”
무혁은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죠.”
“내 말이 그 말이야. 물론, 처음에는 절대 어느 누구도 송 고문님을 떠올리지 못하겠지. 그들의 머릿속에 송 고문님은 폐… 인이 되었으니까.”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에 르케임이 송정민의 눈치를 살폈지만,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그의 모습에 재빨리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과연 끝까지 감출 수 있을까? 비상식이 상식이 되기도 하는 헬-라시온이라는 걸 생각하면 누군가는 분명 의심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땐 이미 늦은 거야. 인간은 한 번 의심을 하면 절대 그걸 버릴 수가 없거든.”
나름 일리가 있는 르케임의 설명에 무혁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 수긍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표식이 없다는 거야.”
“아… 표식.”
표식이 없는 불법체류자의 위험함과 불편함을 떠올린 무혁은 슬쩍 송정민을 바라봤다.
가장 큰 두 가지의 문제는 마족의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는 점과 중앙탑을 이용하지 못하니 자유롭게 포탈을 사용하지도 못한다는 부분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생명의 위협과 이동의 제한이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송정민을 들쳐 업고 다니면서 연기를 할 수도 없었다.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된 송정민은 분위기부터 완전히 달라졌기에 마족이 그걸 모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그 두 가지는 정말 문제인데…….”
다른 좋은 방법이 없나 지난 5일 동안 고심을 해봤지만, 역시 아직까지도 뾰족한 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로드처럼 독립된 공간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송 고문님을 마족들로부터 감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야.”
르케임의 말에 무혁은 고개를 끄덕이다 ‘어?’하며 그를 쳐다봤다.
“방금 뭐라고 했죠?”
“뭐가?”
“방금 로드처럼 독립된 공간을 갖고 있다면 이라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게 왜?”
“로드!”
무혁은 르케임을 무시하고 재빨리 로드부터 불렀다.
무혁의 부름에 허공에서 공간을 찢으며 로드가 곧장 모습을 드러냈다.
“다 들었지?”
“예.”
“가능해?”
무혁의 말에 로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해요.”
“정말? 인간이 살 수도 있는 환경이고?”
“예. 제가 인간은 아니지만, 어떤 생명체든 살 수가 있는 공간이죠.”
로드의 대답에 무혁이 그를 와락- 껴안았다.
“보물 같은 녀석!”
불퉁한 얼굴로 로드가 무혁의 품을 벗어났다.
“모두 들었죠?”
무혁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 모두 진심으로 당황한 얼굴들이었다.
송정민을 로드와 같은 공간으로 이동시키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어떻게 한 것인지 참 기발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 로드와 함께 있으셔도 괜찮으시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겠지.”
송정민 또한 로드와 함께 지내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지난 5일 동안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던 문제가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어 버렸다.
“깔끔하네! 깔끔해! 하하하!”
무혁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렇지 않아도 송정민의 존재가 언제 마족들에게 발각되어 위협을 받을지 내심 가장 큰 근심걱정 거리였는데, 로드로 인해서 너무나도 완벽하게 해결이 되어버렸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반면, 자신만의 공간에 타인과 함께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썩- 달갑지 않았던 로드였기에 표정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송정민이었고, 무혁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기에 로드로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로드.”
“왜요?”
로드가 자신을 부른 레오를 바라봤다.
“네 공간은 얼마나 넓은 거야?”
“그건 왜 묻는 거죠?”
로드의 눈매가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야.”
레오에게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던 로드가 이내 대답을 해주었다.
“현재 공간은 이 마당 정도 돼요. 하지만, 제 능력이 상승하면 공간은 더욱더 확장되죠.”
“그래?”
레오의 의미심장한 얼굴 표정에 로드는 자신이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만 같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위험해! 뭐가 굉장히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로드는 아무래도 이 자리에 더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재빨리 공간을 찢고 자신만의 안식처로 대피해 버렸다.
하지만, 이미 레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진 뒤였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강제 사냥이 시작될 것 같은데… 괜찮을까?”
방적삼이 무혁과 커웨인의 관계를 떠올리고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별 일이야 있겠어요? 어차피 커웨인은 커스틸 도시를 관리하는 마족이지 강제 사냥을 담당하는 마족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문제가 생길 거였다면 지난 번 강제 사냥에서 생겼겠죠.”
르케임의 말에 무혁과 함께 커스틸 강제 사냥에 참가했었던 다른 멤버들 또한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듯 크게 걱정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래도 왠지 이번에는 느낌이 영 좋질 않아서 말이야. 그냥 차라리 다른 도시로 이주를 해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 무혁 동생, 이 기회에 그냥 우리 전부 대도시로 이주를 하는 게 어떨까?”
킬 라시온 멤버들 중 대도시에서 힘겨워 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때문에 마음만 정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도시로 이주를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다만, 헬-라시온에 존재하는 10곳의 대도시 모두 그곳을 대표하는 길드나 가문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나 지난 번 전쟁으로 인해 도시 길드와 가문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킬 라시온 멤버들이 모두 대도시 한 곳으로 이주를 해버리면 어떠한 오해를 받을지는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필립으로서는 그 점을 염려할 수밖에 없었고, 무혁 또한 더 이상 애꿎은 인간들과의 싸움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커스틸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가도록 하죠. 커웨인이 정말로 나를 해칠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그랬을 거니까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위협을 느끼고 있을 당사자인 무혁이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방적삼으로서도 더 이상은 이주를 하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혁 동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몸은 좀 어때?”
“수포요? 큰 변화가 없네요.”
무혁은 자신의 손등에 징그럽게 돋아난 수포들을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거 정말 문제가 되는 것 아냐?”
실비아가 걱정스럽게 묻자 무혁은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겠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도 항상 주시하고 지켜봐. 다른 것도 아니고 조각 난 신의 힘이잖아?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으니까 소홀이 여기지 마.”
마크가 주의를 주자 무혁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다른 멤버들은요?”
“구름이는 연금술회의 연구 자료를 본다고 방에 들어가서 전혀 나오질 않고, 미첼은 아르케니아와 함께 조련소에 갔어.”
르케임의 대답에 무혁도 조련소에 맡겨 놓고 전혀 찾아가보질 않았던 히포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나도 히포나 보러 가볼까?”
과연 자신을 반가워할지 의문이었지만, 어쨌든 자신의 펫이었기에 무혁은 생각난 김에 히포를 찾아가봐야겠다며 본부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