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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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8화
하이 랭커 (17)
“끝이라고?”
“왜?”
“어떤 놈들이 벌써 강제 사냥을 끝낸 거야?”
“말도 안 돼! 우리는 이제 스물일곱 번째 도시를 공략 중인데! 몬스터 왕을 잡았다고?”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 벌써 몬스터 왕을 잡은 거야!”
강제 사냥을 종료한다는 알림에 각기 다른 곳에서 몬스터 도시를 격파 중이던 인간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렇게 혼란스러워했다.
“랭킹 떴다!”
그렇지 않아도 왜 랭킹이 보이질 않느냐며 투덜거리던 이들은 강제 사냥이 종료되고 나서야 공개가 되자 다급하게 순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개된 랭킹은 충격적이었다.
1. 차무혁.
2. 실비아.
3. 레오.
4 아르케니아.
5. 방구름.
6. 미첼.
7. 방적삼.
8. 르케임.
놀랍게도 랭킹 1위부터 8위까지 모조리 킬 라시온 멤버들이었던 것이다.
“미, 미친!”
“이게 말이 돼?”
“도대체 이 미친 새끼들은 뭐야-!”
랭킹을 확인한 곳곳에서 고함과 절규, 질투에 휩싸인 외침이 시끄럽게 이어졌다.
그렇게 랭킹이 공개되자 자연스럽게 누가, 어떤 무리가 몬스터 왕을 쓰러트렸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킬 라시온 놈들이 그럼 이번 강제 사냥의 보상을 모조리 독식하는 거야?”
이번 강제 사냥의 난이도는 결코 낮지 않았다.
일반적인 중소도시 식민들의 평균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기본 60일 정도가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강제 사냥을 킬 라시온 멤버들은 고작 28일 만에 끝내버린 것이다.
아무리 하이 랭커인 무혁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건 정말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무혁이라는 놈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거야? 아니면 킬 라시온 멤버들이 소문보다 훨씬 더 강한 거야?”
어느 쪽이 되었든지, 이번에 강제 사냥에 참가한 커스틸 거주자들은 이 사실을 흑룡 길드 등이 알게 된다면 꽤나 긴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흑룡 길드 등은 정말 무서운 놈들과 전쟁을 벌였다는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모두가 놀라며 경악하는 동안, 랭킹을 확인한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작은 소란을 겪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왜 꼴찌야? 이게 말이 돼? 내가 죽인 몬스터가 얼마나 많은데! 최소한 중간은 가야 하는 거 아냐?”
수백 명의 사람들 중 랭킹 8위를 차지한 르케임이었지만, 킬 라시온 멤버들 사이에서는 꼴찌를 하고 만 그가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부정했다.
“시끄러워! 그럼 랭킹이 잘 못 됐다는 거야? 지금까지 그런 적이 있었어?”
실비아가 그만 좀 하라는 듯 빽- 소리를 내질렀다.
“이게 말이 안 되잖아! 아저씨가 나보다 많이 잡았다고? 구름이는? 미첼도 나보다 훨씬 더 못 잡았는데! 내가 왜 8등이냐고!”
르케임은 특히 세 사람을 콕! 집어서 말을 했다.
“내가 막타를 많이 쳤어. 핫핫핫!”
“저도 운이 좋아서 마력 스킬 공격이 생각보다 킬 수를 많이 올렸는데요.”
“멀리서 고작 한 마리, 한 마리 창을 찌르는 거랑 가까이 붙어서 두세 마리씩 해머로 다 때려 부수는 거랑 누가 더 빨리 죽이겠어? 상식이 없어요. 상식이!”
르케임이 언급했던 이들이 저마다 타당한 의견을 내세웠지만, 그는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난동이라도 피울 기세였다.
그러던 르케임을 한 순간에 얼어붙게 만든 건 아르케니아였다.
“역시 가위바위보는 운명을 알려주는 아주 공평한 게임이야. 딱 랭킹 순위대로잖아.”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한 아르케니아였지만, 공교롭게도 그녀의 말대로였기에 멤버들 모두 킥킥- 거리며 웃기에 바빴다.
“…젠장!”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르케임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보상이 뭘까?”
레오의 말에 다른 멤버들 또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작 여덟 명이서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몬스터 왕을 잡았다니…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야. 정말 놀라워.”
쿠네르카가 공간을 찢고 나타나선 그렇게 말했다.
여전히 깔끔하면서도 다림질이 칼 같이 되어 있는 수트 차림이었다.
“보상부터.”
무혁은 쿠네르카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었지만, 무혁은 조금이라도 빨리 필립 등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네놈이 그놈이군.”
마음이 급한 무혁과 다르게 쿠네르카는 여유롭게 그를 바라봤다.
“날 알아?”
무혁의 물음에 쿠네르카가 싸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덕분에 내가 꽤나 귀찮았지. 그런데 지금 보니 괜한 짓은 아니었어.”
전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하는 쿠네르카였다.
무슨 소리냐는 듯, 자세하게 설명을 해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어지간한 마족보다도 오만해 보이는 쿠네르카의 모습은 결코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기에 무혁도 더 이상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잠시 무혁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쿠네르카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 그럼 보상을 해주지.”
쿠네르카가 딱-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튕기자 무혁을 비롯해서 킬 라시온 멤버들의 앞에 새카만 박스가 나타났다.
“랭킹 순위에 따른 개인 보상이다.”
킬 라시온 멤버들뿐만 아니라 랭킹 9위와 10위를 차지한 다른 두 명의 인간들 또한 다른 공간에서 새카만 박스를 개봉하고 있었다.
“스킬 숙련도 알약이다!”
“성장 약물도 있어!”
놀랍게도 개인 보상을 통해 나온 물건들은 스킬 숙련도 알약과 성장 약물이었다.
성장 약물이야 간혹 보상으로 주어지기에 크게 놀랄 것 없었지만, 스킬 숙련도 알약은 오로지 포지션 트레이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보상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멤버들의 놀람은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다.
가장 랭킹이 낮은 르케임이 스킬 숙련도 알약 3개와 성장 약물 3개를 보상으로 받았다.
바로 위의 랭킹인 방적삼이 각각 4개씩, 미첼이 5개씩의 순으로 랭킹이 한 단계 높을수록 수량이 하나씩 늘어갔다.
“열 개.”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랭킹인 무혁은 각각 10개를 얻었다.
스킬 숙련도 알약은 10퍼센트였기에 실질적으로 스킬 등급 하나를 올릴 수 있었으니 무혁에게도 상당히 소중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3등급짜리 성장 약물의 경우 무혁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일정하게 1퍼센트씩 올려준다는 건 일반적인 커스틸 거주자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다.
하지만, 성장 약물보다 훨씬 더 뛰어난 마정의 맛을 본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있어 성장 약물은 그리 큰 보상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무혁은 곧바로 열 개의 성장 약물을 르케임에게 내밀었다.
“이걸 왜 나한테?”
“몰아주기로 했잖아요. 나한테는 필요하지도 않고.”
“하긴, 나도 별로 필요치 않네.”
“르케임, 네가 다 가져가.”
무혁의 말에 레오, 실비아 등도 보상으로 받은 성장의 약물을 르케임에게 건넸다.
르케임만 빼놓고 모두 고유 능력이 2등급이었으니 처음부터 사용자는 정해진 셈이었다.
“고마워.”
르케임의 말에 멤버들은 뭘 고마워하냐는 듯 웃어넘겼다.
총 52개의 성장의 약물을 얻은 르케임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한 입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이미 2등급이었던 체력은 변화가 없었지만, 3등급 50퍼센트였던 근력은 2등급이 되었고, 나머지 순발력, 지구력, 정마력까지 모두 3등급 52퍼센트가 되면서 한층 더 강한 힘을 갖게 된 르케임이었다.
물론, 여전히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의 마정을 얻지 못해 내심 아쉬움이 컸던 르케임이었기에 성장의 약물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보상이 되어주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쿠네르카로서는 도저히 킬 라시온 멤버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기에 두 번째 보상을 꺼내들었다.
“이제 몬스터 왕을 쓰러트린 파티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아주 작은 검은색 상자 하나가 멤버들의 중심에 생겨났다.
“너무 작은데?”
보석함을 연상시키는 작은 상자의 크기에 멤버들 모두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력한 무구나 그걸 제작할 수 있는 재료를 기대했던 그들에게 있어 부피부터 너무나도 작은 보상의 크기는 기대심리를 완전히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궁금한데 빨리 까봐.”
실비아가 무혁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럼 내가 깔까?”
실비아가 손을 뻗자, 르케임이 안된다며 무혁이 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제 사냥에서 무혁이 리더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주지 못했다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결과였기에, 마땅히 그가 보상을 확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혁은 알겠다며 검은색 상자를 개봉했다.
“스킬 링?”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건 단 하나의 스킬 링이었다.
스킬 링이라는 사실에 다시금 묘한 기대감이 생겼다.
몬스터 왕을 잡는 난이도 높은 강제 사냥의 보상으로 달랑 스킬 링 하나만 준다는 건 그만큼 가치가 높다는 뜻이었으니까.
주변에서 빨리 확인을 해보라는 재촉의 시선에 무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킬 링을 감정했다.
“감정!”
|리커버리 – 고유 : 無등급|
· 모든 상처와 상태 이상을 완벽하게 회복한다.
· 100일내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 스킬 성장과 조합이 불가능하다.
“…맙소사.”
무혁은 스킬 링을 확인하고 저도 모르게 스킬 링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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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고?”
“거의 잡았습니다.”
염태수는 아주 오랜만에, 정말 듣고 싶었던 기쁜 소식을 들었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만개했다.
“세 놈 다 있는 거지?”
“그렇습니다. 연금술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도혜미의 말에 염태수는 코웃음을 쳤다.
“케일테자만 그놈이 우리가 좋아서 도와주는 것도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어차피 그놈도 제 이익 때문에 움직이는 거니까.”
“그렇지만 차후 연금술회에서 적당한 보상을 원할 경우를 대비해야만 합니다.”
“그건 그렇지. 괜히 사이가 틀어져서 좋을 건 없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쩌겠냐는 듯 염태수가 입맛을 다셨다.
“길드장님께서도 이제 움직이셔야 합니다. 연금술회에서도 케일테자만이 직접 움직이고 있으니…….”
도혜미의 말에 염태수가 안다는 듯 손을 저었다.
“얼굴 도장이라도 찍어야 한다는 거지? 나도 알아. 그럼 준비해. 필립 그 개자식의 마지막이 어떨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테니까.”
그 동안 쌓였던 체증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염태수가 몸을 일으켰다.
“커스틸은 어떻게 할까요?”
“됐어. 어차피 강제 사냥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끝난다 하더라도 필립이 죽어버리면 알아서 자멸할 놈들이야. 그리고 내가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케일테자만, 그 집요한 놈이 가만히 둘 것 같아?”
염태수의 물음에 도혜미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뒷일은 케일테자만이 다 알아서 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필립만 확실하게 잡으면 사실상 이번 전쟁은 끝났다고 보면 돼.”
킬 라시온의 중심인 필립만 잡으면 전쟁은 끝이다.
이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한 염태수였고, 그의 생각처럼 실제로도 필립이 없는 킬 라시온은 앙꼬 없는 찐빵마냥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무혁이라는 새로운 하이 랭커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필립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생각하면 결코 그가, 아니 어떤 누구라 하더라도 필립의 빈자리를 채울 순 없었다.
“자, 그럼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러 가볼까?”
전쟁을 시작한 이후, 가장 경쾌한 발걸음으로 길을 나서는 염태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