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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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6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6화
마수의 대지 (17)
엑소더스 길드의 무력 조직인 레드 팀 중에서도 팔머의 팀이 수위를 다투며 길드 마스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던 이유는 바로 팔머의 팀만이 갖추고 있는 특별함 때문이다.
우선 길드 내에서도 팔머의 팀을 떠올릴 때 가장 우선순위에 놓이는 인물은 바로 에디다.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은 식민 특권을 통해 누구나 얻을 수도 있었던 스킬이지만, 그걸 가장 화려한 장기로 꽃 피운 건 헬-라시온에서도 에디가 유일하다 할 정도다.
처음 스킬을 얻게 되면 고작 손바닥에만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이었기에 그걸 몸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선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꿈도 꿀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화려함으로 무장했기에 에디가 팔머의 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 로사, 로이 남매 중 로이가 지니고 있는 망자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레버스트레인의 시야 조각’은 헬-라시온 전체를 통틀어 보더라도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했기에 특별할 수밖에 없다.
에디와 로이가 워낙 특별한 스킬을 지니고 있다 보니 오히려 독특한 형태의 무기를 다루는 로사가 평범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로사의 무기를 무시할 수 없었고, 그만큼 그녀의 무력은 팔머의 팀 내에서도 팔머 다음으로 높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팔머.
에디, 로사, 로이 모두 특별하고 강력한 무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머의 팀’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팔머가 가진 아주 특별한 힘 때문이다.
팔머의 팀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도 특별한 힘.
그걸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악마의 힘이라고.
무혁은 팔머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기운이 무척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기?’
마수의 대지에서 느낀 것처럼 순수하진 않았지만, 분명 팔머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건 마기와 가장 흡사했다.
여기에 그렇지 않아도 크고, 우람했던 팔머가 1.5배 아니, 그 이상으로 커지며 외형적 변화까지 이뤄졌다.
툭툭.
손에 착용하고 있던 글러브 형태의 무기가 더 이상 손에 맞지 않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머의 양 주먹은 무식할 정도로 거대하게 보였다.
“후- 하- 후우-!”
숨을 내쉴 때마다 팔머의 입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팔머의 모습이었다.
“팔머-!”
로사가 목청이 찢어져라 팔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얼굴은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에 무혁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본 이상 넌 죽인다.”
팔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새카맣게 변한 얼굴, 핏덩이를 박아 놓은 것만 같은 두 눈동자, 말을 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의 연기까지.
무혁은 팔머의 모습에 긴장감과 경계심을 보여야만 했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팔머는 주절주절- 말부터 해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죽여야 할 대상 앞에서 팔머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남자였다.
쾅!
“…큭!”
인간 벼락이 따로 없었다.
팔머가 땅을 박차고 무혁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고 들어와 주먹을 휘두르는 데 걸린 시간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벼락이 번쩍- 하고 내려치는 그 찰나였다.
“…흠.”
하지만, 더 놀란 건 무혁이 아니라 팔머였다.
막았으니까.
자신의 벼락같은 공격을 무혁은 양팔을 교차해서 완벽하게 막아냈기에 오히려 공격을 하고도 팔머가 놀라야만 했다.
“X발! 말하고 있는데… 욱씬욱씬하네.”
무혁은 양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썹을 찌푸렸다.
장난스럽게 말하는 용가리 통뼈가 된 이후 지금처럼 외부 충격에 의한 강렬한 통증을 느껴보긴 처음이었다.
‘단순하게 파워만 놓고 보더라도 필립 형 이상이다.’
하이 랭커인 필립보다 우위에 선 파워라니.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무혁은 딱 그 정도만 놀랐다.
하이 랭커라는 게 어느 한 부분만 강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필립을 통해 절감했기에 무혁은 팔머의 파워가 아무리 뛰어나도 필립 이상의 존재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필립이었다면 팔머처럼 단순한 공격으로 무혁이 방어를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바로 현재 하이 랭커인 필립과 피지컬만 괴물처럼 변한 팔머의 차이였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하이 랭커들과의 싸움에서 무혁이 당당하게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그 경계선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눈앞의 팔머를 얼마나 완벽하게 상대하느냐가 시험의 무대인 셈이었다.
“그렇다면야 나도 전력으로 가줘야지.”
무혁은 팔머를 상대로 설렁설렁-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곧바로 스킬들을 빠르게 사용했다.
괴물처럼 변한 팔머의 피지컬에 형편없이 밀릴 순 없었으니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부터 새롭게 재조정했다.
‘지구력을 제외하고 근력과 순발력, 그리고 체력에 집중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서 각기 다른 색깔의 알약 4개를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까득! 까득! 까득! 까득!
[특수 포션 ‘초록초록’을 섭취했습니다.]
[1시간 동안 고유 능력 순발력의 정밀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특수 포션 ‘노랑노랑’을 섭취했습니다.]
[1시간 동안 고유 능력 근력의 정밀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특수 포션 ‘빨강빨강’을 섭취했습니다.]
[1시간 동안 고유 능력 체력의 정밀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특수 포션 ‘파랑파랑’을 섭취했습니다.]
[1시간 동안 고유 능력 지구력의 정밀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이번에는 내가 가지.”
꽈- 악!
무혁은 곧장 땅에 깊은 족적을 남기며 팔머를 향해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무혁의 모습에 팔머는 건방지다 여기며 벼락처럼 주먹을 휘둘렀다.
조잡한 스킬을 사용하기보단 월등하게 향상된 신체 능력만으로도 무혁을 짓이겨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한 주먹질이었다.
번쩍- 거리듯 검은색 벼락이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지만, 무혁은 조금도 물러섬이 없이 고개만 까딱- 옆으로 피해버렸다.
수- 아앙!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주먹을 뒤따라오는 풍압이 마치 살갗을 찢어버릴 것처럼 날카롭기만 했다.
몸집이 커지면 상대에게 위암감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가 위축되지 않는다면?
‘거대한 샌드백일 뿐이지!’
쾅!
무혁의 주먹이 팔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움찔!
“이것 봐라?”
자신의 주먹이 얼마나 강력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무혁이다.
거대한 바위라도 산산조각을 내버리고도 남을 위력이다.
그런데 그런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고작 움찔?
무혁은 기가 막혔지만,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겠다는 듯 더욱더 힘 있게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쾅! 쾅!
눈앞에 온통 때릴 곳밖에 보이지 않는 팔머의 몸통에 연달아 무혁의 주먹이 꽂혔다.
무혁의 주먹에 가격을 당할 때마다 팔머의 몸이 움찔움찔- 떨었다.
순식간에 수십 차례나 두들겨 맞은 팔머가 기합성을 내지르며 상체에 힘을 줬다.
“흐아압!”
모공을 통해 새카만 기운, 마기로 추정되는 것들이 푸왁- 터져 나왔다.
밀가루가 담긴 비닐을 양손으로 힘껏 때렸을 때, 비늘이 터지며 밀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리는 것과도 같았다. 비록, 그 색은 새카맣고, 냄새 또한 역한 비린내가 난다는 점이 틀렸지만.
졸지에 마기를 뒤집어 쓴 무혁은 코를 자극하는 역한 냄새에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스컹크도 아니고 무슨….”
무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러는 동안 마기가 뭉글뭉글- 팔머의 몸에 달라붙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갑옷을 착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독 증상이 어째서 없지?”
팔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무혁은 잠시 팔머를 바라보다 이내 미간을 구깃구깃- 찌푸렸다.
“지금 날 중독 시키려고 내 공격을 일부러 맞아줬다고?”
팔머는 이렇다, 저렇다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멀쩡한 얼굴로 서 있었으니 무혁으로서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네.”
자신의 공격을 일부러 맞아줬다고 생각하니 무혁은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을 얼마나 같잖게 봤으면 일부로 공격을 맞아준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도 자신의 방어력을 얼마나 자신했으면 그런 황당한 짓을 벌일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무혁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팔머를 바라봐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현재 몸에 달라붙어 갑옷처럼 보이는 마기들은 그렇지 않아도 자신감 높은 팔머의 방어력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었으니 무혁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방어력만 놓고 보면 하이 랭커 이상이야.’
방어에 특화되어 있는 몇몇 하이 랭커라면 모를까, 그 외의 하이 랭커들은 팔머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았다.
‘저 무식한 방어력을 깨트리려면….’
무혁은 문득, 필립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이 랭커들은 생각 외로 많은 스킬에 의존하지 않아. 이미 신체만으로도 어지간한 스킬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거든. 무혁이 너도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진짜 괴물들과 싸울 때는 서너 개의 스킬 밖에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걸. 그 외엔 다 통하지가 않아서 불필요하거든.’
송정민 역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몇몇 하이 랭커들이 눈이 돌아 마족들에게 덤볐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벽은 마족들이 단단한 신체였다고.
어떠한 스킬도 통하지 않았고, 웬만한 스킬보다도 강력한 힘과 방어력은 하이 랭커들에게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의 우월함만을 느끼는 처참했던 굴종의 순간이었다고 했다.
정말 간단한 논리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 뼈, 근육, 힘줄, 피부 등등 모든 것이 인간과는 다르게 생겨먹은 존재들이 바로 마족이다.
어지간한 스킬로는 뼈를 부러트릴 수도 없고, 근육을 파괴시킬 수도 없으며, 힘줄을 끊는다거나, 피부를 베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막말로 몸 자체가 아주 단단한 깨지지 않을 방패나 다름없다고 했다.
인간의 몸을 조잡한 나무 방패라고 한다면, 마족들의 몸은 아무리 두들겨도 쉽게 깨지지 않을 단단한 강철 방패였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 어떠한 기술이나, 잔재주도 깨끗하게 무시해버릴 수 있는 압도적인 피지컬의 차이!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 랭커들은 주력으로 사용하는 두세 가지의 스킬을 제외하곤 온통 고유 능력에 투자를 한다고 했다.
무혁이 보기에 팔머가 바로 그런 피지컬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상대로 보였다.
팔머가 별안간 오른발로 땅을 크게 내려찍었다.
쾅!
그 순간, 땅이 크게 출렁거리며 무혁의 몸이 자연스럽게 위로 살짝- 떠올랐다.
턱!
그 짧은 순간 팔머가 무혁을 두 팔로 꽉- 껴안았다.
“이, 이 새끼가 지금 뭐하는….”
시커멓게 변한 괴물 같은 팔머가 자신을 껴안았다는 사실에 무혁은 인상부터 찌푸렸다.
콰득! 콰득! 콰득!
“…으읍!”
온몸을 조여 오는 팔머의 힘에 무혁의 입에서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 개… 새끼가… 아악!”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압력에 무혁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무혁은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스킬을 사용했다.
파이어 볼을 만들어냈고, 마력탄, 윈드 스피어까지 팔머의 등을 노리고 마력 스킬을 사정없이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팔머의 단단한 육체 그리고 마기 갑옷은 무혁의 모든 마력 스킬을 모조리 견뎌냈다.
“으아아아!”
마력 스킬이 통하지 않자, 무혁은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본능적으로 머리로 팔머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쾅!
이번에는 그나마 조금 효과가 있었다.
팔머의 몸이 아주 살짝- 휘청거린 것이다.
조금이라도 효과를 봤으니 무혁으로서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또다시 뒤로 머리를 젖혔다가 있는 힘을 다해서 박치기를 날렸다.
이번에는 블랙 본으로 이마 앞에 단단한 해머까지 만들어내며, 얼굴을 완전히 짓뭉개버릴 의도까지 갖추었다.
콰앙!
“컥!”
팔머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두어 발자국 밀려났다.
무혁의 의도와는 다르게 팔머의 얼굴은 생각보다 너무 멀쩡했다.
하지만, 아예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무혁의 몸을 조이고 있는 두 팔은 굳건했지만, 압력은 확실히 줄어들어 있었으니까.
“이 병신아! 내가 용가리 통뼈야! 으아아아!”
무혁은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마지막 기합을 내지르며 머리를 뒤로 젖혔다.
이때만큼은 팔머 역시 위기감을 느꼈는지 단순하게 무혁을 양팔로 힘껏 조이지만은 않았다.
허리를 뒤로 젖히며 팔을 점점 더 들어 올렸다.
“…어어어?”
무혁은 자신의 목표물인 팔머의 얼굴과 점점- 멀어지자 눈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무혁의 얼굴이 정확하게 바닥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그 순간 폭탄이라도 터진 것마냥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