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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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5화
킬 라시온 (10)
마크, 그리고 엘리엇.
킬 라시온의 2인자와 3인자.
무혁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마크와 엘리엇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덕분에 고생은 하나도 안하고 꿀만 빨았다. 고맙다. 진심으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만 해라. 무슨 일이든 다 도와줄 테니까.”
마기에 대한 이야기다.
마수의 대지에 가보지도 않았는데 마수의 마정을 얻어 마기 중독 현상을 깨끗하게 해결해버렸으니 마크로서는 당연히 고마움의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크의 말이 끝나자 엘리엇 또한 무혁이 꽤나 마음에 든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야. 이번에 제대로 신세를 졌으니까 다음에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해. 누나가 뭐든 다 해줄 테니까. 그리고 그 모두에는 어떠한 것이든 다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니까 언제든 말만 하면 누나가 정말 화끈하게…….”
“언니!”
미첼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무혁의 한쪽 팔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이번에 한 거야? 그럼 그렇지! 우리 미첼이 어떤 앤데, 솔직히 이번에 좀 늦기는 했지. 그렇지 미첼?”
“어, 언니-!”
미첼은 무혁이 들어선 안 될 말이라도 들었다는 듯 그의 귀를 두 손으로 막았다.
“미첼 너 많이 참았다? 아니면 무혁이 철벽인 거야? 저번에 만났던 남자랑은…….”
“하지 마! 말하지 마!”
미첼은 무혁의 귀가 아니라 엘리엇의 입을 막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오, 오빠 이 언니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그러니까 다 헛소리야. 절대 믿지 마! 절대!”
빨갛게 변한 얼굴로 미첼이 그렇게 소리쳤고, 그 모습에 다른 멤버들은 낄낄- 대며 웃기만 했다.
“전 선생님 좀 뵐게요.”
무혁이 마크와 엘리엇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송정민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무혁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엘리엇이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미첼의 손을 치웠다.
“우리 미첼이 눈웃음을 치는데도 달려들지 않는 남자가 다 있네?”
“언니 제발 좀!”
“알았어. 알았어.”
엘리엇은 미첼을 놀리는 것이 퍽이나 재밌다는 듯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정말 2년 차 맞아?”
귀가 따갑도록 듣기는 했지만, 막상 만나본 무혁은 도무지 헬-라시온 생활 2년 차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무혁이는 그냥 괴물이에요. 그것도 지금껏 본 적 없는 괴물 중의 괴물!”
르케임은 무혁에 대해서 이해를 하려고 하지 말라는 듯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살았기에 저 연차에 저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엘리엇 또한 무혁의 힘을 어렴풋하게 느꼈기에 놀랍고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대단한 물건이 들어왔네.”
“물건이라…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네.”
“언니!”
음흉한 상상 하지 말라는 미첼이 뾰족한 외침에 엘리엇은 배를 움켜잡고 깔깔- 거렸다.
엘리엇이 한참 미첼을 놀려대며 웃고 떠드는 동안 무혁은 송정민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통통이의 변화된 모습도 가장 먼저 선보였다.
“…흠.”
송정민도 통통이의 모습에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헬-라시온에서 오랜 기간 살았지만, 통통이와 같은 존재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궁금한 것이야 많았지만, 묻는다고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송정민은 그저 무혁이 아는 것에 대해서 상세히 말을 하면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달아주는 것이 대화의 전부였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송정민은 무혁과 커웨인의 일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통이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마족인 커웨인과 적대한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손해인지 무혁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상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면 통통이가 어떠한 해를 입었을지 몰랐기에 무혁으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네가 더 강해지는 것만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해결책일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남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속도로 강해졌던 무혁이지만, 여전히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족이다.
인간을 벌레와 동등하게 여기는 마족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커웨인이 자존심상 다른 마족들에게 알리거나 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지만, 무혁을 유심히 지켜보며 관찰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무엇보다 기회만 생기면 무혁을 죽이려고 할지도 몰랐으니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하루라도 빨리 마족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어야만 했다.
“강제 사냥이 있기 전까지 마정으로 최대한 많이 모을까 합니다.”
“신물부터 확보하지 않고?”
“생각을 해봤는데, 어차피 신물은 당장 누군가 가져간다고 그 힘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질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송정민도 무혁의 말에 절대 동의했다.
무혁은 특별한 케이스다.
모래 태양의 열기와 얼음 구슬의 냉기를 견뎌낼 수 있는 막강한 내성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에 두 힘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무혁 역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걸 지켜만 봐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신물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 어떤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당분간 신물의 힘을 얻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니 신물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염려 때문에 당장 신물을 얻기 위해서 무혁이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마수의 마정을 흡수한 결과 고유 능력의 상승은 없었으니, 지금으로서는 고유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은 몬스터의 마정과 신물뿐입니다. 그런데 몬스터의 마정은 등급이 정해져 있으니 고유 능력이 1등급의 끝에 도달하면 그 이후의 상승은 오로지 신물에 기대를 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네가 초월적 등급이라는 걸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르되, 그러한 등급이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신물의 힘을 섣부르게 흡수하는 건 멍청한 짓이지.”
“예.”
때문에 무혁은 모래 태양과 얼음 구슬의 힘을 미리 흡수한 것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몰랐던 일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1등급 이후 초월적 등급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신물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지금으로서는 남은 신물들의 힘을 흡수해야 할 시기가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초월적 등급이라…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난리가 나겠군.”
“당장 1등급도 힘든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무혁의 말에 송정민은 그를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의 이미를 알기에 무혁 또한 마주 웃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 역시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살았을 테니,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제게 있어서 최고의 기연은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된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무혁이 네가 나를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 또한 너와 같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걸 잡지 못한 것이지. 기연이라는 것도 결국은 어떻게든 그것을 향해 움직이기에 얻을 수 있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송정민이 폐인이 되었던 날, 처참하게 죽어가던 송정민을 모두가 외면하던 그 날.
유일하게 송정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던 사람이 무혁이다.
그때의 그 따뜻함을 송정민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선생님께서 절 먼저 외면하지 않으셨죠. 전 그저 보답을 했을 뿐입니다.”
박혁수 패밀리에게 잡혀서 비참하게 살다가 죽었을지도 모를 무혁을 구원해준 것 또한 송정민이 유일했다.
일면식도 없던 자신을 도와주었기에 무혁은 송정민에게 기꺼이 손을 뻗었던 것이다.
“그랬었지.”
배신을 밥 먹듯 하는 헬-라시온에서 은혜를 갚길 바라는 건 미련한 짓이다.
때문에 송정민은 무혁이 자신을 도왔던 걸 결코 보답이라 생각하며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제 한 몸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인간이 무혁이었으니, 송정민이 느끼는 감정은 더욱더 애틋하고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무혁아.”
“예.”
“이제 넌 쉬운 길을 갈 수 없게 되었다.”
쉬운 길.
헬-라시온에서 제 영역을 키우고 있는 인간들의 길이다.
사실상 현재 무혁에게 있어 대형 길드와 가문 따윈 더 이상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들을 모두 발아래 둘 수 있었으니까.
무혁 역시 송정민이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고만고만한 인간들 틈바구니에 섞여서 살아가는 건 무혁에게 있어 너무나도 쉬운 길이다.
안락함이 보장되고, 지금까지 누려본 적 없던 호화스러움이 뒤따르는 삶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혁은 그런 길을 갈 수 없게 되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마족 커웨인과의 일은 단순한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 언제고 무혁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통통이와의 융합을 통해서 무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 받았다.
초월적 등급.
그리고 초월적 존재.
더 이상은 마족들보다 아래가 아니다.
얼마든지 동등해질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하기만 했던 것들이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송정민과 무혁은 거론하지 않고 있었지만, 어쩌면 마족을 잡고, 그들에게서 어떠한 식으로든 마정과 비슷한 것을 추출해내면 정말 마신 라시온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다니 길게 설명하지 않으마. 킬 라시온 이들과 함께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 말씀은 저들에게 제가 가진 아니, 선생님의 비밀을 모두 공유하라는 뜻입니까?”
“함께 가기 위해선 그래야겠지. 어차피 너 역시 언제까지나 숨길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여겼을 것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
“지금 당장 결정을 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널 위해 네 등을 지켜줄 수 있는 이들이라면 신중하게 고민을 해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쩌면 나처럼 처절하게 배신을 당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앞으로 네가 가야 할 길은 혼자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이지 않을까 싶다.”
“신중하게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무혁의 대답에 송정민은 그거면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은 더 이상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 화제를 돌렸다.
“구름이는 요즘 어떻습니까?”
하지만, 목표가 잘 못 되어버렸다.
“좀처럼 연구실에 틀어 박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송정민이 걱정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무슨 일이 있다기보다는… 제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발악을 하는 거지.”
“아…….”
무혁은 대충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겉으로는 킬 라시온에 잘 정착한 듯 보였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방구름 스스로 킬 라시온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장 마수의 대지 탐사만 하더라도 그렇다.
방구름만 홀로 제외되었다.
다른 멤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동생처럼 대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방구름을 주눅 들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구름이의 비밀부터 다른 멤버들에게 알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주눅 들어 있는 놈인데 더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다.”
포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방구름의 성격상 시간이 지나면 더욱더 큰 부담감을 느낄지도 몰랐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선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실하게 알리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흠… 녀석과 한 번 상의를 해보도록 해라.”
“예. 그럼 제가 구름이와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무혁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송정민의 방을 빠져나온 무혁은 곧바로 킬 라시온 본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방구름의 연구실로 향했다.
기본적인 주거 생활은 킬 라시온 본부에서 해결하고 있었지만, 포션 연구와 같은 비밀스러운 일은 아직까지 공개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개인 연구실을 따로 마련해 둔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필립은 크게 문제가 없다 싶으면 개인의 사적인 일까지 속속들이 알려고 하지 않았기에 방구름은 연구실에서 혼자만의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벨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
얼마나 오랜 시간 연구실에만 있었던지 방구름의 몰골은 전형적인 방구석 폐인이었다.
“너 씻기는 했냐?”
무혁은 방구름의 몸에서 풍기는 꼬질꼬질한 냄새에 코를 부여잡았다.
“아… 죄송해요. 요즘 연구 재료가 좀 악취를 풍기는 것들이 많아서요.”
“연구 재료 탓을 하기에 네 머리가 너무 까치집 아니냐?”
무혁의 지적에 방구름은 머쓱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떡이 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우선은 안으로 들어가자. 할 이야기도 있고 하니까.”
“예. 정리가 조금 안 되어있긴 한데 들어오세요.”
무혁은 안내하는 방구름의 뒤를 따라 연구실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