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러 갑니다. 1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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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1화
신을 죽이러 갑니다 151화
커스틸 도시 (4)
“이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캥거루네.’
무혁은 누가 봐도 캥거루로 보이는 ‘자프’라는 이름의 맹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커스틸 도시 서북쪽에 위치한 ‘커스틸 조련소’에 들어선 무혁은 판매직원인 알버트의 안내를 받으며 꽤나 많은 맹수들을 소개받고 있는 중이었다.
맹수들 모두 이름이 따로 있었지만 무혁에게는 그저 쥐, 돼지, 개, 고양이 등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그 모습이 달랐고, 지구의 동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나운 맹수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나운 맹수들이라 한들 외형적인 모습에서 느껴지는 임펙트가 전혀 없었기에 무혁으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프도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판매직원 알버트의 물음에 무혁은 툭- 까놓고 말했다.
“이런 시시한 놈들 말고 좀 느낌이 확- 오는 그런 놈은 없나요? 보는 순간 누구나 오- 하고 감탄을 터트릴 만한.”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손님께서는 경험이 없질 않습니까?”
이동 수단, 정식 명칭은 무혁에게도 익숙한 단어인 ‘펫(Pet)’이다.
알버트는 단 한 번도 펫을 가져본 적이 없는 무혁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제가 손님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간혹 손님처럼 경험이 없는 분들께서 초급자 펫이 아닌 중상급자의 펫을 억지로 구입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꼭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펫을 단순하게 타고 이동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루시면 결코 안 됩니다. 펫은 기본적으로 저희가 조련을 해놓은 상태지만, 말 그대로 기본적인 부분일 뿐입니다. 이 녀석들도 모두 생명체이고, 특히 맹수라 불릴 정도로 강한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펫을 다루는 일이 미흡할 경우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몬스터와의 전투 도중에 갑작스럽게 난입을 했을 때다.
“이럴 때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백이면 백, 크게 당황해서 큰 부상을 입거나 펫을 스스로 죽이기까지 하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그 외에도 문제가 여럿 발생하기에 처음에는 초급자 펫을 통해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길 권장하는 것입니다.”
알버트의 말에 무혁은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혁은 그의 조언대로 초급자 펫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 무혁의 모습에 알버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손님들을 상대로 펫을 판매하면서 알버트가 경험한 것은 무언가에 한 번 꽂혀서 펫을 구입하려고 하는 이들은 아무리 피와 살이 되는 조언과 충고를 하더라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크게 혼쭐이 한번 나야 정신을 차리지.’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한심스럽다는 듯 혀를 차며 알버트는 무혁이 원하는 대로 중상급자 펫들이 모여 있는 조련장으로 향했다.
크와아아아!
끼야아아옷!
으라라라락!
초급자 펫들의 조련장과 다르게 중상급자 펫들이 모여 있는 조련장은 입구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온갖 울부짖음이 무혁의 고막을 괴롭혔다.
확실히 맹수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순둥순둥했던 초급자 펫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좀 시끄러우시죠?”
무혁을 바라보는 알버트의 눈빛 속에는 ‘어떠냐? 이런 포악한 놈들을 타고 다닐 수 있겠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시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죠.”
여유로운 무혁의 태도에 알버트의 입꼬리가 살짝- 말아 올라갔다.
“그럼 제가 제대로 된 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는 철문을 빠르게 지나친 알버트가 가장 끝에 위치한 검붉은 철문 앞에 멈춰섰다.
“이 안에 있는 녀석은 카칸이라는 놈입니다. 저희 조련소 최고의 골칫거리지만, 그만큼 자랑거리이기도 합니다. 장담하건데, 손님께서도 본 적이 없는 맹…….”
말을 하다 말고 알버트가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주변을 스윽- 둘러보더니 소곤거리듯 말을 이었다.
“사실 카칸은 마수입니다.”
“마수라고요?”
무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아직까지 무혁은 마수를 본 적이 없다.
몬스터와 마수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몬스터나 마수나 괴물인 건 같으니 사실상 그 둘을 구분 짓는 것이 의미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마수들에게 있어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마수가 몬스터와 구별되는 확실한 기준은 바로 마기의 유무였다.
본래 마기는 마족들만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짐승이나 맹수 혹은 일부 몬스터들의 몸에 우연히 마기가 축적되거나, 마기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힘을 각성한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변한 것들을 통틀어서 마족들이 마수라 명명한 것이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돌연변이라 보면 된다. 어쨌든 정확하게 따지면 몬스터보다 상위 존재가 마수인 셈이다.
“하급 중에서도 최하급이긴 하지만 마수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길들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벌써 몇 명이나 되는 조련사들이 크게 다쳤다, 몇몇 이들이 호기롭게 카칸을 길들이겠다며 나섰다가 포악한 성질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를 했다, 등등.
알버트는 한참이나 카칸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대충 알겠으니까 문 좀 열죠.”
더 이상 뜸들이지 말라는 무혁의 말에 알버트가 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알겠습니다. 직접 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그럼, 이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희 커스틸 조련소 최고이자, 최악의 펫! 지옥에서 온 마수! 카칸입니다!”
철컥!
벽면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레버를 아래로 당기자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철문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잉!
성인 남자 팔뚝만 한 쇠창살 너머에 카칸이 있었다.
거대한 몸뚱이와 커다란 머리통을 자랑하는 카칸은 마치…….
“하마랑 똑같이 생겼네.”
잔뜩 기대를 했던 것과 다르게 카칸이라는 마수는 마치 하마를 보는 것만 같아서 무혁의 표정이 또다시 일그러졌다.
푸르죽죽한 피부색과 얼굴에 비벼보고 싶을 정도로 부드러워 보이는 꼬리털은 하마와 전혀 달랐지만 전체적인 외형적 특징은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하마’와 상당히 비슷했다.
꾸득 꾸득! 꾸득!
철문이 열리자 카칸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새빨간 눈동자가 알버트를 노려보며 흉폭한 살기를 뿌려댔다.
“저 눈을 좀 보십시오. 저 놈은 길들일 수 없는 놈입니다.”
질려버렸다는 듯 알버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알버트를 노려보던 카칸이 무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꾸득! 꾸득 꾸… 우.
숨길 수 없는 포악함으로 살기를 뿌려대던 카칸의 빨간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
이를 갈 듯이 으르렁거리던 소리도 조금씩 줄어들더니 아예 앓는 듯한 소리를 냈다.
“뭐, 뭐지? 저 놈이 왜 저래?”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카칸의 모습에 알버트는 적잖게 당황했다.
카칸의 포악한 모습을 보고 기가 질려버릴 무혁의 모습을 상상했던 알버트였기에 지금의 반응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카칸은 어떤 누구도 예외 없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었다.
그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도 두 부류였다.
지레짐작만으로 길들일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 이들과 카칸의 적개심에 오히려 승부욕이 생겨 길들여보겠다며 철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진이 빠져서 포기해버리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카칸이 처음으로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혹시 지금이 기회인 건가?”
알버트의 말에 무혁은 카칸을 빤히 바라보다 무슨 뜻이냐는 듯 그에게 물었다.
“카칸이 저희 조련소에 들어온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놈도 얼마나 진이 빠졌겠습니까? 아마도 오늘이 카칸을 길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알버트는 이럴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조련을 시작해야한다는 듯 호들갑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제가 당장 동료들을 불러와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기다려주신다면 오늘 카칸을 길들이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되실 겁니다.”
“좋은 구경이라는데 기다려야죠.”
무혁의 대답에 알버트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부리나케 어디론가 달려갔다.
홀로 남은 무혁은 명색이 마수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겨 카칸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무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카칸이 불편하다는 듯 철장 구석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왜? 내가 무섭냐?”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말이었지만, 카칸의 행동을 보면 마치 자신을 피하려는 것만 같았기에 무혁은 괜히 피식- 웃음마저 나왔다.
“정말 마수가 맞는 거야? 그냥 하마 아냐?”
낄낄- 거리며 놀려대는 무혁이었지만, 카칸은 여전히 거대한 몸으로 연신 뒷걸음질을 치며 무혁만을 주시했다.
주변을 스윽- 둘러본 무혁이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통통아, 너도 나와서 구경해.”
무혁은 보는 이도 없겠다 싶어 가죽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통통이를 불렀다.
통통통-!
답답했던 가죽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통통이가 무혁의 주변을 둥그렇게 돌며 발랄하게 뛰었다.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무혁은 뒤가 막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거리를 벌이려는 듯 더욱더 낑낑- 거리며 헛걸음을 해대는 카칸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왜 저러는 거야? 무슨 마수가 저렇게……!”
말을 하던 무혁은 카칸이 주시하고 있는 게 자신이 아니라 통통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뭐야? 마수는 통통이를 볼 수 있다는 거야?”
지금까지 몬스터들은 모두 통통이의 존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 존재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순 없었지만, 어쨌든 몬스터에게 통통이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인 건 분명했다.
그런데 카칸은 통통이의 존재를 확연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두려워하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어째서 카칸이 통통이를 두려워하는지, 그의 존재를 왜 느끼는 것인지 궁금한 점 투성이었지만, 알버트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오자 무혁은 재빨리 통통이를 다시 가죽 주머니에 넣어야만 했다.
“저것 봐! 저놈이 저런 모습을 보인 적 없잖아!”
“맙소사! 진짜잖아! 오늘 정말 저 포악한 놈을 길들일 수 있는 건가?”
“하긴 놈도 오래 버텼지! 오늘에야말로 확실하게 우리가 길들여보자고!”
“자자! 모두 장비 착용하고 서두르자고!”
“흐흐! 마수를 길들이는 최초의 조련사가 되는 날인가!”
알버트를 포함해서 다섯 명의 조련사들이 얼굴 가득 기대감을 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속제 갑옷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갑옷을 착용한 알버트가 무혁에게 다가와 말했다.
“손님, 오늘 손님께서는 헬-라시온 최초로 마수가 길들여지는 장면을 목격하실 겁니다! 이런 진귀한 구경은 어딜 가시더라도 보실 수 없으실 겁니다! 하하하핫!”
“알버트! 이제 들어가야 돼!”
동료의 부름에 알버트가 알겠다고 소리를 치고는 무혁에게 기대하라는 듯 윙크까지 날리고 철컹철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장 입구로 향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얼굴 가득 웃음기를 머금은 조련사들이 철장 안으로 들어갔다.
“오호라! 요놈이 완전히 겁에 질려 버렸구만!”
“크하하하! 로메이로 그놈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부러워할까!”
“로메이로 뿐이겠어? 랄크와 샥은 아마도 분해서 죽으려고 할 걸?”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듯 낄낄- 거리며 웃는 조련사들이었다.
“잡담들은 그만하고 이제 시작하자. 어차피 며칠 동안 카칸의 기를 꺾어야 하니까 다치는 일 없도록 하고!”
“당연한 소리! 여기서 다치면 좋다고 내 자리를 꿰찰 놈들이 한둘이 아닌데 절대 다칠 수 없지!”
웃고 떠들며 벌써부터 카칸을 길들였다고 확신하고 있는 조련사들의 모습을 보며 무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분위기 파악을 영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카칸은 무혁이 있는 곳만을 두렵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지, 철장 안으로 들어선 조련사들에게 시선을 옮길 때는 참을 수 없는 적개심으로 붉은 눈동자가 평소보다도 더욱더 사납게 번들거렸다.
하지만 워낙 찰나의 변화였을 뿐이었고, 카칸의 시선은 대부분 무혁에게 고정되어 있었기에 아무리 능숙한 조련사라 하더라도 침착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변화였다.
“그럼 내가 먼저 시작하지!”
두툼한 몽둥이를 손에 쥔 조련사가 앞으로 나섰다.
철장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카칸의 모습에 그는 확신했다.
“네놈도 결국은 굴복했구나! 하하하!”
어떠한 맹수도 처음부터 굴복을 하진 않는다.
힘이 떨어질 때까지 온갖 반항을 하다가 시간이 점차적으로 지나면 서서히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조련사들에게 굴복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2년이면 정말 오래 버텼지! 그 점은 내가 높이 사주마! 하지만, 두 번 다시는 네놈이 날뛰는 걸 볼 수 없으니 네놈의 주인이 누구인지 지금부터 분명하게 알려주마!”
조련사가 손에 든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카칸의 머리통을 향해 있는 힘껏 내려쳤다.
쾅-!