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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94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4화

마수의 대지 (15)

 

인간 사냥꾼.

말 그대로 인간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악질 중에 악질인 놈들을 말한다.

인간 사냥꾼들에게도 나름 상, 중, 하 등급이 있다.

그 중 가장 하 등급의 인간 사냥꾼들은 마을 주변을 머물면서 홀로 다니는 이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부락 식민들의 경우 이제 갓 헬-라시온에 끌려온 1년차들이었기에 사냥을 할 수 없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마을 식민이 가장 만만한 사냥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놈이 그런 놈은 아니지만.’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씨노버 마을이지만,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놈은 마을 주변이나 배회하는 수준 낮은 하 등급의 인간 사냥꾼이 아니라는 걸 무혁은 잘 안다.

접근했을 때의 몸놀림부터 달랐고, 자신이 펫을 데리고 다님에도 긴장감은커녕, 대놓고 살기를 드러내고 있으니까.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마수의 대지에서 나오는 이들을 노리고 있었던 놈들이다.’

마수의 대지에서 씨노버 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를 잡은 것이 우연일까?

피식- 무혁은 그럴 가능성은 자신의 손톱 밑에 낀 때만큼도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정말 하 등급으로 씨노버 마을 주변을 맴돌고 있을 인간 사냥꾼들은 아마 벌써 멀리 달아났을 것이다.

눈 앞의 놈은, 그리고 그 뒤에 여유롭게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이들은 본래 영역을 벗어나 원정을 왔거나, 아니면.

‘빈손으로 마수의 대지를 탐색하고 돌아갈 수 없어서 정체를 숨기고 이 짓을 하는 거겠지.’

한 마디로 놈들은 겉모습 멀쩡한 길드나 가문 소속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혼자인 무혁을 발견하고 접근하는 것이겠지.

“응? 웃어? 내가 웃겨?”

남자, 에디는 무혁이 갑작스럽게 웃음을 짓자 황당하다는 듯 눈을 떴다.

무혁은 말 대신 에디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 모습에 에디가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재밌는 놈이네.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었던가?”

자신처럼 에디 역시 낯설지 않다는 듯 그렇게 말을 하며 무혁의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확실해. 우리는 어디선가 만났어.’

그런데 그게 어딘지, 어떤 상황에서 만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슬쩍- 시선을 돌려서 에디의 뒤편을 바라봤다.

여전히 여유롭게 앉아서 뭔가를 먹어대고 있는 팔머 등은 자세히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무혁의 눈에 낯선 이들이었다.

그만큼 신체적인 특징이 뚜렷한 이들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젠장! 아시아 놈들은 얼굴이 비슷비슷해서 보고도 알 수가 없다니까.”

에디의 말에 무혁의 머릿속에 번갯불이 스치고 지나가듯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젠장! 아시아 놈들은 얼굴이 비슷비슷해서 알아볼 수가 있어야지! 무엇보다도 이런 거지같은 모습을 보고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너희 둘! 모래성에 간 적 있어?’

 

생각났다.

아스펠 마을에서 첫 번째 강제 사냥을 하려고 중앙탑으로 향하던 길에 만난 것이다.

‘그때 분명 레오나르도가…….’

 

‘휘유- 방금 봤어? 저 사람 엑소더스 길드였어! 도시 길드 엑소더스의 일원이라니! 그것도 붉은 별이 새겨진 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는 걸로 봐선 그 유명한 레드 팀인 것 같은데… 맙소사! 저런 엄청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분명히 레오나르도는 도시 길드인 엑소더스의 일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에디의 옷차림은 그때와 달랐다.

엑소더스 길드임을 알려주는 붉은 별이 새겨진 마크 따윈 보이지도 않았다.

‘하긴, 의도가 이렇게 더러운데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남겨둘 리가 없지.’

그래 봐야 얼굴을 아는 놈들 앞에서는 무의미한 짓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눈앞에 있는 놈 그리고 그 뒤에 있는 2남 1녀까지 모두 엑소더스 길드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달 전이었다면 무혁은 지금 상황을 굉장히 두려워했을 것이다.

실제로 아스펠 마을에서 에디를 처음 만났을 때, 무혁은 자신의 눈앞으로 그가 접근을 할 때까지 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실력의 격차가 컸었는데, 지금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에디가 그렇게 물어왔다.

아주 짓궂은 장난을 하려고 준비하는 아이와 같은 얼굴로.

“알지.”

무혁의 대답에 에디가 입가에 짓고 있는 웃음을 더욱더 짙게 만들었다.

“그래? 내가 누군데?”

“인간 사냥꾼.”

“큭큭큭!”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는 듯 에디가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며 악당처럼 웃었다.

“그럼 내가 이제부터 널 어떻게 할지 잘 알고….”

“그리고 엑소더스 길드원.”

무혁의 이어진 대답에 에디의 표정이 돌변했다.

웃음기가 싹- 사라졌고, 얼굴에 끼어 있던 장난기 역시도 깨끗하게 지워졌다.

동시에 에디의 눈빛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살기가 흘러나왔다.

“나를 알고 있다 이거지? 그럼 내가…!”

카앙-!

더 이상 듣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 무혁은 그대로 에디의 목을 노리고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블랙 본 장검이 만들어졌고, 에디의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휘둘러졌지만.

“…이 새끼가 말하고 있는데 비겁하게…!”

기습적인 선제공격이었지만, 에디가 막아냈다.

명색이 도시 길드의 일원인데 이 정도의 기습 공격에 쓰러질 리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기에, 무혁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곧장 몸을 빙글- 회전시키며 두 번째 공격을 날렸다.

카앙!

이번에도 에디는 팔, 정확하게는 팔뚝으로 블랙 본 장검을 막아냈다.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새카만 금속이 눈에 들어왔다.

3등급 블랙 본 장검을 막아낼 정도로 굉장히 단단한 방어구다.

최소 2등급, 어쩌면 1등급짜리 방어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돈 굳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무혁은 에디를 향해 쉬지 않고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지척의 거리에서도 정교하게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건 무혁의 장점 중 하나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원거리에서 마력 스킬을 위주로 사용해왔지만, 무혁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검술이다.

카앙! 캉! 캉캉캉!

폭풍처럼 몰아치는 무혁의 공격을 에디는 완벽하게 막아냈다.

양쪽 팔에 착용한 암가드가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라는 걸 알기에 그는 두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무혁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큭! 이 새끼가….”

하지만, 직접적인 충격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에디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충격에 의해 한 발, 두 발 뒤로 밀려나자 에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거칠게 고함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화르르르르륵!

온몸이 불타올랐다.

말 그대로 몸에서 불길이 치솟은 것이다.

그것도 아주 새파란 불꽃이었다.

지금의 에디를 있게 만들어 준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이 그의 몸 전체에서 넘실거렸다.

강력한 열기가 얼굴부터 확- 덮쳐왔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통구이로 만들어 버리….”

말을 하던 에디가 입을 다물었다.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은 뜨겁다. 그냥 뜨겁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뜨거워서 에디를 제외한 그 누구라도 곁에 있는 걸 힘들어 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같은 팀원인 로사마저도 에디가 불을 일으키면 뜨겁다고 난리를 칠 정도였다.

그런데 바로 코앞에서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에게서 당연히 나와야 할 반응이 조금도 보이질 않자, 에디는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예로부터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고 했어. 워터 볼.”

무혁이 만들어 낸 워터 볼이 에디의 머리 위에서 터졌다.

콰- 앙!

무혁의 워터 볼이 일반적인 워터 볼보다 강력하다 하더라도 에디가 만들어 낸 파란 불꽃을 꺼트릴 순 없었다.

하지만.

자존심만큼은 잔인할 정도로 긁어낼 수 있었다.

특히, 머리 위에서 물 폭탄이 터지면서 사방으로 엄청난 수증기를 만들어내는 꼴은 앞으로 로사가 두고두고 놀려먹을 정도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까드득! 아주 죽여 달라고 기도를 하는 구나!”

이를 갈아붙이며 에디가 무혁을 향해 처음으로 공격을 펼쳤다.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을 온 몸에 두른 에디의 공격은 굉장히 단순했다.

사람이든 몬스터든 바짝- 붙어서 주먹과 발을 휘두르기만 하면 저절로 온몸이 활활- 타오르다 못해 녹아버릴 정도였으니 이렇다 할 기술도, 전략적인 전술도 필요치 않았다.

오로지 빠른 속도 하나면 충분했다.

그렇게 에디는 자신의 앞을 가로 막고 있던 모든 장애물과 적들을 태워버렸다.

그런데 처음으로 자신의 공격이,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이 통하지 않는 적을 만난 것이다.

“어, 어떻게 넌 멀쩡할 수 있는 거지?”

에디의 얼굴엔 놀랍다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모래 태양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니까.”

“모래 태양이라고?”

뜬금없이 나온 무혁의 말에 에디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너였구나! 네놈이었어!”

에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다는 듯 무혁이 씨익- 웃었다.

“이제 생각이 나? 아스펠 마을에서 날 만났을 때, 잡았다면 상대도 되지 않았을 테니까. 지금 날 만난 건 네게 있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거다.”

아스펠 마을까지 언급하자 그제야 에디 역시 왜 무혁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는지를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는 건 없어. 넌 내 손에 죽는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고 누가 죽는지.”

그 말을 끝으로 무혁은 스킬을 모조리 사용했다.

‘강철 체력! 체력 유지! 사냥꾼의 끈기! 약탈자의 광기! 탐험가의 질주! 가디언의 인내! 보석 도마뱀의 위장! 겁 많은 바로크의 폭주! 파멸! 호신! 회피!’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를 증폭시킨 무혁은 이전까지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카- 앙!

“큭!”

힘과 속도가 월등하게 올라간 무혁의 공격에 에디의 몸이 휘청거렸다.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를 때마다 에디가 위태롭게 몸이 흔들렸고, 그 모습에 느긋하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팔머 등이 몸을 일으켰다.

에디가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까지 사용하고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니 그들로서도 더 이상은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여긴 것이다.

하지만, 팔머 등은 쉽게 에디를 도울 수가 없었다.

“해바투나 소환!”

키에에에에에에에-!

무혁은 곧바로 해바투나를 소환해서 팔머 등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해바투나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그 전에 이놈부터 잡는다!’

해바투나가 마수들 중 강력한 힘을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장소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마수의 대지도 아니었고, 팔머 등의 실력 또한 결코 낮지 않았기에 무혁은 해바투나가 버틸 수 있는 시간으로 최대 5분을 예상했다.

즉, 5분 안에 눈앞에 있는 에디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5분이면… 충분하지.”

무혁은 자신의 공격에 연신 뒷걸음질을 치는 에디의 모습에 자신 있었다.

 

“이건 뭐야?”

로사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해바투나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팔머와 로이 역시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해바투나의 모습에 표정을 굳혔다.

에디가 무혁을 상대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팔머 등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무혁은 혼자지만, 에디는 세 명의 동료가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었으니까.

로사는 오랜만에 에디를 놀려먹을 일이 생겼다며 깔깔- 웃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웃음도 오래 가지 못했다.

에디가 일으킨 파란 불꽃에도 무혁이 멀쩡한 모습은 팔머 등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에디를 놀리는 것도 좋지만, 그가 위험해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기에 팔머 등은 무혁을 잡기 위해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 앞에 해바투나가 나타난 것이다.

“마수일지도 몰라.”

로이가 그렇게 말했다.

“마수라고?”

로사와 팔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로이와 해바투나를 바라봤다.

로이로서도 더 이상의 설명을 할 수가 없었기에 입을 다물고 공간 주머니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똑같이 생긴 두 자루의 검이었다.

“이게 마수라 이거지?”

로사가 혀로 입술을 적시며 어느새 꺼내든 자신의 무기를 가볍게 흔들었다.

촤르르르륵!

손바닥만 한 철 조각들이 마디마디마다 연결이 되어 있는 5미터에 이르는 독특한 형태의 무기였다.

“에디가 위험하니 최대한 빨리 쓰러트린다.”

팔머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땅을 박차고 해바투나를 향해 달렸다.

팔머는 양쪽 손에 권투 글러브와 같은 것을 끼고 있었는데, 모양이 삼각형 형태였으며 재질 또한 단단한 금속이었기에 쉽게 볼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다.

“로이, 그냥 넌 에디를 도와. 이놈은 나하고 팔머가 맡을 테니까.”

알겠다며 로이가 해바투나를 지나치려고 했지만, 땅을 뚫고 나타나서 다리를 칭칭- 감아버리는 해바투나의 뿌리로 인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로이를 시작으로 로사와 팔머까지 뿌리로 묶고 나자 해바투나가 본격적으로 거대한 입을 쩍- 벌리고는 종유석을 내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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