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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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4화
하이 랭커 (13)
“…지금 그걸 대책이라고 말하는 거야?”
염태수의 서늘한 물음에도 도혜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현 시점에서 킬 라시온과 전면전을 펼치는 것은 전혀 이득 될 것이 없습니다. 또한, 소모적인 전쟁으로 나아갈 경우 승리를 한다 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며,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길드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쾅- 우지끈!
단단한 원목으로 만들어진 책상이 두 동강이 났다.
화를 참지 못한 염태수가 제 손으로 내려친 결과였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다른 누구도 아닌 길드의 장이다.
흑룡 길드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염태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길드장님 뿐만 아니라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에서도…….”
도혜미의 말을 염태수는 신경질적으로 막아버렸다.
“그만! 이건 어느 한쪽의 자존심 따윌 걸고 다투는 싸움이 아니야! 전쟁! 말 그대로 서로가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서 무조건 승리해야만 끝이 나는 전쟁이야! 필립 그 개자식에게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해! 머릿수가 왜 중요한지!”
염태수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듯 도혜미의 전략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역시 무리였나?’
상처 밖에 남지 않을 결과가 눈에 선했지만, 도혜미는 더 이상 염태수를 설득하길 포기했다.
수뇌부를 중심으로 최고의 정예들만을 추려서 단 한 번의 전투로 이 전쟁을 끝내길 원했던 도혜미였다.
하지만 그 중심이자 선봉이 되어야 할 염태수가 할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대를 하고 있으니 그녀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염태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승패의 결과를 떠나서 염태수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불확실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한 마디로 염태수로서는 길드원들을 총동원해서 킬 라시온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싸움으로 그들의 힘을 최대한 빼놓고 마지막에 완벽한 승리의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등장해서 마무리만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길드원들의 희생이 얼마나 클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본디 이런 전쟁에서 일반 길드원들이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다.
그에 따른 주변의 비난이 쇄도할 것임을 알면서도 염태수는 안정적이면서도 확실한 승리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리를 한다 하더라도 문제다.
염태수와 흑룡 길드의 이미지는 쉽게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타격을 받을 테니까.
하지만, 타격 받은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었으니, 도혜미도 차라리 몇 년의 암흑기를 거치더라도 온전하게 흑룡 길드가 유지되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꿔버렸다.
‘그래, 소수 정예 대결은 오히려 킬 라시온에서 바라고 있는 부분일지도 모르지.’
킬 라시온의 멤버들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길드장인 필립만 하더라도 현재 염태수는 물론,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의 수장들보다도 개인적인 무력이 강했고, 이번에 쿠에토를 잡았다는 새로운 하이 랭커인 무혁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도 도혜미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했기에 내심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도혜미는 자신들에게 승산이 훨씬 더 크다는 걸 확신한다.
우선 정예의 숫자부터 차이가 컸고, 필립과 무혁을 제외하면 나머지 킬 라시온 멤버들은 상대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니까.
때문에 도혜미는 최소한의 피해로 이 전쟁을 단숨에 끝낼 계획을 세웠지만, 염태수의 말을 들어보니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이 기회에 흑룡 길드와 척을 지면 그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를 헬-라시온 전체에 제대로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낭만적인 전쟁 따윈 없다.
처절하고, 치열하며, 참혹한 전쟁만이 있을 뿐.
생각을 마친 도혜미는 자신의 전략을 깨끗하게 폐기해버리고 염태수의 말대로 새롭게 전략을 짰다.
‘이왕에 피해를 감수하기로 작정한 이상, 철저하게 하위 길드원들을 중심으로 작전을 짜야겠어.’
어차피 쓰고 버릴 패는 과감하게 버린다.
남들이 비난을 하더라도 일부 길드원들을 소모품으로 확실하게 사용한다.
도혜미의 눈동자가 냉정할 정도로 차갑게 변하자, 그제야 염태수도 마음에 든다는 듯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말했다.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의 모든 인원을 총동원해서 킬 라시온 그 새끼들이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압박을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염태수의 말에 도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이 서너 사람은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열 사람, 백 사람은 막지 못한다.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까지 실력을 배재하고, 단순하게 머릿수만 하더라도 최소 1천 명이 훌쩍 넘었다.
반면, 킬 라시온의 멤버들은 고작 11명에 불과했다.
수치상으로 킬 라시온 멤버들로서는 한 사람당 100명에 이르는 상대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불가능한 일이지.’
전쟁의 승패는 솔직히 이미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필립이 너무 성급했다.
차라리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을 차례차례로 격파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나마 승산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무슨 자신감으로 세 집단을 상대로 동시에 선전포고를 한 것인지 도혜미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 없으니까 최대한 많은 용병들을 알아봐. 그리고 인간 사냥꾼 놈들에게 킬 라시온 멤버들 전원의 목에 포상금도 두둑하게 걸고. 무엇보다도 이번 전쟁에서 킬 라시온에 협조하는 길드나 가문이 있다면 그들 역시 우리 흑룡 길드와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둬.”
염태수는 작정한 듯 그렇게 말했다.
자신들만의 힘으로도 킬 라시온을 상대로 이길 수 있었지만, 염태수는 더욱더 확실하게 끝장을 내겠다는 각오였다.
자신들의 세는 최대한 부풀리되, 킬 라시온이 세를 부풀리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냉정함과 치밀함까지 보여주는 염태수였다.
“이번 기회에 필립 그 개자식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 것인지 내가 확실하게 깨트려버려야겠어! 건방진 새끼!”
선전포고는 필립이 했으나, 이 전쟁을 끝내는 건 자신일 것이라며 염태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전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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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전으로 나오겠지?”
르케임의 물음에 미첼이 그렇지 않겠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말들이야 많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높은 쪽에 승부를 걸자면 당연히 총력전으로 나와서 최대한 우리의 피를 말리려고 하겠지. 그게 머릿수 많은 집단의 가장 큰 장점이니까.”
“괜찮을까요?”
방구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리 물었다.
한쪽이 끝장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전쟁에 자신이 휘말리게 될 줄은 몰랐기에 방구름으로서는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걱정스럽고도 당황스럽기만 했다.
“괜찮을 리가 있겠어? 어쩌면 우리 중 다시는 못 볼 수 있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냉정한 실비아의 말에 방구름의 표정이 더욱더 어두워졌다.
“실비아, 농담을 하더라도 제발 구름이 얼굴 좀 보면서 농담을 해!”
르케임은 그렇지 않아도 얼굴이 다 죽어가는 방구름인데, 그런 말을 해서 더 근심걱정을 만드냐는 듯 타박을 했다.
“이 빡대가리 새끼야! 누가 농담을 한다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 중 누가 죽을지 그건 모르는 일 아냐? 까놓고 말해서 이 전쟁에서 우리가 전부 무사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해? 현실이야! 현실! 야! 방구름!”
“예?”
“너도 똑똑히 들어! 이건 그냥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면서 투덕거리다 그만 둘 싸움도 아니고, 조금 불리해졌다고 손 내밀며 사과하면 끝날 싸움도 아니야. 네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만 끝나는 전쟁이야! 그러니까 곧 죽을 얼굴로 그렇게 힘없이 있지 말고 어떤 놈이든 걸리면 죽이겠다는 독기를 품어! 알겠어?”
실비아의 말에 방구름은 알겠다며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방구름의 성격상 걱정을 온전히 털어낼 순 없지만, 전쟁을 피하겠다는 나약한 마음은 없었다.
다만, 멤버들 중 누군가는, 혹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불편했던 것뿐이었다.
“어휴… 말을 해도 참.”
르케임이 실비아의 독한 말에 한숨과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실비아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기에 어떠한 반박도 할 순 없었다.
“뭐야? 왜 이렇게 분위기가 어두워?”
레오와 방적삼이 함께 들어오며 우중충한 분위기에 농담조로 그렇게 말을 했다.
르케임이 대충 상황을 설명하니 레오는 인간은 누구나 다 결국은 죽는 거라며 뭘 그렇게 걱정하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방적삼은 가장 연장자로서 방구름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을 거라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이후로도 아르케니아와 엘리엇이 볼 일을 마치고 돌아왔고, 마지막으로 필립과 마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혁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모두 모였으니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필립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전쟁에 대한 계획을 설명하려고 하자 멤버들 모두 자세를 바로 잡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예상했던 것처럼 저쪽에서는 총력전으로 나올 분위기다.”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별다른 말은 없었다.
“죄 없는 길드원들의 희생을 밟고 올라서서 영광은 대가리들이 모두 차지하겠다는 거군.”
피식- 웃으며 말을 했지만, 레오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기에 저번에 그 새끼들 한 놈도 남겨두지 말고 죽이라고 했던 거야!”
실비아가 무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혁이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필립이 막았다.
“실비아. 그 이야기는 끝난 거고. 나 역시 아직까지도 무혁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만 해.”
“쳇!”
어지간하면 필립의 말에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실비아였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며 못마땅한 모습을 내보였다.
“저쪽의 인원을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을 전쟁이고, 꽤 장기전으로 갈 확률이 크겠네.”
마크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처음부터 내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 내가 저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건 뚜렷한 전쟁의 명분을 세우기 위함이었어. 그리고 저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하든 난 애초부터 게릴라전으로 이 전쟁을 장기로 끌고 갈 생각이었고.”
게릴라전.
헬-라시온 전체를 통틀어, 게릴라전에 있어서 필립만큼 뛰어난 인간은 없다.
혼자서 블랙독을 상대로 몇 년이나 끈질기게 싸우며 끝내 그들을 쓰러트린 독종 중의 독종이 필립이니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싸움 방식을 들고 나올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타켓은 오로지 저쪽의 수뇌부 혹은 간부들만을 노린다. 어차피 다른 길드원들의 수를 줄여봐야 소용도 없으니 우리는 철저하게 몸통과 머리만 자른다. 그리고…….”
필립이 공간 주머니에서 정확하게 열 개의 스킬 링을 꺼냈다.
그렇게 꺼낸 스킬 링을 필립은 멤버들에게 하나씩 공평하게 나누어주었다.
“이, 이건…….”
필립이 모든 멤버들에게 나누어준 스킬 링은 놀랍게도 1회성 텔레포트 스킬 링이었다.
“이왕이면 1등급짜리로 구하려고 했는데, 어딜 가더라도 쉽게 구할 수가 없어서 급한 대로 3등급짜리로 구했다.”
말은 편하게 했지만, 사실 이것조차도 필립은 온갖 인맥을 총동원해서 웃돈까지 줘가며 겨우 구한 것들이었다.
1등급과 3등급은 우선 이동 거리가 달랐으며, 텔레포트가 구현되는 동안 외부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력에도 차이가 있었다.
3등급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어지간해서는 텔레포트를 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컸다.
2등급 이상의 스킬을 가진 인물이 작정하고 훼방을 놓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위기의 순간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몸을 빼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었다.
때문에 3등급이라 하더라도 텔레포트 스킬 링의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그걸 필립이 홀로 책임졌다는 사실에 멤버들은 마음이 묵직해졌다.
“왜 이걸 혼자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거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마. 이건 킬 라시온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마땅히 내가 해줘야 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무조건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내게 받은 스킬 링의 값을 치루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필립의 말에 멤버들은 손에 쥔 텔레포트 스킬 링을 더욱더 꽉- 움켜쥐었다.
필립이 열 개나 되는 텔레포트 스킬 링을 구하며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어느 누구도 필요 없다며 그에게 돌려줄 수가 없었다.
무혁 또한 1등급 텔레포트 스킬 링이 있었지만, 우선은 필립의 마음을 받아놓기로 했다.
이어서 필립은 킬 라시온 멤버들끼리 조를 짜주었다.
“1조는 마크 형하고 레오, 방적삼 형님, 르케임. 2조는 엘리엇 누나하고 실비아, 아르케니아, 미첼. 그리고 구름아, 너는 송 고문님과 함께 뒤로 빠져 있어.”
“저도 싸우겠습니다!”
방구름이 눈에 힘을 줘가며 소리쳤다.
고유 능력의 등급만 놓고 본다면 마크와 엘리엇보다도 뛰어났기에 그런 자신이 모두가 목숨 걸고 싸우는 전쟁에서 빠진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송 고문님을 지켜야해. 그리고 그건 구름이 네가 가장 적합하고. 또, 구름이 네가 뒤에서 우리를 서포트 해줘야 우리가 더 살아날 확률도 크고.”
구름이의 진정한 능력, 연금술이야 말로 이번 전쟁의 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필립이었다.
“하지만…….”
“필립 형 말대로 해. 구름이 너는 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 우리 모두를 돕는 거야.”
무혁까지 나서서 설득했고, 다른 멤버들 또한 네가 만든 포션으로 우리가 더욱더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을 하자 방구름도 더 이상은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혁아, 너는 나처럼 단독으로 움직인다. 괜찮겠지?”
필립의 물음에 무혁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퍼펙트 한 작전이네요.”
마음껏 휘저어 놓는다.
무혁은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모두에게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