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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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7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7화
얼음 바위 산 (13)
길었던 여정 끝에 공략대는 얼음 바위 산의 여섯 번째 봉우리까지 도착했다.
공략대 인원 중 4명을 잃었고, 20기의 골렘까지도 모조리 완파되었지만 최종 목표인 얼음 구슬만 무사히 얻게 된다면 공략대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으으… 여긴 정말 엄청나게 추운데?”
이가 달달달- 떨릴 정도로 여섯 번째 봉우리의 추위는 그 어떤 곳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저길 봐!”
봉우리 정상에 세워져 있는 얼음성은 말 그대로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얼음성이라고 하더니… 진짜 저건 할 말을 잃게 만드네.”
꽝꽝- 얼어붙어 있는 얼음성을 바라보는 공략대의 얼굴엔 황당함이 가득했다.
“저놈들이 마지막 몬스터들인가?”
얼음성으로 향하는 봉우리 곳곳에 거대한 얼음 거인들이 얼어붙어 있었다.
대원들 중 어느 누구도 얼음 거인들이 저 상태로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서면 분명 움직이기 시작할 거다. 모두 바짝 긴장하도록 해라.”
더 이상은 대원을 잃을 수 없다는 듯 알렉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괜히 사소한 말장난이라도 했다가는 어떤 욕을 들어먹을지 알 수 없었기에 대원들 모두 입을 꾹- 다물고 미끄러운 빙판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기만 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얼음 거인들이 깨어나서 공격을 해올지 알 수 없었으니 최대한 조심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곧바로 움직일 수 있어야만 했다.
“이제 곧 움직일 테니까 조심해.”
알렉의 말에 대원들 또한 얼음 거인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으로 인해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100미터, 그리고 50미터, 다시 30미터까지.
“움직이는 거 맞는 걸까?”
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알렉은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얼음 거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다시 20미터, 그리고 10미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보통 이 정도로 접근을 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듯 도미닉이 그렇게 말을 꺼냈지만, 알렉이 손을 들어 입을 다물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급히 말을 멈췄다.
“모두 대기하도록.”
속삭이듯이 낮게 말을 하고 알렉이 얼음 거인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마지막에는 손끝으로 다리를 만졌음에도 얼음 거인은 미동조차 없었다.
“…어째서?”
얼음 거인은 마지막 여섯 번째 봉우리를 지켜야 할 몬스터가 분명했다.
얼음성으로 향하는 침입자들을 막아야 하는 것이 얼음 거인의 임무임이 확실해 보이는데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알렉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시 얼음 거인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치 꼭 얼어붙어 버린 것 같은….”
중얼거리던 알렉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얼음 거인인데 얼어붙었다는 게 무슨 말 장난 같은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얼음 거인은 꼼짝도 안할 것처럼 보였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알렉은 서둘러야 할 때라고 확신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얼음 거인이 꼼짝도 못하는 이 상황을 최대한 기회로 삼아 얼음성까지 향해야 할 것만 같았다.
“모두 전속력으로 얼음성까지 달린다!”
알렉의 외침에 대원들은 이유조차 묻지 않고 이미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하는 대장을 따라 우르르-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모르지만, 이거 행운이라고 해도 되는 거겠지?”
넬의 말에 로크와 와튼이 당연하지 않겠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다섯 번째 봉우리에서 워낙 고생을 해놓은 탓에 내심 여섯 번째 봉우리에 대한 걱정이 상당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사히 얼음성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정말 있는 힘을 다해서 내달렸다.
바닥이 온통 얼음판이라 굉장히 미끄러웠지만, 그 정도에 균형을 잃고 미끄러질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달려서야 공략대는 얼음성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원들 중 일부는 혹시라도 얼음 거인이 움직이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주시했고, 나머지 대원들은 얼음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대장! 아무래도 여기가 입구인 것 같은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얼음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단 하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입구가 엄청나게 두꺼운 얼음벽으로 막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황당하네? 입구를 이렇게 막아놓으면 어쩌라는 거야?”
“이 안에 얼음 여왕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걔는 어떻게 나온데? 설마 안 나오고 성 안에서 평생을 사는 건가?”
“얼음 여왕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얼음성을 지켜야 하는 몬스터나 다름없잖아? 우리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안 되지.”
와튼의 말에 넬이 그런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길 뚫는다.”
알렉은 길게 생각할 것 없다는 듯 두꺼운 얼음벽을 뚫기로 결정했다.
얼음성으로 들어가야 얼음 여왕을 만나고, 얼음 구슬을 구할 것 아닌가?
이 또한 얼음성으로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거 상당히 오래 걸리겠는데?”
로크가 냉기가 흐르는 얼음벽을 툭툭-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저 얼음 거인들하고 싸우는 것보다는 낫지! 비켜 봐!”
넬이 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대검을 들고 얼음벽 앞에 섰다.
“으라아아앗-!”
있는 힘을 다해서 대검을 휘두르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벽의 표면에 커다란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거 엄청 단단하네.”
얼음벽이 얼마나 단단하던지, 넬은 손목이 얼얼할 정도였다.
“넬! 뒤로 물러나! 워터 피스트!”
리타오가 만들어 낸 주먹 형상을 한 물 덩어리가 강력하게 얼음벽을 후려쳤다.
그 뒤를 이어서 도미닉은 거대한 해머를 휘둘렀고, 로크와 와튼 역시 얼음벽을 깨부수기 위해 자신의 무기를 휘둘러댔다.
#
콰앙-!
‘뭐, 뭐야?’
외부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폭음에 무혁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확신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자신은 꼼짝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씩 무혁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젠장! 이 망할 것들은 언제 흡수가 끝나는 거야!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데!’
정확한 날짜를 알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10일 이상은 지난 것이 확실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두 배는 족히 더 시간이 흘렀을지도 몰랐기에 무혁은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 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미칠 것만 같았다.
‘얼음 거인인가?’
지금 상황에서 얼음성 외부를 두들겨댈 수 있는 존재는 얼음 거인이 유일했다.
‘얼음 여왕이 활동을 중지하면 얼음 거인이 임의적으로 얼음성으로 들어와 상황을 살피도록 되어 있는 건가?’
어쩌면 그런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무혁은 지레짐작을 해봤다.
그리고 그 짐작의 마지막은 얼음 거인이 냉동 상태에 빠진 무혁을 발견하곤 그대로 주먹을 날려 산산조각 내는 비극적인 엔딩이었다.
자신의 몸이 얼음 조각마냥 조각조각- 나서 부서지는 상상을 하니 더욱더 마음이 다급해졌다.
‘X발! 빨리 좀 흡수해라! 제발 좀 빨리!’
이전까지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느긋했던 무혁이었지만, 외부의 상황이 변했기에 더 이상 느긋할 수가 없었다.
온갖 상상이 무혁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동안에도 외부의 충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 새끼들은 지치지도 않는 건가! 적당히 하다가 안 된다 싶으면 그냥 돌아갈 줄도 알아야지! 제발 그냥 돌아가라!’
무혁의 간절한 바람과 다르게 외부 충격은 계속됐고, 한참만에야 무언가가 깨어지는 소리가 얼음성 내부까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환호성.
“깨졌다! 됐어! 뚫었다!”
이건 분명 사람의 말소리였다.
무혁은 자신이 생각했던 얼음 거인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나 말고도 얼음 바위 산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고? 누구? 설마?’
가장 먼저 무혁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건 역시나 연금술회였다.
신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고 한다는 섭허룬의 말을 들었기에 자연스럽게 연금술회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으아-! 여긴 진짜 완전 너무 춥잖아? 발가벗고 냉동실에 들어온 기분이야!”
얼음성 안으로 발을 들인 넬은 그렇게 외치며 몸을 움츠렸다.
이제 추위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얼음성 내부는 그런 넬의 생각이 가소롭다는 듯 차원이 다른 냉기를 뿌려대고 있었다.
“어? 그런데 저건 뭐지?”
로크가 얼음성 중앙홀을 가리켰다.
“얼음 동상처럼 보이는데?”
와튼의 말처럼 누가 봐도 얼음 동상처럼 보였다.
“얼음 여왕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건가? 그런데 그 앞에 있는 건 뭘 뜻하는 거지?”
넬이 그것도 모르냐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보면 몰라? 얼음 여왕에게 덤볐다가 얼음으로 변해버리는 뭐 우리 같은 놈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 아니겠어? 한 마디로 까불지 말고 꺼져라- 뭐 이런 거지. 그렇게 보이지 않아?”
“그런가?”
로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넬이 그렇게 궁금하면 가서 직접 확인하면 되지 않겠냐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캬- 제법 꽤나 그럴싸하게 만들었네?”
뒷모습부터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거 살아있는 사람을 그대로 얼렸다고 해도 믿겠다.”
넬은 무혁의 뒷모습을 이리저리 확인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사이 다른 대원들도 하나, 둘 동상의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하기 위해 다가왔다.
“우와! 앞모습 좀 봐! 이건 마치… 진짜 사람 같은데?”
무혁의 얼굴을 확인한 넬이 깜짝- 놀라서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이리들 와봐! 이거 진짜 사람 아냐?”
넬의 황급한 외침에 다른 이들도 무혁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졸지에 동물원 원숭이마냥 구경거리가 된 무혁은 그나마 자신의 표정 변화를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눈동자도 제대로 굴릴 수가 없으니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진짜가 맞나- 싶을 수밖에 없었다.
“얼음 구슬?”
모두가 무혁을 구경하는 동안, 알렉은 얼음 구슬을 정확하게 알아봤다.
얼음 여왕의 손에 쥐어져 있는 얼음 구슬의 모양은 알렉이 미리 기억하고 있던 것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저게 얼음 구슬이라고? 그럼 설마….”
정말 얼음 구슬이 맞는다면, 지금 자신들이 보고 있는 이 얼음 동상들도 실체가 분명했다.
얼음 여왕과 그런 그를 쓰러트리기 위해 얼음성을 쳐들어온 낯선 인간.
“맙소사…!”
공략대는 자신들보다 먼저 얼음성에 들어선 인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자식 누구야? 왜 혼자만 이러고 있는 거지? 다른 놈들은 다 죽어버린 건가?”
넬이 무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당연하지 않겠어? 혼자서 여기까지 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그건 그렇지.”
로크의 말에 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자식도 결국은 이 꼴로 죽은 거군.”
쯧쯧- 혀를 차는 넬은 무혁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그냥 깔끔하게 부숴버릴까? 내가 이 꼴로 평생 남아서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하니… 으으! 끔찍하네! 차라리 깨끗하게 부숴지는 게 나을 것 같아.”
넬의 입장에서야 무혁을 위한답시고 한 말이었지만, 그의 말을 모두 들을 수 있는 무혁으로서는 환장할 말이었다.
톡톡-!
넬이 손가락으로 무혁의 이마를 두드렸다.
어떠한 감각도 없었지만, 무혁은 어마어마한 공포심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넬은 무혁의 손에 들려 있는 모래 태양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툭툭!
모래 태양의 주변을 주먹으로 쳐보는 넬의 모습에 알렉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넬! 함부로 움직이지 마!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놈이 아니라 얼음 구슬이라는 걸 잊지 마! 얼음 구슬부터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다!”
알렉의 경고에 넬도 더 이상은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얼음 구슬은 어떻게 확보해야 합니까? 이 두꺼운 얼음 속에 단단히 감싸여 있는 걸로 봐선 얼음부터 깨야 할 것 같은데….”
도미닉의 말에 알렉이 그게 무슨 걱정이냐는 듯 곧바로 말했다.
“어차피 얼음 구슬은 어느 누구도 직접적으로 만질 수가 없다. 하지만, 지옥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리고 지옥불이면 이깟 얼음 따위 모조리 녹아버릴 것이니 그 또한 문제 될 것 없지.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거라면 얼음 여왕인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얼음 여왕이 자신까지 얼려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지옥불로 인해 얼음이 녹아버리면 그녀까지 함께 깨어나지 않을까 알렉은 그 점이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그래도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잠깐 동안 고민을 하던 알렉은 이윽고 지옥불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 전에 얼음 여왕이 깨어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두고 대원들로 하여금 철저하게 준비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혹시라도 얼음 여왕이 조금이라도 깨어날 낌새가 보이면 주저하지 말고 모든 공격을 퍼붓도록 한 것이다.
대원들이 준비를 마치자 알렉이 남은 하나의 지옥불을 담아 둔 스킬 링을 가슴 앞으로 내밀었다.
“지옥…!”
“대, 대장!”
도미닉의 다급한 외침이 아니더라도 알렉 역시 얼음 구슬이 희미하게 하얀 빛을 뿌려대기 시작하는 모습에 잔뜩 긴장해서 입을 다물었다.
희미하던 빛은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번- 쩍!
얼음성 내부를 모두 뒤덮고도 남을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