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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62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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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2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62화

얼음 바위 산 (8)

 

얼음 바위 산, 다섯 번째 봉우리 정상에 올라선 무혁은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후우우….”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긴 숨과 함께 하얀 담배 연기가 구름처럼 뿜어져 나왔다.

정상에 걸터앉은 무혁은 자신이 올라온 길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전쟁터가 따로 없네. 푸흐흐흐흐!”

폐허, 폐허, 폐허!

모든 곳이 철저하게 짓밟히고, 파괴되어 있었다.

다섯 번째 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해서 무혁은 무려 10일 동안이나 싸워야 했다.

그 기간 동안 얼음 병사를 수천이 넘도록 부쉈고, 얼음 나무 역시 얼마나 많은 수를 파괴시켰는지 모른다.

그리고 알루카는….

“덕분에 새 혐오증이 완전히 극복된 느낌이야, X나 고맙네.”

낄낄- 웃는 무혁이었지만, 지난 10일 동안 무혁을 가장 힘들고 괴롭게 만들었던 상대는 알루카였다.

알루카가 얼마나 까다로운 몬스터인지 알기에 무혁은 처음부터 모래 태양을 적극 활용해서 그 수를 대부분 줄여놓았었다.

알루카만 먼저 제거해 놓으면 얼음 병사와 얼음 나무는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꼼수를 부린 것이었는데, 역시 다섯 번째 봉우리는 호락호락하게 무혁이 정상에 오르도록 내버려 두질 않았다.

매일 100마리.

단 하루도 빠짐없이 알루카가 정상에서부터 날아와 무혁을 괴롭혔다.

차라리 수천, 수백 마리였다면 고민할 것 없이 모래 태양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딱! 100마리였다.

100마리의 알루카를 상대로 모래 태양을 사용하자니 무혁으로서는 고작 자신이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하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다.

결국 오기와 독기가 고개를 쳐들었고, 무혁은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매일 같이 알루카 100마리를 상대하고 말았다.

어떻게 싸웠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찢고, 부숴놓았다.

그 결과 무혁은 몇 번이나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져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했고, 몸 곳곳이 찢어지며 피가 사방으로 튀거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는 경험도 했다.

그리고 끝내 무혁은 순수한 자신의 힘만으로 얼음 바위 산의 다섯 번째 봉우리를 정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무혁이 지난 10일 동안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싸울 수 있었던 건 모래 태양이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당장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정말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언제든 자신의 동아줄이 되어줄 수 있는 무적의 아군이 모래 태양이었기에 무혁 또한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가까운 전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몸은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만큼 얻은 것 많은 전투였다.

그중에서도 여러 스킬들의 숙련도를 전체적으로 고루 향상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

무혁은 어느새 꽁초가 되어버린 담배를 뱉어내며 고민스럽게 중얼거렸다.

“스킬 숙련도 알약을 몇 개만 쓸까?”

이제 무혁에게 남은 건 마지막 여섯 번째 봉우리뿐이다.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다섯 번째 봉우리에서처럼 모래 태양의 힘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넘어서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의 스킬들이 조금 더 강해질 필요성이 있었다.

 

|파멸 - 조합 : 5등급(99.92%)|

|호신 – 조합 : 5등급(93.01%)|

|회피 – 조합 : 5등급(91.42%)|

|반격 – 조합 : 6등급(87.33%)|

|실드 - 고유 : 6등급(10.05%)|

|차단 - 조합 : 4등급(73.25%)|

 

“파멸 스킬이야 어차피 다 올랐으니까 상관없지만….”

호신, 회피, 반격의 경우엔 숙련도가 조금씩 부족했다.

반격 스킬의 경우 다섯 번째 봉우리에서도 작정하고 얼음 병사를 상대로 사용하다보니 6등급으로 올라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5등급을 코앞에 두고 있을 정도였다.

여섯 번째 봉우리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없기에 무혁은 되도록 기본적인 전투 스킬인 호신과 회피만큼은 4등급으로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반격 스킬에도 숙련도 알약을 하나만 쓰고… 문제는 실드 스킬과 차단 스킬인데.”

실드 스킬은 굉장히 뛰어나다.

다섯 번째 봉우리 전투에서 실드 스킬은 무혁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실드 스킬이 없었다면 진즉에 모래 태양에 의지해야만 했을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하루라도 빨리 실드 스킬의 등급을 더욱더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실드 스킬의 숙련도는 빠르게 올라가지 않았고 그렇다 보니 무혁으로서는 숙련도 알약이라는 유혹을 좀처럼 뿌리칠 수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등급을 올려달라는 듯 숙련도가 딱 10.05퍼센트였다.

“그래, 어차피 아껴봐야 똥밖에 더 되겠어? 필요할 땐 과감하게 써야지! 실드 스킬은 딱 5등급까지만 올려놓자. 대신, 차단 스킬은 두자. 어차피 이 정도의 냉기는 큰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 구태여 등급 상승에 집착할 필요가 없지.”

생각을 굳힌 무혁은 공간 주머니 고이 모셔둔 스킬 숙련도 알약을 꺼냈다.

영양제마냥 작은 캡슐 형태의 알약이었다.

 

|스킬 숙련도 알약|

· 원하는 스킬의 숙련도를 10% 영구적으로 상승시킨다.

 

정보도 아주 간단했다.

무혁은 우선 한 알을 삼켰다.

 

[스킬 숙련도 알약을 섭취했습니다.]

[숙련도를 올리고 싶은 스킬 명을 외치십시오.]

[한 번 외친 스킬은 다시 변경 할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무혁은 호신 스킬을 외쳤다.

 

[호신, 스킬의 숙련도가 영구적으로 10% 상승합니다.]

[호신, 스킬의 등급이 4등급으로 상승합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무혁은 호신 스킬 등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두 번째 스킬 숙련도 알약을 삼켰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무혁은 계속해서 스킬 숙련도 알약을 섭취했다.

실드 스킬이 5등급으로 상승했다는 알림을 끝으로 무혁은 남은 20개의 스킬 숙련도 알약을 다시 가죽 주머니에 잘 넣어 공간 주머니에 보관했다.

“이걸로 스킬은 끝났고… 하루 아니, 이틀 정도 늘어지게 쉬었다가 마지막 봉우리로 가자.”

최상의 상태로 여섯 번째 봉우리에 도전을 하겠다는 듯, 무혁은 끙- 하고 몸을 일으키곤 능숙하게 이틀을 머물 준비를 했다.

콧노래를 부르며 텐트를 치던 무혁이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움직임을 멈췄다.

“아! 차라리 검술 수련이나 하면서 검술 관련 스킬 숙련도를 올렸으면 굳이 알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젠장! 이 멍청한 빡대가리 새끼!”

무혁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뒤늦게 탓하며 시무룩하게 풀이 죽어버렸다.

 

이틀 뒤.

 

|파멸 - 조합 : 4등급(00.02%)|

· 30분 동안 무기의 공력력과 내구력을 2배 증폭시킨다.

· 파괴력과 절삭력을 발출할 수 있다.

· 정마력 등급에 따라 지속 시간이 상승한다.

· 등급이 올라갈수록 스킬 위력이 상승한다.

· 스킬 조합이 불가능하다.

 

“두 배라… 든든하네!”

다섯 번째 봉우리 정상에서 쉬면서 파멸 스킬을 4등급으로 상승시킨 무혁이 흐뭇하게 웃었다.

“반격 스킬만 못 올렸네. 상대만 있었어도 97퍼센트는 금방 올렸을 텐데. 아쉽지만, 이 정도면 마지막을 돌파하기에 충분하겠지?”

충분하게 쉬면서 몸 컨디션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린 무혁은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몸으로 얼음 바위 산, 마지막 여섯 번째 봉우리로 향하는 빙판 위에 섰다.

 

[얼음 바위 산, 여섯 번째 봉우리로 이동합니다.]

 

후와아아앙-!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은 곧 강력한 소용돌이가 되었다.

몸이 붕- 떠오른 무혁은 곧이어 산산조각 나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빙판 조각들을 바라보며 하늘로 솟구쳤다.

“가자! 마지막으로!”

 

#

 

“공략대는 순조롭게 얼음 바위 산을 공략하고 있을 것입니다. 회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알렉은 믿고 맡길 만큼 유능하질 않습니까?”

남자의 말에 신사, 연금술회 회장 케일테자만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은 지금까지 내 기대를 무너트렸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

“한데 어째서 그렇게 걱정하시는 겁니까?”

굳게 믿을 만한 사람을 보냈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케일테자만이었기에 남자는 도통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

구태여 말하라면,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가 마음을 자꾸만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불쾌한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케일테자만은 그런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남자의 의문스러운 시선을 깨끗이 무시해버렸다.

“혹시 얼음 여왕 때문입니까?”

이유를 캐물으려는 남자의 모습에 케일테자만은 살짝 짜증이 나서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마지막 놈에 대한 단서가 나왔다고?”

“예. 케저번과 티샤의 진술에 의하면 동양계 남자였고, 나이가 십대 후반 정도로 어린 자였다고 합니다. 이름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둘의 말에 의하면 하즈머가 거느렸던 이들 중 손에 꼽힐 정도로 그 재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남자의 말에 케일테자만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하즈머가 가르쳤고 손에 꼽힐 정도의 재능을 보였다면 지금 상당한 실력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헬-라시온 자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어쩌면 진즉에 죽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면 그리고 연금술을 쉬지 않고 갈고 닦았다면 케일테자만에게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연금술은 오롯이 케일테자만의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연금술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 누구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는 연금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케일테자만은 수많은 이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들 중에는 이름 높았던 하이 랭커도 있었으니 연금술에 대한 케일테자만의 과도한 집착과 소유욕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놈이 죽었든, 살았든 무조건 찾아내. 놈을 찾아내기 힘들다면 비슷한 인상착의의 동양계 놈들을 모조리 죽여!”

광기로 번들거리는 케일테자만의 모습에 남자는 무겁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

 

“여기가… 여섯 번째 봉우리?”

얼마나 높을까?

얼마나 무지막지한 수의 몬스터 대군이 버티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여섯 번째 봉우리로 이동한 무혁은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풍경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봉우리보다도 낮아 보이는 높이의 산.

그 정상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리고 있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성.

그게 전부였다.

얼음성까지 이어진 등산로 주변 또한 휑- 했다.

마치 너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듯 편안하게 올라오라는 듯 등산로조차 길이 잘 닦여 있었다.

“맥이 빠지긴 하지만 모래성 10층하고 느낌이 어째 비슷하네.”

어쩌면 모래성에서 만났던 모래 해골왕처럼 저 얼음성에도 얼음왕이 있을지 모른다고 무혁은 생각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다섯 번째 봉우리는 결코 만만한 난이도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얼음 바위 산 역시 모래성과 비슷한 구조나 마찬가지였다.

“가보면 알겠지.”

이제 마지막 고지가 눈앞이었기에 무혁은 길게 생각할 것 없다는 듯 여섯 번째 봉우리의 끝에 세워져 있는 얼음성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무혁이 5분 정도 등산로를 올라갔을 때였다.

- 돌아가라. 이곳은 나의 왕국이다.

봉우리 전체가 웅웅- 울릴 정도의 외침이 무혁의 고막을 때렸다.

맑고 청아한 음색이었기에 무혁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남성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왕인가 보네.”

왕국이라 말하는 걸로 봐선 왕이 아닌 여왕일 가능성이 높았다.

무혁은 돌아가라는 경고를 무시하며 걸음을 내딛었다.

-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돌아가라.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차가운 경고성에도 무혁은 코웃음만 쳤다.

“돌아가라는 말 한마디에 돌아갈 것 같았으면 미쳤다고 여기까지 그 고생을 하면서 왔겠어?”

여왕이 곧바로 대꾸를 해왔다.

- 나 엘사르노 3세의 경고를 무시한 죗값은 네 목숨으로 받아 가리라!

“그놈도 그렇고 이년도 그렇고 아주 권력을 자손대대 물려주는 꼴이 역겨워서 못 봐주겠…!”

말을 하던 무혁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폭설에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의 폭설이었다.

몇 초 사이에 무릎까지 눈이 쌓일 정도로 믿겨지지 않는 폭설에 무혁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대로 눈 속에 파묻혀 버릴 것만 같아서 서둘러 얼음성을 향해 내달리려고 하자, 바닥에 쌓였던 눈들이 곳곳에서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뭉쳐진 눈들은 곧바로 하나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크기만 하더라도 20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눈의 거인들이었다.

- 나의 왕국에 더러운 발을 들인 침입자를 죽여라!

여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눈의 거인들이 하나둘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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