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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1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8화

하이 랭커 (7)

 

꿀꺽-!

고민석은 자신을 정확하게 겨누고 있는 무혁의 칼날에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언제나 팽팽- 돌아가던 머리가 지금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느낌이었다.

그저 ‘왜 이렇게 된 거지?’,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만이 반복적으로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고민석에게 있어서 무혁은 조연일 뿐이었다.

흔하디 흔한 조연.

자신이 설계를 해놓은 완벽한 계획에서의 주인공인 필립을 잡기 위한 발판 같은 존재여야만 했던 무혁이었는데…….

‘저런 놈이 지금까지 알려진 적이 없었다고?’

고민석은 강하게 부정했다.

헬-라시온의 세계는 생각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보가 돌아간다.

당연하지 않은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곳인 만큼 실력이 뛰어난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실력을 숨기고 감춘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강제 사냥, 포지션 트레이닝 등과 같은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들이 꾸준하게 이어지기에 살기 위해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가끔 무혁처럼 툭- 튀어나와서 실력을 뽐내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일정 수준을 넘어서진 못한다.

즉,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실력자라기보다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 정도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무혁은 그런 일반적인 상식을 완전히 깨버렸다.

미야오 히데키와 홍천방을 너무 가볍게 쓰러트렸다.

그 둘은 진짜 실력자들이고, 고민석과 비교를 한다 하더라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이건 결코 유망주 따위가 아니다. 이미 진짜배기 실력을 갖춘 강력한 포식자였다.

“…너, 너 도대체 뭐야?”

고민석이 일그러진 얼굴로 무혁에게 그렇게 물었다.

“내가 누군지 몰라?”

무혁이 살짝 눈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이 X발 놈아! 누구야! 도대체 어디서 튀어 나온 새끼야!”

고민석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자신의 계획과 한낱 조연에 불과했던 놈이 갑작스레 주연으로 집중 조명을 받아버린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벌겋게 변한 얼굴로 소리를 내지르는 고민석의 모습이 우습다는 듯 무혁이 두 눈에 웃음기를 머금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저승사자.”

무혁의 말에 그렇지 않아도 붉어진 얼굴의 고민석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더욱더 빨갛게 변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무혁은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자, 너도 이제 친구들 따라 가야지. 저승으로.”

무혁은 더 이상 고민석과 말을 주고받고 싶지 않다는 듯 블랙 본 장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아이스 실드!”

고민석은 자신의 목덜미로 날아오는 새카만 검기에 다급하게 아이스 실드를 만들어냈다.

우선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생각을 하려면,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당장의 싸움은 고민석에게 있어서 득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우선은 뒤로 물러나서 시간을 벌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상황은 고민석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쩌- 엉!

“…미, 미친!”

자그마치 3등급짜리 아이스 실드가 너무나도 쉽게 깨져버린 것이다.

고민석은 기겁을 하며 황급히 허리를 뒤로 젖혔다.

슈- 악!

아슬아슬하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새카만 검기에 고민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히이익!”

시간을 벌어 이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목숨이 왔다갔다 하자, 그따위 말랑말랑한 생각 따위 깨끗하게 날아가 버렸다.

죽음 앞에서 가장 원초적인 본능! 바로 생존에 대한 무한한 갈망이 고민석의 머릿속을 온통 집어 삼켜버렸다.

“뭘 보고만 있는 거야! 당장 나와! 나와서 이 개새끼부터 죽여 버려!”

갑작스럽게 엉뚱한 소리를 질러대는 고민석의 모습에 재차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려던 무혁은 물론,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얼굴에 의문을 드러냈다.

“우리에게 하는 말인가?”

흑룡 길드원들은 고민석이 자신들에게 하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렇다면 마땅히 고민석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맞겠지만, 애초부터 이 싸움은 나름 ‘정정당당’ 함을 내세웠던 대결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상대가 강하다고 흑룡 길드원들이 나서면 킬 라시온 멤버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설령, 킬 라시온 멤버들이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연 무혁을 상대로 자신들이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흑룡 길드원들은 더욱더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사실, 그들 또한 무혁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 사이 무혁이 블랙 본 장검을 다시 들어 올리자 고민석이 또 다시 소리를 내질렀다.

“나오라고! X발! 내가 죽으면 의뢰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당장 나와서 이 새끼부터 죽이라고!”

거의 발악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저 개새끼! 야! 차무혁! 이거 함정이야!”

실비아가 재빨리 소리를 내질렀고, 동시에 마크와 엘리엇은 주변을 날카로운 눈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고민석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무혁 또한 ‘의뢰비’라는 소리에 대충 상황 파악을 끝냈다.

“그래, 너희 같은 양아치들이 하는 짓이 다 똑같지. 이걸로 니들은 끝이야.”

무혁은 단숨에 고민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잔대가리나 굴려대는 고민석과 같은 인간은 더 이상 살려둬서 좋을 것이 없었기에 무혁은 그의 목을 베기 위해 과감하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가장 믿고 있었던 3등급의 아이스 실드마저 깨져버린 상황에서 고민석으로서는 무혁의 공격을 막거나 피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법.

“미러 크로스 카운터!”

고민석의 약지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스킬 링이 깨지면서 블랙 본 장검 끝에서 발출되었던 새카만 검기가 엉뚱하게도 기형적인 궤적을 그리며 어긋났고, 동시에 똑같은 새카만 검기가 무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2등급 1회성 스킬!

1등급을 제외하고 모든 공격과 스킬을 상대에게 원형 그대로 되돌려 보내는 미러 크로스 카운터는 고민석이 보유한 최고, 최강의 스킬이었다.

언제고 자신의 목숨을 한 번은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무혁은 황당하게도 자신의 공격에 그대로 당할 것 같은 순간에도 침착하게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반격.”

자신의 공격이었기에 궤적과 타이밍 정도는 익숙했다.

덕분에 갑작스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격 스킬을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

공격 받을 피해의 150퍼센트는 되돌려버리는 반격 스킬.

“…X같은…….”

콰자자자작!

고민석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온몸이 산산이 터져버렸다.

흑룡 길드 서열 7위, 고민석의 처참하고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고민석까지 죽자 더 이상 무혁과 싸우려는 이는 없었다.

애초부터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까지 대표자를 딱 한 사람씩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당연히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무혁을 가볍게 짓밟으리라 믿었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하, 하이 랭커…….”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고, 주변에서도 무겁게 침음을 흘리며 인정했다.

미야오 히데키, 홍천방, 고민석 이들 셋을 죽인 무혁의 실력은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었으니까.

새로운 하이 랭커의 등장이었다.

자신을 하이 랭커라 부르든 말든 무혁은 블랙 본 장검을 여전히 들고 서 있었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팽팽해진 기운을 사방으로 뿌려대며 어느 한 지점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필립 형님이 목적이냐?”

무혁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곳.

그곳에는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얼굴까지 깊숙하게 가린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그저 소란이 일어서 무슨 일인가 구경을… 큭!”

곁에 서 있던 백인 남자가 발뺌을 하려고 했지만, 후드를 뒤집어 쓴 사내가 시커먼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필립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네가 그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겠어.”

탁한 음성으로 말을 하며 사내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우락부락하게 생긴 외모였고, 새카만 피부는 더욱더 그를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외모를 알아본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숨까지 멎을 듯 놀라고 있었다.

“…쿠, 쿠에토!”

르케임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사내의 정체는 헬-라시온 최악의 살인마, 아담 쿠에토였다.

“쿠에토라고?”

무혁 또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름만큼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쿠에토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었는데… 타이밍 죽이네.”

 

#

 

‘…이유나 묻자. 왜… 왜 내게 칼을 세운 거냐?’

‘당신이 너무 강하니까. 그래서 생각해봤지. 지금이 아니면 과연 다시 기회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까 당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기만 하잖아? 나처럼. 큭큭! 그 동안 고마웠어. 그래도 은혜는 갚아야 하니까… 당신을 먹어치우는 건 참아보지.’

 

“후우우우…….”

깊게 숨을 토해내는 송정민의 온 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과거, 다시는 회상하고 싶지 않았던 불쾌한 과거의 기억이 꿈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억지로 잊고자 했던 기억이었는데.

“쿠에토…….”

한 때는 자신을 무척이나 따랐던 순박했던 청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괴물이 되어갔다.

“포식자의 성장 스킬이 아니었다면… 큭큭.”

쇳소리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내며 송정민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쿠에토가 자신을 배신 한 것은 결코 포식자의 성장 스킬 때문이 아니다.

그건 그저 계기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쿠에토라는 인간의 본성이 그런 것이다.

소심하고, 겁이 많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본성.

다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기엔 힘이 없어서 그걸 철저하게 감추었을 뿐.

그러던 쿠에토에게 포식자의 성장 스킬은 내면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에게 빠른 속도로 강한 힘을 갖게 만들었다.

포식자의 성장 스킬은 스킬 등급만 올려놓으면 자연스럽게 고유 능력 등급과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의 등급까지도 손쉽게 올릴 수 있었으니 강해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남들보다 쉽고 빠른 속도로 강해지는 쿠에토에게 송정민은 그 누구보다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처럼 몬스터의 사체를 이용해서 강해지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미 강한 송정민이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해지며 자신과의 격차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니 쿠에토로서는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겁도 났을 테지.

그리고 언제까지나 송정민의 뒤에 있어야 한다는 점 또한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배신을 한 것이다.

쿠에토가 했던 말처럼 지금이 아니면 영영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결과적으로 쿠에토의 생각이 맞았다.

송정민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그는 결코 쿠에토에게 쓰러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비록 쿠에토의 야비한 계략에 빠져서 정정당당한 대결은 아니었지만, 그 역시 송정민은 자신의 힘이 부족해서 벌어진 결과라고 받아들였다.

헬-라시온에서 정당함을 찾는 건 결국 약자들만의 희망사항이니까.

“쿠에토… 네 조급함이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무서운 괴물을 만들어 냈다는 걸 넌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구나. 큭큭!”

모든 고유 능력을 1등급으로 올린 무혁은 더 이상 쿠에토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쿠에토가 무혁을 피해 평생 도망 다녀야 할 정도다.

불과 2년, 그 짧은 시간 내에 쿠에토는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괴물을 낳는 데 그 누구보다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쿠에토가 만약 송정민을 배신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송정민을 살려두지 않았다면?

물론, 쿠에토가 송정민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었다면 결코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쿠에토는 송정민 또한 자신처럼 식 계열의 스킬을 통해 강해졌다고만 알고 있었기에 그의 표식을 떼어내면 그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코 자신에게 복수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만 여겼다.

때문에 쿠에토가 송정민을 살려둔 것은 은혜를 갚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그에게 더욱더 큰 비참함을 남겨두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폐인이 된 송정민에게 보란 듯이 자신이 최고가 되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어리석은 놈.”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큰 변화를 가지고 온다는 말처럼 쿠에토가 행한 아주 사소한 행위들이 결국은 그에게 거대한 재앙이 되어 되돌아 갈 것이라고 송정민은 확신했다.

그리고 그 재앙은 이미 쿠에토를 덮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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