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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29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9화

하이 랭커 (18)

 

“…케일테자만!”

필립은 자신을 완벽하게 포위하는데 앞장선 케일테자만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를 바득- 갈았다.

자신을 보는 필립의 시선이 살기로 가득 차 있음에도 케일테자만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누구야? 누가 너희에게 새로운 형태의 포션을 준 거냐? 내게 협조를 한다면 너희 셋의 목숨만큼은 내가 반드시 보장해주지. 이만하면 거래를 할 만하지 않나, 필립?”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이! 왜 멋대로 저놈들의 목숨을 보장한다는 거야!”

케일테자만의 발언에 천인회의 회주, 추치엔과 무사시 가문의 가주, 무사시 쿤이 인상을 찌푸리며 반발했다.

연금술회가 이번 작전에 큰 축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케일테자만이 필립 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들 정도로 일방적인 위치는 아니었다.

필립이 반발하는 추치엔과 무사시 쿤을 바라보자 케일테자만이 그들은 볼 것 없다는 듯 느긋하게 말했다.

“필립, 내게 그만한 힘도 없을 것 같아?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실망스러운데?”

명백한 무시였다.

자신의 길드원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무시를 당하자 추치엔과 무사시 쿤은 모욕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케일테자만! 우리가 그렇게 우습게 보인다는 거냐!”

“여기서 한 번 해보자는 거냐!”

천인회도 그렇고, 무사시 가문도 그렇고 정예들이 싹 모여 있는 자리였기에, 막말로 둘이 힘을 협력한다면 케일테자만이라 하더라도 해볼만 하다는 계산이 섰다.

그리고 또 한 명.

“염태수! 당신은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거요?”

똑같이 무시를 당해놓고 왜 가만히 있냐는 추치엔의 물음에 염태수는 뭘 그렇게 화를 내냐는 듯 작게 미소까지 짓는 여유를 보였다.

“어차피 필립이 케일테자만과 거래를 할 가능성도 없는 일인데 왜 그렇게 열을 내는 거요?”

케일테자만이 필립 등의 목숨을 보장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염태수는 확신했다.

누구보다 의리가 있는 필립이 다른 사람을 팔아가며 제 목숨을 보존한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염태수의 말이 틀리지 않았던지, 뒤늦게 추치엔과 무사시 쿤이 헛기침을 하며 필립을 바라봤다.

“아쉽네.”

“그러게, 지들끼리 싸웠으면 기회라도 엿볼 수 있었을 텐데.”

마크와 엘리엇이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과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현재 마크와 엘리엇의 상태는 결코 좋지 않았다.

장장 이틀에 걸쳐서 쫓고 쫓기는 싸움을 해왔기에 몸 곳곳에 부상도 적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이제는 한계에 달했기에 사실상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상태였다.

흑룡 길드와 무사시 가문, 천인회 그리고 연금술회와 인간 사냥꾼들로 이루어진 추격전은 말로는 설명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했고, 집요했다.

그렇다보니 필립이 혼자였다면 모를까, 제 아무리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마크와 엘리엇의 안전까지 신경을 써가며 수백 명의 포위망을 뚫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하게 고용한 다섯 명의 하이 랭커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들이 번번히 필립의 앞을 가로 막는 바람에 결국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내가 말을 할 것 같아?”

필립이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케일테자만도 별 기대 하지 않았다는 듯 마주 웃었다.

“필립, 네가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 자리인 거야. 내가 너였다면 벌써 헬-라시온 최강의 길드를 만들었을 거다. 네 인망, 능력이라면 충분하지만, 그 알량한 정의심이 결국은 널 그 꼴로 만든 거지.”

“그래도 최소한 나는 인간이길 포기한 네놈들보다는 떳떳하다.”

“고작 그런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버리겠다는 거냐? 정말 한심하군.”

케일테자만은 어쩜 그렇게 멍청하냐는 듯 혀를 찼다.

“스스로 말을 하지 않겠다니 억지로라도 말을 하게끔 만들어야지. 과연 네놈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이들의 고통을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입을 다물지 정말 궁금하군.”

기대해보겠다는 듯, 필립을 향해 웃어 보인 케일테자만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연금술회의 수하들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한 놈도 죽이지 말고 세 명 다 산체로 잡아.”

평상시였다면 하이 랭커인 필립을 상대로 절대 불가능한 명령이었겠지만, 이미 상당수 힘이 빠져 있는 지금으로서는 결코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명령이 아니었다.

“필립, 우리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너 혼자서라도 빠져나가!”

엘리엇의 말에 마크 역시 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래, 이만하면 충분해! 우리는 어차피 가망이 없으니까 필립 너라도 살아! 다른 멤버들을 생각해서라도 네가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되는 거잖아!”

다른 멤버들을 언급하자 필립의 얼굴이 흔들렸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는 무혁이가 날 대신 하겠죠.”

무혁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대신해서 킬 라시온을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필립이었다.

“뭘 그렇게 속닥거려? 왜? 미리 작별 인사라도 하는 건가? 걱정 마. 죽기 전에 작별 인사 정도는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줄 테니까. 크하핫!”

연금술회 소속의 남자 하나가 그렇게 비아냥거렸다.

상대가 하이 랭커인 필립이라 하더라도 힘이 빠진 상태라는 걸 알기에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객기의 대가는 너무 컸다.

푸- 악!

“…이, 이게 뭐…….”

말을 다 하지도 못하고 남자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이미 숨이 끊어져버린 남자의 목구멍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바람구멍이 뚫려 있었다.

순식간에 남자의 목구멍을 뚫어버린 정체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필립의 비장의 무기, 아크릴 송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필립이 가볍게 손을 내밀자 얼핏 보면 투명하게 보이는 50센티미터 길이의 손가락 굵기 만한 아크릴 송곳 하나가 손바닥 위에서 빙글빙글- 회전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죽고 싶으면 움직여 봐.”

필립의 서늘한 음성에 연금술회의 남자들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이 상황까지 오면서도 필립이 사용하지 않았던 최후의 무기였기에 그 위험성이 머릿속에서 요란하게 경고를 울려대고 있었던 것이다.

“피라미들을 상대로 너무 과한 것 아냐?”

“그러게 말이야, 필립의 비장의 무기라… 재밌겠네.”

케일테자만의 요청과 흑룡 길드 등의 보상으로 이 자리까지 함께 움직인 하이 랭커 중 두 명이 이죽거리며 나서기 시작했다.

상대가 만만찮은 하이 랭커라는 사실에 필립의 얼굴이 더욱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

 

강제 사냥을 마치고, 모든 보상을 손에 넣은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하나, 둘 중앙탑 앞에 모였다.

“모두 위치 추적 스킬 사용하지 않았었지?”

레오가 실비아, 미첼, 르케임을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강제 사냥에 들어오기 직전에 실비아는 필립, 미첼은 엘리엇, 르케임은 마크에게 각각 위치 추적 스킬을 걸어뒀었다.

위치 추적 스킬은 사냥꾼 포지션만의 스킬로 새로운 상대를 지정하거나, 기존 상대의 위치를 추적하지 않는 이상은 며칠, 몇 년이 지나더라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헬-라시온이 워낙에 방대한 세계라서 중앙탑을 통해 어느 도시 근처에 있는지를 미리 알지 못한다면 무작정 필드를 통해서 찾아야 하는데, 그건 솔직히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 효율이 떨어졌다.

“우선 어느 도시 근처에 있는지부터 수소문을 해보자.”

한창 흑룡 길드 등과 전쟁 중이었기에, 조금만 발품을 팔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기에 멤버들 중 어느 누구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예상대로 무혁과 멤버들이 커스틸 도시를 활보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두 남자에게서 듣고자 하는 대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필립이 대단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까지 대단할 줄은 몰랐어.”

“보통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하는데 필립만큼은 예외라니까.”

“그러니까! 선전포고도 먼저 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에 선제공격까지 감행하면서 완전히 기선 제압에 성공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지!”

“나는 선제공격을 한 부분도 대단하지만, 흑룡 길드 등이 자신들의 본부를 공격해올 것이라는 걸 미리 예상하고 건물을 매각해놓은 부분에서 감탄했다니까!”

“캬! 그 소문 들었을 때 나도 정말 무릎을 쳤을 정도로 탄성을 내질렀지! 덕분에 흑룡 길드 등이 멀쩡한 건물을 부숴놓는 바람에 중앙탑에 막대한 손해배상을 했다면서? 큭큭큭!”

“이게 다 계획적이었다는 뜻이지. 그러고 보면 차무혁이 괜히 흑룡 길드 등의 지점을 박살낸 게 아니었다는 소리지. 정말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참 멋진 작전 아니겠어?”

두 남자의 대화를 들으며 무혁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다른 멤버들 역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서로를 멀뚱히 쳐다봤다.

“이게 다 계획적이었어?”

실비아의 물음에 무혁이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대꾸했다.

“초장에 기를 꺾으려고 그냥 때려 부순 건데?”

“…역시. 네가 그렇게까지 치밀할 리가 없지.”

멤버들 역시 무혁이 치밀한 계획에 의해 행동한 것이 아니라, 필립이 독자적으로 현명하게 판단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필립이라면 지점이 박살난 흑룡 길드 등이 킬 라시온의 본부를 쳐들어와 똑같은 행동으로 보복을 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고 본부를 중앙탑에 다시 되팔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필립의 선경지명에 감탄하며 흐뭇해하던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지만, 뒤이어 들려온 대화 내용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멋진 작전이지! 무엇보다도 이런 부분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완벽하게 행동한 차무혁이라는 놈도 보통은 아니지!”

“그러면 뭐해. 이제는 필립도 독 안에 든 쥐 마냥, 목숨이 간당간당 할 텐데.”

“하긴! 연금술회까지 끼어들었다면서? 그런데 필립이 무슨 짓을 했기에 하필이면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케일테자만과 척을 진 걸까?”

“그거야 모르지. 케일테자만의 그 시커먼 속을 누가 알겠어? 중요한 건 케일테자만이 끼어들면서 필립이 완전히 위기에 빠졌다는 거지. 어쩌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개소리야!”

대화를 나누던 두 남자는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고성에 깜짝- 놀라서 돌아봤다.

레오가 두 눈에 살기를 뿌려대며 남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또한 당장이라도 두 남자를 잡아먹을 것처럼 사나운 표정들이었다.

“우리 리더가 위험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레오의 말에 두 남자는 그제야 이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난 28일 동안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던 킬 라시온 멤버들이라는 걸.

“그러니까 그게…….”

너무나도 흉흉한 킬 라시온 멤버들의 눈초리에 두 남자는 잔뜩 주눅이 들어서 자신들이 아는 내용을 가감 없이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자 킬 라시온 멤버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중앙탑을 향해 달려갔다.

“X발… 깜짝 놀랐네.”

“그러게 말이야! 그 새끼들 진짜 무섭네. 그런데 킬 라시온 멤버들은 다 저렇게 강했던가?”

“너도 그렇게 느꼈어? 난 진심으로 하이 랭커를 앞에서 보는 것만 같았는데…….”

“하이 랭커? 설마 그 정도까지? 어쨌든 보통은 아니었어.”

“어쨌든 흑룡 길드 등이 왜 기선 제압을 당했는지 알만하네.”

그 말에 다른 남자 역시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남자에게서 다급한 소식을 듣게 된 무혁과 멤버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텔레포트 스킬 링은 정말 쓸모가 없는 거야?”

무혁의 물음에 르케임이 곧바로 설명을 해주었다.

“무혁이 너도 들었잖아. 연금술회가 끼어들었다고. 케일테자만 그 인간이 얼마나 치밀한데! 필립 형님이 텔레포트 스킬 링을 여기저기서 구입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거야. 설령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하이 랭커를 다섯 명이나 고용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3등급 텔레포트 스킬 링 정도는 충분히 막혔을 테지.”

믿고 싶지 않은 가정이지만, 사실 질문을 꺼낸 무혁조차도 실질적으로 필립이 어렵게 구했을 3등급 텔레포트 스킬 링이 무용지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하이 랭커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감이었다.

“모두 똑바로 들었지? 라코스텐이야!”

레오가 가장 먼저 중앙탑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실비아, 미첼 등이 다급하게 중앙탑으로 들어갔다.

무혁 역시 중앙탑으로 들어가서 어지간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커웨인과 마주했다.

“포털을 이용하겠어. 목적지는 라코스텐!”

다급한 무혁의 요청에도 커웨인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포털을 이용한다고! 라코스텐! 라코스텐!”

무혁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자 커웨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건방진 놈. 당장이라도 네놈을 찢어 죽이고 싶지만… 그래, 지금은 참아두지.”

“내가 늦어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반드시 널 죽이러 온다.”

무혁도 지지 않고 그렇게 으르렁거렸다.

커웨인의 얼굴이 살기로 뒤덮였지만, 이내 그가 숨을 토해내며 비릿하게 웃었다.

“기대하지. 벌레 같은 인간이 발버둥치는 모습을.”

“너야말로…….”

“꺼져!”

무혁의 말을 듣지도 않고 커웨인은 그를 라코스텐으로 이동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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