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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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7화
마수의 대지 (8)
“위험했다.”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한참이나 뒤로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던 무혁은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한차례 흔들어 정신을 바로 차렸다.
설마 실드가 깨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무혁이었기에 유니콘을 닮은 마수에게 제대로 받히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본능적으로 블랙 본을 이용해서 가슴을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가슴에 바람구멍이라도 시원하게 뚫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마수의 공격은 강력했다.
꾸득! 꾸드드득!
무혁이 몸을 일으키니 유니콘을 닮은 마수의 앞에 새빨간 가시를 잔뜩 세우며 서 있는 히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마 나를 보호하려고?”
모양새만 본다면 그랬다.
쓰러진 무혁을 보호하기 위해 히포가 마수의 앞을 가로 막은 것만 같았다.
갑주 사이사이로 돋아난 새빨간 가시만 보더라도 히포가 극도로 흥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은 아니라 이건가?”
히포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무혁이었다.
하지만, 유니콘을 닮은 마수는 히포의 전투적인 모습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너 따위 하찮은 놈이 뭘 할 수 있겠냐는 듯 거만한 표정으로 히포를 바라보던 마수는 이윽고 가볍게 투레질을 하고는 히포를 향해 뿔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꾸득!
히포도 지지 않고 마주 달렸다.
쾅-!
두 마수가 충돌하자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꾸드드드….
히포가 구슬프게 울며 형편없이 뒤로 나동그라졌다.
호기롭던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고, 피부를 뚫고 갑주 사이로 튀어나왔던 새빨간 가시들 역시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저걸 언제 키우냐.”
무혁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히포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며 오만하게 서 있는 마수를 향해 걸어갔다.
“그 높은 콧대 오늘 확실하게 꺾어주마.”
자신의 공격에 나가 떨어졌던 무혁이 다시 걸어오자 마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콧김을 크게 뿜어냈다.
그리고는 다시 강하게 발을 구르며 무혁을 향해 달려왔다.
“실드!”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라 3개를 층층이 앞으로 배치시켰다.
콰- 앙!
작정하고 들이받은 게 아니었기에 하나의 실드조차 깨트리지 못했다.
마수가 투레질을 하며 뒤로 물러나려고 하자, 무혁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공격을 하겠다는 듯 가볍게 마력탄 3발을 날려 보냈다.
파지지지직!
“멋진데?”
전류를 이용해 날아오는 마력탄들을 터트려버리는 마수의 획기적인 방어 능력에 무혁은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그사이 마수가 실드를 깨트렸던 때처럼 발을 구르고, 앞다리를 수직으로 세웠다가 내리며 벼락처럼 질주해왔다.
차아- 앙!
어김없이 첫 번째 실드가 깨져나갔다.
하지만, 두 번째 실드 앞에 마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푸후-! 푸후-!
뒤로 물러난 마수가 화가 난다는 듯 연신 머리통을 좌우로 크게 흔들며 콧김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무혁이 비웃음을 지으며 깨진 실드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네놈의 박치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세 개나 되는 실드를…!”
마수의 주변으로 까만 아지랑이가 풀풀- 피어오르더니 이윽고 온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2배, 아니 3배 가까이 크기가 커진 마수의 모습에 무혁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거친 질주.
“…서, 설마?”
차아- 앙!
차아- 앙!
순식간에 첫 번째, 두 번째 실드가 깨져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세 번째 실드마저도 차- 앙! 깨져 버렸다.
“미친!”
무혁은 어느새 자신을 짓뭉개 버릴 것처럼 달려드는 마수의 모습에 황급히 땅을 차며 몸을 위로 띄웠다.
허공 도약 스킬을 이용해서 마수의 뒤쪽으로 크게 움직였다.
가만히 서 있어야 할 무혁이 피해버리자 마수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크게 짓밟았다.
쾅!
마수의 주변의 땅이 출렁- 거리며 땅거죽이 뒤집혔다.
마치, 미사일이 떨어져서 그 주변이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에 무혁은 입이 쩍- 벌어졌다.
지금까지 만났던 마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다.
동시에 반드시 길들이고 말겠다는 의지가 더욱더 활활- 불타올랐다.
“어떻게 잡아야 할까?”
몸집이 커지면서 몸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전류의 양도 훨씬 더 많아졌다.
혹시나 싶어서 파이어 볼을 날려봤더니 그마저도 전류를 이용해서 가볍게 방어해냈기에 원거리에서의 마력 공격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접근전을 벌이자니, 속도가 문제였고 아무리 차단 스킬로 인해 전류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편이라 하더라도 은근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해바투나라도 소환이 가능하면 좋았을 텐데.”
무혁은 저 멋진 놈을 잡을 수만 있다면 해바투나가 소멸하더라도 전혀 아깝지가 않을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재소환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든 혼자서 놈을 잡아야만 했다.
“하다보면 되겠지.”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내며 무혁은 자신을 향해 다시 한 번 질주를 하려는 놈을 바라봤다.
“그래, 최선을 다해서 발악을 해라. 그래야 나한테 꺾였을 때, 복종하는 마음이 더 커질 테니까!”
무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이 달려들었다.
#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채취했습니다.”
“수고했다.”
“꼭 보물 창고에 들어온 것만 같습니다.”
알베이트의 말에 타렉스가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보물 창고라는 표현이 굉장히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은 충분히 실험에만 몰두할 수 있는 양의 샘플을 모으려면 아직 멀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마수들의 개체가 생각 외로 다양해서 샘플은 충분하다 못해 넉넉할 정도로 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량에 관계없이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에 목적을 두도록 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언제나 충심으로 자신을 따르는 알베이트였기에 타렉스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는 것으로 그의 노고를 치하해주었다.
이어서 알베이트는 스무 명의 대원들에게 명령을 전하며 또 다른 마수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묵묵하게 길을 걷는 타렉스에게 알베이트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번 일만 잘 완수하면 타렉스 님에 대한 회장님의 신뢰가 더욱더 커질 것입니다. 회장님의 전폭적인 신뢰만 얻어낼 수 있다면 내년 부회장 선거에서도 분명 다른 후보들보다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뒤의 일이다. 지금은 현재에만 집중하도록 해라.”
“죄송합니다.”
알베이트가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성급함을 자책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타렉스의 표정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알베이트의 말처럼 이번 마수의 대지에서의 일만 완벽하게 해내면 내년에 있을 부회장 선거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앞설 것은 분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부회장이라….’
생각만으로도 타렉스는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
자리만 놓고 본다면 연금술회의 2인자가 되는 것 아닌가?
실질적인 세력 구도라거나, 실력적인 면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건 타렉스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러나 본래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 품격을 지켜내는 것 아니겠는가?
타렉스는 어찌되었든 부회장 자리에만 앉으면 자신의 세력을 일구는 것과 실력을 높이는 것 모두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로레인 그 멍청한 년이 지금 내 상황을 알면 땅을 치며 후회를 하겠지?’
본래 마수의 대지를 탐사하기로 했었던 로레인이 느낌이 좋지 않다며 갈등을 하는 덕에 타렉스가 냉큼 임무를 낚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마수의 대지에서 타렉스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정말 얼음 바위 산으로 향했던 알렉의 공략대는 전멸을 한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알베이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타렉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 바위 산이 공략을 당했다는 건 누군가 얼음 구슬을 확보했다는 건데, 알렉은 회장님을 배신할 놈이 아니다. 그건 내가 잘 알아.”
“이번 공략대의 멤버들은 상당한 실력자들이지 않았습니까?”
“회장님께서 큰 기대를 걸었던 일이었으니.”
“그래서 전 더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수십 기의 골렘에다가 1등급 지옥불까지 지원을 받았다고 했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당한 것인지….”
더욱이 알렉이라면 어떠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다짜고짜 시비를 걸기보다는 연금술회라는 이름을 앞세웠을 것이 분명했기에 아무리 생각을 해도 공략대의 전멸을 믿을 수가 없는 알베이트였다.
“그만큼 헬-라시온이 만만하지 않다는 반증인 거다.”
상황에 따라선 연금술회라는 이름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타렉스는 헬-라시온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자신의 힘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니 우리도 항상 경계하고 긴장을 유지해야만 한다.”
타렉스의 말에 알베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심스럽게 반문을 했다.
“설마하니 저희처럼 대놓고 마수의 대지를 누비고 있는 자들이 또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타렉스도 이 부분만큼은 알베이트의 말에 동의했다.
마기 중독으로 인해 능력이 영구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치명적인 손실이라 그런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마수의 대지를 활보할 이들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부분만 놓고 보더라도 저희 회가 얼마나 위대한 곳인지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연금술회의 탐사대 또한 다른 이들처럼 마기 중독 현상을 겪고 이는 건 동일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일정 시간마다 ‘1등급 해독제’를 복용하면서 마기 중독 현상을 아주 잠깐 완화시킴으로 인해 누적 시간을 깨끗하게 지워버린다는 점이었다.
즉, 1등급 해독제로 인해 최소한 영구적으로 능력 하락을 당할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연금술회 소속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였다.
“오른쪽에 새로운 마수가 있습니다.”
미리 정찰을 떠났던 대원 하나가 타렉스에게 다가와 보고를 했다.
타렉스가 수고했다고 말하기도 전에 대원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마수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뭐? 마수를 사냥해? 이곳까지 들어와서?”
결계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기에 타렉스는 어떤 미친놈들이 능력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수를 사냥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제가 가서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아니다. 어차피 그들과 충돌을 일으킬 생각도 없으니 내가 직접 확인을 해보겠다.”
어차피 마수의 대지에서 마수를 제외한 다른 이들과는 충돌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타렉스는 간 큰 미친놈들이 누구인지 얼굴이나 직접 확인해보자는 생각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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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서걱-!
쾅! 퍼- 엉!
유니콘을 닮은 마수는 정말 강했다.
무혁이 아무리 접근전을 벌이며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고, 주먹으로 후려치고, 발로 걷어차도 마수는 좀처럼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방어력이 워낙 강했고, 몸을 보호하듯 흘러나오는 전류 역시 상당 부분 물리 타격에 대한 저항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빠르기는 또 얼마나 빠른지 집채만 한 몸집이 무색할 정도로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여서 무혁으로서는 제대로 된 정타를 맞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수 역시도 무혁을 상대로 고전을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무혁의 힘과 속도 모두 무시할 수 없었고, 순간순간 마력 스킬까지 사용해대니 마수로서는 마생 최악의 상대를 만난 셈이었다.
전류에 대한 저항력도 얼마나 높은지 어지간해서는 맨몸으로 전류를 받아내는 무식한 행동으로 마수를 당황시키기까지 했다.
“너는 지치지도 않냐!”
무혁은 마수의 허리를 손에 든 묠니르로 강하게 후려쳤다.
쾅!
같은 전격 속성이라 추가적인 데미지를 기대할 순 없었지만, 묠니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시 못 할 파워는 마수에게 있어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처음에는 블랙 본 해머로 마수를 공격했었지만, 워낙 근접한 거리에서 싸움을 하다 보니 실드보다는 순간순간 블랙 본 방패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잦아져서 무혁으로서도 블랙 본으로만 공격과 방어를 하자니 부담이 됐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력은 떨어지지만, 마수를 상대로는 충분히 사용을 할 만한 묠니르가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만하면 네 자존심은 충분히 세웠잖아!”
콰앙!
연속으로 무혁에게 공격을 받은 마수의 커다란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제 그만 좀 하자!”
쾅!
휘청거리는 마수에게 무혁은 더욱더 집요하게 묠니르를 휘둘렀고, 동시에 블랙 본 장검으로 다리의 상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갔다.
유니콘을 닮은 마수의 특성상 이동력부터 제한을 걸어두면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웠기에 무혁은 처음부터 꾸준하게 다리를 공격했고, 덕분에 마수의 네 다리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스피드가 죽지도 않고, 쓰러지질 않고 있었으니 무혁으로선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슬슬 끝이 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