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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65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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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5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5화

얼음 바위 산 (11)

 

“저, 저기 지금 나만 추운 거 아니지?”

넬이 한층 더 진해진 입김을 뿜어내며 자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지금 여기서 춥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다 추워!”

도미닉이 신경질적으로 화를 냈다.

그렇지 않아도 추워 죽겠는데 넬이 헛소리나 찍찍- 해댄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까부터 갑자기 더 추워진 거 아니냐고… 나만 그런 거야? 아까는 그래도 좀 버틸 만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견디기가 쉽지 않아서 말이야. 내 몸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말을 하는 넬의 표정은 정말 심각해보였다.

“넬, 네 말처럼 아까부터 갑작스럽게 기온이 더 떨어졌어. 네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야.”

리타오의 말이라면 확실했다.

마력 스킬, 그것도 물 계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그녀는 기온의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말을 꺼내볼까 고민하다가, 봉우리 중간 정도까지 진입했기에 추위의 강도가 더 강해진 것인가 싶어 입을 다물고 있던 중이었다.

“그, 그렇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지? 아, 알렉!”

넬이 간절한 표정으로 알렉을 바라봤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얼굴로 정상을 향해 걸어가던 알렉은 넬의 간절한 눈빛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대원들의 표정을 하나, 하나 살펴보니 대부분 넬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잘 참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

리타오의 말처럼 갑자기 더 추워졌기에 알렉은 대원들에게 더 이상 참고 견디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공략대의 대장인 알렉의 가장 큰 역할은 빠른 상황 판단과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대원들 중 자칫 누구 하나라도 이상 증세를 보인다면 남아 있는 봉우리를 공략하는데 더 큰 손해였으니 어차피 사용하라고 받아온 물건, 지금이 그걸 사용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그전에 알렉은 켄델과 모와이를 바라봤다.

“파이어 볼의 화력을 더 높이는 건 불가능 한 거겠지?”

공략대 주변으로 파이어 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켄델과 모와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있었다면 벌써 그랬어, 대장. 그리고 리타오의 말처럼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파이어 볼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지기도 했고.”

지금까지 억지로 견디고 있었다는 듯, 실제로 켄델과 모와이의 표정은 상당히 피로해보였다. 그만큼 일행들의 체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파이어 볼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좀 쉬어.”

알렉의 허락이 떨어지자 켄델과 모와이가 살았다는 표정으로 재빨리 파이어 볼을 없애버렸다.

휘이이이잉-!

공교롭게도 파이어 볼이 없어지기가 무섭게 칼바람이 몰아쳤다.

“으으으!”

덜덜덜-!

너 나 할 것 없이 공략대 대원들 대부분이 몸을 떨고 있었다.

방수 기능이 뛰어난 방한복을 입고 있었지만, 쉬지 않고 내리는 빗물 때문에 옷의 일부가 젖어 있었다.

젖은 부위로 파고드는 칼바람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대원들은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마저 들었다.

지금까지 켄델과 모와이는 6개의 파이어 볼을 주변에 만들어서 유지해 왔다.

불덩어리 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은근히 그걸 불만스럽게 여기며, 폄하했던 몇몇 대원들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깨닫고는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알렉!”

넬이 빨리 좀 어떻게 해달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그깟 추위가 뭐가 두렵냐고 소리쳤던 넬의 모습이 떠오른 알렉은 피식- 웃음을 짓고는 그의 요구대로 이 추위를 단박에 물리칠 비장의 카드를 써먹기로 했다.

알렉은 왼 주먹을 자신의 머리 위로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지옥불 해제!”

외침이 끝나자 곧바로 그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스킬 링이 깨져버렸다.

푸화아아아아아악-!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하나였던 거대한 불기둥은 알렉의 의지대로 8개로 조각이 나서 공략대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기 시작했다.

“후하-! 이제야 살 것 같네!”

가장 먼저 넬이 불그스름하게 변한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는데,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1등급 지옥불이라 이거지? 캬하- 정말 대단하다니까!”

연금술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포션과 같은 물약만 만들어 내는 게 연금술이 아니다.

연금술이라 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만들려고 했던 허무맹랑한 기술 정도로만 여긴다.

실제로 구리와 납 따위의 것들을 금이나 은으로 탈바꿈시키려고 했으니 오죽했으면 돌을 황금으로 만드는 사기술이라고 폄하하고, 이를 이단이라고까지 칭하는 이들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연금술을 마냥 허황된 꿈이나 사기라 칭하진 않는다.

고대 이집트의 야금술과 그리스 철학의 원소 이론이 결합된 연금술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과학자들이 꽤나 큰 관심을 쏟았던 분야였고, 실제로 연금술에서 사용되었던 행위들이 과학 기술에 엄청난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금술에 심취했던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인류의 천재 과학자 중 한 명인 아이작 뉴턴을 꼽을 수 있는데, 그가 나라에서까지 금지했던 연금술에 심취했다는 건 굉장히 유명한 일이다.

케일테자만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연금술을 통해 인류에 지대하게 공헌을 했던 과학자, 뉴턴과 같은 길을 걷고자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초기의 의도가 변질되어 사이코가 되었다는 게 뉴턴과 다를 뿐이다.

어쨌든 케일테자만은 연금술이야 말로 모든 과학 기술의 총체이자, 신의 창조 능력을 인간이 모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다.

실제로도 케일테자만의 연구로 인해 만들어진 1등급 지옥불은 헬-라시온의 그 어떤 화염 계열 스킬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후우-! 이젠 뜨거울 정도네.”

넬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 땀방울을 닦아냈다.

“뜨겁다면 한쪽은 통풍을 시키면 되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렉은 공략대 주변을 끊임없이 돌던 8개의 불기둥 조각을 임의적으로 고정시켜서 한기가 통하도록 만들었다.

그 모습에 넬뿐만 아니라, 1등급 지옥불을 처음 보는 모든 대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대장, 이거 모형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켄델의 물음에 알렉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

“끝내주네. 이런 스킬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부러울 게 없을 텐데!”

켄델은 1등급 지옥불을 바라보며 탐욕을 드러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만 아쉽게도 스킬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럼 이렇게라도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

넬의 물음에 알렉이 헛소리 말라는 듯 혀를 찼다.

“스킬 링에 저장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다크 스톤(黑魔石)이 몇 개나 필요한지 알면 함부로 사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깨끗하게 사라질 거다.”

“아! 맞다. 다크 스톤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넬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1등급 지옥불에 대한 욕심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자, 적당히 휴식도 했으니까 이제부터는 속도 좀 내겠다. 정상에 도달하려면 대략 7일 정도 걸릴 것 같지만, 우리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다크 스톤으로는 딱 3일 이내에 정상까지 올라야만 한다.”

3일이라는 소리에 대원들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추위에 맞서던가.”

알렉의 말에 대원들은 입을 꾹- 다물며 정상을 바라봤다.

“쳐다보고 있을 시간이 어딨어? 빨리 움직여야지!”

넬은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듯 모두를 재촉했다.

 

#

 

무혁은 얼음 바위 산에 와서 가장 황당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살아 있는 상태로 냉동인간이 되어버리다니!

무혁은 자신의 눈앞에서 마찬가지로 냉동 상태가 되어버린 엘사르노 3세를 바라봤다.

눈동자조차 굴릴 수가 없었지만, 자신의 정면에 서 있었기에 쳐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운 엘사르노 3세를 똑바로 노려볼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냉동인간이 된 상태로 무혁은 머리를 굴려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차단 스킬의 등급이 올라서 냉동 상태가 풀리길 기다리는 것뿐인가?’

하지만, 어느 세월에?

스킬 정보를 확인을 할 수 없었기에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얼마나 올라가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설령, 차단 스킬 등급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과연 냉동상태가 풀릴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황이었다.

막연하게 차단 스킬 등급이 오르면 이 상황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 할 뿐.

‘저 미친 사이코년 때문에 완전 X됐네! 젠장! 빌어먹을! X발!’

무혁은 멀쩡한 사람을 살아 있는 상태로 냉동시켜 버린 엘사르노 3세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욕이란 욕은 다 퍼부었다.

그러나 아무리 욕을 하고, 저주를 퍼부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무혁도 서서히 지쳐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설마… 이대로 그냥 지쳐서 죽는 건 아니겠지?’

무혁은 정말 그런 죽음이 자신의 운명이라면 이보다 더 황당하고 비참하면서도 참담한 죽음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냐, 이렇게 허무하고도 쓸쓸하게 죽을 리가 없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혁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통통이는 어떻게 된 거지? 통통아! 통통아!’

뒤늦게 통통이를 떠올린 무혁이 마음속으로나마 수차례 불러봤지만, 역시 꽝꽝- 얼어붙은 가죽 주머니를 뚫고 통통이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죽지는 않았겠지?’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통통이의 존재가 워낙 특이했기에 자신도 살아있는 상황에서 통통이가 죽었을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안되겠다. 차라리 잠이라도 자자.’

눈을 감… 고 싶지만, 두 눈이 부릅떠진 상태로 냉동이 되어버린 무혁이었기에 눈조차 감을 수가 없었다.

그냥 눈 뜨고 자자며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했지만.

‘…니미럴.’

멀쩡한 정신 상태에서 눈을 뜨고 잔다는 건 역시나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결국, 무혁은 두 눈을 뜬 상태로 엘사르노 3세만을 바라봐야 했다.

덕분에 제풀에 지쳐 수그러들었던 증오와 원망이 다시금 불처럼 들끓어 올랐다.

‘이런 XXXXXXXXXXXX!’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무혁은 그가 아는 모든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

 

케일테자만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알렉은 누구보다 열심히 대원들을 이끌고 얼음 바위 산을 공략해나갔다.

첫 번째 봉우리를 8일 만에 정복했고, 두 번째 봉우리는 11일 만에 정복해냈다.

1등급 지옥불을 사용해서 4일을 앞당긴 것은 정말 눈물겨운 노력과 근성의 승리라 부를 만했다.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봉우리에서는 20기의 골렘 중 5기가 완파되었으나, 대원들 중 어느 한 사람 큰 부상을 입지 않고 예상했던 10일 만에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여긴 어쩌라는 거지?”

네 번째 봉우리, 거대한 빙벽 앞에 마주 선 연금술회의 공략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추측조차 할 수 없는 빙벽을 올라가야 한다니.

“도대체 알루카가 몇 마리인 거야?”

“높아질수록 춥겠지?”

대원들의 입에서 걱정스러운 말들이 하나, 둘 튀어나왔다.

마음만 같아서는 포기하고 당장이라도 이 추운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어느 한 사람 돌아가자는 말보다는 빙벽을 오를 준비를 했다.

마오, 와튼, 로크는 공간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등 뒤로 둘러맸고, 넬은 가느다란 철사와도 같은 것을 손목에 칭칭- 감았으며, 도미닉은 허리춤에 손가락 마디만한 크기의 단검들을 주렁주렁- 매달기 시작했다.

빙벽을 오르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될 알루카를 쓰러트릴 준비를 마치자 알렉이 가장 먼저 빙벽을 오르며 네 번째 봉우리 정복을 시작했다.

그 시각, 여섯 번째 봉우리의 얼음성에서 냉동인간이 된 무혁은 머릿속으로 알림이 울렸다.

 

[모래 태양의 적응력이 최대치까지 상승합니다.]

[얼음 구슬의 적응력이 최대치까지 상승합니다.]

 

‘…으응?’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눈을 뜨고 자는 일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무혁은 갑작스런 알림에 정신을 차렸다.

‘뭐가 어떻다고?’

흐릿한 정신으로 인해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태양의 씨앗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얼음의 결정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무, 무슨… 커허억!’

온몸을 태워 버릴 것만 같은 뜨거움과 반대로 얼려 버릴 것만 같은 차가움이 무혁의 몸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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