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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8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8화

마수의 대지 (9)

 

푸흐흐흐흐!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마수가 온 몸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사방으로 굵직한 전류가 거미줄처럼 쫙쫙- 퍼져나갔다.

극도로 흥분한 마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혁이 픽- 웃었다.

“마지막 발악이라 이거지?”

무혁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실드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최후의 공격을 하고 나면 놈도 탈진해서 쓰러질 것이고, 그때 무혁은 길들이기를 시작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푸후-! 푸후-!

연신 콧김을 토해내며 마수가 머리통을 좌우로 마구 흔들어댔다.

이마에 솟아나 있는 단단한 뿔에서도 새카만 빛이 흘러나왔고, 동시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전류가 이마의 뿔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전류는 새카맣게 변해가며 마수의 온몸을 갑주마냥 뒤덮었다.

검은색의 전류를 뒤집어 쓴 마수의 모습은 화려하다 못해 넋을 잃을 정도였다.

“크… 죽인다!”

정말 탐이 나는 마수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무혁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제 저 멋진 녀석을 길들이면 외형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최강의 펫이라 자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최후의 공격을 마칠 준비가 끝나자 마수가 예의 앞다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가 지면을 크게 디뎠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주변 대지가 모조리 폭삭- 주저앉을 것처럼 큰 진동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다.

“어?”

생각하지도 못했던 땅의 진동으로 무혁조차 잠시 몸이 휘청거렸다.

그 순간, ‘파- 아앙!’하는 파공성과 함께 전류의 갑주를 뒤집어 쓴 마수가 거대한 벼락마냥 무혁을 향해 돌진을 해왔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무혁은 이번 공격만 막아내면 이 지루한 싸움도 끝이 날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차차차- 장!

“……!”

세 개의 실드가 순차적으로 산산조각이 나듯 깨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무혁은 다급하게 모든 방어 관련 스킬로 몸을 보호했다.

블랙 본으로도 최대한 단단하게 방패를 만들었고, 목에 두르고 있던 ‘비룡 에탄의 망토(M)’으로 몸 전체를 두르며 한 손으로는 블랙 본 장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어서 마수와 무혁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 아아앙!

‘큭! 너도 칼침 한 방은 맞아라!’

무혁은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충격에 혼자만 당할 순 없다는 듯 손에 쥐고 있던 블랙 본 장검을 마수의 허리춤으로 쑥- 밀어 넣고 뒤로 나뒹굴었다.

충격이 어찌나 강했던지 바닥을 나뒹군 무혁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쓰러진 무혁과 다르게 마수는 여전히 굳건하게 서 있었다.

누가 봐도 마수의 승리가 분명한 결과였지만.

비틀!

파지지지지지지….

전류의 갑옷이 서서히 사라져가면서 마수 또한 휘청거렸다.

너무 과도하게 힘을 사용한 것이 우선 가장 치명적이었고, 무혁과 싸우면서 누적되었던 상처, 그리고 마지막에 복부를 뚫고 들어온 블랙 본 장검 또한 마수의 생명을 급속도로 꺼트리기 시작했다.

풀썩!

거대했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마수가 기어이 더 이상 서 있질 못하고 네 개의 다리를 모두 무릎 꿇고 말았다.

푸확-!

입에서 진한 붉은 피가 분수처럼 토해져 나왔다.

털썩-!

몸이 옆으로 기울어진 마수가 힘없이 발버둥을 쳐댔지만, 더 이상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없어 보였다.

커다란 눈을 끔뻑- 거리던 마수의 시야로 이리저리 찌그러진 갑주를 착용한 히포가 천천히 다가왔다.

꾸득! 꾸득!

히포가 마수를 바라보며 낮게 울었다.

머리조차 들지 못하고 마수가 히포를 가만히 바라봤다.

붉은 눈동자에 아련함이 엿보였다.

히포 역시 마수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갑주 아래에 감춰져 있는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콰드드득!

마수의 머리부터 히포가 천천히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히포가 마수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통통이는 무혁의 곁만 지키고 서 있었다.

콰작! 콰드득!

그렇게 마수를 잡아먹는 히포의 식사 소리만이 대지 위에 울려 퍼졌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린 무혁은 잠시 멍- 하니 잿빛 하늘을 바라보다 이내 튕겨지듯 몸을 일으켰다.

“마수! 내 유니콘! 마수는?”

무혁은 좌우로 고개를 돌려가며 마수를 찾았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도망… 그냥 떠난 건가?”

무혁으로서는 그렇게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젠장!”

충격에 기절까지 해버렸다는 사실에 무혁은 허탈함보다도 또다시 오랜만에 자괴감이 들었다.

필립에게 덤볐다가 깨졌을 때와는 또 다른 패배감이었으며, 충격의 강도는 더욱더 컸다.

“그런데 왜 날 그냥 둔 거지?”

기절까지 시켰다는 건 마수가 완벽하게 승리를 했다는 소리였기에 무혁으로서는 왜 자신을 그냥 두고 떠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반드시 죽이고자 했던 적대감을 드러냈던 마수였질 않은가?

그런 마수가 그냥 돌아섰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꾸득! 꾸득!

히포가 괜찮으냐고 묻는 것처럼 무혁에게 다가왔다.

“설마 히포 네가 날 지킨 거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최약체의 마수인 히포였지만 유니콘을 닮은 마수 역시 최후의 힘을 쥐어 짜냈으니 더 이상 누군가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거기에 기절 직전에 무혁이 칼침까지 제대로 한방 놨으니 그 역시 상당한 부상을 입었을 것 같았다.

“아니면 통통이 네가 날 지켰으려나?”

몬스터들에게는 존재감이 없지만, 마수들에게는 히포를 통해 존재감을 발산했으니 기절을 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통통이가 어떠한 변화를 보였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예측을 해보는 무혁이었다.

“어쩌면 그냥 들이박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고.”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무혁으로서는 아쉬움도 컸고,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되었든 자신은 기절을 했다.

이것 하나만 생각하더라도 정말 아찔한 상황인 셈이다.

“한 번만 더 길들이겠다고 했다가는 진짜 저승문으로 향하겠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자책하며 무혁은 또다시 유니콘을 닮은 마수든, 그보다 더 좋은 마수든 길들이기 이전에 자신의 안전부터 확실하게 확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얼마나 기절을 했던 거야?”

무혁은 시계를 확인해보니 족히 20분 가까이 기절을 해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20분 동안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고 생각하니 무혁은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슬슬 돌아갈까?”

무혁은 뭔가 허무한 감정도 들었고, 마음에 들었던 마수를 길들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기에 만사가 다 귀찮아져 버렸다.

“우선은 돌아가서 좀 쉬었다가 다시 움직이자.”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에 곧바로 필립에게 걸어둔 위치 추적 스킬을 사용했다.

“통통아, 이제 그만 들어가 있어.”

무혁이 가죽 주머니를 열자 통통이가 예의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쏙- 들어갔다.

“길드원들에게 통통이도 소개를 해줘야 할 텐데.”

길드원들이 통통이를 보게 되면 분명 굉장히 놀랄 것이고, 이것저것 질문들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보니 무혁은 어느 순간에 통통이를 소개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통통이도 그렇지만, 마정에 대한 부분이나, 방구름의 진짜 재능에 대해서도 언제고 모두 오픈하긴 해야 할 텐데 워낙 큰 비밀들이라 어디서부터 알려야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혁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많은 비밀을 가지고 산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혁은 필립의 위치를 알려주는 검은색 실선을 따라 히포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

 

“무혁 동생!”

멀리서 히포를 타고 달려오는 무혁의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방적삼이었다.

그가 손을 번쩍- 들고 양팔을 마구 휘두르자 뒤이어 미첼이 군대 갔다가 돌아온 남자친구를 맞이하는 것마냥 듣는 이들이 민망할 정도로 격렬하게 환영해 주었다.

“왜 여기들 있는 거죠?”

무혁은 당연히 결계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필립과 멤버들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어떠한 일이 벌어졌다는 뜻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사한 걸 보니까 안심이 된다.”

필립이 무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무혁의 물음에 미첼이 왜 자신들이 여기에 있는지에 대해서 조잘조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걱정 돼서 능력이 하락할지도 모를 위험을….”

말을 하던 무혁은 끝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마정을 통해 쉽게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자신이라 하더라도 쉽게 결정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필립과 다른 멤버들이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하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우리 오빠 감동했구나?”

미첼이 좋아 죽겠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무혁이 그녀의 머리통을 가볍게 쥐어박았다.

“감동은 개뿔! 다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거야? 이런다고 내가 감동 먹어서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알았어?”

무혁은 그렇게 소리를 버럭- 내지르고는 필립을 노려봤다.

“형은 앞장서서 말려도 모자랄 판에… 나 원 참!”

어떻게 그렇게 생각이 없냐며 무혁이 잔소리를 한 바가지나 쏟아냈다.

“이 새끼가! 기껏 위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나름 큰마음을 먹고 움직였는데 그게 할 소리냐? 진짜 뒤져볼래?”

실비아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발끈하자, 무혁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나 한 명 때문에 길드 전체의 전력을 약화시키겠다고? 그게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

“이성이고 감성이고 이제는 너도 우리의 소중한 길드원이니까 이러는 거 아냐!”

실비아의 반박에 무혁이 곧장 대꾸를 하려고 했지만, 필립이 막았다.

“무혁아, 길드에 입단하기 전에 내가 너에게 물었던 세 번째 질문 기억하지?”

 

‘네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넌 그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어? 당연히 이때는 네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위험이 뒤따를 수도 있어. 그래도 그를 위해 나설 수 있겠어?’

 

또렷하게 기억을 하고 있다.

무혁이 곧장 대답을 하지 못하자, 필립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정말 바보 같고 멍청한 결정이라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다 잘 알아. 그런데 너 역시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아니야? 내 기억에 넌 분명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대답을 할 수 없어 무혁이 말을 뭉개자 필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툭- 쳤다.

“이렇게 얼굴 보니까 좋다. 너만 혼자 보내고 마음이 영 불편했거든. 미안하다. 너 혼자만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필립의 진심어린 사과에 무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멤버들 또한 필립과 비슷하게 웃음을 지으며 무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들은 멍청한 놈들이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그게 킬 라시온이었다.

꿈틀거리는 감정 덩어리를 억누르기 위해 무혁은 입안의 볼 살을 꽉! 깨물었다.

“후우….”

요동치려던 감정을 억지로 잠재운 무혁은 공간 주머니에서 마수의 마정을 꺼냈다.

마수의 마정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했던 자신이 정말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이거 한 알씩 먹어요.”

마수를 두 마리 잡으면 그중 한 마리에게서 나온 마정을 히포에게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이 모은 마정은 킬 라시온 멤버들이 동등하게 한 알씩 복용할 수 있도록 숫자가 맞아 떨어졌다.

“이게 뭐야?”

자신의 손에 쥐어주는 마수의 마정을 바라보며 필립이 물었다.

궁금하긴 다른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수의 마정이에요. 마수를 잡으면… 우선 빨리 먹어! 저 돼지 새끼가 노리고 있단 말이야!”

무혁은 자신의 곁에서 멤버들의 손에 들린 마정을 탐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히포의 모습에 황급히 먹을 것을 외쳤다.

가장 먼저 마수의 마정을 입에 넣은 건 필립이었고, 그 다음은 미첼, 실비아 순이었다.

그 와중에 아르케니아는 마정을 마치 알약이라도 먹는 것마냥 주스를 이용해서 삼키기까지 했다.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어억?”

아무리 무혁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먹어도 되는 건지 의심을 하던 방적삼은 갑작스럽게 새빨간 혀가 마수의 마정을 감싸며 사라지자 깜짝- 놀랐다.

“이 돼지 새끼가!”

쾅!

무혁이 주먹을 휘둘러 히포의 머리통을 후려쳤지만, 끝내 방적삼이 복용해야 했을 마정은 히포의 입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꾸득! 꾸득!

비록 무혁에게 한 대 얻어맞기는 했지만, 마수의 마정을 먹었다는 사실에 히포는 기쁘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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