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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68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8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8화

얼음 바위 산 (14)

 

톡톡-!

자신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두드려대는 넬의 모습에 무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 개자식아! 저리 꺼져! 넌 내가 해동만 되면 제일 먼저 머리통을 부숴버린다!’

정말로 자신을 깨부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혁은 어마어마한 공포심에 휩싸였다.

이대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었기에 제발 빨리 태양의 씨앗이든, 얼음의 결정이든 흡수가 끝나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이여! 제발! 제발!’

강한 상대와 싸우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두 눈 멀쩡하게 뜬 상태로 찍- 소리조차 내보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원통해서 무혁은 부디 그런 일만 일어나지 않기를 모든 신께 빌고 또 빌었다.

다행스럽게도 팀의 리더가 자신을 깨부숴버리네, 마네 하던 놈을 저지했다.

‘지옥불? 그건 또 뭔데?’

얼음 구슬로 인해 벌어진 냉동 상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말에 무혁은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

‘그래, 뭐가 됐든 제발 해동만 시켜 줘라! 지옥불인지 뭔지 당장 써보라고!’

무혁의 바람대로 알렉이 지옥불을 쓰겠다고 하니 공략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정면만 볼 수 있었기에 그들의 모습을 일일이 확인을 할 순 없지만, 뭔가 느슨했던 긴장감이 바짝- 조여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얼음성까지 왔다는 건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인정할 건 인정한다.

자신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이놈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더욱이 자신은 혼자고 이들은 여럿이니 싸움이 벌어지면 한순간도 방심을 해선 안 된다고 무혁은 경각심을 가졌다.

그리고 무혁이 기다리던 찰나, 알렉이 지옥불을 사용하려고 하는 그 순간.

 

[태양의 씨앗을 모두 흡수했습니다.]

[얼음의 결정을 모두 흡수했습니다.]

 

“지옥…!”

“대, 대장!”

얼음 구슬이 희미하게 빛을 뿌려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폭탄이라도 터진 것마냥 새하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또 하나.

무혁의 손에 들려 있던 모래 태양에서도 강렬한 빛이 토해졌다.

공략대가 얼음 구슬에만 집중하느라 모래 태양에 대한 관심은 두지 않았기에 그걸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양의 씨앗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이 크게 증폭됩니다.]

[얼음의 결정을 흡수하여 모든 방어력이 크게 증폭됩니다.]

[불을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불과 관련된 모든 능력이 최대치로 상승합니다.]

[얼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얼음과 관련된 모든 능력이 최대치로 상승합니다.]

 

정신없이 울리는 알림을 들으며 무혁은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무혁이 커다랗게 변화를 겪는 동안, 중앙홀뿐만 아니라 얼음성 전체를 집어 삼켰던 강렬했던 빛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빛의 터짐으로 인해 공략대 전체가 바짝- 긴장을 했다.

상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던 와중에 쩌저저저저저저저저-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 여왕과 무혁을 얼리고 있던 얼음들이 균열을 일으켰다.

“모두 뒤로 물러나!”

알렉은 재빨리 뒤로 대원들을 물리며 그 역시도 얼음 여왕과의 거리를 벌였다.

지금 상황에서 얼음이 깨진다는 건 얼음 여왕이 깨어난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제아무리 얼음 여왕이 대단하다고 한들, 1등급 지옥불이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여겼기에 알렉은 언제든 지옥불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얼음 전체로 빠르게 균열이 일더니 이윽고 조각이 나며 바닥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둑!

얼음 조각이 떨어지고 드디어 얼음 여왕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꿀꺽-!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키며 앞으로 벌어질 일전에 대한 긴장감을 바짝- 세웠다.

하지만, 얼음 속에서 완전히 해방된 얼음 여왕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툭- 뽀작!

“……!”

오히려 놀랍게도 얼음 여왕의 손에 쥐어져 있던 얼음 구슬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반으로 조각나버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얼음 여왕의 몸도 쩌저적- 균열이 가더니 조각조각 나서 허망하게 바닥으로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알렉뿐만 아니라, 대원들 모두 눈앞에서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충격적인 침묵을 깨트린 건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X발,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얼음 동상이 되어 있었던 무혁이었다.

“사, 살아 있었다고?”

넬이 경악한 표정으로 무혁을 바라봤다.

살아있는 상태로 얼음 동상이 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너!”

무혁은 검지로 넬을 정확하게 가리키고는 엄지로 자신의 목을 천천히 긋는 시늉을 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선사했던 넬에게 복수를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무혁은 손에 들린 모래 태양부터 살펴봤다.

빛을 잃은 전구마냥 손에 들려 있는 모래 태양에게서 더 이상의 뜨거움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모래 태양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니 푸스스스스스- 한 줌의 모래가 되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이걸로 모래 태양은 더 이상 헬-라시온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얼음 구슬 또한 마찬가지였다.

“뭔가 좀 허무하긴 하지만…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과정이 참 지랄 같기는 했지만, 애초에 원했던 목적을 모두 달성했기에 무혁의 표정은 홀가분해보였다.

“어디서 왔지? 우리는 연금술회 소속이다.”

얼음성까지 왔다는 건 그만한 실력과 배경이 뒷받침이 된다는 소리였기에 알렉은 그의 정체를 물으면서도 먼저 연금술회라는 걸 밝혀서 그가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 어떤 곳이라 하더라도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유일한 집단이 바로 연금술회였기에 알렉은 자신의 이러한 자신감이 상대에게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역시 연금술회였군.”

무혁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이곳을 공략한 거지? 아니, 그 전에 어디 소속이지?”

취조를 하는 듯한 알렉의 물음에 무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그렇게 물으면 누가 답을 하고 싶겠어?”

생각지 못했던 무혁의 대꾸에 알렉이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날을 세울 필요는 없었기에 알렉이 수긍한다는 듯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제법 예의를 차려서 상대가 기분나빠하지 않을 정도로 질문을 건넸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대답하기 싫은데.”

“…지금 나와 장난을 하자는 거냐?”

“산체로 얼음 동상이 됐다가 겨우 살아났는데 장난이나 치고 싶겠어?”

누가 봐도 놀리는 듯한 무혁의 태도에 알렉을 대신해서 넬이 앞으로 나섰다.

“이 새끼가 지금 상황파악이 안 돼? 우리가 누군지 몰라? 평생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칼 때문에 밤잠 설치고 싶어?”

그렇지 않아도 언제 손을 봐야 하나 생각하던 중에 알아서 나서주니 무혁으로서는 고마울 정도였다.

“연금술회가 얼마나 뻣뻣하고 더럽고, 비열한 집단인지는 나도 잘 알아. 그리고 말이야 상황 파악은 내가 아니라 니들이 해야지. 어디 보자 니들 하나, 둘, 셋… 여섯? 여섯 명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난 혼잔데?”

비웃음 가득한 무혁의 모습에 넬은 황당해서 기가 막혔다.

“지금 그딴 개소리를 나더러 믿으라고? 얼음 바위 산의 여섯 봉우리를 너 혼자 왔다고? 푸하하하하!”

헬-라시온 최고 실력자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얼음 바위 산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혼자서는 결코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허세.

누가 봐도 여럿을 홀로 상대해야 하는 무혁의 입장에서는 허세를 부릴 수밖에 없다고, 넬은 생각했다.

“안 믿으면 그만이고. 그보다도 나는 이제 슬슬 시작하려고 하는데 준비 됐어?”

어차피 무혁은 이들을 살려 보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소문이 나는 것을 막아야 했으니까.

거기에 상대가 연금술회라면 더욱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구름이가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깨끗하게 정리하자.’

생각을 마친 무혁의 눈이 매섭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넬부터 쓰러트리고, 그 다음은 누굴 공격해야 할지를 선택해서 움직일 동선을 미리 그려봤다.

그런데 알렉이 불쑥- 넬이 앞을 가로 막으며 끼어들었다.

“연금술회인 우리와 맞서겠다는 거냐?”

감당할 수 있겠냐는 알렉의 거만한 태도에 무혁은 피식- 웃어버렸다.

“지금까지 연금술회라고 명함부터 드밀면 너나 할 것 없이 한 발 물러났는데, 나 같은 놈 보니까 너무 신선해? 니들 말이야, 착각 하지 마. 사람들이 니들이 무섭고 두려워서 한 발 물러나 주는 거라고 생각해? 이런 말 아는지 모르겠네. 똥은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는 말.”

물론, 제법 큰 도움이 되는 똥인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무혁의 말에 알렉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얼음 여왕은 죽었고, 얼음 구슬 또한 사라졌다.

이 모든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관련자는 무혁이었기에 알렉은 그를 반드시 산체로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놈을 잡는다. 다만, 죽여선 안 된다. 숨만 붙어 있으면 되니까 모두 그렇게만 알도록.”

즉, 반 시체가 되어도 좋으니 목숨만 붙여놓으라는 뜻이었다.

알렉의 말이 끝나자 대원들이 빠른 속도로 무혁을 포위하듯 둥그렇게 감쌌다.

다른 때였다면 꽤나 긴장을 했을 무혁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어디 태양의 씨앗과 얼음의 결정을 흡수한 힘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볼까?’

가장 먼저 무혁은 파이어 볼부터 만들어봤다.

“파이어 볼.”

무혁의 머리 위로 파이어 볼이 만들어졌는데….

“헉!”

“마, 말도 안 돼!”

“미친!”

무혁이 만들어낸 파이어 볼을 바라보는 공략대의 표정이 결코 봐선 안 될 것을 본 사람들마냥 충격에 휩싸였다.

“이거… 너무 튀는데?”

기존의 파이어 볼보다 족히 열 배 가까이 커져버린 파이어 볼의 모습은 무혁조차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설마 다른 것도 이렇게 변했을까 싶어서 무혁은 윈드 스피어를 만들어봤다.

“이것도 좀 커지긴 했는데 파이어 볼처럼 무식할 정도로 커지진 않았네.”

그렇다 하더라도 윈드 스피어 역시 기존보다 두 배는 커져 있었다.

헬-라시온 최고의 마법사라 불리는 하이 랭커, 알프레도라면 가능할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무혁의 모습은 리타오가 알고 있던 알프레도와는 상당히 달랐다.

그리고 설령 알프레도라 하더라도 무혁처럼 무식하게 커다란 파이어 볼을 만들어 낼 것 같지도 않았다.

‘능력이 어떻게 변한 건지는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은 눈앞의 일부터 정리하는 게 순서라 여긴 무혁은 얼이 빠져 있는 공략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격을 감행했다.

파이어 볼을 뒤쪽으로 날리고, 윈드 스피어를 하나 더 만들어서 좌우로 보냈다.

그러고는 오른손에 블랙 본 장검을 만들어내고는 알렉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쾅- 쾅-!

파이어 볼의 위력은 일반적인 파이어 볼보다 몇 배는 더 강력했다.

윈드 스피어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도미닉과 와튼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사이 알렉은 블랙 본 장검을 크게 휘둘러오는 무혁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기 위해 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포위망을 뚫기 위해 발악하는 거로군!’

누가 봐도 무혁의 전문 분야는 마력 스킬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는 이 포위망을 뚫고 조금 더 유리하게 싸우려는 의도라고 알렉은 판단했다.

‘시도는 좋으나 상대가 틀렸… 크윽!’

상상도 못했던 충격에 알렉이 형편없이 옆으로 주르륵- 밀려나버렸다.

가까스로 하체가 무너지는 것을 버티지 못했다면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어야 했을 정도로 무혁이 휘두른 검은 위력적이었다.

알렉을 옆으로 치워버린 무혁은 놀란 표정의 넬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죽어라 이 개자식아!’

자신에게 극한의 공포 체험을 선물했던 넬을 무혁은 조금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머리통을 그대로 부숴버리겠다는 듯 무혁은 검이 일직선으로 쭉- 내밀었다.

퍼-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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