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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9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8화

마수의 대지 (19)

 

치열하고도 길었던 전투가 끝이 났다.

털썩!

생기가 사라진 눈으로 팔머가 무릎을 바닥에 찧는 순간, 무혁은 후우- 하고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숨을 길게 토해냈다.

지금까지 무혁이 맞상대를 했던 이들 중 라미엘과 필립을 제외하면 가장 강한 상대였다.

물론, 라미엘과 필립은 무혁을 자신의 상대라 여긴 적이 없었겠지만.

“파, 팔머….”

로사가 떨리는 눈동자로 바닥에 꼬꾸라져 더 이상 꼼짝도 하지 않는 팔머를 바라봤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마족의 인장을 사용한 팔머였다.

생각 외로 무혁이 강하긴 했지만, 결국은 팔머가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던 로사였다.

그런 믿음이 산산조각이 나버리자 로사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어떠한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로사-!”

로이의 외침에 로사가 고개를 돌려 동생을 바라봤다.

치열했던 해바투나와의 싸움 또한 거의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로이 역시 해바투나를 쓰러트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다는 듯,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가! 어서 가!”

로이가 그렇게 외치고는 양손에 쥔 두 자루의 검을 해바투나를 향해 내던졌다.

두 자루의 검은 곧바로 새하얀 빛줄기가 되어 해바투나의 거대한 얼굴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역소환.”

어쩌면 로이의 공격에 해바투나가 소멸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무혁은 재빨리 역소환을 해버렸다.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해바투나가 사라져버리자 로이와 로사 모두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이제 남은 건 저 둘 뿐이네.”

팔머를 상대하느라 상당한 힘을 소진한 무혁이었기에 서둘러 남은 이들도 정리를 하고 쉬고만 싶었다.

해바투나가 사라져버리자 로이가 로사의 곁으로 달려갔다.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당장 여길 떠나! 마스터에게 알려야 할 것 아냐? 안 그래?”

로사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로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여기서 우리 모두 죽길 바라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당장 가!”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로이의 모습에 로사도 더 이상은 고민이나 갈등을 할 여유가 없었다.

“로이… 미, 미안해.”

“이제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네. 어서 가, 누나.”

로이가 로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 모습에 로사는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지만, 이내 손에 쥔 스킬 링을 발동시켰다.

“텔레포트!”

채- 앵!

스킬 링이 산산이 깨져나가며 잿빛 하늘에서부터 거대한 빛줄기가 로사를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제 로사가 무사히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지정해 놓은 목표 장소, 헬-라시온에서 가장 안전하다 자부할 수 있는 엑소더스 길드의 본부로 향하는 데는 정확하게 1분이 필요했다.

로이는 로사가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1분 동안 무혁을 반드시 막을 생각이었다.

“제길… 쉴 틈이 없네.”

로사를 이대로 보내면 문제가 커진다는 걸 알기에 무혁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무혁은 팔머와의 긴 싸움으로 인해 세 개의 파이어 볼을 만들어내자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현재 무혁은 많은 힘을 소모했다는 뜻이었다.

세 개의 파이어 볼을 동시에 날려 보내고 무혁은 곧바로 그 역시 몸을 움직였다.

“그림자 방패! 실드! 워터 토네이도!”

로이 역시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기에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각종 스킬을 한꺼번에 사용했다.

“로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텔레포트가 발동되기 전에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는 로사로서는 그저 깨물고 씹었던 아랫입술을 더욱더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쾅! 콰강! 꽈앙!

무혁이 날린 세 개의 파이어 볼과 로이의 마력 스킬들이 중간에서 충돌하며 사방으로 적지 않은 여파가 흡사 거대한 파도처럼 주변으로 휘몰아쳤다.

사방을 찢어발길 것만 같은 충격의 파도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음에도 무혁은 그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무혁의 모습에 로이 역시 마주 움직였다.

카앙!

블랙 본 장검과 로이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만들어냈다.

칼날처럼 변한 바람으로 인해 피부가 북북- 찢어지는 와중에도 로이는 무혁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절대 못 가!”

무혁은 대답대신 숫자를 세고 있었다.

“구… 십… 십일.”

그 의미를 모를 로이가 아니었다.

텔레포트가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1분의 시간을 무혁이 직접 세고 있는 것이었다.

“멍청한 짓 할 생각 마!”

로이가 어떻게든 무혁의 정신을 흩트려놓기 위해 고함을 내지르며 미친 사람처럼 양손에 쥔 검을 휘둘러댔다.

해바투나를 상대로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검기가 검끝에서 쭉쭉- 늘어나며 엿가락처럼 변해 무혁의 몸을 휘감으려고 했다.

“실드. 라이트닝 볼. 십육… 십칠.”

무혁은 3개의 실드를 만들어 로이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라이트닝 볼을 만들어 로이의 뒤쪽으로 날렸다.

“어림없다고 했잖아!”

로이가 손에 쥐고 있던 검까지 내던지며 무혁의 라이트닝 볼을 중간에 파괴시켜 버렸다.

푸악-!

그사이 무혁의 블랙 본 장검이 로이의 허리를 크게 베고 지나갔다.

“로이!”

옆구리에서 핏물이 팍- 튀는 모습을 보며 로사가 비명처럼 이름을 불렀다.

“발악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이십오… 이십육, 이십칠!”

무혁은 숫자만큼은 철저하게 셌다.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 일부러 조금 더 빨리 수를 세기까지 했다.

상대의 치밀함에 로이가 깨질 정도로 강하게 이를 악다물었다.

“블라인드! 디그! 끈적이는 바람! 블랙 포그! 파이어… 쿨럭!”

어떻게든 무혁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검은 장막을 만들어내고, 발을 묶어두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등 로이는 자신이 익히고 있는 온갖 잡다한 스킬들까지도 동원했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게 금방 드러났다.

기침과 함께 로이가 피를 토하며 휘청거리는 순간, 무혁은 맹수처럼 번뜩이는 눈동자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서- 걱!

“끄으윽!”

자신의 팔이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로이는 신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에는 목을 날려 버린다. 비켜! 삼십육!”

팔까지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서 있는 로이의 모습에 무혁도 슬슬-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막말로 텔레포트가 이뤄지는 데 1분이 걸린다고만 했지, 그걸 막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혁도 자세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텔레포트가 완성되지 못하도록 1분 안에 어떠한 훼방만 놓으면 되지 않을까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1초라도 더 여유를 남겨둬야 로사가 텔레포트로 도망가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이스 폴! 아이스 폴! 아이스 폴! 아이… 쿨럭! 쿨럭!”

로이는 어떻게든 무혁의 길을 막고자 거대한 얼음 기둥을 곳곳에 만들어냈다.

그렇게 세 개를 만들고 네 개째를 만들던 로이가 격렬하게 기침을 해댔고, 어느새 양쪽 코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파랗게 질려버린 안색과 푸들푸들- 안면이 떨리는 모습까지.

전형적인 정마력 폭주 현상의 전조였다.

순간, 무혁은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레이나였었지?’

그때, 그녀도 그랬다고 했다.

방구름은 레이나의 모습을 회상하며 눈가를 붉혔었다.

그렇게까지 오래된 일도 아닌데 무혁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무혁은 어떻게든 로사를 지키겠다는 로이의 악착같은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절… 대 못 가. 절대로… 쿨럭! 쿨럭!”

피를 토하는 로이의 모습을 보며 무혁은 속삭이듯 말했다.

“너희도 그랬잖아.”

무슨 소리냐는 듯 로이가 눈을 일그러트리며 무혁을 바라봤다.

“너희보다 약한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가차 없이 짓밟았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악착같이 버틴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너희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똑같이 되갚아 주는 것뿐이니까. 오십!”

무혁은 더 이상 시간 여유가 없다는 듯 있는 힘을 다해서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로이가 남아 있는 한쪽 팔을 들어 올렸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스- 악!

정마력 폭주 현상으로 처참하게 변한 로이의 머리가 허공으로 빙글- 떠올랐다.

동시에 그가 만들어냈던 얼음 기둥들이 하나, 둘 파삭- 거리며 깨져버렸다.

“로- 이이이이-!”

동생의 머리가 잘려 허공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로사가 절규에 차서 외쳤다.

“파이어 볼!”

콰앙!

무혁이 날린 파이어 볼이 로사의 앞에서 터져버렸다.

거대한 빛줄기.

로사를 감싸고 있는 그 거대한 빛줄기가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워터 볼! 라이트닝 볼!”

콰앙! 파지지지직!

워터 볼과 라이트닝 볼 역시 소용없었다.

텔레포트를 준비하고 있는 거대한 빛줄기는 그 어떠한 외부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젠장!”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무혁이 처음으로 당황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마력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직접적으로 로사를 공격해보겠다며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지만, 그 역시도 소용없었다.

까앙!

빛줄기는 실드마냥 무혁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비, 빌어먹을!”

무혁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사이, 로사가 피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 갈기갈기 온몸을 찢어서 몬스터의 먹이로 주고 말겠어!”

한 자, 한 자 꼭꼭- 씹듯이 말을 하는 로사의 모습은 섬뜩할 정도였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처럼 무혁은 이대로 로사를 돌려보내면 분명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 젠장! 이건 반칙이잖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대는 무혁의 모습을 로사는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겠다는 듯 눈도 깜빡 거리지 않고 지켜봤다.

길드로 돌아가면 마스터에게 울며불며 애원을 하든, 개처럼 매달리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혁을 찾아내서 복수를 하겠다고 로사는 다짐하고 다짐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올 스킬 캔슬? 하지만 그건 4등급짜리잖아!’

혹시나 싶어서 로사의 텔레포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자신이 가진 모든 1회성 스킬들을 떠올려봤지만, 방법은 없었다.

“X발… 제대로 꼬였네.”

무혁은 여기서 이렇게 자신의 발목이 잡히는 건가 싶어 허탈한 웃음마저 나왔다.

무엇보다도 자신으로 인해 킬 라시온에 해가 될 거라 생각하니 이제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질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하아….”

생각만으로도 무혁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그 사이 기다렸던 1분이 다 되었다는 듯 로사를 감싸고 있던 빛줄기가 점점 더 밝게 빛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빛줄기 안에 보호를 받고 있던 로사의 모습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무혁은 모든 게 끝났다며, 앞으로 엑소더스 길드와의 전쟁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늑대를 피했더니…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네.’

스스로 생각해도 참 기구하다는 듯 무혁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무혁이 웃는 사이 빛줄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

“…엥?”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너야 말로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건데?”

당연히 빛줄기와 함께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로사가 여전히 무혁의 앞에 덩그러니 홀로 서 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이 황당한 상황에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던 두 사람에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내가 그랬지? 저 빡대가리 새끼가 분명 사고 친다고 했잖아! 이 미친 새끼야! 사고를 치더라도 적당히 쳐야지! 엑소더스 길드를 건드려? 너 미쳤지? 너 미친 거지? 아니야! 저 새끼는 어쩌면 우리 길드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입단을 했을지도 몰라! 맞지? 이 새끼야! 너 누가 보냈어! 당장 불어!”

“실비아, 무혁이 당황한 거 봐봐. 장난 그만 쳐. 큭큭… 크핥핥핥!”

르케임을 시작으로 곁에 서 있던 레오, 방적삼이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실비아 역시 ‘저 멍청한 표정 봐!’라고 소리치고는 특유의 푸흝흝흝- 하고 웃어댔다.

“오빠!”

미첼이 무혁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몸을 구석구석- 더듬거리며 물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내가 몇 번이나 도와주려고 했는데… 필립 오빠가 지켜보라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지켜보고 있었다고?”

무혁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미첼을 그리고 킬 라시온 멤버들과 마지막으로 리사만을 노려보고 있는 필립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필립 형?”

“우선 정리부터 끝내자.”

필립의 눈동자가 여느 맹수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냉혹한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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