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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9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2화

마수의 대지 (13)

 

“…역시 무리였군.”

무혁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연금술회의 희생자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지금까지 무혁이 마수를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무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마수들보다 무혁의 실력이 윗줄에 있었기에 별 어려움 없이 혼자서도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수의 대지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는 만큼 연금술회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자들로 탐사대를 꾸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기 중독 현상으로 인해 본래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죽기 살기로 싸워서 두 마리라도 잡았으니 선방한 셈인가?”

다섯 마리 중 살아남은 세 마리의 마수를 바라보며 무혁은 피식- 웃었다.

마수들은 유일하게 홀로 남아 자신들을 비웃듯 바라보고 있는 무혁의 모습에 가슴속 가득 차오른 분노와 포악스러운 감정을 진솔하게 토해냈다.

크와아아아아!

으롸롸롸롸롸-!

“시끄러!”

시끄럽게 꽥꽥- 거리는 마수들을 상대로 무혁은 마력 스킬을 퍼부었다.

파이어 볼, 워터 볼, 라이트닝 볼, 기압 폭발 등등.

연금술회의 다섯 남자가 목숨을 걸어가며 고군분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쓰러트리지 못했던 마수들이 차례차례 피떡이 되어서 쓰러졌다.

이후, 통통이가 마수의 마정을 추출해왔다.

“옜다.”

무혁은 마수의 마정 다섯 개 중에서 두 개만 히포에게 건넸다.

왜 나머지 세 개는 주지 않느냐는 듯 히포가 붉은 눈동자를 번뜩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옆구리를 강타하는 발길질이었다.

퍽!

꾸득!

“한 것도 없는 놈이 욕심만 부려? 정 다 먹고 싶으면 너도 이제 싸워!”

남은 마정을 가죽 주머니에 넣으며 무혁은 그렇게 말했다.

히포가 불만스럽게 꾸득- 거렸지만, 무혁은 시끄러우니까 가서 마수의 사체나 먹으라고 발로 다시 툭- 걷어찼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엉덩이를 또 걷어차인 히포가 어디 두고 보자는 듯 그렇게 소리를 내며 평소보다도 더욱더 포악스럽게 마수의 사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자고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니까 너도 이제 일 좀 해. 양심이 있으면 너도 밥값은 해야 할 것 아냐.”

무혁은 이쯤하면 히포도 마수들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혁이라는 버스 아니, 특급 열차에 무임승차한 히포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 객관적인 지표가 바로 6등급이었던 마수 등급은 어느새 5등급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마기 등급은 여전히 4등급에 머물고 있었지만, 그 외의 체력, 근력, 순발력, 지구력은 모두 5등급에 올라 이제는 어지간한 마수들 앞에서도 태연스럽게 서 있었는데, 그건 곧 마수가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표현이나 다르지 않았다.

“힘만 센 겁쟁이가 되도록 둘 순 없지.”

무혁은 앞으로 마수 사냥에서 히포를 굴려볼 작정이었다.

물론, 그전에 해야 할 일이 먼저 있었지만.

“위치 추적!”

무혁의 눈앞에 검은색 실선이 나타났다.

동료에게 희생을 강제시키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도망가고 있을 타렉스와 연결된 검은색 실선이었다.

그들이 도망가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두고 본 것은 모두 위치 추적 스킬을 걸어두었기 때문이었다.

“빨라봐야 지들이 얼마나 빠르겠어? 안 그러냐, 히포?”

마수의 사체를 정신없이 씹어 먹고 있는 히포를 바라보며 무혁이 여느 악당이나 지을 법한 잔인하고도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 새끼 뭐지?’

타렉스는 그리고 알베이트는 머릿속에 무혁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도망을 가면서도 오직 무혁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이유 모를 공포만이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마족… 이려나?”

알베이트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망가는 내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은 그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막말로 다섯 마리의 마수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점, 오히려 마수들을 도와 자신들을 공격했던 점이 더 수상쩍었다.

거기에 세 명의 부하들을 말 그대로 순식간에 죽여 버린 실력은 어떠한가?

당장으로서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놈이 인간이라면 마기 중독 현상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니 결코 그런 실력을 보일 수가 없다! 마기 중독 페널티를 받으면서도 그만한 실력을 보일 수 있다는 건… 최소한 하이 랭커라는 소리인데.’

알베이트가 아는 한 무혁과 같은 하이 랭커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즉, 하이 랭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하이 랭커나 선보일 수 있는 실력을 보였다?

“마족이라 생각 하는 거겠지?”

곁에서 나란히 내달리는 타렉스가 그렇게 물어왔다.

“그렇지 않고서야 답을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베이트의 대답에 타렉스 역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이라니….”

타렉스가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빌어먹을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듯 깊은 한 숨을 내뱉었다.

헬-라시온에서 마족은 아직까지 건드릴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다.

제아무리 하이 랭커들이 왕 노릇을 하며 거들먹거려도 마족 앞에서는 겁에 질린 개새끼마냥 꼬리를 말고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다.

그만큼 마족은 두려운 존재다.

“아무래도 우리가 들어와선 안 될 곳에 들어온 것 같아.”

마수의 대지를 결계로 막아놓은 이유가 뭘까?

이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는 확실해졌다.

바로 마족들만의 고유 영역인 셈이다.

지독한 마기 중독 현상도 그렇고, 몬스터보다 상위 존재인 마수들 또한 그 증거다.

지금까지 그 어떤 미개척 지역들도 결계로 진입을 가로 막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마수의 대지만 결계를 쳐놓았다는 것은 명백한 경고인 셈이다.

헬-라시온에서 인간들이 결코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강력한 경고!

“빌어먹을.”

결국은 인간의 탐욕이, 욕심이, 호기심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마수의 대지가 마족들의 영역이라는 걸 알았다면 타렉스는 결코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로레인이 맞았군.”

느낌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마수의 대지 탐사를 주저했던 로레인이었다.

그녀를 떠올리며 타렉스는 그녀가 어째서 연금술회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인지를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다.

“후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마수의 대지에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탐색은, 마수를 사냥해서 그들의 사체에서 연구를 할 샘플을 채취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마수의 대지가, 마족들의 영역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두 번 다시는 발을 들이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순 없었으니까.

최소한 마족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 때까지는 마수의 대지는 없는 곳이라 생각하는 편이 편했다.

대답 대신 고개만 힘겹게 끄덕이는 타렉스의 모습에 알베이트가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마수의 대지를 빠져나간…!”

말을 하던 알베이트가 강력한 기세를 피어 올리며 달려오는 한 마리의 마수를 확인하고는 입을 벌렸다.

총알보다도 빠른 속도로 말 그대로 순식간에 공간과 공간을 뚫고 달려오는 마수.

그 마수 위에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무혁의 모습은 현실감을 떨어트리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쳐흘렀다.

“마, 막…!”

꾸득-!

알베이트가 황급하게 막으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히포가 먼저 한 명의 남자를 그대로 들이받는 것이 빨랐다.

퍼- 억!

파괴력은 속도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빠를수록 그 파괴력 또한 강해진다는 뜻이다.

지금 그 물리적인 법칙을 히포가 아주 명확하게 증명해주었다.

한 줌의 고깃덩어리처럼 변해 버린 남자가 사정없이 튕겨져 나갔다.

즉사였다.

헬-라시온이라는 지옥 같은 곳으로 끌려와 수년을 버티며 살았고, 그 버텨온 기간만큼 신체 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히포의 몸통 박치기 한 방에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밥값 하려면 아직 멀었어.”

탁!

히포의 머리통을 가볍게 두들기고 무혁이 안장에서 내려왔다.

“열심히 도망들 가더니 결국 여기야? 고작 몇 십 분 더 살겠다고 강제로 동료들에게 희생을 강요한 건가?”

니들이 인간이냐는 듯 무혁은 타렉스와 알베이트에게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냈다.

차라리 함께 힘을 합쳐서 싸웠으면 박수라도 받았을 것 아닌가?

“우, 우리는 연금술회다!”

알베이트가 용기를 내서 그렇게 소리쳤다.

무혁은 그런 알베이트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징그럽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서? 마족인 나에게 연금술회를 두려워하라는 거냐?”

“그, 그건….”

역시 마족이었냐는 듯 알베이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외침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를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았다.

연금술회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마족’이라는 이름 앞에 내세울 가치가 있는가?

없다.

터럭만큼의 가치도 없었다.

털썩-!

마족이라는 소리에 한 사내는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아 버렸다.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족이라는 자신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구분할 의지조차 꺾인 연금술회의 인간들을 바라보며 무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휴, 병신들. 그냥 죽어라.”

무혁은 그렇게 말하곤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

 

싱거웠다.

마수의 대지에서 만난 연금술회는 무혁으로서도 기대 이하, 아니 수준 이하였을 정도로 싱거워서 허탈할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마수의 대지가 무혁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곳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상대적 버프 지역.”

마기 중독에서 자유로운 무혁에게 마수의 대지는 다른 곳과 하등 차이가 없지만, 마기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한 다른 이들에게는 엄청난 페널티를 받는다.

결과적으로는 무혁은 상대적인 버프를 받는다고 할 수 있었다.

“마수의 대지라면 하이 랭커와 붙어도 쉽게 지거나하지 않을 텐데.”

필립도 이 부분에서는 인정을 했다.

마수의 대지 밖에서는 필립에게 상대조차 되지 못한 무혁이었지만, 마수의 대지에서는 확실하게 달랐다.

거기에 무혁은 마수의 대지에 들어오면서 마기와 마나를 깨달았고, 그것이 ‘마력’으로 새롭게 통합되면서 전체적인 실력이 상당부분 상승해버리기까지 했다.

즉, 마수의 대지에 들어서기 전과 후의 무혁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단 소리다.

“헬-라시온 전 지역에 마기가 깔렸으면 좋겠네.”

남들에게 미친 놈 소리 듣기 딱 좋았지만, 상상만으로도 무혁은 즐겁다는 듯 낄낄- 거렸다.

“딱 이틀만 더 돌다가 돌아가자. 히포야, 너도 좋지?”

무혁은 마수의 대지가 아무리 좋아도 언제까지나 뭉개고 있을 순 없었기에 이틀 후에는 깔끔하게 돌아가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이틀은 히포에게 상당히 고역스러운 날들이 될 것이 분명했다.

밥값.

그 거룩한 사명감이 히포에게 내려진 것이다.

 

그렇게 무혁은 히포를 굴리고 굴렸다.

마수 등급이 7등급일 때에는 감히 눈도 제대로 마주칠 수 없었던 마수들과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이며 승리를 쟁취해야만 했다.

“마음껏 먹어!”

마수의 사체를 앞에 두고 무혁은 선심을 쓰듯 그렇게 말했다.

피투성이가 된 히포가 흥분감이 가라앉지 않은 붉은 눈동자로 자신의 주인을 노려봤다.

꾸득!

어차피 자신이 피를 흘려가며 얻은 결과물이지 않느냐는 히포의 반박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박을 고개 끄덕이며 수긍할 무혁이 아니었다.

“쓰읍! 네가 먹은 공짜 밥값이 얼만 줄 알아? 그리고 지금 너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줄 알기나 해? 예로부터 시간은 금보다 더 귀하다는 말이….”

꾸득….

마족보다 사악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는 주인은 여러 번 그랬던 것처럼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더 이상 반항을 해봐야 얻을 것 하나 없다 여긴 히포는 통통이가 추출한 마수의 마정을 꿀떡- 삼키며 몸을 돌려버렸다.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

하늘같은 주인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수의 사체에 대가리를 처박고 먹기만 하는 히포의 모습에 무혁은 처음 봤을 때부터 싹수가 노랗다느니, 이래서 털 있는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느니 하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수의 사체만 와득와득- 씹어 먹던 히포가 갑작스런 무혁의 말에 움찔- 떨었다.

“앞으로는 마수 둘하고 붙여야겠어. 아! 그리고 내일은 해바투나를 소환해서 붙여봐야겠네.”

처음으로 히포는 마수의 사체가 소화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무혁은 자신이 빈말이나 하는 주인이 아니라는 듯, 히포에게 두 마리의 마수를 상대하도록 했다.

“이게 다 널 위해서야! 싸워! 모조리 짓밟고 서서 그 시체를 뜯어먹어! 가라! 히포!”

꾸드드드득-!

히포의 악에 가득 찬 울음소리는 그렇게 이틀 내내 마수의 대지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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