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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84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84화

마수의 대지 (5)

 

마수의 대지에 들어선 이들은 하나 같이 마기 중독 증상을 피할 수가 없었다.

마기 중독 증상의 가장 큰 위험성은 당장의 페널티가 아닌 오랜 시간 마수의 대지에 머물 경우 영구적으로 능력이 하락해 버린다는 사실이다.

마수의 대지에 들어온 대다수의 식민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자들로서 고유 능력의 정밀 수치 1퍼센트를 올리기 위해 저마다 막대한 포인트를 쏟아 부어야만 한다.

때문에 1퍼센트만 하락한다 하더라도 그 손해가 막심했다.

문제는 하락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1퍼센트면 차라리 그나마 다행인데 만약 그 이상이라면?

현재 페널티를 받고 있는 만큼 하락해 버린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기에 마수의 대지에 들어선 모든 이들은 결코 결계 주변을 떠날 수가 없었다.

“젠장! 마수의 대지라고해서 기대를 품고 왔더니 이게 무슨 꼴이야!”

에디는 신경질이 나서 미쳐버리겠다는 듯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성질을 부렸다.

지금껏 본 적 없었던 마수와 피 터지도록 싸우며 그 부산물을 얻을 생각이었던 에디로서는 결계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마수의 대지를 완벽하게 탐사해서 엑소더스 길드 내에서의 명예 회복을 노렸던 에디였기에 지금 상황은 미쳐 버릴 정도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에디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마수의 대지에 들어온 팔머, 로이, 로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결계 주변의 외곽만 훑다가 가야 하는 건가?”

로이가 그렇게 말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상황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어쨌든 또 한 번 마스터의 기대를 저버리게 생겼으니 이게 무슨 지랄 맞은 운명인가 싶었다.

“방법이 없잖아. 방법이.”

로사 역시 맥 빠진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리더인 팔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미쳐버리겠네! 돌아버리겠네!”

에디가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내지르며 성질을 부렸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모두 에디처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고 싶었으니까.

“그래도 한 가지는 다행이네.”

로이의 말에 로사가 그건 또 무슨 말이냐는 듯 자신의 동생을 바라봤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길드와 가문에서 파견되어 온 이들도 결국은 우리처럼 똑같이 결계 주변을 살피고 있을 것 아냐? 그럼 로만 가문 놈들과도 만나게 되지 않겠어?”

“그걸 잊고 있었네.”

로사의 얼굴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건 에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개자식들이라도 만날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네! 이 엿 같은 기분을 그 자식들의 피로 깨끗하게 씻어 버릴 수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는 법이라 여기며 에디가 낄낄- 웃었다.

팔머 역시 로만 가문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다면 그나마 마스터의 기대를 조금이나마 다독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조금 더 서두른다.”

언제 능력 하락이 되어버릴지 알 수 없었기에 팔머의 팀은 걸음에 속도를 냈다.

기껏 마수의 대지까지 와서 저희들끼리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일 준비를 하는 길드와 가문의 탐사대들과 다르게 진짜 마수를 상대하려고 하는 이가 있었다.

“역시 마수라고나 할까? 생긴 거 하나는 진짜 살벌하네.”

무혁은 제법 먼 거리에 홀로 어슬렁거리고 있는 마수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대충 악어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온 몸에 크고 날카로운 가시와도 같은 뿔들이 듬성듬성- 솟아나있는 모습과 숨을 토해낼 때마다 녹색 연기를 뿜어내는 꼴이 딱 봐도 극독이 분명했다.

그리고.

“너 지금 쫄았냐?”

히포가 꼼짝을 안하자 무혁은 눈을 찌푸렸다.

지금 히포의 모습은 포식자를 발견한 피식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진짜.”

이런 놈이 자신에게 반항을 했다고 생각하니 무혁은 이미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화가 치밀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얼어붙어 버린 히포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내려치고 싶었지만, 본능을 이기지 못하는 이 나약함을 어쩌겠냐는 듯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눈앞의 마수는 히포보다 상위 마수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여기서 대기해.”

무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겁에 질려 있는 히포의 안장에서 내려왔다.

마수를 향해 걸어가는 무혁의 표정에도 경계심과 긴장감이 비슷하게 얽혀있었다.

역시 마수에 대한 정보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얼마나 강한 마수인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무혁으로서는 조금도 알지 못했기에 말 그대로 맨몸으로 부딪혀야만 했다.

‘눈치 채기 전에 먼저 선방을 날려보자.’

무혁은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는 마수를 노리고 파이어 볼을 날렸다.

아직 6등급짜리 파이어 볼이었지만, 블랙 본과 태양의 씨앗으로 인해 무혁이 구사하는 파이어 볼은 결코 6등급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니, 전혀 새로운 형태의 파이어 볼이라고 봐야만 했다.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도 불구하고 마수는 고개를 홱- 돌리며 파이어 볼을 정확하게 바라봤고, 곧바로 거대한 꼬리를 벼락처럼 휘둘렀다.

콰- 앙!

끼에이이이익!

꼬리를 휘둘러 가볍게 파이어 볼을 막아낼 것이라고 자신했던 마수의 자지러지는 비명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파이어 볼은 꼬리와 충돌하면서 그대로 폭발했고, 사방으로 엄청난 양의 불을 퍼트렸다.

위력 또한 어찌나 강력한지 마수가 사정없이 뒤로 튕겨져 나갈 정도였다.

“…원래 저렇지 않은데?”

놀라기는 무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파이어 볼이 일반적인 상식을 크게 벗어나고 있다는 걸 알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강력하지는 않았었다.

“정마력이 마력으로 바뀌어서 그런가?”

현재로서는 그것밖에 이유가 없었다.

“어디 다른 것들도 변했으려나?”

무혁은 곧바로 라이트닝 볼을 만들어냈다.

파지지직- 소리를 내며 만들어진 라이트닝 볼은 외형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위력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콰자자자자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파이어 볼의 위력에 큰 상처를 입었던 마수는 뒤이은 라이트닝 볼에 눈을 까뒤집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거 너무 심한데?”

명색이 마수다.

그런 마수가 파이어 볼과 라이트닝 볼 두 방에 쓰러져 버렸으니 무혁으로서는 자신이 생각해도 사기적인 일이라 얼떨떨했다.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능력이 강화되었다면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무혁의 미간에 생겨난 내 천(川)자 주름은 뭔가 불만족스럽게만 보였다.

“이러다 진짜 마력 스킬이 주력이 되는 거 아냐?”

물론, 나쁘진 않다.

그렇지만 과거 모래성에서 그 개고생을 해가며 검술을 갈고 닦았던 걸 떠올리면 무혁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에 서서 마력 스킬만 날려대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멋있다는 느낌보다는 얍삽하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아니지. 마력이 강해진 만큼 검술도 강해졌겠지.”

무혁은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정신을 잃은 마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마수는 더욱더 크고 흉측했다.

정말 ‘마수’라는 타이틀이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깨끗하게 숨통을 끊어 버리… 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구나.”

블랙 본의 영향력이 과연 히포가 아닌 다른 마수들에게도 통할 것인가?

무혁은 그 부분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 점을 까맣게 잊고 선방을 날렸다는 사실에 무혁은 제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윽고 무혁은 빈사상태에 빠진 마수를 깨웠다.

간단하게 머리통을 발로 퍽퍽- 후려차서 정신을 차리도록 만들었다.

기절했던 마수가 성인 주먹보다도 훨씬 큰 녹색 눈을 껌뻑이며 정신을 차렸다.

끼에이이이익!

자신의 눈앞에 멀뚱히 서 있는 무혁을 바라보더니 마수가 거친 흉성을 드러내며 입을 활짝- 벌렸다.

순간적으로 녹색 연기가 빠른 속도로 뿜어져 나와 무혁의 몸을 뒤덮어버렸다.

비릿하면서도 고약한 악취보다도 눈이 따끔거리자 무혁이 참지 못하고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 마수의 아래턱을 깨끗하게 날려 버렸다.

아래턱이 잘리자 마수가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을 쳤고, 걸쭉한 녹색의 체액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안 통하나 보네. 하긴, 히포 저놈도 마수의 대지에 들어와서는 반항을 하려고 했으니 그보다 강한 놈이 순순히 굴복한다는 건 말이 안 되겠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혁은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마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가볍게 뛰어올라 머리통에 블랙 본 장검으로 깊숙하게 박아 넣었다.

머리에 검이 박히자, 마수도 결국은 죽고 말았다.

그렇게 마수가 죽자, 멀찍이 서 있던 히포가 득달스럽게 달려왔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굉장히 흥분한 듯 히포가 연신 울음을 토해내며 마수의 시체 앞을 서성거렸다.

 

‘마수들은 주변의 마기를 흡수하고, 다른 마수를 잡아먹으며 성장을 하기도 합니다.’

 

마수의 대지로 출발하기 전, 에랄이 했던 말이 무혁의 머리에 떠올랐다.

 

|히포 (마수)|

· 연령 - 4살

· 마수 분류 - 카칸

· 마수 등급 - 7등급

· 체력 - 7등급

· 근력 - 7등급

· 순발력 - 7등급

· 지구력 - 7등급

· 마기 등급 - 7등급

· 상태 - 흥분, 공복, 충성, 굴복, 체념.

 

혹시나 싶어서 히포의 정보를 확인해보니 상태가 많이 변해 있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흥분, 충성, 굴복, 체념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무혁으로서도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이놈의 사체를 먹고 싶다는 거지?”

무혁의 말에 히포가 그렇다는 듯 나지막하게 꾸득꾸득- 거렸다.

마수의 사체가 가진 가치가 얼마나 될지 알 순 없지만, 히포의 성장보다 높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그전에.

“통통아.”

무혁이 가죽 주머니를 툭- 치며 통통이를 불렀다.

내내 얌전하게 가죽 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통통이가 무혁의 앞에서 애교를 떨 듯 통통- 뛰어다녔다.

무혁이 히포를 바라보니 통통이의 모습에도 전혀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눈앞에 마수의 사체가 있기 때문이지, 자신처럼 직접적으로 상위 존재라는 걸 인식시키지 않아서인지, 알 순 없었지만 어쨌든 통통이를 보고도 히포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건 다른 마수들에게도 똑같을 것 같았다.

“마수 사체에서 뭐 건질 거 없을까?”

통통이는 히포와 다르다.

무혁의 말과 의지를 귀신처럼 알아듣는다.

아니나 다를까, 통통이가 마수의 사체를 향해 다가가 거대한 입을 벌렸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통통이의 모습에 히포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하며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낑낑-거렸다.

혹시라도 통통이가 마수의 사체를 먹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것만 같은 그 꼴을 지켜보는 무혁으로서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히포가 불안해하거나 말거나 통통이는 마수의 사체를 꿀꺽- 삼켜버렸다.

다행스럽게도 히포의 걱정처럼 마수의 사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모습만 그렇게 보였을 뿐, 마수의 사체 역시 직접적으로 먹을 필요가 없다는 듯 투과해버린 통통이였다.

그렇게 마수의 사체를 투과하고 난 통통이가 무혁에게 다가와 하나의 물체를 툭- 뱉어냈다.

무혁의 눈에도 굉장히 익숙한 둥그렇고 검은 구체, 바로 마정이었다.

 

|마수의 마정|

· 마수의 힘을 집약해 놓은 마정이다.

· 마수가 섭취할 경우 그 즉시 모든 마기를 회복한다.

· 마수의 성장 원동력으로도 사용된다.

· 마수 외의 존재가 섭취할 경우 마기에 대한 적응력이 극소량 상승한다.

 

“이거라면…….”

무혁은 마수의 마정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기본적으로는 마수에게 있어선 회복제 역할을 했고, 히포와 같은 성장형 마수들에게는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마기에 대한 적응력이 상승한다고 하는 건 나처럼 마기를 개방할 수도 있다는 소리겠지?”

물론, 고작 하나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극소량이라는 설명은 분명 적지 않은 마수의 마정을 섭취해야 한다는 뜻과 같았으니까.

“팔면 엄청 비싸겠는데?”

마수의 마정을 바라보는 무혁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촉이 온다.

이건 대박이라고.

히죽- 웃으며 무혁이 마수의 마정을 바라보는 사이.

스윽-!

“……!”

새빨간 히포의 혀가 무혁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던 마수의 마정을 빠른 속도로 휘감아 낚아채버렸다.

무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히포는 그대로 마수의 마정을 꿀꺽- 삼켜버렸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그리곤 기분 좋게 웃는다.

그 모습을 보며 무혁이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역시 넌 덜 맞았어.”

무혁은 기분 좋게 웃고 있는 히포에게 다시 한 번 ‘참교육’을 실천했다.

그래도 히포는 좋았다.

마수의 마정을 섭취했으니까.

이렇게 주인 놈이 자신보다 강한 마수들을 때려잡고 마정을 채취하면 그때마다 약탈을 할 것이다.

그렇게 빠르게 강해져서 최하급 마수라는 위치를 벗어나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히포였다.

꾸득! 꾸득! 꾸드드득!

“이게 맞고도 웃어?”

무혁의 주먹에 더욱더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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