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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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7화
하이 랭커 (16)
“여기까진 어쩐 일이오? 요즘 무척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날 찾아올 정도로 여유가 있는 거요?”
상대의 첫 인사가 결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자신을 아래로 내려다보던 상대였기에 염태수는 애써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그깟 잡놈들 몇 상대하는 건데 여유가 없을 건 또 뭐겠소?”
“잡놈? 하하하!”
상대는 염태수의 말에 재밌다는 듯 대놓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는 염태수가 여유를 부리는 것과 다르게 현재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고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 앞에서 되지도 않을 허세를 부리고 있으니 웃길 수밖에.
“그래, 날 찾아온 목적이 무엇이오?”
당신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듯 상대는 대놓고 본론을 재촉했다.
이처럼 보란 듯이 자신을 무시하자, 염태수는 속으로 이가 박박- 갈렸지만, 화를 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연금술회를 찾아온 목적이라면 단 하나 밖에 더 있겠소?”
상대인 연금술회 회장 케일테자만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그쪽 전쟁에 우리는 전혀 상관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소.”
“약속?”
케일테자만의 말에 염태수의 눈꼬리가 바짝 치솟았다.
“그렇소. 필립이 선전포고를 하고 난 직후, 날 찾아와서 어느 쪽과도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거래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을 해왔소.”
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염태수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지금 뭐하는 짓이지?”
케일테자만이 싸늘해진 표정으로 염태수를 노려봤다.
제 아무리 염태수가 흑룡 길드의 수장이라 하더라도 케일테자만에게는 조금도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더욱이 지금 그의 처지를 생각하다면 자신 앞에서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대놓고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으니 기가 막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지금 내 앞에서 약속이라고 했소?”
염태수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할 케일테자만이었지만, 약속이라는 말을 너무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 무언가 분명한 이유가 있는 듯 싶어, 우선은 침묵하며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지금 나를 기만하는 거요? 아니면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 거요? 내 앞에서는 어느 쪽과도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면서 뒤로는 필립 그 개자식과 킬 라시온을 돕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소?”
돕다니 누가 누굴?
케일테자만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나는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오. 이번 전쟁에서 나는 어느 쪽과도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고, 그걸 지키고 있을 뿐. 염태수 당신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을 하던 케일테자만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염태수가 지금 한 말을 정리하면 필립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연금술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포션을 복용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이전에 미리 사놓았던 것 일수도 있고, 다른 친분 있는 이들에게서 재구매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작 그런 부분도 생각하지 못하고 염태수가 자신을 찾아왔을까?
‘내부거래자는… 있을 수 없지.’
연금술회는 케일테자만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단체다.
감시에 감시를 몇 겹으로 이루어놓았기에 케일테자만의 뜻에 반하는 내부거래자가 발생할 수가 없었고, 발생한다 하더라도 곧바로 들통이 났다.
그 말인 즉, 필립과 킬 라시온이 어디선가 포션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것도 명백하게 연금술회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증거가 분명한 포션이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연금술회는 이번 일과 관련이 없으니 케일테자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모습을 오해한 염태수가 이를 갈아붙였다.
“찔리는 곳이 있는 모양이지? 새로운 형태의 포션을 제조해서 그것을 필립 그 개자식에게만 준다면 내가 모르고 넘어갈 줄 알았던 건가? X발! 내가 그렇게 병신으로 보였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케일테자만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하니 염태수로서도 더 이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듯 거친 말을 쏟아냈다.
연금술회와 척을 지면 흑룡 길드는 망한다.
킬 라시온과의 전쟁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하지만, 염태수는 지금 냉정을 유지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케일테자만이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확실한 건가?”
“확실? 뭐가? 니들이 쿵짝이 되어서 날 엿 먹이고 있다는 거?”
염태수의 눈동자가 분노로 번들거렸다.
어차피 갈 때까지 갔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인지 거침이 없었다.
동시에 염태수는 이왕 이렇게 된 것 연금술회까지 이 전쟁에 끌어들이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금술회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이들이 적지 않으니 대대적으로 헬-라시온에 전쟁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한 염태수였다.
한 마디로 나만 죽을 수 없으니 모조리 다 같이 죽어보자는 식이었다.
“이봐, 염태수. 내 말 똑바로 들어. 지금 네놈이 하는 말이나 행동 다 참아줄 수 있어. 그런데 네가 한 말 중 단 하나는 절대 못 참아.”
“참지 못하면 어쩌……!”
“닥치고 끝까지 들어!”
케일테자만의 온 몸에서 매서운 살기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오자 염태수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만큼 케일테자만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하이 랭커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는 소문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케일테자만의 기세에 위축이 되자 염태수도 조금은 냉정을 되찾았다.
“새로운 형태의 포션이라는 게 뭐지? 똑바로 설명해야 할 거야. 그리고 사족 따위 달지 마. 네가 봤다거나, 네가 들은 것만 그대로 말해.”
냉정을 되찾자 염태수의 머리가 다시 정상적인 사고를 시작했다.
더욱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케일테자만의 분노가 결코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염태수는 이게 자신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나서야 염태수는 차분해진 어조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
“연금술회?”
“염태수가 케일테자만을 찾아갔다고 하더라.”
마크의 말에 필립이 미간을 찌푸렸다. 기어코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나 때문에 미안하네.”
마크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방구름이 제조한 포션을 상대에게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보니 결국은 들통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으니까 괜찮아요.”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필립은 마크의 목숨을 더욱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영원히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벌써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이니 필립으로서는 마땅한 대비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케일테자만이 분명 확인을 하려고 할 텐데 어쩔 생각이야?”
엘리엇의 물음에 필립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사실을 알고 싶다면 알려줘야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마크와 엘리엇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필립의 성격상 남을 기만하거나, 속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점이 필립의 가장 큰 장점인 건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참 답답한 성격이기도 했다.
“지금 상황에서 연금술회까지 끼어들면… 정말 쉽지 않을 텐데.”
엘리엇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현재 흑룡 길드 등과의 전쟁은 굉장히 팽팽했다.
그나마도 초반에 선제공격을 감행하면서, 그리고 무혁이 누구보다 크게 활약을 해주면서 기선 제압에는 성공했기 때문에 그 정도였다.
초반의 공세를 계속해서 이어갔었다면 조금 더 쉬웠을 전쟁이었는데,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이 강제 사냥에 들어가는 바람에 남은 필립, 마크, 엘리엇이 아무리 이리저리 뛰어도 상황이 점점 더 힘겨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몇 번이나 마크와 엘리엇은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위기 상황까지도 처했을 정도였다.
그나마 필립이 몇 차례나 상대방의 핵심 간부들을 암살하는데 성공하면서, 지금의 균형이라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연금술회가 끼어든다?
필립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고, 어쩌면 정말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어때?”
마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필립이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부터 필립을 그리고 킬 라시온을 돕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필립이나 킬 라시온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도 많았고, 한 편으로는 흑룡 길드 등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속셈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의 도움을 필립이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의 싸움에 다른 이들의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마크로서는 필립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받은 것이 있으면 언제고 반드시 돌려줘야 하기에 필립은 애초에 이런 식으로 목숨을 건 거래를 하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킬 라시온만 독자적으로 흑룡 길드뿐만 아니라 연금술회까지 상대를 한다는 건, 사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보겠다고 달려드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은 버티는 데까지는 버텨보죠.”
생각이 많아 보이는 필립의 모습에, 마크와 엘리엇도 더 이상은 외부 힘을 빌리자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애들 보기 부끄럽네.”
엘리엇의 말에 마크와 필립도 쓴웃음을 지었다.
“강제 사냥 시작한지 얼마나 됐지?”
마크의 물음에 엘리엇이 가만히 날짜를 계산해봤다.
“25일째네.”
“25일짜리 강제 사냥이면 꽤 쉽지 않다는 뜻인데… 혹시라도 누가 다쳤을까봐 걱정이네.”
“무혁이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솔직히 말해서 우리 두 사람보다 무혁이가 훨씬 더 강하잖아.”
“하긴, 어쩌면 필립보다도 강할지도 모르는데.”
농담 같은 진담을 하는 마크의 말에 필립은 희미하게 웃기만 했다.
킬 라시온 멤버 중 누군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그걸 언짢게 여기고, 속 좁게 질투할 필립이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이라도 더 강할수록 킬 라시온의 안전이 더욱더 견고해진다는 걸 알기에 그는 무혁의 눈부신 발전 속도가 그 누구보다도 기쁜 사람이었다.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진짜 연금술회든 뭐든 다 신경 쓸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마크가 그렇게 말하자 엘리엇이 그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며, 위기와 기회의 연속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무혁으로 인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하필이면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조차 해보지 못하고 목숨 건 전쟁을 하고 있으니 여기서 죽으면 정말 억울할 것만 같았다.
“어쨌든 무혁이랑 다른 멤버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우리가 건강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몸조심하는 쪽으로 가죠.”
필립의 말에 마크와 엘리엇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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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하핫! 나도 이제 2등급이다!”
방적삼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그렇게 소리쳤다.
“아저씨, 어지간히 해. 르케임도 생각을 해줘야지.”
실비아의 말에 그제야 방적삼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르케임을 바라봤다.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 내가 가위바위보를 못해서 벌어진 일인데…….”
괜찮다는 말과 다르게 르케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무룩했다.
유일하게 혼자서만 고유 능력을 2등급으로 올리지 못했으니 르케임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생각보다 심했다.
36번째 도시에서 3등급 몬스터를 2천 마리나 잡으면서 200개의 3등급 마정을 만들었다.
엄청난 수의 3등급 마정을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킬 라시온 멤버 6명 모두의 고유 능력을 2등급으로 올리기엔 그 수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선 가장 강한 레오와 실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멤버, 르케임, 미첼, 아르케니아, 방적삼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순서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가위바위보의 승자는 아르케니아였다.
이어서 미첼이 이겼고, 마지막으로 방적삼이 르케임을 꺾고 마지막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나마도 무혁이 보유하고 있던 2등급 마정 27개를 추가로 투입하고 나서야 방적삼은 모든 고유 능력의 등급을 2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다.
“그래도 체력이라도 2등급으로 올렸잖아.”
“어이쿠! 고마워라! 모든 고유 능력을 2등급으로 올리신 미첼 양께서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 큰 위안이 되네요?”
르케임의 빈정거림에도 미첼은 다른 때처럼 발끈해서 받아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마정을 구하면 다 몰아주기로 했으니까 마음 풀어요. 그것보다도 이제 몬스터 왕을 잡고 강제 사냥을 끝내야죠.”
무혁이 분위기를 전환시키자, 다른 멤버들도 얼른 동참했다.
“그래! 우리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데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우리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레오의 말을 시작으로 너나 할 것 없이 흑룡 길드 등은 다 죽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우리도 대충 다 하이 랭커 수준은 되지 않았을까?”
미첼의 말에 이제 막 모든 고유 능력의 등급을 2등급으로 올린 멤버들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막연하기만 하던 하이 랭커라는 위치가 바로 앞에 왔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던 것이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니들끼리 다 하이 랭커해라.”
르케임은 여전히 조금도 기쁘지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울적한 르케임을 끌고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몬스터 왕이 머물고 있는 왕성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3일 후, 커스틸 중소도시의 강제 사냥이 끝났다는 알림이 참가자들 모두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