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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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21화
하이 랭커 (10)
쿠에토의 무기인 레드 문이 2등급 무기임에도 헬-라시온 최강의 살인 병기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여느 무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치명적인 옵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의 저주를 통해서, 상처 입힌 상대에게 출혈이 멈추지 않게 하고 피부를 빠르게 부식시킨다.
모든 생명체는 피가 멎지 않으면 죽는데, 그걸 쉽게 과다출혈사라고 말한다.
그만큼 몸속의 피가 일정량 이상 빠져나가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자그마치 한 시간!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아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크게 당황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상처 부위를 시작으로 주변 피부 조직이 빠른 속도로 썩고, 악취를 뿜어내는 부식 효과까지 생긴다면?
지금까지 레드 문에 상처를 입고 피의 저주에 걸렸던 상대들 중 열에 아홉은 반쯤 정신을 잃고 날뛰었다.
쿠에토는 무혁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큭큭큭.”
무혁의 딱딱해진 표정이 쿠에토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칠갑을 하고 있는 자신이 압도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단 한 번의 공격이 성공함으로써 이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무혁은 강했다.
모든 고유 능력이 2등급에 올라선 쿠에토로서는 자신을 일방적으로 몰아 붙였던 무혁의 실력에 내심 크게 당황한 상태였지만, 어차피 한 번만 제대로 공격이 들어가면 승패는 확연하게 기울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만큼 쿠에토에게 있어서 레드 문은 필승의 무기였다.
그런 자신의 예상대로 내내 여유롭던 무혁의 표정이 돌덩어리처럼 굳었으니 기쁨의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서서히 고통 속에 죽어라. 그리고 내 양분이 되어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라!”
쿠에토는 무혁의 뼈와 살을 씹어 먹으면 분명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무슨 방법을 통해 자신보다도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이제는 자신의 양분이 되어 포식자의 성장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주는 고깃덩어리일 뿐이라 생각하니, 쿠에토로서는 지금 상황이 굉장히 즐겁게까지 느껴졌다.
“무혁아!”
“젠장! 무혁이를 도와야 해!”
마크와 레오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그렇게 외쳤다.
실제로 무기까지 빼들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괜찮아요.”
무혁이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막았다.
“하지만!”
레오가 괜한 고집 피우지 말라는 듯 얼굴을 굳히며 그렇게 소리쳤지만, 무혁은 절대 끼어들지 말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마크는 무혁의 표정이 굳어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침착하다는 점에 그를 한 번 더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무혁은 자신의 상처 부위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확실히 피가 흘러나오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더불어 상처 주변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피부 부식 상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피부 조직이 완전히 괴사를 해버려서인지 가볍게 손으로 눌러보니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 이 정도면 완전 개사기 아니야?”
솔직히 지금까지 무혁은 자신보다 더한 놈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쿠에토의 손에 들린 레드 문이라는 무기가 가지고 있는 ‘피의 저주’라는 옵션은 결코 자신이 가진 개사기급 능력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 들었다.
아니, 전투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가벼운 상처만으로도 상대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 수 있으니 자신의 사기적인 능력들보다 살상력 면에서는 한 수 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혁은 가만히 쿠에토가 들고 있는 레드 문을 바라봤다.
저런 개사기급 무기를 어디서 구했을까?
분명 중앙탑이나 무구점에서는 구입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닐 것이다.
정확했다.
무혁의 예상처럼 쿠에토는 강제 사냥의 보상으로 레드 문을 얻었다.
어떤 강제 사냥이었고, 어떤 성과를 냈기에 그 보상으로 레드 문을 얻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쿠에토가 레드 문을 들고부터 원래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자신보다 강한 상대들을 손쉽게 물리쳤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쿠에토는 상대가 필립이라 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레드 문만 들고 있다면 상대가 누구든지 쿠에토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으니까.
“정말 위험한 무기야. 그런 무기를 저런 미친놈이 가지고 다니는 건 안 될 일이지. 역시 제대로 된 관리자가 필요해.”
무혁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두 눈에 탐욕의 빛을 드러냈다.
이런 멋진 옵션을 가진 무기는 등급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탐을 낼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대승적인 관점에서 내가 안전하게 관리를 하는 수밖에.”
무혁은 그렇게 말하며 낄낄- 웃었다.
‘레드 문의 효율은 진짜 꿀이지. 거기에다 출혈 내성과 부식 내성의 숙련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기도 하니까… 무조건 내가 갖는다!’
송정민의 원수를 갚게 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여겼는데, 덤으로 저런 멋진 무기까지 손에 넣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있으랴!
“우선 상태부터 좀 완화시켜놓고… 파이어 볼!”
무혁은 평소 사용하던 파이어 볼보다 훨씬 작은 크기, 달걀 크기의 파이어 볼을 만들어냈다.
마력 스킬의 크기와 양을 조절하는 법은 진즉부터 능숙해져 있었던 상황이라 어려울 것도 없었다.
“무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출혈 정도야 지져버리면 그만이지!”
무혁은 곧바로 손에 쥔 파이어 볼로 허리의 상처, 정확하게 피가 흘러내리는 부위를 지져버렸다.
부식 효과로 감각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지만, 차단 내성으로 인해 멀쩡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파이어 볼에 심한 고통을 느낄 무혁이 아니었다.
“헉!”
“맙소사!”
“크윽! 지독한 놈이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혁으로서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 살을 지져버리는 모습은 독종 중에서도 저런 독종이 또 있을까 싶었다.
순식간에 살갗이 강제로 태워지면서 상처 부위가 봉합이 되었다.
이는 확실히 회복 스킬이나, 물약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치료라 피의 저주조차도 막을 수가 없었다.
“출혈은 됐고, 이제 부식만 막으면 되는 건가?”
출혈 효과가 과다출혈로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다면, 부식 효과는 온 몸을 썩게 만들며 감각을 잃게 만드는 일종의 마비 증상을 일으킨다.
무혁으로서는 더 많은 부위가 부식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부식이야 뭐… 젠장!”
무혁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킬 라시온 멤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얼음 계열 마력 스킬 링 가지고 있는 사람 있어요? 1회성 스킬 링이라도 상관없고요.”
무혁의 물음에 엘리엇이 재빨리 스킬 링 하나를 무혁에게 내던졌다.
“고마워요, 누님.”
비용은 꼭 지불하겠다는 무혁의 말에 엘리엇은 괜찮으니까 빨리 몸 상태나 돌보라며 그를 재촉했다.
“아이스 소드!”
채앵- 하는 소리와 함께 손에 쥐고 있던 스킬 링이 깨져나갔다.
무혁은 곧바로 새롭게 익힌 아이스 소드 스킬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그 크기가 무식할 정도로 커다란 대검 형태였지만, 무혁이 정신을 집중해서 최대한 작게 만들기 시작하자 단검 수준으로까지 압축이 되었다.
단검 크기의 아이스 소드를 손에 쥔 무혁은 거침없이 피부가 부식되기 직전에 살갗을 푹푹- 찔러대며 더 이상 피부 조직이 부식되지 못하도록 경계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젠장! 내성이 너무 높아서 잘 안 먹히네.”
우습게도 차단 내성으로 인해 피부가 쉽게 얼지 않았다.
무혁은 꽤나 여러 차례 피부를 얼리려고 했지만, 금방 정상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부식된 부위를 통으로 도려낼 정도로 심한 상처를 스스로 만들어버렸다.
“으윽… 끔찍해!”
“미, 미친… 제 살에 어떻게 저런 무지막지한 짓을 할 수 있는 거야?”
“이제보니 쿠에토만큼이나 정상이 아닌 놈이었어!”
아이스 소드를 이용해서 제 살을 마구잡이로 쑤셔대며 말 그대로 난도질을 해놓는 무혁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이 하나 같이 경악한 표정으로 더 이상은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진짜 지독하네.”
르케임도 무혁의 그러한 행동에, 어지간하면 앞으로는 그의 비위를 절대 거스르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다.
제 살을 저토록 끔찍하게 다루는 인간이라면 남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삼국 시대의 관우가 떠오를 정로로군! 핫핫!”
웃고 있지만, 방적삼 또한 무혁이 은근히 두려워졌다.
다른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웬만하면 무혁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우… 이제 좀 됐나? 이건 좀 뻐근하네.”
무혁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자신의 허리 부위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어차피 피의 저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1등급 자연 회복으로 인해 흉터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만, 스스로 봐도 제 꼴이 끔찍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게 다 네놈이 위험한 걸 휘둘러서 벌어진 일이니까 각오는 됐겠지?”
무혁은 이 모든 원흉이 쿠에토였기에 그를 싸늘하게 노려봤다.
무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고깃덩어리를 씹어 먹던 쿠에토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피의 저주 효과를 차단해버린 무혁의 모습에 진심으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동시에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내가? 이 쿠에토가 겁을 먹었다고?’
쿠에토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강하게 자기 부정을 하며 레드 문을 다시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무혁처럼 피의 저주를 차단한 상대는 없었지만, 어차피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팔과 다리 아니, 온 몸을 베어버리면 그만이지!”
피의 저주는 1회성이 아니다.
어느 부위든 상처를 입히면 그 즉시 출혈과 부식 효과가 생겨난다.
아무리 무혁이라 하더라도 제 몸 전체를 불로 지져대고, 얼릴 수는 없을 것이었기에 쿠에토는 그에게 최대한 많은 상처를 입히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런 쿠에토의 생각은 혼자만의 착각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이미 한 번 제대로 당해버린 무혁이 또 당할까?
“파이어 볼! 라이트닝 볼! 워터 볼! 윈드 스피어! 마력탄! 암흑 화살!”
무혁은 더 이상 쿠에토에게 승리의 희망 따위는 없다는 듯 마력 스킬을 연달아 퍼부었다.
폭음이 연쇄적으로 터질 때마다 쿠에토의 입에서 참았던 신음들이 하나, 둘 튀어나왔다.
“크아아아아-! 광 그림자 연쇄 폭발!”
쿠에토 역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광 그림자 연쇄 폭발 스킬로 무혁을 공격했지만, 단단하기만 한 실드의 방어력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발악적으로 쿠에토가 무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이어 볼 등의 마력 스킬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하찮게 여기며 어느 순간부터는 사용조차 하지 않았던 포인트 폭발 등의 기본 스킬들까지도 총동원을 해봤지만 무혁에게는 어떠한 타격도 줄 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
쿠에토로서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푸- 악!
“…커헉!”
쿠에토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꿰뚫어버린 블랙 본 화살에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피해와는 차원이 다른 상처에 쿠에토가 황급히 공간 주머니에서 고깃덩어리를 꺼냈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못 처먹게 하겠다고.”
어느새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온 무혁이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자 쿠에토가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레드 문을 마구 휘둘렀다.
카- 앙!
“죽여 버린다! 갈기갈기 찢어서 네놈의 내장 조각 하나까지 모조리 씹어 버린다!”
쿠에토는 완전히 눈이 뒤집힌 광인이 되어 무혁을 향해 레드 문을 휘둘렀다.
상대를 힘으로 짓눌러 부숴버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힘을 쏟아 부은 칼부림은 언뜻 공포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혁은 침착하게 쿠에토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눈에 담았다.
과도하게 들어간 힘, 방향성 없는 어지러운 발걸음, 상대만을 쫓는 광기 어린 눈동자.
모든 것이 무혁의 눈에 각인되듯 박혀 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쿠에토의 움직임과 그가 휘두르는 레드 문의 궤적이 선명하게 예상이 되어갔다.
“으아아아아아-!”
짐승마냥 괴성을 내지르며 쿠에토가 레드 문을 번쩍- 치켜들자, 냉정함을 유지하며 침착하기만 하던 무혁의 눈동자가 불꽃이라도 토해 낼 것처럼 번뜩였다.
애초부터 쿠에토는 무혁의 상대가 아니었다.
광 그림자 스킬을 깨트렸을 때부터 그랬고, 레드 문을 들고 쿠에토가 칼부림을 할 때에도, 일방적으로 그에게 상처를 입혔을 때에도 그랬으며, 마력 스킬을 퍼부어 쿠에토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 때까지도 계속해서 무혁은 압도했다.
단순히 고유 능력이 2등급과 1등급만의 차이가 아니었다.
또, 스킬 등급이 전체적으로 높다 하더라도 쿠에토는 전투 능력 자체가 확연하게 무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졌다.
그 증거가 바로 자신 있게 등장했던 쿠에토가 무혁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는 고작 레드 문으로 허리 부위를 살짝- 베어버린 것이 전부인 것이다.
이건 지켜보던 이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쿠에토는 오로지 특정 스킬과 레드 문이라는 무서운 옵션을 가지고 있는 무기를 내세워 지금까지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해왔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광기에 젖어 쿠에토가 레드 문을 치켜들고, 조용히 침묵하는 맹수처럼 잠잠하던 무혁이 두 눈을 번뜩이는 순간, 모두가 직감했다.
끝이라고.
그런 그들의 직감처럼 무혁이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말을 낮게 읊조렸다.
“반격.”
콰자자작!
하나였던 쿠에토가 둘로 나뉘어서 좌우로 날아갔다.
상체만 남은 쿠에토, 그리고 하체만 남은 쿠에토.
하이 랭커이자, 헬-라시온 최악의 살인마인 아담 쿠에토의 비극적인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