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63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3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3화
얼음 바위 산 (9)
슈- 악!
몸통이 갈라졌던 눈의 거인이 다시 원상 복구되는 모습에 무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눈의 거인은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둔했다.
무혁의 입장에서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릿느릿한 움직임에 별 것 아니라고 여겨 자신 있게 블랙 본 장검을 들고 맞서 싸웠다.
아니나 다를까, 걸음걸이만큼이나 느릿한 주먹을 휘두르는 눈의 거인은 오히려 빠른 움직임이 가능한 얼음 병사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으로 크기만 한 느림보일 뿐이었다.
이 정도로 형편없는 눈의 거인이라면 그 수가 얼마든 쉽게 해치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전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무혁은 생각을 돌려야만 했다.
“반격!”
콰아아앙!
주먹을 휘두르는 눈의 거인의 공격 타이밍에 정확하게 맞춘 반격 스킬.
거대한 몸통이 폭발이라도 하듯 사방으로 눈발이 휘날렸다.
처참하게 터져 나간 상체만 본다면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영원불멸의 존재마냥 눈의 거인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잔뜩 깔려 있는 눈들이 빠른 속도로 터져 나간 상체에 달라붙은 것이다.
어떠한 공격을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블랙 본 장검이 아닌 마력 스킬 공격을 해도 소용없었다.
눈과 상극일 것 같아 파이어 볼을 날려도 봤고, 라이트닝 볼이나 워터 볼 등 온갖 스킬을 구사해도 눈의 거인은 계속해서 되살아났다.
그렇게 다시 본래의 몸으로 돌아온 눈의 거인이 무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느려터진 주먹질이었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했다.
콰앙-!
무혁이 만들어 놓은 실드가 깨져버릴 정도로 크게 흔들렸다.
“파이어 볼!”
이글거리는 불의 구체가 눈의 거인 가슴팍 정중앙을 강타했다.
이어서 무혁은 좌측에서 접근을 해오던 눈의 거인을 향해 몸을 띄워 블랙 본 장검을 힘껏 휘둘렀다.
서걱- 소리가 난 뒤 머리통이 몸통과 분리되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아 바닥에 처박혔다.
“허공 도약!”
허공에서 한 차례 몸을 틀어 우측으로 훌쩍- 뛴 무혁은 한 손으로는 워터 볼을 날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블랙 본 장검을 휘둘러 또 다른 눈의 거인을 크게 베어 버렸다.
순식간에 무혁이 눈의 거인 넷을 쓰러트렸지만,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그들은 다시금 바닥에 잔뜩 쌓여 있는 눈을 끌어다가 새롭게 신체를 재구성해 버렸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놈들과 싸우는 건 무의미하다.
무혁은 더 이상 눈의 거인을 상대로 싸우길 포기해 버렸다.
이건 싸워서 이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눈의 거인들은 눈속임용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얼음성을 깼던 이들은 어떻게 눈의 거인을 쓰러트렸을까?
답은 뻔했다.
눈의 거인은 피했을 것이다.
눈의 거인 크기는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 점을 일찍이 파악했다면 어떻게든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을 것이다.
어떻게든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면 굳이 눈의 거인과 싸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어차피 저 성안에 틀어박혀 있는 여왕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이건 끝나지 않을 싸움이야.”
얼음 바위 산의 최종 보스는 여왕이지, 눈의 거인이 아니다.
물론, 다른 이들과 다르게 무혁은 마음만 먹으면 눈의 거인을 모조리 쓰러트릴 수도 있다.
모래 태양을 쓰면 된다.
하지만, 무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모래 태양의 존재를 여왕에게 미리 알려줘서 또 다른 변수를 만들 필요가 없었으니까.
피할 수 있는데 구태여 모래 태양이라는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상대에게 선보일 필요는 없으니 눈의 거인은 피해버리면 된다.
생각을 마친 무혁은 얼음성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좌우와 뒤에서 달려드는 눈의 거인은 철저하게 무시했고, 앞에서 알짱거리는 놈들만 상대했다.
빠른 속도로 무혁이 얼음성을 향해 달려 나가자 여왕이 외쳤다.
- 어림없다!
여왕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강력한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뼛속까지 차디차게 얼려 버릴 것만 같은 냉기를 차단 스킬이 막아내는 동안.
“완전 얼음판이 되어버렸네.”
한순간에 눈밭을 빙판으로, 눈의 거인을 얼음 거인으로 만들어 버린 여왕의 능력에 무혁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얼음 거인들의 움직임도 완전히 달라졌다.
무혁을 노리고 빙판 위를 빠르게 미끄러지며 이동했다.
“얼음이라면 더 쉽지.”
얼음은 깨트리고, 산산이 조각내면 된다.
눈처럼 다시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무혁은 구태여 얼음 거인들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슈아아아- 눈의 거인이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속도로 주먹을 내지르는 얼음 거인의 공격을 마중 나가며 무혁이 짧게 외쳤다.
“반격!”
콰자자자자자작!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진 무혁의 반격에 사방으로 얼음 조각이 폭발하듯 흩어졌다.
단 한 번의 반격 스킬로 얼음 거인의 몸 절반이 부서져버렸다.
상대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더 큰 힘을 발휘하는 반격 스킬이다.
얼음 거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이 한 번의 반격으로 충분히 짐작이 갔다.
얼음 거인은 얼음 병사와 비슷한 형태로 빙판 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수천의 얼음 병사들과 싸웠던 무혁이었기에 그들의 이동 방식과 공격 패턴이 머릿속에 훤했다.
얼음 거인은 그저 크기만 클 뿐, 무혁에게는 더 이상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혁에게는 더욱더 기쁜 소식과 얼음 거인에게는 불행한 소식이 이어졌다.
[반격, 스킬의 등급이 5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이제 150퍼센트라 이거지?”
스킬 등급이 5등급으로 올라가면서 반격에 성공했을 때의 피해량이 더욱더 증가했다.
무혁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고 얼음 거인을 향해 먼저 달려들었다.
#
“믿어지지 않는구나.”
커다란 수정구를 통해 얼음성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는 순백의 미녀, 엘사르노 3세.
그녀가 바로 얼음 바위 산의 주인이자, 이 왕국의 여왕이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에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외모는 극상의 아름다움을 자랑했지만, 감정이라고는 단 한 점도 느껴볼 수 없는 얼굴 표정은 마치 인형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엘사르노 3세가 바라보고 있는 수정구 안에서는 무혁이 얼음 거인들을 무참하게 쓰러트리고 있었다.
뛰어난 검술과 마력 스킬을 조화롭게 사용하며 얼음 거인들을 말 그대로 농락하다시피 상대하고 있는 무혁의 전투 능력은 엘사르노 3세를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금까지 이곳 얼음성을 침입한 이들 중 가히 최고의 실력자라 부를만했다.
그럼에도 엘사르노 3세의 표정엔 한 줌의 걱정이나, 긴장도 없었다.
다만.
“어째서 냉기에 몸이 둔화되지 않는 거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무혁의 몸놀림으로 봤을 때, 냉기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있음이 분명했다.
다른 침입자들이 냉기로 인해 제 실력의 절반도 제대로 보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것도 견딜 수 있을까?”
엘사르노 3세가 허공에 손을 뻗자, 얼음성 가장 높은 천장에 박혀 있던 유리구슬처럼 생긴 구체가 뽑혀져 나왔다.
쩌저저저저- 유리구슬을 손에 들자 엘사르노 3세의 몸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완벽한 얼음 여왕의 형태를 갖춘 엘사르노 3세는 자신의 몸속 깊은 곳까지 충만하게 차오른 냉기에 만족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리라.”
고오오오오오오오-!
엘사르노 3세를 중심으로 공기마저 얼려 버릴 것만 같은 냉기가 휘몰아치며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
정신없이 얼음 거인들을 깨부수던 무혁은 어느 순간부터 눈이 시리다는 기분이 들었다.
“피부도 좀 따끔거리는 것 같고.”
호흡을 할 때마다 토해져 나오는 입김도 확실히 진해져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무혁의 손가락 끝에 얼음 조각이 끼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강력한 냉기에 신체 능력이 저하됩니다.]
[강력한 냉기의 영향으로 체력, 근력, 순발력, 지구력의 등급이 한 단계 하락합니다.]
[강력한 냉기의 영향으로 마력 스킬을 제외한 모든 스킬의 위력이 한 단계 하락합니다.]
[지속적으로 냉기에 노출 될 경우 신체 일부가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무혁은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알림들에 거대한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차단 스킬로도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지금도 차단 스킬은 열심히 내부 저항을 하고 있었다.
다른 때보다도 숙련도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었지만, 중요한 건 현재 차단 스킬로도 무혁의 능력이 저하되는 걸 막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 말의 뜻은 간단했다.
차단 스킬 등급보다 냉기가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다.
무혁은 움직임도 확실하게 느려졌고, 무엇보다도 눈이 얼마나 시린지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이 다시 얼어붙으니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오픈!”
이제는 변수고 나발이고 모래 태양으로 냉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화아아아아악-!
모래 태양을 손에 쥐자 곧바로 그 효과가 나타났다.
[신체 능력이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차갑던 몸의 체온도 빠른 속도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혁은 차단 스킬로도 저항할 수 없었던 냉기를 발산하고 있는 얼음성을 바라봤다.
“이런 미친 상황을 극복했다고?”
모래 태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냉기를 극복했던 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걸까?
무혁은 자신보다 앞서 얼음 여왕을 쓰러트렸던 괴물들을 생각하며 얼음성을 향해 걸었다.
이미 모래 태양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얼음 거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기에 얼음성으로 향하는 무혁의 뒷모습을 그저 맥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차단 스킬 숙련가 장난 아닌데?”
손에 쥔 모래 태양의 열기와 외부에서 밀고 들어오는 냉기로 인해 무혁은 과거 피 무지개 숲에서 무지개 위로 올라갔을 때와 비슷한 속도로 차단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고 있었다.
어느덧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90퍼센트에 도달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느긋하게 차단 스킬 등급이나 올리고 가야겠네.”
동네 뒷산에 산보라도 온 듯 무혁은 여유롭게 얼음성으로 향했다.
얼음성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냉기의 위력도 강력해졌지만, 모래 태양을 손에 쥐고 있는 이상 두 번 다시 냉기에 신체 능력이 손상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외부의 냉기로 인해 모래 태양의 열기가 더욱더 강해졌다.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네.”
열기와 냉기를 직접적으로 받아야만 하는 무혁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렇게 무혁의 표정이 일그러질수록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가파르게 올랐다.
그렇게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차단, 스킬의 등급이 3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차단 스킬의 등급이 3등급으로 올라섰다.
그와 동시에 무혁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었던 통증들을 깨끗하게 지워버릴 수 있었다.
“모래 태양도 더 이상 많이 뜨겁지도 않네.”
손이 익어버릴 정도였던 모래 태양이 이제는 핫팩을 손에 쥔 것마냥 ‘꽤 뜨거운데?’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4등급과 3등급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느껴질 줄이야.
혹시나 싶어서 무혁은 모래 태양을 공간 주머니에 넣어봤다.
[차단, 스킬이 내부 저항을 시작합니다.]
[차단,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무혁의 몸을 집어 삼킬 기세로 냉기가 밀려들었지만, 신체 능력이 저하될 정도는 아니었다.
“한겨울에 등교하는 기분이네.”
무혁은 가볍게 양팔을 비비며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차단 스킬의 숙련도를 확인했다.
“한참 걸리겠다.”
등급이 올라가면서 숙련도가 올라가는 속도 역시 굉장히 느려져 있었다.
훨씬 더 강한 자극이 없는 이상 차단 스킬의 숙련도를 빠른 속도로 올리기란 어려울 것만 같았다.
“어디 여왕님 얼굴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한 번 볼까?”
더 이상 차단 스킬의 숙련도를 올릴 필요도 없었으니 무혁은 빠르게 얼음성을 향해 내달렸다.
모래 태양을 공간 주머니에 넣었지만, 주변 얼음들이 상당부분 녹아버렸기에 얼음 거인들은 여전히 무혁의 주변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얼음 거인들은 자신들의 여왕이 머물고 있는 얼음성으로 향하는 무혁을 바라봐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