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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2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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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5화

하이 랭커 (14)

 

8월 26일.

중소도시 메히칸.

중앙탑을 나온 한 사내가 거침없이 걸었다.

남들 눈에 전혀 띄지 않는 평범한 복장에 챙이 넓은 모자를 대충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 사내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내는 메히칸 도시 중심지에서 동쪽으로 800미터 정도 떨어진 2층짜리 저택 앞에 멈춰 섰다.

“무슨 일입니까?”

저택을 지키고 있던 한 남자가 살짝 경계심을 갖고 사내에게 그렇게 말을 건넸다.

“여기에 우택이 있지?”

사내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되물었다.

“설마 지부장님을 말하는 겁니까?”

“여기 메히칸 지부장이 흑룡 길드 서열 6위, 황우택 아니야?”

사내가 슬쩍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그렇게 확인 차 물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서 봤더라? 지부장님 친구인가?’

남자는 너무나도 태연스러운 사내의 모습에 혹시라도 지부장의 친구나, 그와 관계가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신지?”

남자의 물음에 사내가 씨익- 웃었다.

“맞게 잘 찾아왔네.”

웃는 얼굴로 사내가 별안간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이 날아오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남자의 반사 신경으로는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퍼- 억!

“크억!”

얼굴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남자가 뒤로 날아가 요란한 소리와 함게 저택의 정문에 부딪히며 나동그라졌다.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 남자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다가 이내 두 눈을 부릅떴다.

“끄으! 이 개새… 허억!”

“파이어 볼.”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일반적으로 봐왔던 파이어 볼과는 그 크기 자체가 완전히 다른 거대한 크기의 파이어 볼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네 개나 동시에 사내의 주변으로 생겨났다.

난생 처음 보는 위압스러운 모습에 남자가 입만 쩍- 벌리고 있을 때, 사내가 저택 안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함성과도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우택아아-! 노오올자아아-!”

고막을 강하게 후려치는 쩌렁쩌렁- 한 고함을 내뱉은 사내가 이윽고 저택을 향해서 네 개의 파이어 볼을 내던졌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거대한 파이어 볼의 위력에 저택 곳곳이 박살이 나고, 사방으로 불똥이 튀며 삽시간에 불길이 번져나갔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처참하게 공격을 당한 저택을 바라봤다.

와장창!

“어떤 미친 새끼야!”

저택 창문을 깨트리며 덩치 좋은 남자가 튀어나왔다. 남자 외에도 저택 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길 속에서 튀어나오는 메뚜기 떼처럼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많은 사람들은 몸 곳곳에 부상을 입거나, 불길에 피해를 입은 듯 그을린 모습이었지만, 그리 큰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설령, 정통으로 파이어 볼에 맞았다 하더라도 메히칸 도시 안에서는 관리 마족으로부터 생명의 보호를 받기에 사망자가 발생할 수가 없었다.

“우택아, 반갑다.”

사내가 손에 들린 한 장의 사진으로 덩치 좋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히죽- 웃었다.

“너 이 새끼 누구… 어?”

황우택은 자신을 향해 손까지 들며 반가워하는 사내의 얼굴이 굉장히 낯익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눈에 익숙했다.

단번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사내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우택아. 최소한 전쟁 상대 정도는 한 번에 알아봐야지.”

“…너, 너구나! 차무혁!”

무혁은 자신을 알아본 황우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완전히 머저리는 아니네. 자, 그럼 이제부터 나랑 놀자. 물론, 죽음의 게임이야. 팔로 미!”

무혁이 앞장서서 걸었지만, 황우택은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는 쿠에토라는 괴물을 쓰러트린 하이 랭커였으니까.

이대로 무혁을 뒤쫓아봐야 개죽음밖에 더 당하겠는가?

황우택이 몸을 사리자 무혁은 역시 이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구시렁거리며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럼 우택이 네가 도망 가. 내가 잡을 테니까. 중앙탑까지 800미터던데? 그리 먼 거리도 아니야. 최선을 다해서 도망 가봐. 준비… 시작!”

시작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혁은 황우택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저승사자라도 본 것 마냥 황우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노, 놈을 막아! 무조건 막아! 어차피 죽을 일 없으니까 어떻게든 몸으로라도 막아!”

길드원들에게 그렇게 소리를 치고는 정작 황우택 자신은 중앙탑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여기서 무혁에게 잡히면 죽는다.

황우택으로서는 어떻게든 중앙탑으로 들어가 다른 도시로 도망을 가야만 했다.

고작 이틀이 지났다.

필립이 선전포고를 하고 딱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킬 라시온이 움직인 것이다.

‘비, 빌어먹을! 왜 하필 나야!’

뒤에서 들려오는 길드원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황우택은 말 그대로 뭐가 빠지도록 있는 힘을 다해서 내달렸다.

중앙탑이 점점 커다랗게 눈에 보이자, 황우택의 불안함도 서서히 작아졌다.

중앙탑의 입구를 바라보는 황우택은 어서 빨리 이 사실을 길드장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킬 라시온이 이렇게 빨리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기에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알려서 대비를 해야만 한다.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모습이 진짜 추하네. 너 같은 놈이 서열 6위야? 흑룡 길드 진짜… X밥이네.”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이 들려오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황우택은 달리던 몸을 빙글- 회전시키며 주먹을 휘둘렀다.

“뇌신의 일격!”

파지지지직!

주먹에 응축된 뇌전의 힘이 사방으로 거미줄마냥 전류를 발산시켰다.

황우택은 한 방만 제대로 맞으면 하이 랭커고 나발이고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쩡!

새카만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무혁의 실드에 너무나도 간단하게 막혀버린 황우택의 공격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 어쨌든 재롱은 여기까지. 이제 나랑 밖으로 나가자.”

퍼억!

“…커헉!”

복부를 뚫어버릴 것만 같은 강력한 일격에 황우택은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힘없이 축- 늘어지려는 황우택의 뒷덜미를 움켜쥔 무혁은 빠른 속도로 도시 밖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 지부장님!”

“어서 길드장님께 알려!”

“쪼, 쫓아!”

납치하듯 황우택을 데리고 도시 밖으로 향하는 무혁, 그리고 그런 무혁을 뒤쫓는 수십 명의 흑룡 길드원들로 인해 메히칸이 발칵- 뒤집혔다.

 

#

 

동시 다발적으로 당했다.

흑룡 길드 서열 6위, 황우택.

흑룡 길드 서열 9위, 김수찬.

흑룡 길드 서열 4위, 이동길.

흑룡 길드 서열 10위, 양효원.

갑작스런 킬 라시온 멤버들의 기습에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해보지 못하고 흑룡 길드의 서열 10위 안쪽의 핵심 간부들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중 김수찬과 양효원은 네 명이 한 조가 된 킬 라시온 멤버들에게 기습과 유인에 이은 완벽한 암살에 당했다면, 황우택과 이동길은 무혁과 필립에게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해보지 못하고 목숨을 내놓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사람은 무혁이었다.

필립이 은밀하게 이동길에게 접근해서 그를 쓰러트렸다면, 무혁은 달랐다.

대놓고 지부를 박살냈으며, 길드원들을 때려눕히고는 황우택을 도시 밖으로 직접 끌고 갔다.

무혁이 보여준 대범함과 자신만만한 실력에 사람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무혁의 유명세는 한층 더 강렬해졌다.

성과만을 놓고 본다면 쿠에토라는 괴물을 잡은 것이 훨씬 더 컸지만, 워낙 목격자들이 한정되어 있었고, 사실 외에 이런저런 추측성 말들이 붙다보니 결과물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가 없을 정도로 허황된 소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서 메히칸 지부로 쳐들어가서 황우택을 잡은 것은 그 증거도 뚜렷했으며, 목격자들 또한 넘치도록 많았기에 무혁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들이 깨끗하게 걷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혁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황우택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고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흑룡 길드 서열 5위, 최영준까지도 무혁의 손에 죽었다는 소문이었다.

황우택이 죽고 불과 3시간 만에 최영준까지 무혁의 손에 죽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방법 또한 똑같았다.

지부가 박살났고, 최영준은 수십 명의 길드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기력하게 도시 밖으로 개처럼 질질- 끌려갔다.

선제공격으로 킬 라시온은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고, 흑룡 길드는 말 그대로 초상집으로 변하고 말았다.

“킬 라시온이 완전히 작정을 했네!”

“내 말이! 역시 필립은 무서운 인간이라니까! 이러니까 도시 길드에서도 어지간하면 필립하고는 충돌을 피하려고 하지!”

“그러게 말이야. 염태수도 지금쯤 반쯤 얼이 나갔겠지?”

“염태수 성격에 미치지 않았으면 다행이지! 설마하니 필립이 이렇게 빨리 치고 들어올 줄 어디 꿈에라도 생각을 해봤겠어? 모르긴 몰라도 완전 X됐다고 생각하고 있을 걸?”

“푸하하하! 흑룡 새끼들 대가리 수만 믿고 기세등등하더니 꼴좋네! 아주 이참에 필립한테 박살나서 길드나 해체되라!”

“그건 쉽지 않을 거야. 이번에는 필립이 염태수의 허를 찌르는 기습 공격으로 재미를 봤지만, 그게 어디 계속해서 통하겠어? 그리고 듣자니 염태수가 용병들도 엄청 끌어 모으고 있고, 킬 라시온 멤버들 전체에 포상금까지 두둑하게 걸었다고 하던데.”

“비열한 새끼! 정정당당하게 붙을 생각이 없는 거지!”

“비열하다기보다는 가진 힘을 다 쓰겠다는 거지. 뭐 그 힘을 제대로 쓰기도 전에 서열 10위권 간부들이 네 명이나 당한 건 좀 타격이 크겠지만, 어차피 염태수가 작정하고 자원을 퍼부으면 죽은 놈들 수준의 간부들은 또 얼마든지 채울 수도 있을 거고.”

“뭐, 그것도 그렇지만… 그런데 킬 라시온은 왜 흑룡 길드만 집중 공격을 한 걸까? 선전포고는 무사시 가문하고 천인회에게도 했잖아?”

“소문을 듣자하니 지금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시발점이 흑룡 길드라고 하더라고. 그러니 필립의 경고 아니겠어?”

“경고?”

“한 놈만 완전히 박살내겠다는 경고. 어쩌면 필립도 세 곳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까 이쯤에서 니들은 우리에게 사과하고 뒤로 빠져라 뭐 그런 경고의 시그널 아닐까?”

“필립 성격에 과연 사과를 받아줄까?”

“필립도 이제는 혼자가 아니니까. 막말로 정말 한쪽이 끝장날 때까지 간다면… 킬 라시온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는 않을 테니까.”

“하긴, 필립이 독종인건 맞지만, 또 그만큼 제 식구 챙기는 건 유별나니까.”

이들 두 사람의 말처럼 많은 이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만만하게 보일 수는 없으니 선전포고는 했지만, 막상 전쟁이 벌어지면 킬 라시온이 받을 타격이 클 것임을 알기에 필립이 작정하고 흑룡 길드만을 때리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립의 입장에서야 어차피 흑룡 길드가 모든 것을 주도한 장본인이니 그들만 깨버리면 나머지 두 곳 무사시 가문과 천인회와는 어느 정도 타협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그런 예상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철저하게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헬-라시온을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는 주인공, 무혁이었다.

8월 27일, 무혁은 전날 흑룡 길드의 간부 두 명을 제거했음에도 여전히 힘이 남아넘친다는 듯 팔팔하게 움직이며 무사시 가문의 간부 두 명을 제거해버렸다.

필립의 흑룡 길드만 때리기란, 세간의 예상을 비웃는 듯한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어서 28일에는 천인회의 간부 두 명이 무혁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불과 3일 사이에 6명이 무혁 한 명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29일, 무혁은 그를 잡기 위해 대대적으로 조직된 세 집단의 추격조를 박살냈다.

무려 마흔 명으로 이루어진 정예들이었지만, 무혁을 결국 잡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집요할 정도로 간부급의 인물들만을 제거함으로써 흑룡 길드, 무사시 가문, 천인회의 피해만 늘어나고 말았다.

어느새 사람들의 입에서도 필립보다 무혁의 이름이 더욱더 자주 언급이 되었다.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간 26일부터 29일까지 그 누구보다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무혁이었기에 30일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두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30일에는 어떠한 소문도,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강제 브레이크 타임.”

무혁은 커스틸 도시의 한 공원 벤치에서 한가롭게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창 과열되어 있던 무혁은 어김없이 찾아온 강제 사냥 일정 때문에 잠시 휴식을 가져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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