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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69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9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9화

얼음 바위 산 (15)

 

수박이 터지듯 단숨에 박살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도 얼음 바위 산의 여섯 봉우리를 모두 뚫고 올라온 실력자인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크윽!”

대검을 들어 올려 방어를 한 넬은 신음을 내뱉으며 뒤로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쉽게도 한 방에 넬을 죽이지 못한 무혁은 그 뒤를 쫓아갈까 생각했지만, 우측에서 달려드는 도미닉의 모습에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파괴의 일격!”

거대한 힘이 느껴지는 도미닉의 해머질에 무혁은 곧바로 실드를 펼쳤다.

이윽고 무혁의 실드를 깨부숴버리겠다는 듯 도미닉의 해머가 강력한 일격을 내리꽂았다.

콰- 앙!

 

[공격을 반사합니다.]

 

10퍼센트의 확률에 따라서 터져주는 반사에 도미닉이 입에서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공격을 한 도미닉이 도리어 피해를 입고 쓰러져버리자 공략대의 모두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바, 반사라고? 미친… 말도 안 돼.”

와튼은 방금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반격과 반사.

특히 그중에서도 반사 스킬의 희소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략대원들 중 반사 스킬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모두가 얼어붙을 정도로 놀란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반격은 물리 공격, 반사는 마력 공격을 받아치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 도미닉이 물리 공격을 가하고도 역으로 반사를 당한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아예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새카만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무혁의 실드.

그걸 바라보는 공략대의 표정엔 공포심마저 담겨있었다.

놀라긴 무혁도 마찬가지였다.

‘마력 공격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타격조차도 반사를 한다는 거야?’

진심으로 미쳤다.

만약,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면 무혁은 성심, 성의를 다해서 말해줄 것이다.

X발! 개사기잖아- 라고!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질 않던가?

‘이래서 고작 10퍼센트였구나.’

실드의 반사 능력은 현재 10퍼센트다.

4등급 정마력임에도 불구하고 확률이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혁은 솔직히 실망을 했었다.

열 번 공격받으면 그중 한 번, 백 번으로 치자면 열 번 밖에 되지 않았으니 크게 의미가 없다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자신이 크게 착각을 한 것이었다.

능력이 너무 뛰어나기에 4등급의 정마력에도 불구하고 고작 10퍼센트밖에 확률을 넣어주지 않은 것이다.

‘하긴, 확률이 너무 높으면 실드만 둘러쳐도 다 죽는 거잖아.’

실드로 몸을 완전히 감싸고 있을 때 적들이 공격하게 되면, 실드가 그 공격을 반사하기 때문에 공격한 적들이 오히려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무혁은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인가 싶어 피식- 웃음마저 나왔다.

공격할수록 자신이 피해를 받는다면 어느 누가 자신 있게 공격을 하겠는가?

만에 하나라도 필살기를 날렸다가 반사를 당해버리면?

미치고 환장한 노릇일 것이다.

정마력 등급이 3등급으로 올라서면 확률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지만, 이 정도의 개사기급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생각보다 큰 기대를 가지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 될 것만 같았다.

“모두 걱정할 것 없다! 고작해야 알다시피 반사 능력은 확률성 스킬이다. 기껏 해 봐야 5퍼센트도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모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공격해!”

바짝 얼어붙어 있던 공략대를 수습하는 건 역시 대장인 알렉의 몫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혹시라도 대원들이 겁을 먹고 주춤할까 싶어서 알렉은 가장 먼저 무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5퍼센트라고? 10퍼센트인데?’

알렉의 예상보다 두 배나 높은 반사 확률에 무혁은 검푸른 빛으로 일렁거리는 그의 검 막기 위해 두 번째 실드를 펼쳤다.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실드에 알렉은 내심 긴장이 됐지만, 여기서 주춤거리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공략대의 전의를 꺾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그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희박한 반사 확률 따위 겁낼 것 같으냐! 여기서 네놈의 실드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증명하면 그 순간부터 주도권은 우리에게 넘어온다!’

실드를 깨부수면 이 싸움은 사실상 끝이라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상황은 알렉의 예상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카아앙-!

 

[공격을 반사합니다.]

   

“컥!”

도미닉에 이어서 알렉마저도 반사를 당해서 달려들 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갔다.

“대, 대장!”

공략대의 표정이 더욱더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도대체 반사 확률이 얼마나 되기에 두 번 연속으로 반사가 발동된 것인지 공략대로서는 예측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 섣부르게 공격을 펼칠 마음조차 생겨나지 않았다.

연속으로 터진 반사 능력에 무혁은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두 번이나 연속으로 반사가 되었으니 확률상 이제 열여덟 번은 공격을 반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쉽사리 움직이지도 못하는 공략대를 바라보며 무혁이 최대한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섭지? 내가 더 무섭게 해줄게.”

그리고 무혁의 후방으로 만들어지는 세 번째 실드.

“…미, 미친.”

일반적인 실드도 아닌, 반사 능력을 가진 실드를 세 개씩이나 만들어내는 무혁의 모습에 로크는 진심으로 이 싸움에서 빠지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최대한 스킬 사용을 자제하고 일반 공격만 해보자.”

나름 해결책이랍시고 와튼이 그렇게 말을 했지만, 공략대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상대는 얼음성까지 왔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였다.

그런 상대에게 스킬을 사용하지 말라는 건 이 싸움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하면 언제 반사를 당할지 모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략대원들이었다.

“마력 스킬로 대응해!”

리타오가 그렇게 말하며 라이트닝 스피어를 만들어냈다.

파지지지직-!

물 계열 마력 스킬이 전문인 리타오였지만,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마력 스킬들 중 파괴력으로만 놓고 본다면 라이트닝 스피어가 가장 강력했기에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꺼내들었다.

‘아무리 대단한 실드라 하더라도 4등급에 이른 라이트닝 스피어를 견딜 순 없을 거야!’

이 한 방으로 무혁의 전의를 꺾고, 공략대의 전의를 끌어 올리겠다는 리타오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흡수합니다.]

[실드, 스킬의 방어력이 10초 동안 10% 향상됩니다.]

 

회심의 일격으로 날린 라이트닝 스피어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실드에 흡수되더니 오히려 실드가 더욱더 강력해지고 말았다.

“아아아….”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버린 리타오만큼이나 공략대원들 또한 전의가 더욱더 꺾이고 말았다.

실드 하나만으로 완전히 주도권을 휘어잡은 무혁은 더 이상 공격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고 여겼다.

‘운이 좋아서 연속으로 반사와 흡수 능력이 터져준 걸 들키면 안 되니까. 전의가 꺾여 있는 지금 몰아치자!’

생각을 마친 무혁은 가장 먼저 라이트닝 스피어가 흡수되는 모습에 절망해버린 리타오를 향해 블랙 본 장검을 휘둘렀다.

검은 실선과도 같은 검기가 빠르게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리타오!”

와튼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리타오가 허겁지겁 워터 실드를 만들어냈다.

촤악-!

“꺅!”

당연히 막을 것이라고 믿었던 워터 실드가 너무나도 쉽게 갈라져버리며 검은 검기가 리타오의 어깨를 베어버렸다.

‘블랙 본의 위력도 강해졌다!’

그러고 보니 태양의 씨앗을 흡수해서 모든 능력이 크게 증폭했다는 알림이 있었다.

어떤 식으로 능력들이 증폭했는지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분명한 건 블랙 본의 위력이 한층 더 강력해졌다는 것만큼은 방금의 공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긴, 명색이 신물을 흡수했는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더욱더 자신감이 붙은 무혁은 한층 더 성장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크악!”

“아악!”

“마, 막아!”

제 마음껏 블랙 본 장검을 휘두르고, 각종 마력 스킬을 난사해대는 무혁의 모습에 연금술회의 공략대는 비명과 신음만 흘리며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명색이 연금술회에서 인정을 받아 얼음 구슬을 얻기 위해 파견된 공략대다.

그런 그들이 고작 한 사람을 상대로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보일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략대원들의 몸엔 크고 작은 상처가 늘어갔다.

“…빌어먹을!”

무혁의 공격을 막다가 뒤로 나가떨어진 넬은 오른쪽 허리와 허벅지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바라보다 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아붙였다.

현재 상황은 최악이다.

홀로 여러 명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무혁은 펄펄- 날았고, 반대로 공략대는 잔뜩 주눅이 들어서 오히려 제 실력을 100퍼센트 발휘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무혁의 주변으로 둘러쳐진 세 개의 실드가 문제였다.

강력한 공격을 가했을 경우 반사를 당해 알렉이나 도미닉처럼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공포심리가 공략대를 더욱더 주눅 들게 만들었고, 그것이 조금씩 목줄을 죄어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해봐야 무의미했다.

현재 상황에서 무혁을 쓰러트리는 건 어려웠으니, 남은 건 하나 밖에 없었다.

“이 개자식아!”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넬이 무혁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자신의 의도대로 무혁이 자신에게 집중하자 넬은 곧바로 자신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스킬, ‘렉스타의 유성비’를 준비했다.

“넬!”

로크가 놀란 눈으로 넬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온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그의 모습은 말린다고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젠장.”

와튼 또한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넬의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에 더욱더 참담한 심정일 수밖에 없었다.

“가야해.”

리타오가 냉정하게 말했다.

넬은 자신의 목숨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동료들에게 삶의 희망을 던져준 것이다.

무혁 또한 눈치라는 것이 없지 않았기에 대충 넬이 무엇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대단하네.”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동료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지는 넬의 행동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 빌어먹을 엿 같은 실드가 아무리 강해도 다 막아내지는 못할 거다!”

고함을 내지르며 넬이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하늘로 힘껏 내던졌다.

높이 치솟았던 넬의 검은 정점에서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커다란 크기의 검기를 정말 비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5초 동안 100발의 검기를 고정된 목표에게 집중시키는 공격.

자신을 향해 집중적으로 날아드는 검기의 모습을 보며 무혁은 허투루 대응할 수 없다 여겨 재빨리 세 개의 실드를 새롭게 전면으로 모조리 배치시켰다.

그리고 파이어 볼을 3개나 만들어 내서 미리 검기를 상대하도록 했고, 블랙 본 장검 또한 빠르게 휘둘러서 검기를 날려 보냈다.

콰아아아! 쾅쾅쾅쾅쾅!

퍼퍼퍼퍼퍼퍽!

허공에서 요란할 정도의 폭발이 이어졌다.

그사이 로크는 알렉을, 와튼은 도미닉을 각각 어깨에 짊어지고 빠른 속도로 얼음성을 빠져나기기 시작했다.

넬이 만들어준 소중한 도주 시간을 단 1초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렇게 멀어지는 동료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넬은 자신의 마지막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려는 듯한 무혁의 모습에 입매를 비틀며 웃었다.

“그 새끼… 무진장 세네.”

헬-라시온에 끌려와 7년을 아득바득 살아왔다.

온갖 모진 꼴을 당하고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이제야 좀 어깨 좀 펴게 되었는데 허무하게 죽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7년이 참 허탈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자신의 최후가 나름 멋졌다는 점이다.

동료를 위한 희생도 나쁘지 않았고, 자신보다 월등하게 강한 놈에게 죽게 되었으니 그 또한 개죽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혁의 실드를 부술 듯 두들겨대는 검기들 중 일부가 빠르게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넬은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저 괴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는데….’

퍼억! 퍼퍼퍽! 퍽퍽!

자신이 사용한 스킬에 최후를 맞이하며 넬은 그렇게 헬-라시온에서의 7년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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