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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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4화
킬 라시온 (9)
“가, 감사합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엘로우나가 인사를 했다.
무혁에게 받은 골드 보석의 개수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280개.
세이크 메이커 매장을 찾는 이들이라면 애초부터 작정하고 소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방문을 하지만, 골드 보석 280개를 선뜻 지출하는 이들은 한 달에 두세 명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골드 보석 280개를 포인트로 환산을 하면 무려 1억4천만 포인트다.
그 많은 포인트를 오랜 시간 모았다가 쓴다는 건 사실상 말이 되질 않는다.
당장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데 포인트를 모았다가 한 번에 필요한 걸 왕창 산다?
그 전에 필요한 것을 하나씩 구매하는 것이 보통 헬-라시온의 식민들이 하는 이성적인 소비 행동이다.
적어도 억 단위의 포인트를 한방에 사용하는 이들은 엘로우나의 입장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가 없는, VIP 중에서도 VIP 고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통 크고, 손이 큰 VIP 고객인 무혁을 앞에 두고도 엘로우나는 오늘 하루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보다는 떨떠름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꼭! 다시 방문해 주십시오.”
엘리베이터 앞까지 무혁을 배웅하며 엘로우나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어떻게든 미소를 만들어내며 그렇게 인사했다.
“그러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엘로우나는 묘한 미소를 짓고 서 있는 무혁의 모습을 좀처럼 쉽게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엘로우나, 어떻게 된 거야?”
엘로우나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테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무혁은 판매 금지 물건들을 모조리 구입해갔다.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1등급의 흉갑, 구두, 그리고 팔찌까지.
엘로우나가 여러 차례나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무혁은 막무가내였다.
부작용으로 환불을 하게 된다면 환불비를 절대 받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하면서까지 반 강제로 판매 금지 물건들을 구입했다.
덤으로 고가의 1등급 언더웨어 아머까지 사갔다.
무혁에게 받은 골드 보석 280개 중 250개가 1등급 언더웨어 아머의 가격이었고, 나머지 30개는 흉갑, 구두, 팔찌의 가격이었다.
본래 정상적인 가격이라면 말도 안 될 가격이었지만, 무혁은 3개월 전 비룡 에탄의 망토(M)를 구입해갈 때와 같은 가격으로 후려치기까지 했었다.
엘로우나로서는 거부하고 싶었지만, 1등급 언더웨어 아머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지난번에 구입했었던 각종 방어구들을 시세보다 더욱 저렴하게 되팔겠다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협상안을 제시하는 바람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호구 잡았네!”
테이서가 부럽다는 듯 엘로우나를 바라봤다.
“어차피 부작용이 많은 것들이라서 결국은 환불을 하겠다고 찾아올 거 아냐?”
“그건 그렇지만…….”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보자면 테이서의 말이 틀리진 않다.
지금까지 판매 금지 물건들을 구입해갔던 이들은 하나 같이 모두 똑같았다.
구입을 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은 특별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단 한 명도 버티지 못하고 환불을 요청했었으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수차례나 반복되었던 일이라 테이서는 무혁 역시 그럴 것이라고 단언을 하듯 말했다.
“아- 부럽다! 나도 그런 호구 하나 콱! 물어서 속옷까지 탈탈- 털어봤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테이서였다.
과연 그럴까?
엘로우나는 왠지 모르게 무혁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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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만족스러운 쇼핑이었어.”
커스틸 무구 백화점을 나오자마자 무혁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맺혔다.
하나 같이 골드 보석 수백 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1등급 장비들을 고작 30개로 구입을 했으니 무혁으로서는 당연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수 오리올의 흉갑이야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만 착용하면 되는 거고.”
타락의 팔찌는 지금도 계속해서 무혁의 차단 스킬의 숙련도를 열심히 아주 꾸준하게 올려주고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보물을 몰라보다니 쯧쯧!”
무혁은 자신이 신고 있는 새하얀 구두를 바라보며 낄낄- 웃었다.
|헤이드안 구두(M) - 1등급 방어구|
· 최초의 마나수 헤이드안을 가공해서 만든 메이커의 명작이다.
· 모든 물리 공격에 대한 회피력이 획기적으로 상승한다.
· 희박한 확률로 목표 지정 마력 공격을 회피한다.
· 놀라울 정도의 체력 회복 속도를 자랑한다.
· 이동 속도가 상승한다.
· 착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나의 밀도가 높아진다.
· 모든 마족들로부터 적대감을 느끼게 만든다.
· 부정한 존재, 타락한 존재들에 대한 저항력이 상승한다.
· 쉽게 오염되지 않아 청결함이 유지된다.
· 내구력이 높아 수리할 일이 거의 없다.
최초의 마나수 헤이드안.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중요한 건 바로 ‘마나’였다.
마수 오리올의 흉갑이 ‘마기’에 특화되어 있는 갑옷이라면, 레이드안 구두는 ‘마나’에 특화되어 있었다.
엘로우나 역시 헤이드안 구두의 부작용을 ‘마나 중독’이라고 했었다.
마기와 마찬가지로 마나 역시 그 본질을 깨닫지 못한 존재가 몸에 지닐 경우 중독 현상을 겪게 되는데, 그로 인한 폐해는 마기 중독과 동일했다.
일정 시간 고유 능력 하락 페널티가 결국은 영구적 능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또 헤이드안 구두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으니.
“마족들로부터의 적대감이라…….”
한 마디로 헬-라시온에서는 함부로 신고 다닐 수 없는 구두라는 이야기였다.
적대감을 느끼게 만드는 만큼 저항력 또한 상승시켜주니 어찌 보면 무혁에게 있어선 정말 맞춤형 구두라고 할 수 있었다.
신발인 만큼 이동력 증가 옵션까지 있었으니 부작용만 무시한다면 사실상 ‘비룡 에탄의 망토(M)’보다도 훨씬 더 값어치가 높은 편이었다.
“이런 보물을 고작 골드 보석 10개로 얻었으니.”
너무 좋아서 참을 수 없어진 무혁은 길거리에서 푸하하핫- 큰 소리로 웃어댔다.
주변에서 미친놈 보는 듯한 시선 따윈 개의치 않아도 좋을 정도로 무혁은 너무나도 기뻐서 한참 동안이나 길거리에서 웃다가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무혁은 아침에 눈을 뜨기가 무섭게 통통이부터 찾았다.
커스틸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으니 킬 라시온의 본부가 있는 예르마로 이동하기 위해선 중앙탑의 포털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포털을 이용하기 위해선 무조건 커웨인과 마주쳐야 하는데, 만에 하나라도 어제의 일로 그가 오늘 보복이라도 하겠다며 덤벼든다면 무혁으로서는 통통이의 존재가 간절하게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무혁의 부름에 통통이가 허공을 찢고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 정도의 휴식이 융합의 후유증을 모두 털어낸 듯 통통이는 밝아진 얼굴로 무혁을 향해 웃으며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다행이네.”
컨디션이 멀쩡해 보이는 모습에 무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통통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혁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통통이가 기분 좋다는 듯 더욱더 짙게 미소 지었다.
“말은 못해?”
모습이 인간 형태로 변했으니 무혁은 통통이가 말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아부부부부!”
놀랍게도 통통이가 갓난아이처럼 옹알이를 했다.
“오! 시간이 지나면 말을 할 수도 있겠는데?”
막연한 추측이나, 기대가 아니라 통통이에게 성장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말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무혁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네가 말을 하게 되면 그때 더 많은 걸 알아보자.”
모습이 바뀌어서일까?
통통이를 바라보는 무혁의 눈길 또한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아직은 널 여기저기 공개하고 다닐 수 없으니까 내가 부를 때만 나타나. 그럴 수 있지?”
무혁의 말에 통통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허공에 틈을 만들어 그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 통통이 역시 그곳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긴, 가죽 주머니보다는 수천 배 낫겠지. 통통이도 문제없으니까 어디 가볼까?”
언제든 통통이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무혁은 더 이상 커웨인 따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중앙탑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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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하네.”
르케임의 말에 레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살벌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살얼음판이라고 해야지. 조금만 삐걱 거리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제 사냥 전까지는 그냥 꼼짝 말고 본부에 머물고 있는 게 제일 안전하겠네.”
방적삼의 말에 레오는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엑소더스 길드야 무혁이 한 일이라지만, 어떤 간 큰 놈이 연금술회를 건드렸을까요?”
르케임의 말에 듣고 있던 실비아가 한심하다는 듯 대꾸했다.
“이 빡대가리 새끼야, 생각 좀 하고 말해라. 어떤 미친 새끼가 연금술회를 건드렸겠어? 보나마나 그 새끼들은 마수한테 다 잡아먹힌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인원을 한순간에 잡을 수 있는 곳이 어딨겠어?”
“나도 실비아와 같은 생각이야. 봤다시피 마수의 대지에서 연금술회 놈들 1등급 해독제를 물처럼 마셔대면서 제 앞마당 마냥 휘젓고 다녔었잖아? 분명 그렇게 병신들처럼 설치다가 제대로 된 마수한테 걸려서 몰살당했을 확률이 가장 커.”
미첼 또한 그렇게 말하자 르케임도 충분히 가능성 높은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연금술회를 건드릴 놈이 어디에 있겠어? 결국 범인은 마수네, 마수야.”
이윽고 르케임은 잘 됐다며 낄낄- 웃었다.
“마수가 그렇게 강했어?”
푸른 눈동자, 훤칠한 키, 매너 있게 생긴 젠틀한 외모까지.
킬 라시온의 또 다른 멤버인 마크가 다른 이들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다는 느낌은 솔직히 없었어요. 몬스터 등급으로 따지면… 대략 4등급?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위? 그렇지?”
르케임의 말에 레오와 실비아가 그렇다고 대꾸했다.
“그 정도밖에 안 돼?”
마크는 믿을 수 없다며 의아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수의 대지가 아닌 다른 필드나 던전형 사냥터에 존재하는 마수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보통 한 영역의 보스처럼 독보적인 강함을 뽐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몬스터보다 윗줄에 마수를 놓았던 것이다.
“마수들도 등급이 있어요.”
“등급?”
아르케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이번에 얻은 펫, 토빗이 7등급이라고 말해주었다.
하긴, 모든 마수가 다 강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며 마크는 마수라고 마냥 위험하다는 생각만 가질 필요가 없다 여겼다.
“범인이 마수든, 아니든 중요한 건 요즘 연금술회 분위기지.”
마크의 곁에 앉아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
외모만 놓고 보자면 그리 예쁘다고 할 순 없지만 무언가 상당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전형적인 여전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녀가 바로 엘리엇이다.
“분위기가 왜요?”
르케임의 물음에 엘리엇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에 마수의 대지 탐사 이전에 얼음 바위 산으로 공략대를 보냈는데 걔들도 전멸을 했거든. 덕분에 요즘 케일테자만 눈이 반은 뒤집혔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른 곳에서도 어지간하면 연금술회랑은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 거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전혀 몰랐던 사실에 르케임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또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짧은 시간 극단적으로 힘을 쌓은 연금술회를 두고 근본이 없다거나, 모래 위에 쌓은 성이라는 등 조롱하고 비하하는 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연금술회가 쌓은 힘은 대형 길드와 가문들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욱이 포션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유일하게 쥐고 있는 연금술회는 탐사, 공략 등 어느 부분에서도 쉽게 실패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연금술회가 연달아 실패도 하고. 큭큭! 어쨌든 오랜만에 여러 가지로 재밌네.”
레오의 말처럼 연금술회가 두 차례나 공략과 탐사에 연달아서 실패를 했다고 하니 그 사실을 뒤늦게 들은 킬 라시온 멤버들로서는 연금술회가 너무 자만을 했거나, 정말 지독하게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소하다는 기분이 감추지 못했다.
“그나저나 우리의 히어로는 언제나 얼굴을 보여주려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엘리엇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킬 라시온 본부에 들어서는 무혁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혁의 모습에 그 누구보다도 미첼이 가장 먼저 반응을 했다.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