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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7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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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73화

킬 라시온 (3)

 

“저놈들인가?”

흑룡 길드원 옆에 서 있던 세 명의 남자 중 한 명이 무혁과 방구름을 노려보며 그렇게 물었다.

남자는 오른쪽 어깨 위에 황금색 문양의 ‘천(天)’ 자가 자수로 새겨져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무혁은 그 역시 한번에 알아봤다.

‘천인회. 그리고 그 옆은… 무사시 가문이군. 정확하게 선생님의 예측대로네.’

왼쪽 가슴에 검붉은 연꽃이 무사시 가문만의 마크였다.

마우티 부락에서는 서로 견제를 일삼던 세 세력이 여기선 한통속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헬-라시온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결코 약하지 않은 곳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건 그만큼 송정민과 무혁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단 뜻이었다.

“튈 거면 일찍일찍 움직였어야지. 우리가 그렇게 허술해 보여? 우리 흑룡이!”

흑룡 길드원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번들거렸다.

마음만 같아서는 자신을 속인 무혁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을 정도였다.

어설픈 거짓말에 속은 것도 화가 나는데, 뭣 모르고 윗선에 보고했다가 뺨을 얻어맞고 정강이를 까였다.

 

‘뭐? 매음굴? 이 병신 새끼야! 아스펠 마을에 매음굴이 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길드의 동원령 때문에 다짜고짜 아스펠 마을로 불려온 길드원이었다.

그로서는 아스펠 마을에서는 관리 마족으로 인해 매음굴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조금도 모르고 있었기에 무혁의 거짓말에 의심조차 하지 못하고 속았던 것이다.

만약, 아스펠 마을의 사정을 잘 아는 자였다면?

무혁이 거짓말을 하는 즉시 알아차렸을 것이다.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해버린 무혁으로서는 자신의 말에 감쪽같이 속은 길드원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무혁에게 속은 길드원이 부랴부랴 다시 집을 찾았지만, 이미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무혁을 못 찾으면 죽을 줄 알라는 윗선의 협박 아닌 협박에 그는 중앙 탑 근처를 미친 듯이 배회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무혁을 만났으니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네 명… 단번에 뚫고 중앙 탑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얼굴이 팔려버리긴 했지만, 그 정도는 상관없다.

설마하니 자신이 중소도시인 커스틸에서 머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테니까.

문제라면 방구름인데, 이 역시도 무혁에게는 복안이 따로 있었다.

‘시기가 조금 앞당겨지긴 했지만,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생각을 마친 무혁은 방구름에게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길을 뚫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중앙 탑으로 들어가서 데오른 마을에서 기다려.”

“예.”

방구름도 상황이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무혁의 말을 잠자코 따랐다.

“좋아, 인정! 장난 좀 쳤어. 내가 남들한테 보여선 안 되는 치부가 있어서 말이야.”

무혁의 말에 흑룡 길드원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

“아직도 네놈 눈깔엔 내가 병신으로 보이냐? 아가리 닥치고 조용히 따라와.”

한 손에 시커먼 곤봉을 꺼내든 흑룡 길드원은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팔다리를 병신으로 만들겠다는 듯 위협적인 모습을 숨기지 않으며 무혁에게 접근해 왔다.

위협적으로 곤봉을 툭툭- 두드리며 다가오는 흑룡 길드원의 모습에 무혁은 손사래를 쳤다.

“말로 하자. 좋은 말두고 왜… 사람 힘쓰게 만들어!”

순간적으로 흑룡 길드원의 품으로 파고 든 무혁은 그대로 주먹을 그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퍼억!

“컥!”

눈이 뒤집힐 정도로 강력한 충격에 흑룡 길드원이 그대로 꼬꾸라졌다.

단 일격에 흑룡 길드원이 쓰러져버리자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의 남자들이 깜짝- 놀라서 각자 무기를 꺼내들었다.

찾아야 할 대상은 혼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불구의 남자와 이제 갓 2년차가 된 애송이라고 했다.

그런데 4년차 흑룡 길드원을 단 일격에 쓰러트린다?

“네놈은 누구냐!”

천인회의 남자가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사시 가문의 남자들 역시도 현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럽기만 했다.

“누구긴 누구야, 니들 저승사자지!”

길게 말을 주고받을 시간도 없다는 듯 무혁은 땅을 박차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어느새 무혁의 손에는 시커먼 곤봉이 단단하게 쥐어져 있었다.

“건방진! 감히 천인회와 대적하겠다는 거냐! 아이스 로프!”

“무사시 가문 또한 네놈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이스 월!”

얼음으로 만들어진 굵직한 밧줄이 무혁의 몸을 휘감았고, 동시에 그의 사방을 얼음벽이 생성되며 단단하게 가둬버렸다.

서로 다른 길드와 가문 소속이지만, 척하면 척이라는 듯 두 남자의 협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완벽하기만 했다.

“우리를 흑룡 길드의 머저리와 동일하게 봤다면 큰 착…!”

파작! 파자자작!

완벽하게 무혁을 옭아맸다고 여겼던 남자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아이스 로프에 한 번 묶이면 순식간에 냉기가 뼛속 깊은 곳까지 침투해서 신체 능력을 떨어트린다.

한마디로 디버프 효과가 있었기에 어지간한 냉기 저항이 없다면 쉽사리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아이스월은 또 어떠한가?

굉장히 단단한 편이라서 쉽게 부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얼음벽을 맨주먹으로 부숴버리며 무혁이 튀어나왔으니 그들로서는 황당하다 못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로서는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무혁에게 있어 얼음은 몸의 일부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파이어 스피어!”

당황한 두 사람을 대신해서 남은 한 명의 무사시 가문의 남자가 능숙하게 달려오는 무혁을 향해 화염의 창을 날려 보냈다.

자그마치 4등급에 이르는 파이어 스피어는 남자의 최강의 공격이었다.

‘생명의 보호를 받기에 죽지는 않겠지만, 이걸로 네놈은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충격을 받아서 맥없이 쓰러질… 헉!’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보던 남자가 입을 떡- 벌렸다.

4등급 파이어 스피어를 무혁이 한 손으로 그대로 후려쳐서 옆으로 튕겨 내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저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날아오는 파이어 스피어를 맨손으로 후려쳐서 튕겨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었단 말인가?

얼음에 이어서 불까지.

무혁은 어떻게 자신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공격을 하는지 기특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 외에 다른 마력 스킬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웬만하면 몸으로 받아냈겠지만 말이다.

놀라 자빠질 것처럼 놀라는 이들의 코앞으로 접근한 무혁은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곤봉을 힘껏 후려쳤다.

빡- 빡- 빡!

무혁은 세 남자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머리통을 후려쳤다.

머리통이 깨질 듯한 충격을 받으며 세 남자 모두 눈이 뒤집혀선 입에 거품까지 물고 쓰러져버렸다.

4년차 식민들로 1, 2년차의 식민들에게는 하늘같은 존재였지만, 무혁에게는 동네 똥개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형님은 얼마나 강해지신 건지.”

무혁의 강함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방구름으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후우….”

방구름은 저런 무혁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정말 죽어라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니 저절로 한숨부터 나왔다.

“가!”

무혁이 외침에 방구름은 곧장 중앙 탑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100미터도 가지 못하고 멈춰서야만 했다.

또다시 흑룡 길드를 비롯해서 천인회와 무사시 가문의 남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어딜!”

“이놈들이다!”

“잡아!”

“기다려! 신호부터 보낸다!”

새롭게 나타난 다섯 명 중 하나가 뒤쪽에 쓰러져 있는 동료들을 발견하고는 상황이 심상찮다고 느꼈는지 재빨리 품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펑-! 펑! 펑펑펑!

요란한 폭죽 소리에 방구름은 어쩌겠냐는 듯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무혁은 그를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이제 조용히 떠나긴 글러먹었다.

그렇다면 시끄럽더라도 모조리 때려눕히고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혁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각종 마력 공격과 무기들을 일일이 상대할 시간이 없다는 듯 호신 스킬과 회피 스킬만 사용한 상태로 맞을 건 맞고, 피할 건 피하면서 거리를 좁혔다.

분명 몸에 자신들의 스킬과 무기가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무혁은 멀쩡한 듯 곤봉을 힘차게 휘둘렀다.

빡-! 빡! 빡! 빡!

놀랍도록 정확하게 무혁의 곤봉은 남자들의 정수리를 후려갈겼다.

그리고 두 방도 필요 없다는 듯 딱! 한 방에 남자들은 모두 눈이 뒤집혀서 쓰러졌다.

“미, 미친! 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신호탄을 쏘느라 상대적으로 뒤에 서 있던 남자가 히익- 거리며 그렇게 소리를 쳤다.

“그 전에 네 걱정이나 해.”

빡!

무혁의 곤봉을 막으려고 남자가 검을 들어 올렸지만, 소용없었다.

귀신과도 같이 곤봉은 남자의 정수리를 정확하게 강타해버렸다.

“저쪽이다!”

“저놈들이다!”

신호탄이 터지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흑룡 길드와 천인회, 무사시 가문의 졸개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형님!”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

무혁은 우선 방구름부터 안전하게 중앙 탑으로 보내는 것이 우선이라 여겼기에 앞장서서 길을 열기 위해 움직였다.

두 길드와 한 가문 대 무혁의 싸움이 소란스럽게 벌어지자 아스펠 마을의 거주 식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도 두 눈을 반짝- 거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건 없었으니까.

“히야! 누군지 모르겠지만 엄청 난데?”

“저렇게 많은 놈들이 한 명을 못 잡네!”

“예술이다! 예술이야! 치명적인 공격을 모조리 피하고 맞아줄 것들은 그냥 맞으면서 한 방에 한 놈씩 보내는 것 봐! 진짜 멋지네!”

“젠장! 다 골로 보내버려라! 저 개자식들 요즘 한창 설치고 다니던데 꼴좋네!”

“맞아! 저 새끼들이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집을 수색하고 가는데 얼마나 열 받던지!”

“옳지! 모조리 쓰러트려라!”

“잘한다!”

아스펠 마을 거주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무혁을 응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스펠 마을에 나타나서는 저희들 멋대로 분탕질을 쳐대며 다녔기에 거기에 대한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직접 그들에게 대항할 힘은 없지만, 무혁이 그들을 시원스럽게 박살을 내는 모습을 보니 제 속이 다 후련해질 만큼 신이 났다.

빡! 빡! 빡! 빡빡!

신들린 듯한 곤봉질에 흑룡 길드건, 천인회건, 무사시 가문이건 여지없이 눈을 뒤집고,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열 명이 순식간에 스물이 되었고, 다시 서른, 그리고 오십 명이 지나가자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들의 모습이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오늘 일로 인해 흑룡 길드, 천인회, 무사시 가문은 얼굴에 제대로 먹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빡-!

또 한 명의 천인회 남자를 쓰러트린 무혁은 좌측에서 달려들던 무사시 가문의 남자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려다 재빨리 뒤로 훌쩍- 물러났다.

쾅!

무혁이 서 있던 자리에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땅이 깊게 파이며 그 중심에 한 자루의 검이 똑바로 꽂혀 있었다.

“하아… 일 났군. 일 났어.”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한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그는 무혁이 해놓은 모습들을 바라보며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제 미간을 꾹꾹- 눌러댔다.

바닥에 꽂혀 있던 검을 뽑으며 남자가 무혁을 향해 물었다.

“한국인이네?”

“그래서? 고스톱이라도 칠까?”

“뭐?”

무혁의 대꾸에 순간적으로 벙- 찐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가 푸하하하-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X발, 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장난이 나오냐? 돌아이냐?”

남자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꾸며 무혁을 노려봤다.

“감정 기복이 심한 걸 보니까 너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씨익- 웃으며 여전히 말장난을 치는 무혁의 모습에 남자의 이마에 핏줄이 불뚝- 솟아올랐다.

“하아… 이젠 하다하다 별 거지같은 새끼한테도 무시를 당하네.”

남자는 자신의 처지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됐고! 빨리 끝내자. 너 때문에 안 그래도 내 상황이 뭣 같은데 더 뭣 같이 변했거든!”

바닥이 파일 정도로 깊은 족적을 남기며 남자가 무혁을 향해 한 줄기의 빛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남자의 검이 공간을 쪼개며 무혁의 가슴으로 밀려 들어왔다.

까-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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