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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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1화
마수의 대지 (12)
키에에에에에에에-!
울부짖으며 해바투나가 둥그런 머리통을 빙글빙글- 돌린다.
그럴 때마다 해바라기를 닮은 머리통의 입에서 단단한 종유석과 같은 것들이 사방팔방으로 미사일처럼 쏟아져 나갔다.
퍼퍼퍼퍼퍽!
동시에 머리 주변으로 빼곡하게 두르고 있던 널찍한 꽃잎들도 허공을 휙휙- 날아다니며 사정없이 해바투나를 포위하고 있는 마수들의 몸을 찢고, 베며 지나갔다.
크롸라라라!
쿠워어어어어!
마수들의 온갖 울음소리가 대지를 떨게 만들었다.
무려 5:1의 싸움이다.
무혁은 멀찍하게 떨어져서 다섯 마리의 마수를 상대로 혈투를 벌이고 있는 해바투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역시 강하네!”
해바투나는 확실히 강한 마수다.
유니콘을 닮았던 마수를 제외하고는 무혁이 만난 마수들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강하다.
그렇다고 다섯 마리나 되는 마수들을 상대로 해바투나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었다.
아무리 해바투나가 강한 마수라고 하더라도 현재 상대를 하고 있는 다섯 마리의 마수들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았으니까.
해바투나가 밀리기 시작한다 싶으면 무혁은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바투나가 다섯 마리의 마수들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을수록 무혁의 마음이 쓰라렸다.
“그놈을 잡아서 길들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가 되질 않는 유니콘을 닮은 마수.
무혁은 킬 라시온 멤버들과 헤어져서 꼬박 하루를 홀로 움직였다.
면적이 도대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드넓은 마수의 대지를 히포와 함께 누볐다.
좀 더 깊은 곳, 조금 더 먼 거리까지 히포의 이동력을 앞세워 달리다보니 마수의 대지 내의 호수도 발견했고,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뒷산 높이의 산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연히 무혁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호수 주변을 맴돌며 마수를 잡았고, 산으로 올라가서도 마수를 잡았다.
혹시라도 유니콘을 닮은 마수가 있을까, 그렇게 무혁은 곳곳을 뒤졌다.
하지만, 유니콘을 닮은 마수는 없었고, 온갖 마수들만 만났고 모조리 사냥을 했다.
생김새는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하나 같이 지극히 마수다운 외형을 갖추고 있었기에 길들일만한 놈은 하나도 없었다.
“영감이 알면 분명 지랄할 텐데… 설마 없던 일로 하겠다면서 생떼를 부리려나?”
히포의 갑주를 무상으로 수리해줘야 할 오들 영감을 생각하면 무혁은 그냥 최대한 괜찮다 싶은 마수라도 한 마리 잡아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스러웠다.
“그때 호수에서 봤던 놈을 잡을까?”
뱀 대가리에 악어 몸을 가지고 있던 마수를 떠올린 무혁은 생각만으로도 혐오스럽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
그렇다고 산에서 잡았던 늑대 머리에 곰을 닮았던 마수를 잡자니 그 역시도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땅한 놈이 없네. 마땅한 놈이 없어.”
무혁이 혀를 차며 어떻게 해야 오들 영감의 마음을 풀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마수들끼리 싸우고 있다!”
무혁의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마수들끼리 싸우는 건 처음 아닌가?”
“뭐야? 저 해바라기 마수를 상대로 다섯 놈이 협공을 하는 건가?”
“캬- 역시 해바라기 마수가 세긴 세다니까!”
“뭘 구경만 하고 있는 거야? 손쉽게 마수를 여섯 마리나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
“그렇지! 마수들끼리 싸우고 있을 때, 뒤를 치면 쉽겠네!”
“큭큭! 완전 럭키네!”
그들은 마수들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서 무혁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거리상으로도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보이지 않는 위치였고, 설마하니 마수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고 있을 인간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으니까.
“파이어 스피어!”
“라이트닝 체인!”
“칼바람 폭풍!”
“대지의 물결!”
“블레이드 스톰!”
각종 마력 스킬과 무기를 이용한 스킬들이 여섯 마리의 마수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갑작스런 인간들의 공격에 마수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며 울부짖었다.
“역소환!”
무혁은 해바투나 역시 인간들의 공격에 상처를 입자, 서둘러 역소환을 했다.
공공의 적이었던 해바투나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자 다섯 마리의 마수들이 일제히 자신들에게 기습을 가한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젠장!”
“뭐야! 왜 해바라기 마수가 사라진 거야!”
“우선 놈들부터 잡아!”
마수 대 마수의 싸움이, 인간 대 마수로 바뀌었다.
다섯 마리의 마수를 상대로 10명의 인간들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싸움을 펼쳤다.
“마수와의 싸움에 굉장히 익숙하네.”
한 마리도 아닌 다섯 마리의 마수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잠깐은 인간들이 조금 더 우세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수들에게 더욱더 유리하게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무혁은 확신했다.
“연금술회겠지?”
마수의 대지에서 무혁을 제외하고 이 깊은 곳까지 움직일 이들은 연금술회뿐이었다.
“잘 됐네.”
일부러 찾아다닐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이렇게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이상 무혁으로서는 저들을 온전히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먼저 자신의 소환 마수를 공격했으니 시시비비를 따지더라도 무혁은 자신에게 명분이 있다고 확신했다.
“은신!”
혹시라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까 싶어서 무혁은 은신 스킬로 몸을 숨겼다.
무혁의 예상대로 다섯 마리의 마수들은 감히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한 인간들을 상대로 미쳐서 날뛰었고, 기습으로 인해 잠시 우위에 섰던 이들은 서서히 힘에 부치는 듯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멍청한 놈들 그러기에 왜…!”
점점 수세에 몰리기 시작한 인간들을 바라보며 무혁이 비웃음을 지을 때였다.
콰아앙!
다섯 마수들의 기세가 오르던 중에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한 마리의 마수가 뒤로 튕겨나 나갔다.
그 공격을 시작으로 갑작스럽게 마수들을 향한 공격이 사정없이 퍼부어졌다.
“위치 교대해!”
지원군의 등장이었다.
앞서 등장했던 10명보다 더 많은 숫자였다.
두 배로 늘어난 인간들의 숫자는 다섯 마리의 마수를 때려잡기에 충분해보였다.
“…이러면 내가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잖아.”
무혁이 혀를 쯧- 찼다.
“워터 볼! 라이트닝 볼!”
포지션 트레이닝을 당시 다이아 방울뱀을 상대로 수 없이 사용해왔던 두 마력 스킬의 조합이 마수의 대지에서 다시 한 번 발휘되었다.
무혁의 양손에 들려 있던 워터 볼과 라이트닝 볼이 인간들의 머리 위로 날아가 동시에 충돌했다.
쾅- 파자자자자자작-!
“크아아아아!”
“아아악!”
“으으으으…!”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던 인간들은 갑작스런 외부의 공격에 비명과 신음을 흘렸다.
워터 볼과 라이트닝 볼이 충돌하며 만들어 낸 폭발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비처럼 쏟아져 내렸던 전류에 감전이 되면서 한 순간 온몸이 경직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순간에 기가 막힐 정도로 마수들의 공격까지 이어지자, 경직을 당했던 이들 중 네 명이나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도대체 어디서!”
마수의 공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먼 거리에 서 있는 무혁을 발견했다.
“저, 저놈은 뭐야?”
“어떻게 마수의 대지에 있는 거지?”
“인간을 닮은 마수인 건가?”
모두가 의문에 휩싸여 있는 그 사이, 또다시 무혁이 워터 볼과 라이트닝 볼을 날려 왔다.
쾅- 파자자자자자작!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전류의 비였다.
퍼억! 콰작!
또 다시 두 명이 마수의 결정타에 숨을 끊어져버렸다.
“너! 너! 너! 당장 저놈부터 잡아! 마수든 인간이든 죽여 버려!”
세 명의 남자가 빠른 속도로 무혁을 향해 달려갔다.
무혁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세 명의 남자를 바라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고작 세 명이서 날 잡겠다고? 여기가 마수의 대지라는 걸 잊은 거야? 아니면… 완전히 날 졸로 본다는 거지?”
무혁은 달려오는 이들을 향해서 파이어 볼을 날렸다.
“무, 무슨 파이어 볼이 저렇게 커!”
“피, 피해!”
콰앙-!
파이어 볼이 터진 대지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넘실거렸다.
퍼억!
“컥!”
파이어 볼을 피해, 갑작스런 불꽃에 다급하게 옆으로 몸을 날리던 이가 복부에 구멍이 뻥- 뚫려서 쓰러졌다.
동료의 갑작스런 죽음에 당황을 하던 또 한 명은 남자는 어느새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무혁을 발견하고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헙!”
서- 걱!
놀란 남자의 목이 깨끗하게 베어졌다.
순식간에 두 명이 쓰러지자 남은 한 명이 그렇지 않아도 하얀 얼굴이 더욱더 하얗게 질려버렸다.
귀신과도 같은 무혁의 실력에 남자가 등을 돌려 동료들에게 돌아가려고 했지만.
“어딜 가려고?”
바로 뒤에서 숨결마저 느껴지는 무혁의 음성에 남자는 온 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이… 이잇!”
급히 몸을 돌리며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지만, 부웅- 하고 애꿎은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보고 휘둘러야지. 이렇게!”
서걱!
“…끄륵!”
마지막 남자가 목에서 피분수를 뿌려대며 남자가 털썩- 쓰러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타렉스는 세 명의 남자를 너무나도 손쉽게 쓰러트린 무혁의 모습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우선은 자리를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려 아홉 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수의 대지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는데,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눈 깜짝 할 사이에 아홉 명이 죽은 것이다.
알베이트는 우선 현 상황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타렉스와 함께 자리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차분하게 상황을 돌아보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 가서 알아봐도 늦지 않았다.
“그러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타렉스 또한 알베이트와 같은 생각을 했다.
인간인지 마수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도 문제였지만, 다섯 마리의 마수가 미쳐서 날뛰고 있었기에 이대로 시간을 더 지체했다가는 상황이 훨씬 더 위험해질 것 같았다.
타렉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알베이트는 곧바로 여섯 명만 추렸다.
알베이트의 선택을 받지 못한 나머지 다섯 명에게는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시간을 끌다가 뒤를 따라오도록!”
말과 다르게 여기서 목숨을 바치라는 뜻이었다.
“저, 저희도….”
“연금술회를 위한 일이다.”
알베이트가 눈을 치켜뜨며 그렇게 말했다.
여기서 살아나간다 하더라도 연금술회의 보복을 피하기 힘들다는 걸 알기에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두른다!”
알베이트가 여섯 명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들이 남은 다섯 명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미안하다는 표정, 그리고 자신이 남지 않아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뒤이어서 알베이트와 타렉스가 움직여 자리를 벗어났다.
알베이트 등에게 버림을 받은 이들을 향해 마수들이 달려들려고 하자, 거대한 불의 장벽이 앞을 가로 막았다.
불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섯 마리의 마수들조차 쉽사리 접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동료를 버리고 가다니… 쯧!”
어느새 무혁이 남은 이들을 향해 다가와 그렇게 말했다.
불의 장벽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네, 네놈의 정체가 뭐냐? 서, 설마… 마, 마족인 거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수의 대지에서 마수 외의 인간의 형태를 갖춘 존재는 마족 외에 없을 것 같았다.
일부 마족들 중에는 인간과 전혀 구분을 할 수 없는 외형을 유지하기도 했으니까.
거기에 마수들의 발을 묶을 정도로 위력적인 불의 장벽을 만들 정도의 실력까지 갖추었으니 마족임이 분명하다 여겼다.
뜬금없이 자신을 향해 마족이냐고 묻는 남자의 물음에 무혁은 무슨 개소리냐고 말하려다가 이내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눈치가 빠르군.”
무혁의 대답에 남자를 비롯한 나머지 이들이 나지막하게 탄식을 터트렸다.
마족이라니!
하긴,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마수의 대지에서 마족을 만난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지.”
“기회?”
“저놈들을 모두 잡으면 살려주마.”
무혁은 그렇게 말하며 마수들을 가둬두었던 거대한 불의 장벽을 없애버렸다.
“저, 정말 마수들을 잡으면 우리를 살려줄 겁니까?”
“기꺼이.”
헬-라시온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 마족.
그의 대답에 다섯 남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