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2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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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200화
커스틸 도시 (8)
팔머의 팀과의 싸움 이후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사소한 문제 하나 없이 무사히 씨노버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커스틸?”
무혁의 말에 아르케니아가 난색을 표했다.
토빗에게 어울리는 전용 갑주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커스틸 도시로 가야만 했다.
굳이 커스틸 도시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펫 전용 갑주를 제작해주는 펫 조련소를 찾아가면 될 일이었지만, 그곳들이 모두 중소도시에 몰려 있었기에 현재 소도시 식민인 아르케니아로서는 당장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갑주가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
르케임은 현재 토빗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냐는 듯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토빗은 애완용이나 다름없으니 갑주가 필요한 건 아니지.”
방적삼 또한 토빗에게 전용 갑주를 만들어주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탰다.
씨노버 마을까지 오면서 토빗이 한 일이라고는 아르케니아의 품에 안겨 주스나 음식물들을 받아먹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 말인 즉, 품에 안고 다니는 인형이나 다름없는 토빗에게 전용 갑주는 무의미하단 뜻이기도 했다.
“그냥 이 기회에 중소도시 식민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토빗을 항상 데리고 다니려면 중소도시 식민이 되어야 편하잖아?”
미첼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도시에서 펫을 기르는 건 좀 불편한 일이긴 하지.”
아무래도 중소도시 식민 정도는 되어야 펫을 기르기가 편했기에 레오 역시 이 참에 아르케니아가 중소도시 식민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사실, 아르케니아가 실력이 없어서 소도시 식민으로 남아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 기회에 나도 그냥 중소도시로 넘어갈까?”
실비아 역시 소도시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껴가고 있었기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느껴가던 중이었다.
“실비아, 정말 그럴래? 그럴게 아니라 아예 우리 전부 오빠가 있는 커스틸로 이주하자!”
그 누구보다도 실비아의 말에 미첼이 반색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일을 그렇게 즉흥적으로 생각해? 소도시와 중소도시는 엄연히 다르다고!”
르케임이 눈을 찌푸리며 미첼과 실비아를 만류했다.
그녀들이 중소도시로 이주를 한다면 르케임 또한 어쩔 수 없이 중소도시 식민이 되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흐음, 중소도시 식민이라…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레오, 중소도시 생활은 어때?”
방적삼까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서 뭐해요? 소도시와 중소도시는 수준이 다른데. 그런데 우리 길드원 중에 중소도시에서 버티지 못하고 죽을 사람은… 없겠지.”
현재 이 자리에서 무혁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중소도시 식민인 레오가 적극적으로 길드원들의 신분 상승을 권유했다.
“강제 사냥 주기도 확실하게 길어서 개인적인 시간도 넉넉한 편이고, 아무래도 상대하는 몬스터나 경쟁자들의 수준이 높다보니 얻는 이익도 훨씬 좋고.”
“레오 형! 대신 그만큼 위험하잖아요.”
르케임이 레오를 바라보며 펌프질 좀 그만 하라는 듯 눈을 찌푸렸다.
“르케임, 위험하지 않은 곳이 어딨겠어? 그리고 언제까지 소도시에 처박혀서 골목대장 노릇할 건데?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다가 한 방에 가는 거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르케임, 넌 매사 너무 조심성이 많다는 게 문제야. 그 성격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둬야 해.”
레오의 질책에 르케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소도시 식민으로 지내면서 언제부턴가 별다른 위협 없이 순탄하게 지내온 건 사실이었으니까.
“난 갈래.”
자신으로 인해 촉발된 중소도시 식민 상승 문제에 단 한 마디도 없이 듣고만 있던 아르케니아가 가장 먼저 결정을 내렸다.
“토빗을 보호할 갑주가 필요해.”
결국은 토빗으로 인해 아르케니아는 중소도시 식민이 되기로 한 것이다.
“그깟 마수가 뭐라고…….”
르케임이 한탄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르케니아가 결정을 내렸으니 이제 불 보듯 뻔한 중소도시 식민 선언이 릴레이처럼 나올 것이다.
“좋아! 중소도시로 가자!”
“오빠! 우리 같이 살까요?”
“무혁 동생과 함께라면 큰 걱정은 없겠지. 핫핫핫!”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중소도시 식민이 되겠다니 잘 됐어. 모두 지옥에 한 발 더 가까이 온 걸 환영해주지. 훗훗!”
실비아, 미첼, 방적삼까지 르케임이 예상했던 것처럼 모두 중소도시 식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전부 중소도시 식민이 되면 우리 본부는?”
뒤늦게 무혁이 소도시 예르마에 차려진 킬 라시온의 본부를 떠올렸다.
지금 중소도시 식민이 되겠다고 선언을 한 멤버들 모두 예르마 소도시 식민들이었는데, 그들이 하나 같이 모조리 중소도시인 커스틸로 이주를 한다면 예르마에는 방구름과 송정민만 남게 된다.
두 사람의 안전을 이유로 킬 라시온 본부에 들였는데, 모두 이주를 해버리면 의미가 없어진다.
“현실적으로 당장 본부를 옮길 수는 없으니 당분간은 르케임이 남아야지 뭐.”
실비아가 그렇게 말하자 르케임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왜! 왜 내가 남아?”
“이 빡대가리 새끼야, 네가 가기 싫다고 네 입으로 그랬잖아?”
“그거야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서 결정을 해야 할 문제라고…….”
“그러니까! 혼자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시간을 주겠다는 거잖아.”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는 듯 실비아가 눈을 부라리며 르케임을 노려봤다.
“르케임이 남아서 본부를 지킨다면 안심할 수 있지!”
“걱정 마. 중소도시로 이주를 한다 하더라도 이전처럼 기본적인 주거는 여전히 본부가 될 테니까.”
레오와 방적삼의 말이 르케임은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무혁은 다행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보호가 필요한 멤버가 있으니까 르케임 네가 조금만 신경을 쓰길 바란다.”
길드원들의 말을 한 발 물러나서 듣고만 있던 필립이 쇄기를 박자, 르케임은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자! 이제 끝났으니까 얼른 가자! 커스틸에서 보자.”
실비아는 한 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듯,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중앙탑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빠, 커스틸에서 만나요!”
윙크까지 날리며 미첼이 중앙탑으로 들어갔고, 방적삼 또한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중앙탑 입구로 발을 옮겼다.
“커스틸이라… 나도 이주를 할까?”
레오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아르케니아는 필립을 빤히 바라보다 주스 하나를 건네고는 귀가 빨갛게 변해서는 총총- 걸음으로 중앙탑 안으로 사라졌다.
“…그래, 다 가라. 젠장.”
르케임은 맥 빠진 얼굴로 어깨까지 축- 늘어트렸다. 그렇게 중앙탑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웃는 얼굴로 지켜보던 필립은 무혁과 단둘이 남게 되자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건넸다.
“무혁아, 마수의 대지에서는 여러 가지로 고맙다.”
“오히려 저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길 뻔했는데 고맙다는 말 들을 자격이 없죠.”
아직까지도 로사가 텔레포트로 사라졌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무혁이었다.
“내가 미안하지. 애초에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쓴웃음을 지으며 진심으로 자책을 하는 필립이었다.
“본부에는 언제 올 거야?”
“선생님께 안부 인사를 해야 하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갈 거예요.”
“그래, 그럼 그때 보자.”
무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필립이 먼저 중앙탑으로 향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무혁은 커스틸 도시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를 마친 무혁이 중앙탑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씨노버 마을은 다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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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걸 나보고 수리하라고?”
오들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져서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보였다.
“약속하셨잖아요. 앞으로 2년 동안 무상 수리를 해주시기로 설마 이제 와서 발뺌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눈이 있다면 봐! 이걸 수리하라고? 이건 수리가 아니라 새로 제작을 하는 쪽이 더 빠르다고!”
엉망진창으로 찌그러진 히포의 갑주는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해주더라도 ‘수리’라는 영역을 한참이나 벗어난 상태였다.
차라리 새롭게 제작을 하는 쪽이 훨씬 더 나았다.
재료값이야 크게 들지 않겠지만, 손상된 부분들을 복구하려면 그 역시 만만찮은 재료값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수리를 하면서 들어가는 시간적 손해를 따지면 새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정도였다.
한 마디로 현재 무혁이 내밀고 수리를 해달라고 하는 히포의 갑주는 폐기를 해버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
“저는 그런 건 모르겠으니 영감님이 재량껏 해결을 해주시면 되는 거죠.”
“내가 해결을 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니까!”
버럭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오들의 모습에도 무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어쨌든 2년 무상 수리 기간은 영감님께서도 분명하게 약속을 해주셨던 일이니까 전 그것만 믿고요. 아! 그리고 제작 잘못 하셨어요?”
“무슨 헛소리야!”
“마수의 대지에서 히포가 굉장히 불편해하기에 자세히 보니까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좀 안 맞더라고요. 한 번 확인해보세요.”
“그럴 리가 없어! 네놈도 분명 확인을 했었잖아!”
“제가 뭐 그런 걸 다 자세히 알겠어요? 그러려니 했던 거지.”
무혁이 발뺌을 하자, 오들이 씩씩- 거리며 그를 노려보다 이내 히포와 엉망진창이 된 갑주의 사이즈를 확인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딱! 맞아떨어졌던 사이즈가 달랐다.
아무리 갑주가 찌그러졌다 하더라도 본래의 사이즈를 모를 오들이 아니었다.
두 번, 세 번 사이즈를 확인하던 오들이 뒤늦게 냉정을 되찾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했다.
“히포가 성장했군.”
어디서 날 속이려 하냐는 듯 오들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혁을 노려봤다.
‘이것까지 덮어씌우는 건 좀 무리였군.’
속으로 아쉬움을 들이키며 무혁은 순순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몰랐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대답을 하면서.
“그럼 사이즈를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땅히 지불을 하죠. 하지만, 그 외에 수리에 대한 비용은 일절 지불하지 않을 겁니다.”
“살다 살다 너 같은 날강도는 처음이다.”
무혁과 엮인 것이 천추의 한이라도 된다는 듯 오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그래도 제가 약속했던 것처럼 새로운 마수를 데리고 왔잖아요.”
기분 풀라는 듯 무혁이 그렇게 말하자 오들이 ‘흥’하고 콧방귀를 꼈다.
“고작 한 마리?”
“영감님이 몰라서 그러는 거죠. 생긴 것들이 어찌나 전부 비호감인지. 도저히 길들여서 데리고 올 수가 없었어요. 그나마 토빗도 겨우 발견해서 길들여 올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빈손으로 왔을 수도 있었다고요.”
“차라리 빈손이었다면 좋았겠지!”
그랬다면 무상 수리에 대한 약속을 파기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오들의 이러한 생각을 미리 짐작했었기에 무혁이 토빗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헬-라시온에서 유일하게 마수를 길들일 수 있는 게 저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이 되었으니 영감님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일한 마수 전용 갑주 제작자로 남을 수 있게 된 거죠.”
자부심, 그 빌어먹을 것 때문에 오들은 뻔뻔스러운 무혁과의 거래를 뒤집을 수가 없어 더욱더 속이 쓰라렸다.
“그건 그거고! 어쨌든 앞으로 어떠한 마수를 데리고 오더라도 제작비 할인은 없을 테니까 조금이라도 제작비를 깎으려고 하지 마!”
“들었지, 아르케니아?”
토빗을 품에 안고 있던 아르케니아는 오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설마 주스?’
무혁의 예상처럼 아르케니아가 오들에게 주스 하나를 건넸다.
‘안 받는 게 좋을 텐데.’
무혁의 생각과 다르게 오들은 척하니 주스를 받았다.
“뭐? 마시라고? 큼! 그래도 저놈보다는 낫군!”
오들은 망설임 없이 아르케니아가 건넨 주스를 꿀꺽, 꿀꺽- 들이켰다.
그렇지 않아도 무혁으로 인해 속에서 열불이 났는데, 시원한 주스를 마시니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것만 같았다.
“크흠! 맛이 상당히 특이하군! 무슨 주스지? 이런 주스는 평생 처음인데?”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오들이 주스를 다 마시며 그렇게 물었다.
꽤나 입맛에 맞았는지 더 있으면 좋겠다는 눈치까지 보였다.
‘후회 할 텐데.’
무혁은 아르케니아가 건넨 주스를 덥썩- 마셔버린 오들의 앞날에 혀를 찼다.
아니나 다를까, 아르케니아가 오들에게 말했다.
“30퍼센트 할인.”
“무슨 소리야?”
장난 따위 받아줄 기분 아니라는 듯 오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연금술회 4주년 특제 주스.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주스죠. 몇 시간 동안 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까지 있는. 그런 귀한 주스를 그냥 마셨으니 할인 해주지 않을 거면 도로 내놔요.”
“어쩐지 몸에 힘이 솟는다… 그것보다도 네년이 마시라고 줬잖아!”
“마시라고 한 적은 없는데.”
“뭐? 분명 네년이…….”
마시라고 말을 한 적은 없다.
그냥 내밀었을 뿐.
그제야 오들은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고, 분한 마음에 무혁을 바라보며 눈을 부라렸다.
“왜 절 보는 거죠?”
“한패지? 이 미친년하고 네놈! 한패잖아!”
“그러게 왜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걸 냉큼 마셨어요?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먹지 말라고 엄마가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영감님이 다 자초한 일이니 영감님이 해결하세요. 어쨌든 히포 갑주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리해주시고요. 그럼,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갈게요.”
친근하게 손까지 흔들며 자리를 떠나는 무혁의 모습에 오들은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다.
“30퍼센트 할인해주는 거죠?”
“…10퍼센트.”
“30퍼센트.”
단 한 점의 표정도 변화가 없는 아르케니아의 얼굴을 보며 오들은 직감했다.
이 흥정의 결과는 자신이 피범벅이 되어 패배할 거라고.
“…첫 단추를 잘 꿰었어야 했어. 허허허.”
수십 년을 살아온 오들에게 무혁과의 거래는 인생 최악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