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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36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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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36화

변화의 시작 (1)

 

움직이는 돌섬.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거대한 크기의 돌섬은 매일 좌우로 회전을 한다.

그것도 단순한 회전이 아니라 실제로 수십 킬로미터를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회전하기 때문에 처음 들어서는 이들이라면 땅이 꿀렁- 거리는 이질감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 위의 배보다도 큰 폭으로 요동치는 땅의 진동에 적응하기 위해 꼬박 하루를 소모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루 동안 땅의 진동에 대한 적응력을 마친 킬 라시온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했다.

미개척지인 움직이는 돌섬까지 와서 사냥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1등급 마정을 얻기 위함이었다.

커스틸 강제 사냥을 통해 레오 등이 하이 랭커 수준으로 강해졌다는 사실은 마크와 엘리엇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마크와 엘리엇은 킬 라시온에서 필립 다음으로 동생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었는데, 이제는 자신들이 동생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현실이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그렇게 위축된 두 사람을 위해 킬 라시온 전체가 나섰다.

더불어 이왕 강해지기로 했으니 모든 멤버들의 고유 능력을 1등급으로 올려서 더 이상은 어느 곳에서도 킬 라시온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끔 만들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그런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가장 적당한 사냥터는 역시 미개척지였고, 그 중에서도 1등급 마정 찌꺼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곳은 높은 난이도로 인해 다른 인간의 발걸음을 허용하지 않는 움직이는 돌섬이었다.

움직이는 돌섬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1등급 마정 찌꺼기를 보유하고 있는 몬스터는 ‘마그마 골렘’과 ‘스톤 가고일’로 움직이는 돌섬의 최대 포식자들이었다.

두 몬스터 중 킬 라시온 멤버들이 공략 가능한 몬스터는 스톤 가고일이었다.

스톤 가고일은 날개를 제외한 온 몸이 돌로 이루어진 몬스터로 얼굴 생김새는 고블린과 비슷했지만,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었기에 돌섬 곳곳에 높이 솟은 절벽 위에 머물며 시시때때로 침입자들을 사냥했다.

어지간한 금속보다도 강력한 발톱과, 제 몸무게의 서너 배를 가뿐하게 움켜쥐고 비행할 수 있는 힘을 자랑하는 스톤 가고일은 사실상 움직이는 돌섬 전체에 고루 분포하고 있는 포식자로 지금까지 많은 침입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해왔다.

돌섬 중앙에서만 볼 수 있는 마그마 골렘과 다르게, 스톤 가고일은 높은 절벽 주변에서는 어김없이 발견할 수 있었기에 찾기도 쉬워 사냥이 용이했다.

키에에에에에엑-!

목청이 찢어질 것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스톤 가고일 두 마리가 킬 라시온 멤버들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침입자이자, 먹잇감을 발견한 두 마리의 스톤 가고일은 언제든 기회만 보이면 벼락처럼 수직 하강을 해서 목표물의 머리통을 부숴놓거나, 그대로 움켜쥐고 하늘로 올라가길 즐겨했다.

“우선 아래로 떨어트려!”

필립은 그렇게 말하며 누구보다 먼저 공격을 펼쳤다.

상당히 높은 곳에서 비행하고 있는 스톤 가고일을 공격하기 위해서 필립이 사용한 무기는 아크릴 송곳이었다.

최대 100미터까지 자유롭게 조종이 가능한 아크릴 송곳은 스톤 가고일의 질긴 날개 가죽을 뚫기에도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퍽! 퍽! 퍽! 퍽! 퍽!

아크릴 송곳은 스톤 가고일의 비행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개 가죽을 뻥뻥- 뚫고 다녔다.

날개 가죽이 뚫리자 스톤 가고일 두 마리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내지르더니 더욱더 요란하게 좌우로 회전 비행을 했다.

“윈드 스피어!”

“마력탄!”

“아쿠아 미사일!”

“스톤 에로우!”

필립의 뒤를 이어서 아르케니아, 방구름, 엘리엇, 마크까지 각자 스톤 가고일의 날개와 몸통을 노리고 마력 스킬을 사용했다.

아크릴 송곳에 의해 날개 곳곳에 구멍이 뚫린 스톤 가고일들은 제 마음대로 비행을 하지 못하고 각종 마력 스킬에 공격당했다.

키에에에에엑!

공격을 받은 스톤 가고일들이 분노에 찬 괴성을 내지르며 그대로 수직으로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미사일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모두 피해!”

단단한 돌로 이루어진 몸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몸통 박치기는 필립이라 하더라도 절대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무혁도 뒤로 훌쩍- 뛰며 스톤 가고일의 공격을 피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뿌연 먼지가 사방으로 치솟아 올랐다.

시야를 가리는 먼지 구름이 가라앉기도 전에 껑충껑충- 뛰듯 스톤 가고일 두 마리가 킬 라시온 멤버들을 공격해왔다.

“젠장! 니들도 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일타삼격!”

거리상으로 더 가까웠던 실비아와 미첼을 무시하고 하필이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스톤 가고일의 모습에 방적삼이 분노를 터트리듯 창을 내질렀다.

안 그래도 흑룡 길드 등과의 전쟁이 끝난 직후, 레오, 실비아, 아르케니아, 미첼은 하이 랭커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데, 같은 실력을 지닌 자신은 준 하이 랭커 수준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내내 기분이 좋질 않았다.

그렇다고 나이도 제일 많은 자신이 그런 걸 내색하면 멤버들에게 속이 좁다는 핀잔만 들을 것 같아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스톤 가고일마저 다른 멤버들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달려드니 그 울분이 폭발해버린 것이었다.

퍼퍼퍽!

머리와 가슴, 배를 정확하게 가격당한 스톤 가고일이었지만, 1등급 몬스터답게 강력한 방어력으로 방적삼의 공격을 가볍게 견뎌냈다.

그 모습이 또 방적삼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었다.

“이, 이런 젠장! 회전팔격!”

강한 회전력이 더해진 여덟 번의 찌르기가 스톤 가고일의 상체의 한 점으로 집중되었다.

콰드드드드드득!

사방으로 돌가루가 파편처럼 튀며 스톤 가고일이 뒤로 형편없이 밀려났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자신의 공격이 들어갔다고 여긴 방적삼이 만족의 미소를 지으려다, 눈앞에 보인 현실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말았다.

“빌어먹을!”

주먹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로 깊게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톤 가고일의 돌로 이루어진 겉표면을 뚫지 못한 것이다.

오기로라도 뚫어버리겠다는 듯 방적삼이 창을 다시 꼬나 쥐었다.

그러나 스톤 가고일도 더 이상은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 양팔을 빠르게 휘두르자 손가락에 박혀 있던 단단한 손톱이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이까짓 것들!”

방적삼은 스톤 가고일이 날려 보낸 손톱들을 창으로 일일이 후려쳐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위력이 상당해서 창을 휘두르는 손목에서 알싸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큭! 1등급 몬스터라 이거지?’

역시 1등급 몬스터답다.

그나마 가장 까다로운 비행 능력을 막아두었기에 이만큼이라도 싸울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 방적삼은 끓어올랐던 화를 누그러트리며 냉정하게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다른 한 마리의 스톤 가고일은 실비아와 미첼, 르케임, 마크와 엘리엇까지 이어진 연계 공격에 형편없이 뒤로 밀려나며, 빠른 속도로 몸이 부셔져갔다.

홀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방적삼을 돕기 위해 다른 멤버들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방적삼도 한 시름 놓았다는 듯 창을 휘두르는 속도에 조금은 여유를 뒀다.

반면, 무혁과 필립은 멤버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톤 가고일이 1등급 마정 찌꺼기를 가지고 있는 거 확실한 거지?”

“통통이가 그랬으니까요.”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곁에 살짝 떠올라 있는 작은 소년을 바라봤다.

앙증맞은 아기 천사와도 같았던 통통이의 외모가 급변해 있었다.

6세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의 외모였는데, 잿빛 피부와 이마에 불룩- 튀어나온 작은 뿔은 여전했지만 등 뒤에 보이던 날개는 사라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통이는 허공에 떠올라 있어서 마치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톤 가고일하고 마그마 골렘은 마정을 만들 수 있으니까 의심하지 말아요.”

놀랍게도 통통이는 명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까지 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외모답게 조금은 높은 하이 톤이었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까칠한 말투였다.

그런 통통이를 바라보는 무혁의 눈빛엔 무언가 아쉬움이 엿보였다.

외눈만 깜빡이던 알 형태와 앙증맞았던 작은 아기 천사와도 같았던 모습이 아직까지도 눈에 아른거렸다.

“무혁아.”

필립이 작은 목소리로 무혁을 불렀다.

왜 그러냐는 듯 필립을 바라보자 그가 속삭이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통통이 저러다가 정말 마족이라도 되는 거 아니야?”

“그러게요.”

대답을 하는 무혁의 표정에 우울함이 가득 보였다.

킬 라시온 멤버들이 싸우는 모습을 팔짱까지 끼고 시큰둥하게 바라보고 있는 통통이의 모습은 마족이 되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마족의 모습이었으니까!

거기에 과거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질감까지 더해졌으니 무혁으로서는 달라진 통통이의 모습이 못내 서운하기까지 했다.

“마족의 인장을 흡수하고 저렇게 변했다고 했지? 솔직히 나는 조금 걱정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족의 인장이다.

말 그대로 마족의 힘을 흡수해서 성장을 하고 있었으니 필립의 걱정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무혁 역시도 마족의 인장을 흡수할 때마다 경악스러운 성장력을 보여주는 통통이가 걱정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것이다. 그때 인간인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를 가장 먼저 잡아먹을지도 모르지.’

 

또다시 무혁의 머릿속에서 라미엘이 했던 경고가 맴돌았다.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과연 자신은 통통이를 죽일 수 있을까?

무혁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졌기에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통통이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통통이가 아버지라고 했다.

6세 소년의 모습을 하고 존댓말까지 한다.

“…아빠라고 부르라니까. 그리고 말도 편하게 하고.”

무혁의 말에 통통이는 ‘싫어요’라는 말과 함께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벌써 사춘기냐?’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들어 처먹지 않는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무혁이 보기에 통통이는 벌써 그 시기에 들어선 것이 분명했다.

고작 6세의 모습으로!

‘이럴 줄 알았으면 케일테자만에게서 얻은 마족의 인장을 통통이에게 건네는 게 아니었는데!’

앙증맞은 모습으로 ‘아부우우우-’를 외치던 통통이가 몹시 그리워지는 무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리워해도 과거의 통통이는 더 이상 돌아올 수가 없었기에 무혁은 맥없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킬 라시온 멤버들은 움직이는 돌섬에서의 스톤 가고일 사냥에 빠른 속도로 적응했다.

통통이의 말처럼 스톤 가고일을 잡으면 1등급 마정 찌꺼기를 추출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열 개를 모으면 1등급 마정을 만들 수 있었으니 스톤 가고일의 시체가 쌓일수록 1등급 마정도 늘어났고, 그만큼 킬 라시온 멤버들도 강해져갔다.

강해진 킬 라시온 멤버들의 활약이 뛰어날수록 스톤 가고일은 더 빠르게 사냥되었고, 다시 1등급 마정이 만들어지면 또 다른 멤버가 강해지는 선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지니 어느새 스톤 가고일 사냥이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변해버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최후의 보호자처럼 멤버들을 지켜주었던 무혁은 더 이상 자신이 함께 있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저는 내일부터 중앙으로 갈게요.”

하루의 사냥이 끝나고 저녁을 먹던 와중에 무혁이 그렇게 말했다.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

돌섬의 중앙, 그곳에는 킬 라시온의 다른 멤버들은 절대 사냥할 수 없는 마그마 골렘이 있다.

애초부터 마그마 골렘은 무혁만의 사냥감으로 낙인 찍어 놓고 있었다.

마그마 골렘이 뿜어내는 강력한 열기를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무혁 밖에 없었으니까.

자신이 없더라도 스톤 가고일 사냥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 지금이, 무혁으로서는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라고 판단을 내렸다.

“위험할 것 같아요?”

자신을 걱정하는 방적삼에게 오히려 무혁이 되묻자 그가 머쓱해진 표정으로 까칠하게 자라난 턱수염을 긁적거렸다.

모두 안다.

마그마 골렘이 아무리 치명적인 위험성을 지닌 1등급 몬스터라 하더라도 무혁의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헬-라시온에서 무혁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마족을 비롯한 초월적인 존재들뿐이었다.

1등급 몬스터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무혁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통통아, 너는 여기서 멤버들하고 같이 움직이면서…….”

“아버지를 따라갑니다.”

무혁의 말을 딱- 끊어버리며 통통이가 그렇게 제 할 말만 하고 손에 쥔 고기를 음미했다.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싱싱한 생고기를 음미하듯 먹는 6세 소년의 모습은 볼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오죽했으면 멤버들 모두 앞으로라도 더 이상 통통이에게 마족의 인장을 주지 말라고 무혁에게 진심으로 당부를 할 정도였다.

“너는 여기서 마정 찌꺼기도 추출해야 하니까…….”

“아버지는 제가 지킵니다. 마정이야 한 번씩 제가 왔다갔다 하면서 추출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세요.”

따박따박- 제 말을 하는 통통이의 모습에 멤버들은 확신했다.

저 자식은 분명히 커서 싸가지 더럽게 없는 마족이 될 거라고!

어쩌다가 그 앙증맞고 순하던 통통이가 저렇게 변한 것인지, 역시 사람이든 짐승이든 환경이 중요하고 그 환경 속에서 먹고 자라는 것이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뭐… 그렇다네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무혁은 고개를 숙이고 잘 익은 음식만 꾸역꾸역- 뱃속으로 집어넣었다.

그토록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무혁이지만, 제 자식과도 같은 통통이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이 멤버들은 그저 짠- 하게 보일 뿐이었다.

“이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했지.”

방적삼이 그렇게 말하며 혀를 찼고, 다른 멤버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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