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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21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13화

하이 랭커 (2)

 

“형님이 여기까진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고민석은 자신의 집무실을 찾아온 염태수를 보고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민석아.”

마치 제 집무실마냥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묻은 염태수가 고민석의 이름을 불렀다.

“예. 형님.”

“지금은 공적인 자리다.”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양성철이 죽었다.”

“그렇지 않아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놈이 자신의 실력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민석의 말에 염태수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너도 그렇고, 혜미도 그렇고 어떻게든 변명만 하려고 하는구나.”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고민석을 염태수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말을 꺼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우리 흑룡의 자존심이 뭉개졌다. 세 번은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적임자를 찾아서…….”

“아니지. 애초부터 이번 일을 만든 건 민석이 네 잘못이니 이제라도 네가 직접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이었으나,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사실에 염태수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툭툭.

그럼 믿고 기다리겠다는 듯, 염태수가 고민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방을 나갔다.

“젠장!”

고민석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놈을 상대로 흑룡 길드의 서열 7위나 되는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 고민석에게는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고, 자존심이 상했다.

손쉽게 놈의 목숨을 끊어 놓는다 하더라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어디가서 내세울 만한 일도 아니었고, 반대로 만에 하나라도 생각보다 놈의 실력이 뛰어나서 고전이라도 한다면?

“빌어먹을!”

생각만으로도 고민석은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라 여겨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길드장인 염태수가 직접 지시를 내린 일이다.

고민석으로서는 내키지 않더라도 무조건 직접 나서야만 했다.

“아니지. 지금 상황이 탐탁지 않은 건 나뿐만이 아니니까…….”

고민석의 눈동자가 뱀의 그것처럼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

 

“뭘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 얼른 먹으라니까.”

무혁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방구름은 자신의 앞에 놓인 2등급 마정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 많은 마정들을 구하기 위해 무혁이 얼마나 힘들게 몬스터를 사냥했을까?

그 생각만이 방구름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형님께 해드린 것이 하나도 없는데…….’

항상 무혁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방구름은 면목이 없었다.

그러한 방구름의 마음을 안다는 듯 무혁이 부드럽게 말을 했다.

“구름아, 형이 말했잖아. 넌 내 가족이라고. 그러니까 계산 같은 거 하지 마.”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받지 못하겠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방구름은 그런 말을 꺼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2등급 마정을 섭취했다.

 

[2등급 마정을 섭취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25% 상승합니다.]

 

“……!”

고작 한 알을 먹었을 뿐인데, 체력의 정밀 수치가 25퍼센트나 상승을 했다.

방구름의 포지션이 가디언이었기에 지구력은 그 두 배인 50퍼센트가 상승했다.

5등급이었던 고유 능력이 하나, 둘 4등급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단 하나, 고유 능력 ‘마기’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마기는 마수의 마정을 통해서만 등급이 상승하나 보네.”

무혁의 말에 방구름은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고 다시 2등급 마정을 섭취했다.

4등급부터는 정밀 수치가 20퍼센트로 5퍼센트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수치였다.

3등급에서는 15퍼센트로 분명 높은 수치였지만, 섭취해야 하는 마정의 개수가 확연하게 증가했다.

그렇게 방구름은 모든 고유 능력을 2등급으로까지 올리고 나서야 마정 섭취를 멈추었다.

아직까지도 수십 알이 남아 있었지만, 방구름은 더 이상은 자신에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만 먹겠습니다.”

“왜?”

“2등급부터는 10퍼센트로 상승 수치가 높지 않아서요. 저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방구름이 말하는 이들이 킬 라시온의 다른 멤버들이라는 것을 모를 무혁이 아니었다.

“그래.”

무혁도 더 이상은 권하지 않고 남은 마정들을 도로 공간 주머니에 넣어뒀다.

방구름의 말처럼 10퍼센트를 올리기 위해서 2등급 마정을 섭취하는 건 확실히 효과가 떨어지는 일이었기에 우선은 보관을 해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가 생기면 그때 사용하기로 했다.

‘블랙 본의 광기 스킬을 사용하고 내가 섭취해도 되는 거고.’

무혁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방구름이 조심스럽게 말을 해왔다.

“저… 형님.”

“왜?”

“언제까지 비밀로 하실 거예요?”

방구름이 말하는 비밀이 무엇인지 무혁은 굳이 묻지 않았다.

마정, 포션.

이 두 가지였으니까.

“선생님께서도 함께 하기로 한 이상 비밀을 오래 유지해서 좋을 건 없다고 하셨어요.”

“선생님이?”

“예.”

“구름이 네 생각은?”

다른 때였다면 방구름의 생각보다는 무혁 스스로의 판단을 더 중요하게 여겼을 테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듯 그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 점을 느꼈음인지, 방구름도 다른 때보다 신중하게 대답을 했다.

“저도 선생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솔직히 요즘은 필립 형님이나 다른 멤버들을 대면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말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이어서 방구름은 흑룡 길드 등과의 충돌에서도 킬 라시온 멤버들이 정말 자신의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혁을 감싸려고 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방구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무혁은 그렇지 않아도 내내 고민했던 문제였는데, 더는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욕먹을 각오는 하고 있지?”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자.”

 

#

 

“놈들이 또 오겠지?”

방적삼의 물음에 르케임이 분명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오죠. 이건 무혁이가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어요. 놈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 버렸으니…….”

“하지만, 무혁의 실력이 놈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난 건 커다란 변수가 되겠지.”

레오의 말대로였다.

흑룡 길드 등에서 이번에 보내왔던 이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아스펠 마을에서 보여주었던 무혁의 힘을 기준점으로 삼았기에 충분히 그를 짓누를 수 있을 수준의 상대를 보내왔다.

문제는 무혁의 힘이 흑룡 길드 등의 생각을 상회한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누굴 보내올까?”

“적어도 이번에 보낸 놈들보다 2배는 강한 놈들이겠지.”

르케임의 말에 실비아가 코웃음을 쳤다.

“고작 2배? 이번에 무혁이 그 새끼가 보여준 힘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와? 정말 비상식적인 놈이지만 내가 봤을 때 무혁이를 짓밟으려면 최소한 준 하이 랭커 수준은 되어야 할 걸?”

하이 랭커라는 소리에 르케임을 비롯한 멤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물론, 준 하이 랭커였기에 진짜 하이 랭커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그만한 실력자를 보내온다는 건 분명 무혁에게 있어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만약 정말 그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를 보낸다면 그땐 어쩌지?”

“어쩌긴! 무조건 우리도 나서야지!”

미첼의 말처럼 레오 등도 당연한 것 아니겠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흑룡 길드 등이 망신을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부터 이런 일을 야기 시킨 건 그들이다.

더욱이 무혁은 혼자였고 그들은 다수였기에 누가 봐도 여론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쪽 또한 무혁일 수밖에 없었다.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에서 아무리 자존심을 들먹인다 하더라도 준 하이 랭커 수준의 실력자들을 파견하면 그때는 킬 라시온에서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부당함을 피하고자 길드에 입단을 한 것 아니겠는가?

“이러다가 정말 그놈들하고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거 아냐?”

방적삼이 걱정스럽게 말을 하지만, 얼굴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 역시 킬 라시온에 몸을 담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무혁 또한 마땅히 자신이 도와야 할 소중한 멤버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뭐가 무서워서 걱정이야! 전쟁 하자고 덤비면 당연히 전부 다 몰살을 시키면 그만이지!”

실비아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그렇게 소리쳤다.

“그나저나 필립 형님이 오셔야 어떻게든 제대로 된 방향을 찾을 텐데.”

르케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필립이 모습을 드러냈다.

“늦어서 미안하다.”

함께 움직였던 마크와 엘리엇, 아르케니아까지 필립과 함께 돌아왔다.

“대충 이야기는 다 들어서 알고 있다. 무혁이는?”

“구름이한테 할 말이 있다고 갔는데…….”

“저기 오네.”

방구름과 함께 무혁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자 르케임은 자신이 무슨 말만 하면 즉각 나타나는 거냐며 혀를 내둘렀다.

“무혁아, 잘 왔다. 그렇지 않아도 너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여기 좀 앉아.”

필립의 말에 무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 소파에 앉았다.

“오랜만에 우리 킬 라시온 멤버들이 다 모였네?”

필립은 우선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그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쉽사리 분위기가 바뀌지 않자 필립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고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무혁이가 우리 킬 라시온에 입단할 때부터 지금의 상황은 얼마든지 예상을 했던 일이야. 그렇지?”

필립의 물음에 멤버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이면 내 경고를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결국은 일이 이렇게 커지고 말았네. 우선 무혁이가 놈들의 도발에 넘어간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건 나라도 쉽게 참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모두 이해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무혁아.”

“예.”

“이제부터는 너 혼자만의 일이 아니야. 너 혼자 해결하고 너 혼자 모든 걸 짊어질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 그러면 우리도 이 일에서 깨끗하게 빠질 테니까.”

필립의 냉정한 말에 멤버들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단체와 개인의 차이다.

필립은 흑룡 길드 등과의 일을 무혁 혼자만의 일로 규정짓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킬 라시온 전체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어떻게 할래? 앞으로는 내 말을 따를래?”

필립의 물음에 멤버들 또한 모두 무혁을 바라봤다.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혁의 말에 필립과 멤버들 모두 의아함을 드러냈다.

무혁은 곧바로 2등급 마정 하나와 방구름의 포션을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게 뭐야?”

“이건 2등급 마정이고, 이건 구름이가 직접 제조한 포션이요.”

마정이라는 소리에 필립 등은 가장 먼저 마수의 마정을 떠올렸다.

마수의 대지에서 자신들이 직접 섭취를 했고, 덕분에 마기라는 능력까지 개방했으니까.

그렇다 보니 2등급 마정보다는 방구름이 만든 포션에 더욱더 놀라야만 했다.

“구름이가 포션을 제조했다고?”

“사실, 구름이의 진짜 능력은 바로 연금술이죠.”

“뭐?”

“여, 연금술?”

“구름이가 연금술을?”

무혁의 말에 필립과 멤버들 모두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포션 제작, 즉 연금술사는 무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금술회의 감시를 받거나 그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연금술회는 거대 길드와 가문이라 하더라도 연금술에 손을 뻗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연금술은 연금술회만의 독점적인 권한이나 다름없었다.

그 권한을 이제는 킬 라시온이 얻게 된 것이다.

“정말이냐?”

필립의 물음에 방구름은 작게 숨을 토해냈다.

그리곤 지금까지 무혁과 송정민을 제외하곤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고 꽁꽁-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킬 라시온의 모든 멤버들에게 가감 없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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