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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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4화
킬 라시온 (4)
“뭐 별거 없네?”
무혁은 곤봉으로 남자의 검을 막아내고는 히죽- 거렸다.
“이 X발 새끼가 뒈지고 싶나!”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남자가 검을 힘주어 내리그었다.
까가가각-!
힘으로 버티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곤봉이 잘릴 것만 같았기에 무혁은 가볍게 발을 툭- 차올렸다.
“그림자 방패!”
발길질을 그림자 방패로 막아낸 남자가 곧바로 무혁의 뒤통수에 대고 윈드 피스트로 반격을 했다.
무혁은 가볍게 고개를 피하는 것으로 남자의 반격을 흘려버리고는 그의 양옆으로 암흑 화살을 만들어냈다.
퍼퍽!
폭음과 함께 남자가 뒤로 밀려났지만, 그 짧은 순간 날아오는 암흑 화살 두 발을 모두 검으로 막아내며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해보자 이거지?”
남자가 눈에 살기를 드러내며 검을 들어 올리자, 무혁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방구름의 주변으로 흑룡 길드와 다른 놈들이 슬금슬금- 다가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앞에 두고도 대놓고 고개를 돌리는 무혁이 모습에 남자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 새끼가 집중 안 해?”
쾅!
남자가 휘두르는 검을 곤봉으로 막아내면서 그 반탄력을 이용해서 방구름에게 다가가는 남자들에게 접근했다.
빡-!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남자의 머리통을 부술 것처럼 후려친 무혁의 모습에 남자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이 개새끼가!”
남자가 욕을 하거나 말거나 무혁은 방구름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남자들을 하나둘 쓰러트리기만 했다.
빡-! 빡-!
분노한 남자가 무혁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지만, 상대할 마음이 없다는 듯 이리저리 피하면서 다른 이들을 쓰러트리는 것에만 집중하자 남자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모두 물러나! 한 놈도 움직이지 마! 저 새끼가 내 손에 쓰러지기 전까지 움직이는 놈이 있다면 가만두지 않는다!”
남자의 외침에 그제야 무혁도 휘두르던 곤봉을 잠시 멈췄다.
자신의 공격을 피하면서 다른 길드원들을 쓰러트린 무혁이었지만, 호흡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는 사실에 남자는 그제야 상대가 만만하지 않다는 걸 인정했다.
더불어 호기심도 일었다.
“넌 우리가 찾는 놈 아니야.”
남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남자가 찾는 놈은 고작 2년차일 뿐이다.
2년차 식민이 이 정도의 실력을 쌓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눈앞에 서 있는 놈은 자신이 찾는 놈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떤 머저리 같은 놈이 엉뚱한 놈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일을 벌였는지 눈앞에 있다면 다리를 분질러버리고 싶었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을 수습하는 건 남자의 몫이었다.
“네가 일을 너무 크게 벌였어.”
“정당방위 몰라? 그쪽에서 먼저 일을 시작했으니까 책임을 따지자면 그쪽에 있지.”
“말장난 할 기분 아니니까 잘 들어. 누가 먼저 시작했든 중요한 건 네가 우리 꼴을 아주 뭣 같이 만들었다는 거야. 그 책임은 확실하게 져야해.”
“결국 강자의 논리대로 가자는 거네?”
“그런 셈이지.”
“그렇다면 내가 책임질 일은 없겠는데?”
무혁이 그렇게 대꾸하자 남자가 이번에는 제법 재밌었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저런 놈들 좀 때려잡았다고 흑룡이 우스워? 그리고 여기 흑룡만 있는 거 같아? 천인회랑 무사시 가문까지 전부 상대할 수 있겠어? 그 다음은? 보아하니 딱히 소속도 없는 것 같은데? 우리의 집중 공격을 얼마나 버틸까?”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자신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남자의 모습에 무혁은 그것 보라며 픽- 웃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날 잡을 수 있겠어? 설마 너 혼자서 날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건가? 그렇다면 착각이 너무 심한데? 대충 느끼고 있잖아? 네 실력으로는 날 잡을 수 없다는 걸.”
무혁의 말에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틀린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상대였다면 이미 진즉에 바닥에 누였을 거다.
공격을 피하면서 다른 길드원들을 쓰러트린 실력은 결코 가짜가 아니었으니까.
“왜 혼자라고 생각하지?”
자존심은 상했지만, 남자는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두 명의 남자가 좌우에서 걸어 나왔다.
“홍영준이 자존심을 굽히다니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낄낄- 웃는 남자는 전형적인 중국인 복장에 어깨에 거대한 언월도를 걸치고 있었다.
“어차피 지부장 자리에서 잘릴 때부터 더 이상 별 볼일 없었지.”
냉소를 짓고 있는 이는 세 자루의 일본도를 왼쪽 허리에 겹겹이 매달고 있었다.
홍영준이라는 남자가 흑룡 길드의 대표자 격이라면, 나머지 두 남자는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의 대표자들임이 분명했다.
“타마루! 아가리 함부로 놀리면 너부터 죽인다.”
“해 볼 테냐?”
타마루라 불린 이가 도발적으로 홍영준을 바라봤다.
“이해해. 원래 둘이 앙숙이거든.”
천인회의 남자가 무혁을 향해 눈을 찡긋- 거렸다.
무혁으로서는 그저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
여전히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타마루와 홍영준을 대신하듯 천인회의 남자가 무혁에게 말했다.
“나는 솔직히 그쪽에 별 감정은 없는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넘어가기가 좀 그래. 어쨌든 우리 천인회의 꼴이 우습게 된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순 없는 거니까….”
“목숨으로 사죄해라? 뭐 그런 진부한 생각이라면 미리 말하는데 꿈 깨.”
자신의 말을 자르는 무혁의 행동에도 천인회의 남자는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듯 옅은 웃음기를 조금도 지우지 않았다.
“방원회다. 제안하지. 우리 천인회에 입회를 한다면 오늘 있었던 일, 내 이름을 걸고 모두 무마시켜주겠다. 이만하면 내 입장에서는 정말 큰 배려를 해주는 거지. 어때? 코딱지만한 땅에 살던 속 좁은 놈들과는 다른 것 같지 않아?”
뜬금없는 방원회의 제안에 서로를 응시하고 있던 홍영준과 타마루가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저놈들 말 신경 쓰지 마. 내 제안만 받아들이면 깔끔하게 해결 되는 거니까.”
자신감 넘치는 방원회의 모습에 무혁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나 때문에 사이가 깨지겠는데?”
“어차피 오래 갈 사이도 아니지.”
낄낄- 웃는 방원회는 상부에서도 무혁과 같은 실력자를 영입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생각해보고 답변을 해주지.”
무혁의 말에 방원회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결정은 지금 여기서 바로 해야 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다시 생각해. 네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그럴까?”
“이해할 수가 없군.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걸 거부하다니.”
“호의라고 느껴지지 않아서 말이야.”
방원회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한심한 놈들.”
타마루는 방원회뿐만 아니라 홍영준까지도 싸잡아 비난하고는 무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가 마을 밖이었으면 넌 내 손에 죽었다. 나는 저런 한심한 놈들과 달라서 용서도, 자비도 없거든. 하지만, 마을 안에서는 생명의 보호를 받으니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스윽- 타마루는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 하다는 듯 오른쪽 발을 무혁을 향해 내딛었다.
그리고.
스릉-! 서걱!
부드럽게 칼집을 빠져나오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의 검기가 무혁의 왼쪽 옆구리를 아주 살짝- 베고 지나갔다.
놀랍도록 빠른 발도술이었다.
“…그걸 피해?”
타마루는 자신의 발검을 간발의 차이로 피한 무혁의 모습에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럼 피하지 못하게 했어야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무혁이 그렇게 말하고는 땅을 박찼다.
타마루가 두 번째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그보다 방원회의 공격이 먼저였다.
“반월참!”
반월의 형태를 닮은 붉은 검기가 무혁의 몸을 양분할 기세로 날아들었다.
동시에 홍영준이 ‘그림자 폭격’이라는 스킬로 무혁의 주변을 에워싸듯 검기를 날려 보냈다.
어디로도 피할 수가 없는 완벽한 연합 공격에 무혁은 빠르게 세 개의 실드를 만들어 내면서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두 개의 파이어 볼을 각각 방원회와 홍영준에게 날렸다.
“무, 무슨 파이어 볼이…!”
방원회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식한 크기의 파이어 볼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힘껏 언월도를 휘둘러서 방어를 했다.
반면, 홍영준은 파이어 볼뿐만 아니라 그림자 폭격 스킬로 날린 검기 두 발이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방어 스킬을 모조리 펼쳐야만 했다.
쾅! 쾅! 콰강!
커다란 폭음과 함께 방원회는 뒤로 밀려났고, 홍영준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사이 타마루는 그렇지 않아도 좌우로 길게 찢어진 눈이 더욱더 찢어져가고 있었다.
무혁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선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합공을 받고도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타마루는 휘둘러지는 무혁의 주먹을 베어버리겠다는 듯 자신 있게 발검을 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 검이 절반도 뽑혀져 나오기 전에 주먹이 왼쪽 가슴을 강타해 버렸다.
퍼억!
“컥!”
왼쪽 가슴이 꿰뚫리는 듯한 강렬한 통증보다도 자신의 발검술이 전혀 통하지 않는 속도의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에 타마루는 더욱더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할 말을 잃었다.
타마루는 단 일격에 전투 불능이 된 듯 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줄을 몰랐고, 홍영준 또한 쿨럭- 거리며 핏물을 토해내는 모습이 꽤나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가장 나아 보이는 사람은 방원회가 유일했는데, 그 또한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손가락 하나도 까딱-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기에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게 느끼고 있었다.
각 길드와 가문을 대표하듯 등장해서 다른 이들과 별 반 다르지 않게 쓰러져버렸으니 한 편으로는 우스운 연극이라도 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타마루, 홍영준, 방원회를 무시하진 못했다.
그들 셋보다 무혁이 월등하게 더 강했기 때문이니까.
“…누구냐?”
방원회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무혁에게 물었다.
“궁금하면 직접 알아 봐.”
무혁은 그렇게 대꾸하고는 방구름에게 고갯짓을 했다.
이제 더 이상 앞을 막을 놈들도 없을 것 같으니 그만 가자는 뜻이었다.
“…젠장.”
중앙탑으로 향하는 무혁을 바라보며 방원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주저앉아 있는 홍영준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홍영준! 내가 들은 건 너희 흑룡 길드에서 의심스러운 놈을 찾았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게 뭐지? 분명히 말하지만, 오늘 일에 대해서 흑룡 길드에서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거다!”
방원회는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몸을 돌려버렸다.
“X발….”
홍영준 또한 지금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모든 게 다 그놈 때문이다.
보잘 것 없던 애송이 놈 하나 때문에 마우티 부락의 지부장 자리에서도 쫓겨났고, 그놈을 찾으려다 엉뚱한 놈과 얽히는 바람에 자신의 처지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으아아아아아-!”
결국 분을 못 참고 홍영준이 고함을 내지르며 주변에 분풀이를 해댔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무리가 있었다.
“어떤 것 같아?”
인형처럼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가 자신의 곁에 서 있는 조각 같은 외모의 미남자를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정말 2년차 맞아?”
“자기 말로는 그렇다고 했어. 야! 르케임, 너도 분명히 그렇게 들었잖아?”
“형님, 맞습니다. 분명히 2년차라고 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네.”
미남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트레이닝 이후에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지 않아?”
르케임의 말에 미남자는 그게 사실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저 새끼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때보다 강해진 것 같긴 하네.”
실비아마저 그렇게 말하자 미남자는 더욱더 무혁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르케니아, 나왔어?”
미남자가 옆에 서 있던 작은 체구의 소녀 같은 외모의 여자를 돌아보며 그렇게 물었다.
“잠시만요… 아! 나왔다!”
“어디야?”
“데오른 마을이요.”
아르케니아의 말에 미남자가 수고했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줬다.
미남자의 손길에 수줍게 미소를 짓는 아르케니아의 모습을 보며 르케임은 한숨만 쉬었고, 실비아는 뭘 더 기다리고 있느냐는 듯 성급하게 말했다.
“그 새끼 또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빨리 가자!”
“그래, 가자.”
후드를 눌러쓴 그들은 중앙탑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