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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97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3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7화

마수의 대지 (18)

 

무혁은 팔머에게 일명, 백 드롭(Back drop)을 당했다.

그것도 보통 뒤에서 허리를 잡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들어 올렸기에 안면이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힐 수밖에 없었다.

빗맞아도 중상,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술이었고, 설마하니 헬-라시온에서 이런 무식한 백 드롭에 자신의 안면이 바닥에 내리 꽂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해 본 무혁이었기에 그 당황스러움은 더욱더 컸다.

물론, 팔머의 백 드롭을 고스란히 당했을 때의 이야기다.

바닥에 얼굴이 찍히기 직전 무혁은 실드를 이용해서 충격을 완화시켰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블랙 본으로 머리 전체를 감싸기까지 했다.

제아무리 용가리 통뼈를 자랑하는 무혁이라 하더라도 안면이 박살나거나, 자칫 척추가 비틀릴 정도의 충격을 감당할 순 없었으니까.

이제는 반격을 가할 차례다.

무혁은 허리를 튕기듯 들어 올리는 반동을 이용해서 양쪽 무릎으로 팔머의 복부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콰작!

“…큭!”

족쇄처럼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머의 팔이 순간적으로 느슨해지자 무혁은 곧바로 묶여 있던 양팔부터 풀어냈다.

턱!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시 한 번 더욱더 강하게 허리에 반동을 줘서 무릎으로 팔머를 찍어 눌렀다.

콰- 작!

“커헉!”

더욱 큰 비명을 터트리며 팔머가 양팔을 풀어버리자 무혁은 곧장 몸을 비틀며 빠져나왔다.

“무식한 새끼.”

무혁은 팔머의 무식했던 공격을 되새기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피지컬로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각종 마력 스킬이 난무하는 헬-라시온에서 이런 구시대적 공격인 조르기와 백 드롭을 당할 줄은 몰랐던 무혁은 다시 생각해도 참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효과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 무식한 새끼… 또 잡으려고 하겠지?’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내장이 파열될 정도의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팔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나선 무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팔머가 허리를 낮춘 상태로 미끄러지듯 무혁을 향해 달려왔다.

레슬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태클이었다.

벼락처럼 미끄러져 들어오는 팔머였지만, 이미 단단하게 준비를 하고 있던 무혁이었기에 쉽게 잡힐 리가 없었다.

콰작!

무혁은 팔머의 안면을 블랙 본으로 단단하게 만든 왼쪽 무릎을 이용해서 찍어 올렸다.

들썩- 거리며 팔머의 상체가 들리자 무혁은 곧바로 허공 도약 스킬을 사용했다.

팔머의 안면을 찍은 후에 떨어지려는 왼발이 지면에 닿기도 전에 다시 한 번 탄력을 받았고, 연속적으로 팔머의 안면에 꽂혔다.

콰- 작!

“큭!”

팔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고, 훤히 드러난 얼굴에 핏물이 물감처럼 번져 있었다.

아무리 단단한 신체라 하더라도 두 번의 박치기와 두 번의 니킥에 기어이 팔머의 얼굴도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상처가 난 것이다.

주저앉은 코와 잔뜩 터져버린 입술의 모습을 확인한 무혁이 입꼬리를 올렸다.

‘몸이 강철처럼 단단하다고 얼굴까지 강철처럼 단단할 순 없겠지!’

무혁은 허공에서 상체를 최대한 비틀었다가 풀어내며 팔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콰- 앙!

쓰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팔머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뒤로 튕겨져 나가는 팔머를 따라서 무혁도 움직였다.

한 번 승기를 잡았을 때 폭풍처럼 몰아쳐야 한다.

어쭙잖게 숨이나 돌리겠다는 안일함은 상대에게도 회복의 시간을 주는 셈이니까.

쾅! 쾅! 쾅! 쾅!

무혁의 주먹이 집요할 정도로 팔머의 얼굴만 노렸다.

연속된 안면 공격에 팔머의 몸이 형편없을 정도로 휘청거렸다.

이대로 끝장을 내버린다.

마지막을 장식할 생각으로 무혁은 양 주먹에 블랙 본 클로를 만들어냈다.

‘제아무리 괴물 같다 하더라도 얼굴이 너덜너덜해지고도 살 진 못하겠지!’

양 주먹을 교차해서 그대로 팔머의 얼굴에 블랙 본 클로를 박아 넣으려고 할 때였다.

“…뭐, 뭐야?”

무혁은 자신의 양팔을 단단하게 부여잡은 검은 마기를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팔머의 상체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던 마기가 쇠사슬마냥 무혁의 양쪽 팔을 칭칭- 감싸버린 것이다.

마기를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완전 사기다.

적어도 무혁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까짓… 흐아아아-!”

무혁은 온 힘을 다해서 마기의 쇠사슬을 끊어 버릴 듯 힘을 쥐어짜냈다.

툭- 툭- 투두둑!

마기의 쇠사슬이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팔머가 오른손으로 무혁의 옆구리를 후벼 팠다.

푸- 악!

“크아악!”

옆구리를 관통한 팔머의 손에 무혁이 찢어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죽인다.”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팔머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오른손은 무혁의 옆구리에 박아 넣은 상태로 팔머가 왼손을 들어 올렸다.

팔머의 왼손이 새카만 창처럼 변해있었다.

팔머가 가지고 있는 희귀 스킬로 신체, 그중에서 양팔을 자유롭게 무기화 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무혁이 그랬던 것처럼, 팔머 역시 그의 얼굴을 꿰뚫어버리겠다는 듯 창으로 변한 왼손을 내질렀다.

쩌- 엉!

자신의 공격이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무혁의 실드에 가로 막혀버리자, 팔머의 붉은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그동안 무혁은 모든 마기 쇠사슬을 끊고, 팔머의 오른손에서 벗어났다.

“빌어먹을.”

무혁은 자신의 옆구리가 뚫린 상처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재빨리 공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마시고, 옆구리에도 물 쓰듯 쏟아 부었다.

부글부글- 핏물이 지혈되며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괴물 같은 놈이군.”

경이롭다 싶을 정도로 상처가 회복되는 무혁의 모습에 팔머가 진심으로 놀라워했다.

“사돈 남 말 하고 있네.”

회복력으로 따지자면 팔머 역시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수십 차례나 얼굴만 집중적으로 얻어맞으며 엉망진창이 되었었지만, 어느새 말끔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팔머의 등 뒤로 마치 여러 개의 팔이 달린 것처럼 허공에서 후적후적- 거리는 4개의 검은 마기의 쇠사슬은 보는 것만으로도 전의를 꺾기에 충분했다.

다시 원점.

무혁은 팔머의 상태로 봤을 때, 지금까지의 자신의 공격이 하등 의미가 없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너 도대체 뭐야? 하이 랭커야?”

무혁은 팔머를 진심으로 괴물처럼 바라봤다.

처음에는 단순 무식하게 방어력만 높은 놈이라고 여겼지만, 검은 마기와 신체 변형 스킬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무혁의 1등급 자연 회복 스킬을 뛰어넘는 괴물 같은 회복력은 솔직히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그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팔머의 대답에 무혁이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너는 누구지?”

팔머가 대답을 한 이유, 그 역시 무혁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알아서 뭐하려고? 어차피 죽을 놈이.”

무혁의 대꾸에 팔머가 얼굴을 찌푸리기보단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 어차피 여기서 너와 나는 모두 죽을 테니.”

“뭐?”

팔머의 말에 무혁은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었다.

보통은 상대의 죽음을 언급하지, 자신의 죽음을 저토록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저 새끼 설마….’

무혁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팔머가 또다시 달려들고 있었다.

 

#

 

“마, 말도 안 돼….”

로사는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싶었다.

설마 하이 랭커도 아닌 인간이 팔머를 상대로 저렇게까지 동등하게 싸울 줄은 단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지금의 팔머는 자신의 생명을 태워가면서 싸우는 중이었다.

헬락시스의 힘.

현재 팔머가 사용하고 있는 힘의 정체다.

단 두 번 밖에 사용할 수 없는 힘이기도 했다.

이유는 헬락시스의 힘을 팔머가 버텨낼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마기를 다룰 수 있어야만 사용에 제약이 없어지는 힘, 바로 ‘마족의 인장’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헬-라시온 3대 인장 중 하나인 마족의 인장을 어떤 경로로 어떻게 팔머가 소유하게 되었는지는 로사는 모른다.

팔머는 개인적인 일을 타인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댈 정도로 가벼운 입을 가진 남자가 아니었기에 로사는 물론, 다른 팀원들 또한 팔머가 마족의 인장을 얻은 과거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중요한 건, 팔머가 마족의 인장을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생명을 대폭 깎아 먹을 정도로 지독한 마기 침투 현상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처음 팔머가 마족의 인장을 사용했을 때, 그는 그 후유증으로 한 달이 넘도록 빈사 상태에 빠져 있었을 정도로 위험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팔머는 중앙 탑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마족의 인장은 마기를 다룰 수 있어야만 후유증을 겪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마기 침투 현상을 겪은 이상 두 번째는 어김없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마족의 경고에 팔머는 처음 헬락시스의 힘을 사용한 이후, 두 번 다시는 마족의 인장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물론, 팔머는 마기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마기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주 강력한 힘을 손에 넣고도 그걸 사용하기 위해선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려야 했기에 팔머는 자신이 두 번째로 마족의 인장을 사용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이 자신의 최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런 죽음마저도 감수하며 무혁을 상대하고 있는 팔머였지만,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으니 로사로서는 더욱더 믿을 수가 없었다.

“로사-!”

팔머만큼이나 해바투나를 상대로 고전을 하고 있는 로이가 어서 가라는 듯 이름을 부르짖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로이를 돕고 싶었으나, 멀리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히포의 모습에 로사는 섣부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대로 혼자서만 돌아가야 하는 걸까?

로사는 자신의 손에 들린 스킬 링을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분명히 팔머가 이길 거야! 하이 랭커라 하더라도 지금의 팔머를 이길 수는 없어!”

팔머를 상대로 호각지세로 싸우고 있는 무혁이었지만, 로사는 결국 최후의 승자는 팔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로사의 생각만큼 좋은 쪽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쾅!

“큭!”

팔머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자신의 복부에서 터진 파이어 볼의 위력은 마기 갑옷을 두르지 않는 이상 맨 몸으로 받아내기엔 너무 강력했다.

파지지지직!

라이트닝 볼이 좌측에서 날아오자 팔머는 등으로부터 연결되어 있는 마기의 쇠사슬이 빠르게 움직였다.

퍼엉!

마기의 쇠사슬에 라이트닝 볼이 허공에서 터지며 사방으로 전류가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그 쓸모없는 쇠사슬보다는 갑옷이 낫지 않겠어?”

무혁이 이죽거리며 두 개의 파이어 볼을 날렸다.

팔머는 대꾸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마기의 쇠사슬이 파이어 볼을 차례차례 터트리는 걸 지켜봤다.

파이어 볼을 너무나도 손쉽게 막아버리는 마기의 쇠사슬에 무혁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마기의 쇠사슬은 굉장히 강했다.

그리고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마냥 공격과 방어를 했다.

차라리 갑옷일 때가 무혁으로서는 상대하기가 훨씬 더 편했다.

‘저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블랙 본 장검으로 끊으려고 해도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고, 손으로 잡아 뜯어보려고 했지만 그 역시도 상당한 시간과 힘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끊어질 것 같은 상황에 처하면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기에 그걸 상대해야 하는 무혁은 미칠 노릇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든 저 마기의 쇠사슬부터 없애야 팔머를 쓰러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약점, 혹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무혁은 끊임없이 팔머를 관찰하며 마력 스킬을 날려댔다.

‘어?’

방법을 찾던 무혁의 눈에 이상한 점이 보였다.

“흐릿해졌어?”

새카맣던 마기의 쇠사슬이 확실히 이전보다 색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쇠사슬의 움직임도 그렇고 위력도 처음보다는 확실하게 약해져 있었다.

“시간이 답이었다 이거지?”

무혁은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두 눈을 번뜩였다.

“보석 도마뱀의 위장!”

팔머의 약점을 찾은 이상 무혁은 철저하게 그 약점을 후벼 파기로 했다.

그리고 그러한 무혁의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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