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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90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0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90화

마수의 대지 (11)

 

“이거 뭐냐?”

무혁은 히포의 이마 정중앙에서 느껴지는 돌기를 집중적으로 매만졌다.

“이건 마치….”

돌기를 매만지던 무혁이 이내 후우- 하고 한숨을 깊게 토해냈다.

“이 새끼….”

무혁이 히포를 지그시 바라봤다.

복잡한 시선으로 히포를 한동안 그렇게 바라보다 이내 머리통을 가볍게 다독였다.

혹이라니.

아무리 말 못하는 마수라지만 자신의 구타로 인해 머리에 혹까지 생겼다는 사실이 무혁에겐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헬-라시온에 마수보호단체 따윈 없겠지만, 만일 있었다면 그래도 제 주인을 위해 등을 내어주면서 짧은 다리로 열심히 달린 히포의 노고를 동정하면서, 그런 펫의 희생정신을 폭력으로 되갚아 준 무혁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무혁에게도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놈이 있어서, 더 이상 히포를 구박하지 말라는 진심어린 경고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그래, 내가 인정한다. 앞으로는 최소한 머리통은 건들지 않으마. 진심으로 약속하마.”

꾸득!

히포가 나지막하게 울었다.

이제야 주인이 자신을 애정으로 돌봐주는 건가 싶었다.

히포를 바라보는 무혁의 눈에 자책감이 엿보였다.

“이래서 때리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였어. 난 아직 많이 부족해. 앞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 곳만 때리도록 노력해야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무혁의 모습에 히포의 붉은 눈동자가 부르르- 떨리는 것만 같았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이 사악하고 패악스러운 주인 놈!

히포가 말할 줄 알았다면 분명 그렇게 말을 했으리라.

 

#

 

“…이 일이 이대로 묻힐 것 같아?”

얼굴을 피로 칠갑한 남자가 씹어 먹듯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여기라면 충분히 그럴 것 같지 않아?”

굵은 웨이브의 파란 머리카락, 에디가 주변을 둘러보라는 듯 양팔을 우아하게 좌우로 펼치고는 이죽거렸다.

“그러니까 왜 멍청한 짓을 해서 이 꼴을 당하는 거야? 막말로 김은우를 보호한다는 건 대놓고 우리 엑소더스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뜻 아니야? 그러면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을 했어야지. 안 그래?”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 로만 가문 또한 너희 엑소더스와 마찬가지라는 걸 잊지 마라.”

마수의 대지를 탐사하기 위해 파견되어 온 로만 가문의 남자는 자신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이쿠! 무서워라! 두고 보면 알겠지!”

낄낄- 거리며 마지막까지 남자를 조롱하며, 비웃어 준 에디는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듯 손에 들린 한 자루의 칼이 깔끔하게 남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에디, 깨끗하게 정리해.”

팔머의 말에 에디는 걱정 말라는 듯 아홉 구의 시체를 한곳에 모았다.

챙길 수 있는 무기와 표식을 깨끗하게 거둬들인 후 에디는 자신의 오른 손으로 새파란 불꽃을 만들어냈다.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

이 불꽃은 에디가 식민 특권을 통해서 얻은 고유 스킬로, 일반적인 화염보다 몇 배나 더 뜨거움을 자랑한다.

단점이라면 오로지 자신의 신체를 통해서만 발화가 되며, 외부로의 방출 또한 불가능했다.

마도사 올리베아의 불꽃은 명확한 단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만큼 장점도 많았다.

화르르르르륵!

에디의 오른 손에서 피어난 새파란 불꽃이 순식간에 아홉 구의 시체를 태워나갔다.

그 어떠한 것이든 완벽하게 태워버렸기에 지금처럼 완벽하게 시체를 처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아! 이제야 좀 기분이 나아지네!”

에디는 그 동안 묵은 체증이 확- 가라앉았다는 듯 상쾌한 얼굴로 그렇게 외쳤다.

에디처럼 표현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팔머, 로이, 로사 남매 또한  마찬가지였다.

“팔머, 이제 어떨 생각이야?”

에디가 팔머를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마기 중독 현상으로 인해서 마수 사냥을 포기하고 눈에 불을 켜고 다녔던 로만 가문의 탐사대를 몰살 시켰으니 이제 마수의 대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것 같았다.

더 이상 목적이 없으니 마수의 대지를 떠날 것인지, 남아서 조금 더 비벼볼 것인지는 온전히 팔마의 결정이었다.

“의견을 받지.”

팔머는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 말인 즉, 마수의 대지에서 이대로 철수하는 것은 제외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오랜만에 사냥이나 하자.”

로만 가문의 탐사대를 몰살 시킨 에디가 아직까지도 눈가에 살기를 머금은 상태로 그렇게 의견을 냈다.

여기서 에디가 말하는 사냥감은 마수가 아니었다.

로만 가문의 탐사대들처럼 인간들이 그 대상이었다.

“더 이상 마기 중독 증상이 길어지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지도 몰라. 그리고 우린 지금 충분히 최악의 상황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아.”

로이가 이성적으로 말했다.

마수의 대지를 가로 막고 있는 결계의 틈은 이틀 전에 끝이 났다.

그전까지는 틈을 오가며 마기 중독 증상을 초기화시켰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

벌써 이틀 동안이나 마기 중독 증상이 지속되고 있었기에 막말로 몇 분 후에라도 고유 능력이 하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나도 로이의 말에 동의할래. 더 이상 마수의 대지에 머무는 건 위험해.”

로사 역시 자신의 남동생처럼 괜한 위험을 안고 갈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팔머가 두 남매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눈빛으로 에디를 바라봤다.

“굳이 마수의 대지 안에서 사냥을 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

씨익- 에디가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팔머 역시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결정은 났다.

마수의 대지를 탐사하기 위해 온 적당한 놈들을 골라서 사냥한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 사냥꾼’과 같은 짓이었지만, 거대 길드 소속원들의 이러한 행위가 아예 없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 금지할 이유도 없었기에 팔머 역시 조금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중요한 건 이 사실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점이다.

“사냥을 시작한다.”

그동안의 울분을 풀겠다는 듯 팔머의 팀은 만만하다 싶은 놈들을 사냥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팔머의 팀은 온몸에서 진한 피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

 

대다수의 탐사대가 마수의 대지를 떠났지만, 무혁과 킬 라시온 멤버들은 여전히 마수의 대지를 거침없이 활보하며 마수들을 사냥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는데, 마크 형님하고 엘리엇 누님이 마정을 받고 입을 싹- 닦지는 않겠죠?”

르케임의 말에 레오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마수의 마정은 앞으로 헬-라시온 최고의 상품이 될 건데 그걸 공짜로 받으려고 할 리가 없지.”

“같은 길드원들끼리 서로 돕는 거지 뭘 그렇게 계산적이야? 하여간 속물들이라니까!”

미첼이 르케임과 레오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며 무혁을 향해 방실방실- 웃었다.

자신은 절대 저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듯 어필했지만.

“미첼, 네가 그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저번에 길드 사냥 나갔다가 내가 포션 한 병만 달라고 부탁하니까 주면서 뭐라고 했지? 그렇게 공짜만 받아 처먹으려고 하니까 머리카락이 다 벗겨지는 거라고 하질 않았던가? 상처를 부여잡고 신음하던 내게 그런 소리를 했던 미첼 네가 어떻게….”

“내. 가. 언. 제. 그. 랬. 어. 요. 아. 저. 씨?”

방적삼의 말을 급히 자르며 미첼이 웃는 얼굴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내뱉었다.

“…어이쿠! 내가 아까 후두부를 맞아서 뇌에 주름이 펴졌나?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기억이 조작되네! 미첼, 네가 그런 적이 있을 리가 없지! 핫핫핫!”

황급하게 방적삼이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미첼의 모습에 방적삼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시선을 벗어나고자 했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다른 멤버들은 역시 눈치가 없으면 죽어야 한다며 혀를 찼다.

히포의 성장을 위해 마수의 마정을 모으던 킬 라시온 멤버들은 뒤늦게야 마수의 대지에 오지 못한 다른 멤버들의 마정을 모으기 시작했다.

덕분에 히포로서는 또다시 후순위로 밀려나며 마정을 섭취할 수 없게 되었고, 끝없는 탐욕으로 마수의 마정을 노리다가 무혁에게 얻어맞는 일 역시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그렇게 무혁에게 얻어맞으면서도 호시탐탐 마수의 마정을 노렸던 히포를 두고 킬 라시온 멤버들은 ‘불굴의 히포’ 혹은, ‘의지의 히포’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이제 대충 마수의 마정은 모을 만큼 모았지?”

필립의 물음에 무혁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대충 마수의 대지에 대한 탐사도 끝이 났다 여긴 필립은 슬슬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이제 돌아갈까 하는데 다들 어때?”

필립의 말에 킬 라시온 멤버들 또한 내심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마기라는 새로운 능력을 개방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마수의 대지 탐사는 성공적이라 자축할 만했지만, 그 이상의 소득을 바랄 수는 없었다.

마수의 대지에서 마수를 사냥하며 얻은 마정은 멤버들을 위해 사용해야 하니 팔기도 어려웠고, 사체 또한 히포가 모조리 뜯어 먹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런 소득 없이 멤버들의 희생만 강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돌아가길 원하고 있었기에 필립은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전 조금만 더 남을게요.”

무혁이었다.

“무혁아.”

필립이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1년에 한 번 밖에 들어올 수 없는 곳이잖아요? 히포를 성장 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이대로 돌아가기엔 좀 그렇죠. 그리고 통통이가 원하는 마수의 혈청도 여기 밖에 구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전 돌아간다 하더라도 당장 할 일이 없어요.”

“하지만.”

혼자서 위험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려던 필립은 이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무혁의 실력은 이미 충분할 정도로 확인을 한 뒤였다.

그 어떠한 마수라 하더라도 무혁을 쉽게 쓰러트릴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리고 히포라는 최고의 이동 펫이 있으니 안전에 대한 걱정은 더욱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

필립은 무혁의 뜻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었다.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들먹이며 강제로 끌고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헬-라시온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니 위험하다고 무혁의 뜻을 무시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오빠, 정말 괜찮겠어요?”

미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함께 남고 싶었지만, 그녀로서도 따로 계획했던 일이 있으니 마냥 마수의 대지에서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다른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홀로 마수의 대지에 무혁만 남겨두고 돌아가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거는 형이 보관하고 있어요.”

무혁은 마수의 마정을 담은 가죽 주머니를 필립에게 건넸다.

“몸조심해라.”

필립으로서는 그 말밖에 해줄 것이 없었다.

무혁에게만 마수의 대지를 탐사시켰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기에 마음이 불편하다거나,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나중에 길드 본부에서 봐요.”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필립을 비롯해서 멤버들과 헤어져서 홀로 움직였다.

히포를 타고 쏜살같이 사라져버리는 무혁의 모습에 모두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애도 아니고 뭘 그렇게 걱정해? 아마 우리가 없으면 혼자서 신나게 여길 휘젓고 다닐 걸?”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 시키고자 실비아가 그렇게 말하자, 레오와 방적삼 또한 비슷하게 말을 했다.

“그래, 무혁이라면 걱정할 것 없으니까 우리도 그만 가자.”

필립마저 그렇게 말을 하니 멤버들 또한 더 이상 발걸음을 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다시 혼자가 된 무혁은 히포의 등에 앉아서 실실- 쪼개고 있었다.

킬 라시온 멤버들과 함께 마수를 사냥하는 것이 혼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며, 안전하다는 걸 알지만 혼자가 되니 너무나도 편안했다.

필립에게 말했던 것처럼 히포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마수의 대지를 쉽게 떠날 수 없었고, 통통이 또한 마수의 혈청을 쉬지 않고 섭취하고 있었기에 그 또한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놈이 어디엔가 반드시 있을 텐데.”

계속해서 무혁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녀석, 바로 유니콘을 닮은 마수를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치욕스러운 1패.

다시 만나서 완벽하게 승리를 거두고, 녀석을 길들이는 것이 무혁의 최종 목표였다.

“다시 만나기만 해봐라. 고삐를 채워서 당당하게 돌아갈 테니까!”

이미 유니콘을 닮은 마수는 히포의 뱃속으로 털 한 올 남기지 않고 모조리 들어갔다는 걸 모르는 무혁은 두 눈이 벌게져서 마수의 대지를 훑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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