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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이러 갑니다. 154화

무료소설 신을 죽이러 갑니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4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4화

커스틸 도시 (7)

 

“…이거 잘 한 거 맞는 거지?”

무혁은 카칸의 넓은 등판 위에 앉아서 부드럽게 흔들리는 몸으로 주변의 모든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저건 무슨 펫이야? 저런 것도 있었어?”

“생긴 건 정말 못 생겼는데?”

“푸하하! 저 짧은 다리 좀 봐! 저런 느린 펫을 왜 타고 다니는 거야?”

“거대한 머리통에 비해 작은 귀 좀 봐! 정말 볼품없다!”

“킁킁! 무슨 이상한 누린내도 나는 것 같지 않아? 우웩!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아!”

마수라고는 하지만 그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카칸은 그저 비대하고 볼품없게 생긴 이상한 펫일 뿐이었다.

여기에 무혁에게 겁을 먹어 잔뜩 주눅 들어 있는 느릿느릿하고 무기력한 걸음걸이도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었다.

“냄새가 나긴 무슨 냄새가…….”

다른 건 몰라도 냄새는 안 난다고 생각했기에 무혁이 욱- 해서 반발을 하려고 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코를 틀어쥐고 있는 모습에 그는 자신의 후각이 이미 마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쪽팔려.”

무혁은 더 이상 안 되겠다 여기곤 다시 커스틸 조련소로 부리나케 돌아갔다.

무혁과의 만족스러운 협상을 이끌어낸 에랄이 금방 다시 돌아온 그의 모습에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다가왔다.

“이 녀석 목욕은 제대로 한 겁니까?”

무혁의 물음에 에랄은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난리라고요. 목욕 좀 시켜줘요.”

“카칸의 체향은 목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카칸만의 독특한 체향으로 이 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퍼트리는 하나의 특징입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영역 표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영역 표시 한번 참 거창하다 생각한 무혁은 심각한 눈으로 카칸을 바라봤다.

카칸의 능력이야 일반적인 펫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 지독한 누린내와 도저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예쁜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는 외모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었다.

무혁의 고민하는 모습에 에랄은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는 듯 간단하게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카칸 전용 갑주를 제작하면 됩니다. 체향까지 차단을 하려면 그에 맞는 마력 장치를 제작 시에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카칸 전용 갑주라고요?”

무혁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전쟁에서 갑주를 착용한 장군들의 군마가 떠올랐다.

카칸을 돌아보며 그의 볼품없는 몸에 갑주를 착용시켜봤다.

흑적색, 혹은 흑갈색 아니 색상 따윈 상관없다.

못난 외모를 철저하게 가릴 수만 있다면 카칸의 덩치를 생각했을 때, 오히려 묘한 임펙트를 주기에 충분할 것만 같았다.

‘다리가 너무 짧아서 좀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카칸의 본모습을 모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더 호기심을 이끌어 낼 것만 같아 무혁은 당장 갑주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칸 전용 갑주는 어디서 제작합니까?”

무혁의 물음에 에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저희 조련소에서 제작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하건데 저희 조련소에 계신 오들 님은 헬-라시온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펫 전용 갑주 제작 장인입니다. 믿고 맡기시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카칸 전용 갑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에랄의 미소가 은근히 마음에 걸렸지만, 무혁으로서는 어차피 카칸도 공짜로 얻었으니 갑주 정도는 제 가격을 주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당장 제작에 들어가죠.”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시면 제가 오들 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에랄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뜨자, 무혁의 시선이 카칸에게로 향했다.

“니가 조금만 더 멋진 외모였다면 거추장스러운 갑주 따윈 착용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무혁의 말에 카칸이 하마 마냥 작은 귀를 축- 늘어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무혁으로서는 명색이 마수라는 녀석이 자신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마냥 맥없는 모습을 보니 약간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름이라도 지어줄까?”

무혁의 말에 카칸이 슬쩍 붉은 눈동자를 들어 올리며 그를 바라봤다.

“그래, 너도 이름은 있어야지. 어디 보자… 히포?”

그냥 하마다.

정말 무성의한 이름이었지만, 무혁은 카칸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고 여겼다.

카칸 역시도 자신에게 부여된 ‘히포’라는 이름을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듯 축- 늘어졌던 귀가 팔락팔락- 흔들렸다.

 

[마수 ‘카칸’에게 새로운 이름 ‘히포’를 부여하시겠습니까?]

[펫에게 한 번 부여한 이름은 변경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더 좋은 이름도 없을 것 같으니까. 지금부터 네 이름은 히포다!”

 

[펫 ‘히포’의 충성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히포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자,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부드러운 털로 이루어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기분이 좋다는 걸 무혁에게 어필했다.

푸르죽죽한 피부색과 다르게 꼬리털은 밝고 깨끗한 푸른색으로 마치 맑은 하늘을 닮아 있었다.

길이는 대략 1미터 가량으로 굉장히 탐스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털이 빼곡했다.

무혁은 손을 뻗어 히포의 꼬리털을 잡아봤다.

“완전 부드럽네.”

거칠고 까끌까끌한 몸통 피부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그 괴리감이 어찌나 큰지 어떻게 이런 몸에 이렇게 멋진 꼬리가 있을 수 있는 건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이거 뽑아다가 목도리로 만들면 죽이겠는데.”

무혁의 말에 히포가 움찔- 거리며 떨었다.

히포의 꼬리털이 주는 부드러움에 흠뻑- 빠져 있던 무혁에게 에랄이 작달막한 키의 중년인과 함께 다가왔다.

“오오옷! 정말 카칸을 길들였을 줄이야!”

커스틸 조련소의 펫 전용 갑주 제작자인 오들은 무혁이 자신의 꼬리를 멋대로 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얌전하게 서 있는 카칸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미 조련소 내에 소문이 쫙- 났지만,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목격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 포악했던 카칸의 얌전한 모습이 도통 적응되지 않는 오들이었다.

“나도 한번 만져봐도 되겠소?”

오들 또한 카칸의 꼬리털에 관심을 보였다.

아니, 카칸을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 꼬리털에 관심을 줄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에랄마저도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을 정도였다.

“갑주 제작 가격을 깎아 준다면야 얼마든지 만지도록 해드리죠.”

카칸의 꼬리털로 흥정을 할 줄이야!

오들과 에랄은 무혁의 제안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카칸의 꼬리털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허허… 그리 함세.”

“만져보시죠.”

무혁의 허락이 떨어지자 오들이 슬쩍- 손을 뻗었다.

카칸이 오들의 손이 자신의 꼬리털로 향하자 고개를 홱- 돌리며 두 눈 가득 살기를 뿜어냈지만.

퍽!

“가만히 있어!”

머리통을 쥐어박는 무혁으로 인해 고개를 툭- 떨구고 말았다.

카칸의 모습을 보며 오들은 자신이 알고 있던 그 포악했던 마수가 맞는 건가 의심마저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꼬리털을 만지고는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이럴 수가! 이토록 부드러운 촉감의 털이 있을 수 있다니! 허허허!”

오들이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꼬리털을 매만지자, 에랄이 조용히 요청했다.

“관리비를 할인해드리겠습니다.”

“일시적입니까? 매달입니까?”

“우선은 이번 달만 제 권한으로 10퍼센트 할인을 해드리겠습니다.”

무혁은 얼마든지 만져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에랄도 카칸의 꼬리털을 만지고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에랄은 엘프다.

다만, 피부색이 초콜릿 빛에 가까웠기에 보통의 엘프들처럼 새하얀 순백의 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엘프라는 점이 그녀의 미모를 환하게 밝혀주었다.

그런 에랄이 눈가를 가볍게 떨며 기뻐하고 있었다.

무혁은 그 모습에 또 한 번 흥정을 시도했다.

“매달 관리비를 10퍼센트 할인해준다면 언제든 우리 히포의 꼬리털을 만질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입가에 미소를 짓는 무혁의 모습에 오들은 그가 상인이 되었다면 대상인이 되었을 거라 여겼다.

“좋습니다. 그런데 히포라면?”

“이 녀석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히포!”

에랄과 오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

 

히포에게 딱 맞을 전용 갑주 제작 의뢰를 마친 무혁은 더 이상 커스틸 도시에는 볼일이 없었기에 곧장 중앙탑에서 포탈을 타고 아스펠 마을로 넘어갔다.

중소도시 식민이 되었기에 기존 거주지는 커스틸 도시일 수밖에 없지만, 아스펠 마을이 무혁의 진짜 거주지였기에 그는 여전히 아스펠 마을을 드나들어야만 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깔끔하게 커스틸 도시로 완전 이주를 하고 싶었으나, 아스펠 마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은 물가에 송정민은 괜한 포인트 소모할 필요 없다며 고집을 부리는 중이었다.

“형님!”

집으로 들어서자 포지션 트레이닝 이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방구름이 환하게 웃으며 무혁에게 다가왔다.

“포지션 트레이닝은 잘 끝냈고?”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혁처럼 랭킹 목록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 무난하게 통과를 함으로써 어떠한 페널티도 받지 않고 무사히 트레이닝을 마친 방구름이었다.

“형님께서 중소도시 식민이 되셨다는 말은 선생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송정민을 스승님이라고 호칭했던 방구름이었지만, 이후 무혁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으로 호칭을 통일한 상태였다.

“그렇게 됐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방구름과는 길을 걸어가는 속도가 다르다고 여기는 무혁이었다.

“죄송합니다. 형님께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말로만 죄송하다 하지 말고 빨리 쫓아와. 그럼 되는 거야.”

무혁의 말에 방구름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형님께 반드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지를 내보이는 방구름의 모습에 무혁이 그의 가슴을 툭- 쳤다.

“오픈 할 수 있어?”

표식을 드러내고 자신의 능력을 내보일 수 있냐는 무혁의 물음에 방구름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상의를 들어 올렸다.

“오픈!”

 

|방구름(11차 지구인)|

· 연차 – 4년 차

· 신분 - 라시온 식민(마을 식민)

· 체력 - 6등급(72.04%)

· 근력 - 6등급(57.13%)

· 순발력 - 6등급(56.43%)

· 지구력 - 6등급(81.52%)

· 정마력 - 6등급(32.99%)

 

방구름의 고유 능력 정밀 수치를 확인한 무혁은 됐다는 듯 그의 상의를 끌어내렸다.

이어서 공간 주머니에서 5등급 마정 14개를 꺼내 방구름에게 건넸다.

“이거 다 먹으면 모든 고유 능력을 5등급으로 올릴 수 있을 거다. 지금 당장 다 먹어.”

“혀, 형님!”

“귀청 떨어진다. 나 따라온다며? 그런데 무책임하게 나만 혼자 앞으로 나가면서 너보고 따라오라는 건 양심 없는 거지. 그리고 구름이 네가 실력이 높아질수록 나한테도 도움이 되는 포션을 많이 만들 거고. 그러니까 주는 건 다 받아. 그리고 이자까지 쳐서 다 갚아. 그러면 되는 거야.”

무혁이 14개의 5등급 마정을 방구름의 손에 쥐어주자 그가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바라봤다.

“먹고 있어. 난 선생님 좀 뵙고 있을 테니까.”

방구름의 어깨를 두드려준 무혁은 송정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끌끌! 그렇게 호구마냥 퍼주면 그걸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날이 온다.”

방 안에서 무혁과 방구름의 대화를 다 들었는지 송정민이 혀를 차며 경고를 했다.

“주는 만큼 더 뜯어내면 됩니다.”

히죽- 웃으며 태연스럽게 대꾸하는 무혁의 모습에 송정민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선생님 제가 사실은…….”

무혁은 커스틸 도시에서 자신이 마수인 히포를 펫으로 길들였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펫이라면 송정민 또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무혁의 예상대로 송정민은 펫에 대한 상당히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덕분에 무혁은 송정민과 아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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